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생가의 서재

돌아온 패황의 현대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수생가
작품등록일 :
2021.05.05 17:56
최근연재일 :
2021.05.19 22:0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8,543
추천수 :
131
글자수 :
113,320

작성
21.05.06 07:13
조회
758
추천
11
글자
11쪽

제1화 : 재회

DUMMY

<1화>



향긋한 풀내음이 나를 반겼다.

높은 고층 건물들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에 보는 지구의 사람들이 나를 반겼다.


“누구냐!”

“인간의 모습을 한 몬스터 같습니다!”

“도플갱어가 다시 나타난 것인가? 제길!”


하지만 상황은 나를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된 걸까.



***



5분전


허공에 균열이 생겼다.

아주 작은.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법한. 그런 작은 균열.


그 균열 속에서 한 사내가 나왔다.


날렵한 눈매, 날카로운 턱선, 높은 콧대, 은백색의 머리. 복장은 영락없이 현대지구의 복장이었다.


‘패황 소 율’


그가 10년간의 이계 정벌을 끝내고 돌아왔다.

그렇게 잠시 지구의 냄새를 맡다가 여자 친구를 찾으러 가려던 찰나.

3명의 인간이 날아왔다.


‘사람이 날아왔다고? 뭐지, 지구가 아닌가? 설마 지구에도 무슨 일이 생겼나?’


율은 이계로 떨어지기 전에는 소설을 즐겨 읽었다. 특히 판타지 소설. 덕분에 이계에서도 살아남았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이 상황도 어느 정도 예상은 갔다. 누군가 이계로 떨어지면 지구에는 격변이 일어나는 게 흔한 클리셰가 아니던가. 다만 바라지는 않던 세상이므로 걱정이 앞섰다.


‘수연이는? 수연이는 어떻게 된 거지? 아니 그보다 지금 몇 년도지?’


그렇게 율이 여자 친구에 대한 걱정을 하던 중 다가온 세 명이 율을 포위했다.

하나같이 “꼼짝 마라!”라고 하면서.



***



율은 현재 상황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짜증도 나기 시작했다. 한시가 바쁜데 이것들이 누구의 앞길을 막는 건가?


율이 은백색의 기(氣)를 뿜어냈다. 뿜어 나온 기(氣)가 세 명을 감쌌고, 세 명의 안색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율이 그 중 한명에게 물었다.


“지금이 몇 년도냐.”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율이 대답을 하지 않는 사내를 보며 재차 물었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물었다.”


패황으로 군림한 율의 기백이 사내를 덮쳤다. 안 그래도 기절하기 일보직전이던 사내는 결국 정신을 잃었다. 쓰러지던 사내에게서 익숙한 물건이 나왔다.


‘스마트폰.’


이계로 떨어지기 전 샐러리맨에게는 필수인 물품. 이계로 떨어질 때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아 가져가지도 못했다.


‘거기서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지만.’


율은 오랜만에 보는 스마트폰에서 새삼 그리움을 느꼈다. 아무튼 스마트폰을 주워 몇 년도인지를 확인했다.


‘2025년’


율이 이계로 떨어진 것은 2023년 이계에서 구르던 10년에 비하면 2년밖에 안 흘렀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될까.’


시간이 정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렀다면 어떻게든 다시 방법을 찾아 과거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날 불러낸 새끼를 찾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2년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 범주에 있던 시간대라 참 다행이라고 느꼈다.


‘아이가 태어났겠네. 딸일까, 아들일까. 그보다 수연이는 무사할까.’


그렇게 대충 스마트폰을 사내에게 던져준 뒤 기운을 풀어준 뒤 자리에서 떠났다.

율이 떠나고 난 뒤 정신을 차린 사내들은


“···뭐였지.”

“···선배, 저게 정말 도플갱어일까요···”

“일단 보고부터 하자.”



***



자리에서 사라진 율은 현재 대전의 허공에 있었다. 무협 소설에 나오는 허공답보나 능공허도 이런 것은 아니다.


율은 기(氣)의 지배자. 기운이라는 범위에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었다. 인과율도 어느 정도 제한이 있지만 비틀 수는 있었다.


기운 중에 정기(正氣)라고 있다. 다른 말로는 진기라고도 부르는 이 기운은 자연의 기운이다. 덕분에 정령들을 모두 지배할 수 있었다. 그것도 정령군주라고 불리는 정령왕들로.


지금은 바람의 정령왕을 불러 허공에 바람으로 만든 바닥을 놓고 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지금 하려는 행동은 수연이의 기운 탐지.


