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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rna123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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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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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잠자자
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최근연재일 :
2022.07.11 18:13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609
추천수 :
171
글자수 :
186,504

작성
22.06.10 18:30
조회
32
추천
7
글자
11쪽

Ep.2 마경(5)

DUMMY

”허 씨발, 내 살다살다...“


러너는 갈빗대에 붙어있는 멧돼지 고기를 거칠게 뜯었다.


”죄송해요...“

”아니! 너한테 한 말 아니다! 주눅 들지 마라.“


러너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백인 아이를 보며 화들짝 놀란 러너가 아이를 달랬다.


아이.

이것이 러너가 분노한 이유였다.

12살, 13살 쯤 되었을까?

아직 2차 성징도 거치지 않은 아이가 노예군 특작대의 마지막 멤버였다.

이 어린 아이가 대관절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곳에 온단 말인가.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적어도 난 처음 본다.“


마경에 온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병사로서 보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노예군 특작대로 보내진다는 것은 아이 또한 ‘노예병’으로 보내졌다는 의미다.


저 나이의 아이가 노예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아픈 일이거늘, 노예병이 되고 심지어 압도적 사망률을 자랑하는 노예군 특작대에 파병되었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뜻이었다.

성인을 보낸 것도 죽으라는 뜻이긴 했는데, 이건 느낌이 좀 달랐다.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지금까지 너무 좋다 했어.“

”죄송해요.“

”아니. 너한테 한 말 아니라고! 사과하지 마라“

”네, 죄송해요...“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일까.

곱게 자란 티가 나는 아이는 잔뜩 주눅 들어있었다.


마경에 오는 본대의 기사와 병사들은 체계적인 군사 훈련과 무기술을 훈련 받은 정규군이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기사의 경우 몬스터를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 오러를 다루는 것이 기본 소양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그런 기사들도 아차 하는 순간 죽음에 이르는 곳이 마경이었다. 전쟁이 없는 시대기에, 싸우다가 죽을 수 있는 마경은 더 꺼려지는 곳일 수 박에 없었다.


노예군 특작대는?

정규 군사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결국 천상 계급에게 찍히거나 천상 계급의 눈 밖에 난 존재들이 모인, 일종의 귀양지이자 형벌 그 자체였다.


그들 중 제대로 된 전투를 경험해 본 자는?

아니, 훈련이라도 받아본 자는?


노예군 특작대의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부대의 위치나 입지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 훈련 받지 못한 자들이 들어오는 곳이라는 사실 또한 중요하게 작용해 온 것이다. 고기 방패로는 제격이지만, ‘특작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귀족 출신인 자들은 기본 소양으로 검을 좀 다룰 줄 알았지만 마경에서는 일절 효용 가치가 없었다. 몬스터들은 절대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조차 아쉬운 곳이 노예군 특작대였다.


정규 군사 훈련을 받은 러너, 숙련된 오러 검사 러시, 전투가 가능한 마법사 네벤더, 신성력 발현이 가능한데다 자체적인 전투력까지 겸비한 무투사제 힐리온,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여검사 벨르케까지.


기사 둘에 정찰병, 마법사에 사제라니.

사실상 어벤저스의 구성이라 봐야했다.

다른 이들을 차지하고서라도 전장에서 신성력을 발현할 수 있는 사제의 존재가 얼마나 존귀한지 안다면, 지금 노예군 특작대의 구성은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특작대에 오래도록 전전하면서, 전투력이 전무한 자들 또한 수 없이 봐온 러너만이 지금의 특작대 구성이 얼마나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느슨해졌다보다.

근 1년 간 같은 부대원들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경험을 안 했더니 마음 속에 안도감이 생겼었나보다. 예전에는 제 몸 챙기기 바빴을 것을, 남의 사정에 이토록 화가 나다니 말이다.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계속해서 주눅드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러너는 일부러 화제를 전환했다.


”이름은?“

”디토입니다.“

”평민인가?“

”아니었는데...“


성을 말하지 않기에 한 질문이었지만, 아닐 것이라 짐작했다.

처음 이곳에 온 러시와 마찬가지로 디토는 어딘가 귀족의 태가 났다.

고생하지 않고 자란 온실 특유의 느낌 말이다.


디토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여기 사연 없는 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아이가 견디기엔 유독 가혹한 시련이었겠지.


”아니, 말 안 해도 괜찮다.“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

”그게...“


다시 디토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생각해보면 귀족 아이가 노예병이 된 사연과 지금 이곳에 온 이유가 다를 수가 없었다.


”아니. 아니다. 말 안 해도 된다. 미안하다.“


러너는 아이를 다루는데는 영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작대 들어온 모두에게 의례 했던 질문을 했을 뿐인데, 반응부터가 달랐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니?“


잠자코 있던 러시가 최대한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노예군 특작대...노예병들의 무덤...“


사리분별은 명확한 아이였다.

자신의 처지와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성을 빼고 이름을 말했다는 사실을 볼 때 자신의 처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오히려 그 사실이, 특작대원들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키우면 돼.“


평소에 듣기 힘든 목소리. 벨르케가 웬일로 먼저 말을 꺼냈다.


