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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상고사(上古史)

상고사(上古史)

 

 

1.

천하라는 말은 있으나 천하가 없고

사방이 비어 동서남북을 모르겠으니

이를 채워 넣음이 나의 뜻이로다

얻는 것은 곧 잃는 다는 뜻이나

잃는 것을 두려워하면 무엇도 얻을 수 없으니

죽음이 두렵다고 세상에 나오기를 꺼려하지 말라

 

2.

대나무가 여기저기 솟아 사람들은 너도나도 낫을 들고 대숲으로 향합니다

곧 저 대나무의 끝이 붉게 변하겠지요 어머니

하지만 저는 저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희 고을에서 관에 끌려가 맞아 죽은 이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들이 왜 죽었는지 아십니까

옆 동리에는 세상에 나온 지 일 년도 안 된 아이가 굶어서 죽었답니다

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아십니까

어머니 저는 너무나 무섭습니다 저들도 무섭고

궐에 있는 임금도 대신 내관 심지어 무수리까지도

저들이 죽창을 드는 것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살아남는 법임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먹을 것이 떨어지면 저들처럼

낫을 들고 대숲으로 향하겠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 장면을

눈을 감지 않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돌아가 어머님을 뵈올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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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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