기운을 펼쳤다. 율이 살던 곳은 충청남도 대전광역시. 여자 친구도 같이 대전에서 동거하고 살았다. 원래 살던 곳으로 가봤지만, 이미 폐허가 된 채였다. 불안해졌다.


‘제발, 제발제발! 수연아!’


율은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기운을 더 넓게 펼쳤다. 기운에 닿는 모든 정보가 들어온다. 머리가 빠르게 뜨거워졌다. 과도한 용량의 정보. 최대한 필요 없는 정보를 흘리고, 제거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탐색했다.


대전지역 범위의 수색은 다 끝나가는데 수연이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가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수, 수연아? 아니지? 아니지···? 제발···.’


대전의 끝까지 기운이 닿을려던 찰나!

희미하지만 수연이의 기운과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수연아!’


율은 반색을 하며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사라졌다.

물론 힘든 건 바람의 정령왕인 ‘실’이었다.



***



콰앙 - !


대전 외곽지역의 금지구역.

몬스터들을 막는 방벽 밖의 구역으로 이미 몬스터들에게 인간의 보금자리가 넘어간 곳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폭등하고 덩달아 집값이 오르고. 돈이 없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매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는 곳이다.


지금도 한, 아니 두 생명이 위협받고 있었다.

한 여자와 그녀 품에 안겨있는 아기. 그 둘을 보며 탐욕을 드러내며 달려오는 오크.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오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자가 아기를 안고 도망치다 결국 넘어지며 다리가 삐었다.

오크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오크가 거대한 손아귀를 뻗었다.

여성이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아가야···미안해···. 내가 못나서···.’


오크의 손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오빠···도와줘···’


그 순간이었다.


“수연아!!!!!!!!”


콰앙 - !


여성이 눈을 떴더니 오크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2년 만에 보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가 있었다.


그녀는 그저 눈물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오빠아!!!”



***



뛰었다. 계속 뛰었다. 분명 기운이 미약해지고 있었다.

기운이 약해진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로는 삶을 포기해야 할 순간일 때.

두 번째는 생명이 위험할 때.

수연이의 기운으로 추정되는 기운이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었다.


‘씨발! 텔레포트를 배워뒀으면! 실! 더 빨리 좀 해봐!’


율의 의념에 실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런 실의 말에 율은 분개하며 협박했다.


‘수연이가 어떻게 되기라도 하면 내 모든 것을 걸고 모든 세상을 부술 거다. 각오해라.’


지난 10년간 율의 성정을 가까이서 봐온 실은 그가 진심인 것을 깨달았다.


[아오. 주인 잘못 만나서 이게 뭔 고생이야. 하아··· 정령아이들아. 이 언니가 한 목숨 희생할테니 이 언니를 기억해주렴.]


그렇게 자신의 목숨으로 정령계를 구하기 위해. 아니, 이 모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실은 자신의 원기를 불사르기 시작했다.

정령들을 이루는 근간인 원기. 원기를 불사르니 한계였던 속도가 더욱 더 빨라졌다.


소닉붐이 일어났다. 주변이 뒤집어졌다. 하지만 그런 것은 추호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외곽의 금지구역에 도달했다.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서 보이는 것은. 한 오크가 탐욕스럽게 한 여인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수연아!!!!!!!!”


그대로 오크를 향해 은백색의 기(氣)로 이루어진 권(拳)을 날렸다.


콰앙 - !


그렇게 오크를 날린 뒤, 시선을 돌렸고,

지난 10년간. 한 번도 잊은 순간이 없던. 율 인생의 전부. 지옥 같은 곳에서 지구로 돌아오고자 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대로 달려가 그녀를 껴안았다.



***



“흐윽···흑···정말 오빠 맞는 거지···?”

“응, 그래 나야. 소 율.”

“흐아앙···어디 갔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렇게 둘은 서로 껴안고 흐느끼기만 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누구에게는 2년만, 누구에게는 10년만의 기쁨의 재회를 나누고 있었으나, 그것을 깨는 이가 있었으니.


[주인···주인은 나쁘고 성질도 더럽고, 무엇보다 강제로 계약해서 나를 노예처럼 부렸지만, 결국에는 우리를 구해줬지. 이 한 목숨 바쳤지만, 아깝지는 않네. 그렇게 보고싶던 여인이랑 행복하게 살아. 즐거웠어.]


