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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생가의 서재

돌아온 패황의 현대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수생가
작품등록일 :
2021.05.05 17:56
최근연재일 :
2021.05.19 22: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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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1
추천수 :
131
글자수 :
11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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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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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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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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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2화 : 맛없는 패황의 음식

DUMMY

<2화>



수연이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아기와의 만남을 마친 뒤, 금지(禁地)에 있는 수연이의 거처로 같이 갔다.


퀴퀴한 냄새. 좁디좁은 집. 겨우 천막 비스무리한 것으로 겨우 바람이나 막을까 싶은 열악한 환경. 바닥에는 겨우 이불 3장과 구석에는 라면과 기저귀, 물티슈와 불쏘시개로 추정되는 것과 마른 나무. 분유와 젖병, 생수통 여러 개. 각종 애기 용품.


수연이를 돌아봤다. 다 찢어진 옷. 때가 타서 검게 물든 옷. 씻지 못한 듯 지저분한 모습. 자신은 라면만 먹으며 버티고, 모두 아기를 위해 쏟아 부은 모습.

율은 순간 울컥했다.


‘나는 황궁에서 온갖 사치를 부렸는데.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시간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지만, 그랬으면 안됐다. 물론 전쟁의 지친 몸을 휴식하던 것에 불과했지만, 수연은 그 시간마저도 고통 받고 살았다.


머리가 차게 식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엇인가 속에서 막 솟구쳐 올라왔다. 자신이 역겨웠다.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 하나만 하던 자신이. 휴식을 취했다?

아니, 그랬으면 안됐다. 그 시간에 적의 목을 하나라도 더 따야했다.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며 살아온 자신의 여자 친구와 아기를 두고 자신은 황궁에서 휴식이라는 것을 취했다니.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죽을 것만 같았다.


상태를 눈치 채고 말을 걸어온 수연이가 아니었다면.


“오빠···괜찮아? 에헤헤···조금 그렇···지?”


자신이 사는 모습, 아기와 같이 사는 곳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말을 흐리면서 율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수연의 모습에 더욱 울분이 솟구쳤다.

눈물이 흘렀다. 감정이 메말라, 지난 10년간 흐르지 않았던.


“오, 오빠···? 미, 미안해. 너무 열악하지···. 나도 아기를 잘 키우고 싶었-”


그저 말없이 껴안았다. 그녀를 끌어안은 채 그저 눈물을 흘렸다.

정말 미안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향해 사랑을 주었고, 믿음을 주었고, 마음까지 준 그녀를 이렇게 만들다니. 세상에 태어나 아빠의 존재도 모른 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아기에게도.


동시에 더더욱 분노가 솟구쳤다.


‘반드시··· 반드시 날 불러온 새끼의 사지를 찢어버릴 것이다.'


“오, 오빠 미안하다구···.”


여전히 자신의 잘못인 줄 아는 수연을 보며 더더욱 울분과 분노가 샘솟았다.

그녀를 껴안은 채 속삭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빨리 돌아 왔어야 했는데.”


율은 계속 미안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수연은 율을 보며 당황했다.


“오, 오빠··· 왜 그래···. 돌아왔으면 된 거잖아···. 그만 울어. 제발 그만 울어···. 흐윽···.”


결국 그녀도 눈물샘이 터졌다. 둘의 흐느낌을 들었을까. 잠에서 깬 아기도 울고 있는 둘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금지(禁地)의 한 작은 천막집에 눈물바다가 지나갔다.



***



하룻밤이 지났다.


어젯밤, 율은 불, 물, 땅, 바람, 빛, 어둠의 정령왕을 불러내서 집을 짓고 나름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 빛의 정령왕으로 은은한 불빛을 만들고, 어둠의 정령왕으로 아기의 꿈자리를 편하게 만들었다.


율과 수연은 밤새 담소를 나누었다. 율의 지난 10년간 있었던 일, 소연의 지난 2년간 있었던 일. 둘은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땅의 정령왕이 만든 푹신한 흙침대에다가 적당한 습도, 선선한 바람. 바캉스라도 온 느낌이었다.


수연은 지난 2년간 생활이 급격하게 어려워져 결국 이 구역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 같았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가 지급되기는 했지만, 언젠가부터 반 토막 난 채로 지급이 되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인데 생활비까지 줄어드니 정말 막막하던 참이라고 한다.