”아이, 금방 자라.“


벨르케가 일행을 둘러보더니 한시도 제 몸에서 떼지 않는 검을 들어보였다.


”단련하면, 강해져“

”벨르케 경의 말이 맞소.“


힐리온이 거들었다.


”내 비록 신성력을 가르쳐 줄 수는 없으나, 몸을 단련하는 방법은 누구보다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자부하오.“


말을 하며 힐리온이 프런트 더블 바이셉스(전면 이두근 포즈)를 취했다.

오늘따라 잘 단련된 힐리온의 근육이 그의 의욕을 반영하는 듯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와씨, 나도 마법 가르쳐 주고 싶은데, 내가 배운 적이 없어서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모르겠어.”


천재 흑인 마법사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네벤더의 안타까움과는 상관없이 마법은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사 네벤더가 가르치는 방법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마경에서 제 몸을 건사할 정도로 성장하는데 지난한 세월이 걸릴 것이다.


디토의 진로는 정해져 있다고 봐야했다.


“리더. 검술.”


벨르케와 제일 많은 소통을 해온 러시는 벨르케 말의 의도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왜 내가?”

“제일 강해”

“제일 강하다고 제일 잘 가르치는 건 아니야.”


벨르케가 단호한 눈으로 러시를 바라보았다.


“제일.강해.”

“알았어...”


대련 이외에 처음보는 벨르케의 단호한 모습에 러시는 꼬리를 내렸다.


“디토.”

“네?”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기는거다.”

“네!”


노예군 특작대에, 처음으로 ‘훈련’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내친김에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네!”


주눅들어 있기만 하던 디토의 얼굴에 결기가 맺혔다.

하지만 러시의 시선은 디토가 아닌 힐리온을 향해있었다.


“힐리온, 얼마면 되지?”

“흠... 6개월만 주시오.”

“6개월? 좋군.”

“나만 믿으시오.”


힐리온의 완고한 입술이 오랜만에 호선을 그렸다.


러시는 나팜에게 뒹굴던 1년이 기억났다.

힐리온이라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으리라.


***


“허, 여기도 이제 사람 사는 곳 느낌이 나는데?”


본대와의 소통을 위한 전령 로퍼가 오랜만에 노예군 특작대의 근거지를 찾았다.

항상 휑하던 노예군 특작대가 복작대고 있었다.


명상을 하고 있는 흑인이 보였다. 흑마법사라 했던가?

사악한 흑마법사라 들었는데 저 청명한 느낌은 뭐지?


칼을 갈고 있는 여인도 보였다.

붉은 피부와 예리한 칼날, 고도의 집중력이 어우러져 섬뜩한 느낌을 풍기고 있어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근육질 청인이 아이의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근육을 혹사시킨 후 회복을 하면 강해지는 법 이라오. 나처럼 듬직한 몸을 가질 수 있지. 디토군은 성장기니까 금방 근육이 커질 것이오.”

“제발 살려주세요...”

“어허, 반년 안에 몸을 만들려면 일분 일초가 아깝소.”


마사지를 하고 있는 청인의 손에서 드문드문 하얀 광휘가 비친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사람의 목숨도 구할 수 있는 그 신성한 힘을 고작 근육통 회복을 위해 쓰는 몰상식한 일을 목도한 것이 아니겠지?


방황하던 로퍼의 시선이 한 곳에 멎었다.

그곳엔 익숙한 얼굴, 러너와 러시가 있었다.

둘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꿀꺽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꼈던 군침이 도는 냄새의 근원지가 저곳이었다.

맡아 본지 너무 오래된 냄새지만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어찌 고기의 냄새를 잊으랴.


“아, 오셨어요?”


면이 익은 러시가 로퍼를 반겨주었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게 어디 로퍼의 잘못이랴.

그는 전령일 뿐 인 것을.


“대장, 저 새끼한테 존댓말 하지 말라니까?”


물론, 러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로퍼의 시선은 훈제되어가는 고기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그 시선을 놓칠 러너가 아니었다.


“먹고 싶냐?”

“좀 드릴까요?”

“!!”


마경에서 고기를 주려 하다니, 러시는 천사인 것인가?


“아, 대장! 우리 먹을 것도 없어! 저 새끼는 본대 소속이라 우리보다 잘 먹을거라니까? 치사한 새끼들, 우린 보급도 안주잖아?”


아니다.

본대라 하나 이곳은 마경. 고기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고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로퍼와 같은 노예병한테까지 고기가 돌아올 리가 없었다.


“조...조금만...”


민망함에 말을 끝맺지도 못했다.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저 냄새 앞에서는 다 필요 없었다.


러시가 순순히 고기 한점을 로퍼에게 내밀었다.

고기는 마법이라도 걸린 듯 로퍼의 입속으로 직행했다.

로퍼의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혔다. 이거다. 이것이 고기의 맛이다.


“근데 무슨 일입니까?”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러시가 질문을 해왔다.

따뜻한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벌써 목구멍 아래로 넘어가버렸기에 로퍼는 바로 대답할 수 이었다.


“아, 러시 경.”


러시의 호칭이 어느새 경(sir)이 되어있었다.


“본대의 호출이오. 특작대장은 본대 회의에 참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소.”


러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 올 것이 왔나”


마경, 페이즈 2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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