실이 둘의 재회를 깼다. 원기를 불살라 제때의 타이밍을 맞춰준 실은 원기를 태운 대가로 소멸을 하기 전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수연은 얼떨떨하게 있었으나, 율은 피식 웃으며 기(氣)를 실에게 주입하기 시작하였다.


율의 은백색의 기운이 실에게 들어갔고, 율은 그 기운을 원기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서히 소멸되어가던 실의 형체가 다시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헤헤. 믿고 있었다구.]


다시 자신의 원기를 채워줄 것이라고 알고 있던 실은 그저 웃으며 정령계로 돌아갔다. 그러나 존재의 생명 근간을 채우는 것은 인과율을 비트는 일. 율에게 페널티가 주어졌다.


“윽···”

“오, 오빠 왜 그래?”


갑자기 신음을 내는 율이 걱정되는 그녀였다. 이제야 만났는데. 이제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왜 갑자기 아픈 소리를 내는 걸까.


“아 내 머리카락 3가닥.”

“?”

“페널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차라리 힘을 줄이지.”

“오빠···?”


인과율을 비트는 일의 대가로 머리카락 3가닥을 내놓고선 불평하는 율이었다.


“응? 아 괜찮아. 그보다 이 아이가 우리 아이야?”


율이 수연의 품속에 안겨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를 보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웃으며 아기를 보여주는 수연이었다.


“응. 어때? 귀엽지? 여자아이야.”


수연의 말에 아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연. 정말 귀여웠다. 사랑스러웠다.


말랑말랑한 애기 피부. 율의 손가락 두 마디는 될까싶은 작은 앙증맞은 손.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마치 아기천사인 것 같았다.

아 물론, 율은 아기천사를 직접 본 적 있다. 확실히 아기천사라는 수식어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때 곤히 잠들어 있던 아기가 눈을 떴다.

눈을 뜬 아기가 가만히 율을 응시했다.

율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 아이가. 그토록 바라던. 나의 아이.’


살이 찢어져도, 내장이 빠져나와도, 팔과 다리가 잘려도 죽지 않던 율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정신력으로 모든 고통과 아픔을 인내했다.

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죽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가만히 율을 응시하던 아기가 짧은 팔을 뻗었다.

율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손을 뻗었다.

아기가 앙증맞은 손으로 율의 손가락을 잡았다.

율의 손가락 두 마디도 다 못 잡는 아기.

율의 손가락을 잡은 아기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


“뺘-”라고.


이때 율의 영혼에 한 가지 각인이 되었다.


- 내 가족을 건드리는 존재는 관련된 존재까지 모두 소멸시킨다.


훗날 지구의 패황이라 불리는 서사의 시발점이었다.




선호작, 추천,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5/10 어색한 부분 수정 완료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돌아온 패황의 현대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2 21.05.22 90 0 -
공지 [필독] 안녕하세요 수생가입니다. +4 21.05.15 62 0 -
공지 [5/14](상시 추가) 인물 이미지 21.05.09 104 0 -
공지 5/10 18:23 경 수정완료. 21.05.06 115 0 -
19 제18화 : 갑질(1) +2 21.05.19 174 5 12쪽
18 제17화 : 보은(2) 21.05.18 190 2 14쪽
17 제16화 : 보은(1)(수정) 21.05.14 232 3 15쪽
16 제15화 : 폭식의 대공 늑돌이 21.05.13 254 4 12쪽
15 제14화 : 대오각성(大悟覺醒) +4 21.05.12 318 7 13쪽
14 제13화 : 발각 +2 21.05.11 335 4 16쪽
13 제12화 : 진짜 나한테 왜 그러는데 +2 21.05.10 365 5 13쪽
12 제11화 : 호구는 호구다 21.05.10 369 5 14쪽
11 제10화 : 나 소름 돋았어 21.05.09 363 5 12쪽
10 제9화 : 황제의 과거 +2 21.05.09 411 5 16쪽
9 제8화 : 나텔 루 윌렉 +2 21.05.09 434 8 13쪽
8 제7화 : 그는 신이야! 21.05.08 477 6 16쪽
7 제6화 : 아동학대 21.05.08 552 8 13쪽
6 제5화 : 그렐름 21.05.08 560 10 14쪽
5 제4화 : 집 장만(수정) 21.05.07 583 10 18쪽
4 제3화 : 소연 +2 21.05.06 633 10 10쪽
3 제2화 : 맛없는 패황의 음식 21.05.06 688 10 13쪽
» 제1화 : 재회 21.05.06 759 11 11쪽
1 프롤로그 : 지구로 +5 21.05.05 826 13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