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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rna123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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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노예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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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잠자자
작품등록일 :
2022.05.16 00:06
최근연재일 :
2022.07.11 18:13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610
추천수 :
171
글자수 :
186,504

작성
22.06.08 18:30
조회
32
추천
6
글자
11쪽

Ep.2 마경(3)

DUMMY

오우거.

성체는 5미터에 육박하는 육중한 덩치와 강력한 힘의 상징.

그럼에도 민첩한 몸놀림과 간교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전천후 몬스터.

마경에서 인간의 주요 전투 상대인 흉포한 그린 스킨 중에서도 강력하기로 정점에 있는 존재. 드넓은 마경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


그 강대한 포식자의 새끼가 러너의 검에 쓰려져 비루하게 죽어있었다.


식수원 근처가 오우거의 둥지임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을 찾아온 기반 좌표가 오우거의 둥지였는데 어찌 모르랴.


걱정이 없었던 이유는 오우거는 둥지에 웅크리지 않고 수시로 돌아다니는 존재라는 사실과, 그 육중한 덩치와 강대한 존재감으로 인해 미리 포착하고 피하기에 용이한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제 새끼를 싸고 돌기로 유명한 오우거의 특성을 생각할 때, 어미와 떨어진 새끼를 마주하고, 그 새끼를 죽여버린 이 상황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군대 단위로 진격할 때는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하는 몬스터지만 정찰을 목적으로 할 때는 피하기 수월한 몬스터인 오우거다. 허나 그것도 우연히 조우 했을 때의 일이다. 지금 오우거는 분명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눈이 뒤집혀서 그들을 쫒아 올 것이다. 제 목숨을 버려서라도.


”쿠오오오오!“


제 새끼의 비명을 들었음인가.

100미터도 넘는 듯 먼 곳에서 포효와 함께 강대한 존재감이 뿜어져나왔다.

먼 거리를 격하고 전해져오는 기운에 살기가 너무 짙어 러너는 오금이 저려왔다.


- 쿵쿵쿵쿵쿵

- 우지끈


육중한 발걸음 소리가 울리고, 일직선 상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너져내렸다.

분노한 오우거가 일직선으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지금 상황을 알려주리라.


‘3초? 4초?’


오우거는 육중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한 몬스터다.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초 내외가 분명했다.

마주친다면, 분명히 죽을 것이다.


중급 이상의 기사 대여섯이 붙어야 절반 이상의 희생을 감수하고 간신히 승리할까 말까 하는 존재를 단 둘이서 어쩐단 말인가.


”야! 튀어!“


세세한 지시를 내릴 시간도 없다.

간결하고 명료한 지시와 함께 러너는 오우거가 달려오고 있는 방향 반대로 몸을 날렸다.


몸을 날려 달아나는 러너의 눈동자에 러시의 뒷 모습이 맺혔다.


오우거의 포효에 몸이 굳어버린 듯, 러시의 두 다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젠장’


그런 러시의 모습을 외면하고 러너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


‘씨발,씨발,씨발,씨발,씨발’


러너는 필사적으로 오우거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10초? 아니 1분? 아니 한 3분 쯤 되었나?

머릿속을 휘몰아치는 생각의 폭풍은 시간 감각을 옅어지게 만들었다.


토키라. 러너. 도망자.

모두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냉철하고 명확한 판단력, 객관적인 전력 분석,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우월한 발재간이 그가 마경에서 살아남은 원동력이었다.


처음에는 신속 이동에 능한 그의 특성을 인정받아 ‘러너’라고 불렸더랬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부대원 모두가 죽어버린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후 그에게는 생존자의 영광이 아니라 도망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부정하지 않았다.

도망친 것은 사실었으니까.

하지만 죽음이 확실함에도 그곳에 남아 목숨을 잃는 것이 옳은 것이었을까?

그건 그냥 개죽음 아닌가?


도망자라 불렸지만 러너는 합당한 명령을 불이행 한 적도, 동료를 배신한 적도 없었다. 누군가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의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죽음이 명확한 곳에서 최후까지 버티다 죽지 않기 위해 몸을 빼냈고, 동료까지 구하기엔 그의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그렇게 그는 매번 홀로 살아남았기에 도망자라는 오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우거에 맞선다는 것은 1초 1초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멍청한 행위다.

당연히 즉시 도망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심지어 새끼를 잃어 분노로 눈이 뒤집힌 오우거가 상대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즉각 도주를 선택한 것은 냉철한 판단임과 동시에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도망칠 때, 굳어버린 듯 두 다리가 미동도 하지 않던 러시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초심자가 오우거같은 상급 몬스터의 포효에 노출되었다면 다리가 얼어버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영역의 일이었다.


새끼 오우거를 죽인것은 명백한 자신의 실책이었다.

신병인 러시를 보호하기 위해 평소와 다른 판단을 내렸지만, 그 판단과 실행은 모두 러너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특작대의 대장이자 2인 정찰대의 리더로서, 자신은 의무를 다했는가?


지금까지 수 없이 도망을 쳐온 러너였지만, 오늘같이 기분이 더러운 적은 없었다.

그 기분에 반응하듯, 날렵하게 움직이던 러너의 다리 속도는 점점 느려지며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씨바아아알!!“


스스로에게 한 말일까, 상황에 한 말일까.

러너는 방금까지 도망쳐오던 방향으로 다시 날려나갔다.

오우거에 맞서는 것은 도저히 무리다.

그래도 시체정도는 수습해 줄 수 있겠지.