‘냄새가 나는데.’


갑자기 줄어들 리가 없잖은가. 율은 분명 누군가 빼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차피 지금은 자신이 있지 않은가. 자신이 모든 것을 해줄 것이다. 이 세상 누구보다. 아니, 모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도록.


“수연아.”

“응, 오빠.”


수연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율의 눈에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삼자가 봐도 객관적으로 아름다운 그녀였다.


“행복하게 해줄게. 결혼하자.”


갑작스러운 말에 놀란 그녀였지만, 이내 그녀의 눈꼬리에 이슬이 맺혔다. 그녀가 파르르 떨면서 답했다.


“응···오빠. 잘 부탁해요.”


그렇게 아직은 말 뿐인 프러포즈를 하고 사랑을 나누며 잠들었다.



***



율이 눈부신 햇볕에 잠에서 깨어났다. 개운했다. 이렇게 개운한 기분이 얼마만일까.

옆을 돌아봤다. 햇볕이 들어 빛나는 그녀가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둘은 해가 뜰 때까지 담소를 나눈 뒤, 사랑을 속삭이며 잠이 들었었다.


‘지금이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둘 다 스마트폰이나 시계가 없다. 해시계라도 만들어 확인해야 할 판. 귀에 아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꺄! 깜까미! 깜까미! 꺄르륵!”


시선을 돌렸더니 어둠의 정령왕이 아기에게 잡혀있었다. 다른 정령왕들은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무엇이 두려운지 벌벌 떨어가면서.

율이 깨어난 것을 발견한 불의 정령왕이 재빨리 다가왔다.


[주, 주인 제발 살려줘. 내, 내가 하라는 건 다할게! 제, 제발 저 아이만 안 만나게 해줘!]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율은 편하게 리트라고 부른다.

리트의 말을 듣고서 대충 상황파악이 되었다.


‘내 딸에게 시달렸나 보네. 내 딸이 좋다면 다 해줘야지.’


율은 그렇게 생각하며 리트의 부탁을 거절했다.


“안 돼, 돌아가.”


그런 율의 말에 리트가 분개했다.


[주인! 해도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아무리 정령계를 구해줬다지만! 이건 아니지! 나 파업할거야!]


‘파업이라는 말은 어디서 주워들은 거야.’


율은 그런 리트의 반발은 듣지 않겠다는 듯. 리트와 연결된 푸른 줄을 튕겼다.


띠링 ~


청아한 소리가 나며 리트가 굴렀다.


[아악! 아아아악!]


다른 정령왕인 실이 다가와서 재빨리 말렸다.


[주, 주인! 리트 머저리인 거 알잖아! 한 번만 봐줘!]


그런 실의 부탁에 아직 떨고 있는 푸른 줄을 진정시켰다.

그제야 리트가 진정이 되었다.


[헉헉··· 주인··· 진짜 너무하다.]


리트의 말에 율은 그저 손을 다시 올렸고, 리트는 황급하게 아기를 돌보러 갔다.


피식 -


그런 모습에 살짝 웃던 율은 이내 아기를 돌아봤다.

때마침 아기도 율을 돌아봤다.


서로의 눈이 허공에서 얽혔다.


눈이 마주친 아기가 웃으며 말했다.


“뺘뺘-!”

“윽-”


율은 심장을 움켜쥐었다. 치명적인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었다.

그 광경을 보던 리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내비치고 있었다.



***



리트가 벽에 묶여있었다.

팔과 다리는 그저 식물의 줄기에 묶인 채.

물론 리트가 마음만 먹으면 태워서 탈출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앞의 율을 보면 그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 악마···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짓을···.’


율은 그저 손을 허공에 들고 있을 뿐이지만, 리트에게는 저것보다 무서운 것이 없었다.

오죽 무서웠으면 모든 종족이 참전한 ‘종족전쟁‘에서도 율의 말에 따라 최선봉장에 섰을까.


율의 이명인 기(氣)의 지배자라는 말이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다. 기(氣)라고 범주가 작다고 생각할 순 없다.


단순히 오러나 마나 이런 것뿐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생명의 근간인 선천지기. 정령의 근간이자 자연의 기운인 정기. 영초(靈草)들을 이루는 영기. 마족의 근원인 마기. 천족의 근원인 천기. 죽음의 기운인 사기, 여기에다가 오러와 마나 등 여러 기운들까지 범주가 매우 넓다.


