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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 novel


[시] 유산 1

유산 1

 

 

아버지의 내려앉은 뼈 꼭대기에는

해골바가지가 얹혀 있다

해골에는 반평생 앓아온 치통이 새겨져,

살점을 발라내는 이()가 시렸다

 

손에 묻은 양념을 대충 휴지에 닦고

뼈를 집어 비닐봉지에 넣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알을 낳고 있다

아버지의 입에 있는 것은

자기 아들의 뼈일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이가 아프다는 핑계로

차마 닭을 먹지 않았다

밤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골골 앓는 소리를 내며

더위에 잠을 설쳤다

 

어머니가 낳는 것은

아버지의 알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아침마다 울거나

밤마다 알을 낳거나

누군가의 앞에 뼈가 내려앉아

해골과 함께 쌓일 것이다

삼계탕이든 치킨이든

복날 더위에 뼈가 쌓인다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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