혹시나, 만에하나 억에하나 아직 러시가 살아있다면 오우거의 시선을 끌어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줄 기회 정도는 만들어 줄 수도 있을것이다.

자신이 도망칠 확률은 반반이지만, 러시가 도망칠 확률은 제로일테니까.

러너는 지금 하는 계산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


- 후웅!

- 쾅!


조악하지만 잘 다듬어진, 단단한 목질의 몽둥이가 바람을 갈랐다.

오우거의 무지막지한 힘이 더해져 땅과 부딪혀도 몽둥이가 부러지기는커녕 땅이 움푹 패이는 것으로 봐서 예사 나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 했다.



-후웅!

-쾅!


분노한 오우거의 공격은 단조로웠고 러시는 간단히 그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압도적인 힘과 스피드는 쉬이 볼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우거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아르칸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다소 손색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의 몸을 진득하게 옭아매는 살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르칸이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일으킨 기세와는 그 본질 자체가 다른 느낌.

격에 다다른 영혼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기 위해 뿜어내는 기운은 마치 오러의 권역과 닮아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러시는 도망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망가지 않은 것이었다.

러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듯, 오우거에게도 배울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우거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지만,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오만이 아닌 자신이었다.


”쿠오오오오!“

”큽“


그렇게 몇 번의 공격을 피해내자 분노를 참지 못한 오우거가 다시 한번 포효성을 내질렀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것이 오우거의 눈이 붉게 물들고 근육이 팽챙했다.

러시는 몰랐지만, 마경의 기사들은 잘 알고 있는 몬스터의 광폭화와 상급 몬스터만이 부린다는 피어(Fear)라는 현상이었다.


‘이건 좀 위험한데’


역시 마경은 명불허전인가.

러시는 더 지켜보는 것을 포기하고 응전을 준비했다.


오우거는 간교한 지능을 가진 몬스터였다.

지금까지 공격을 간단히 피해낸 후 응전을 준비하는 러시를 보며 쉬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 한 듯, 아까처럼 무작정 덤벼들지 않았다.


”러시! 멍청한 새끼야! 도망쳐!“


그때, 도망친 줄 알았던 러너가 외쳤다.

본능에 이끌리는 오우거는 순간 러시를 향한 집중을 잃고 러너를 쳐다봤다.

그 찰나, 러시를 향하던 피어가 일순 약해짐을 느꼈다.

그 기색을 알아차린 러너였다.

조금만 더 도발한다면, 러시가 도망갈 틈을 만들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니 새끼를 죽인건 나다, 이 새끼야!“

”크륵?“


러너의 말을 알아들었음인가.

오우거가 의식을 러너에게 집중했다.

이제 저 오우거를 달고 도망치다가 따돌리기만 하면 된다.

확률은 반반.

해볼 만한 도박이다.


그때, 러시가 오우거를 향해 기수식을 취했다.

저 멍청한 녀석은 자신이 돌아와서 시간을 끌어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함이 분명했다.


”지랄하지 말고 도망가라고 애송이 새끼야!“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러시는 이름 그대로 오우거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 우웅


녹슬고 날이 빠진 러시의 검에 오러가 응집됐다.

동물의 가죽조차 베기 힘들어보이던 검은, 순식간에 강철도 베어버릴 예기를 머금었다.


아주 잠시 집중력을 잃었을 뿐, 러시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은 오우거가 그런 러시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쾅!


어지간한 사람 크기만 한 몽둥이와 검이 부딪혔다.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러너의 눈에 보인 것은 멀쩡한 검과, 몽둥이가 휘둘러진 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러시였다.


-탓


튕겨나간 것이 아니었다. 오우거의 힘을 그대로 활용하여 방향을 비튼 러시는 땅을 딛고 다시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쾅!

-탓

-쾅!


몇 번 더 그런 광경이 반복되었다.

말이 반복이지 너무 찰나와 같은 움직임이어서 눈을 깜빡일 새도 없었다.

그리고 깜빡이지 못한 눈으로 러너는 러시의 오러가 점점 더 선명해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우웅


그리고 러너의 귀에 선명하게 검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말로는 들어봤다. 검명. 그 자체가 국가 자원으로 분류되는 오러 기사들 중에서도 상급에 이른 존재들이 행할 수 있다는 이적.


-서걱


그리고 검명은 단순한 멋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충돌을 부정하듯 러시의 검에 오우거의 몽둥이가 베어졌다.


자신의 몽둥이가 베어질 것을 예상치 못한 오우거의 몸이 순간 불균형으로 기우뚱 하고, 러시는 자신이 무조건 몽둥이를 벨 것을 확신 한 듯 검을 비틀었다.


-푸욱


질긴 오우거의 가죽을 종잇장처럼 뚫고 러시의 검이 오우거의 목을 파고들었다.


”크륵...크르륵...“


-쿵


목이 뚫려 비명조자 치르지 못한 오우거가 무릎을 꿇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새끼 우오거의 시선이 있었다.


러시의 오우거를 내려다봤다.

미안한 마음은 버려야했다. 이곳은 죽이지 않는 않으면 죽는 마경.

오늘부터는 이곳을 살아가야 했으니까.


그런 센치한 감정도 오래 가지 못했다.


”너...뭐냐?“


입을 떡 벌리고 러시를 쳐다보는 러너가 있었다.


”애송입니다.“


자신을 구하러 왔음을 아는 러시가 러너를 보며 웃어보였다.




항상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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