그러면 사실상 대적할 자가 없는 게 아닌가? 그건 또 아니다. 아직 신적인 존재는 만나보지도 못했고, 기(氣)도 적절하지 못한 곳에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남의 기운을 지배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압도적인 경지의 차이에나 있을 때 가능한 법. 경지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거나, 같은 급이면 죽을힘을 다해야 지배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가려면 일단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만든 기술이 구현술(俱現術)이다.


자신의 상상력과 경험을 토대로, 기운으로 형상을 만들고, 형상이 지닌 힘의 근원이 되는 기운을 집어넣는다. 구현된 것이 마족이면 마기, 천족이면 천기, 드래곤이면 마나. 이 구현술로 대규모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대륙을 제패한 것이 율이다.


또 기(氣)의 지배자라는 이명의 능력 중 다른 하나는 일정 범위 안의 존재를 떠올리면 푸른 줄과 붉은 줄이 나타난다. 푸른 줄은 상대의 힘의 근원과 관련된 것. 붉은 줄은 상대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것.

상대의 수준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 줄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존재의 생사가 갈리게 된다.


리트는 두 줄 모두 보였다. 정기(正氣)를 쉽게 다룰 수 있는 율이었기에 강제로 계약했더니 보였다. 주종관계라면 상대의 경지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듯하다.


아무튼 현재 리트가 왜 묶여있나하면. 율이 아기에게 꼼짝 못하는 것을 보며 그것이 율을 제어할 방도라고 여겼는지 아기에게 이상한 것을 가르쳤기 때문.


‘아빠 싫어요! 라던지, 리트 괴롭히지 마! 라던지’


물론 발음도 되지 않고 이제 겨우 “뺘“ 나 ”깜까미!“정도밖에 못하는 아기한테 단문을 가르치려한 리트가 얼마나 머저리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된 율이었다.



***



오수연이 깨어났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서, 설마! 꿈은 아니겠지?’


다행히도 아기와 불타고 있는 무언가와 율이 보였다.


‘다행이다···.’


깨어났는데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어떡하나 생각하며 밤을 새운 뒤에도 잠에 잘 들지 못했었다.


“정말···돌아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율이 와선 미소를 지었다.


“밥 먹어.”



***



“오, 오빠···? 이게 다 뭐야···?”


수연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상다리 부러질 듯한 한 상차림이었다.


율은 그저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이기 위해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곳을 데려갈까 하려다가, 자신이 차려주기로 하였다.


‘헤어지기 전에는 자주 해줬지.’


이 세계로 떨어지기 전에는 식사 담당이었던 율. 그는 오랜만에 밥을 해 줄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벅찼다.

그래서 아기를 데리고 수연이 일어나기 전에 식재료를 사왔다. 동네 슈퍼 같은 곳이 하나 있는데 이계에서 가져온 적당한 크기의 금을 주니 싹 쓸어주었다. 그래도 규모가 작은 슈퍼라 고기는 안 팔기에 햄과 소시지로 부대찌개를 끓였다.


고기가 빠져 맛이 부족하긴 하지만. 라면사리도 넣고 하다 보니 나름 풍족해졌다. 이세계에서 유리에게 요리도 배운 율이다. 식재료가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나물을 사와 데치고, 무치고, 버무리고선, X팸을 굽고, 계란 후라이를 만들고, 두부부침을 만들고 두부를 다지고 베이컨으로 감싼 뒤 굽고, 돌 자반과 김치를 준비했다.


‘나름 괜찮지 않나?’


조합이 이상한 밥상이긴 하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게 아닌가? 수연의 모습만 봐도 감동한 모습이 아닌가.


“맛있게 먹어.”


미소를 지으며 먹으라고 권유하는 율이었다.


그에 수연은


“오빠·····우, 우리 시켜먹자···.”

'?'

“어···왜? 배달음식 먹고 싶어졌어?”

“으, 으응···.”

“그래? 그럼 치우지. 실, 이거 치워줘”

[예이 예이.]


그렇게 열심히 차린 상을 단지, 수연이 배달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치운 율은 배달을 시키려 했으나 배달을 시킬 방도가 없어 근처에서 사오기로 했다.

율이 떠나간 뒤, 수연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어, 어떻게 말해···.”


그동안 율의 음식은 맛이 없었다.


“못 먹겠다고···.”


정말로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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