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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니밍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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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paris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에픽하이의 paris를 들으면서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술에 취해 숨소리조차 차가워졌을 때,

어둠 속에서 귓속에 속삭이는 그대 ㅡ,

너와 나는, 운명이었다.




paris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서세하."

"너무 그렇게 세모눈뜨지말고 보지마시게. 딱 한번-! 딱 한번이라니까!!"

 


팔짱을 끼고서 세하의 앞길을 막고있던 인수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여기 천계의 , 제 2 황자이며 곧 자신과 혼인하게 될 세하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인수는 머리가 아파와 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인간계에 놀러가겠다니ㅡ! 전 옥황상제의 딸이었던 아명공주가 약 300년 전 쯤 인간계에 내려갔다 엄한 일을 당한 이후로, 상제는 인간계에 내려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인간계를 염탐하기위해 이따금씩 내려가는 계절장군들에게도 몇백년이고 훈련을 시켜 능력을 인정받은 대장군들만이 허락되곤 했다.  

 

 

 

 

"절대 안된다. ....아명공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거냐."

"에이, 난 아명공주와는 다르네. 혹-, "

"......?"

"이 서세하가, 인간계의 사내와 눈이라도 맞을까봐 그게 두려운 건가?"

 

 

 

 

정답인것같군. 움찔하고 움직이는 인수의 눈썹에 용하는 훗 하고 웃으며 제 앞을 가로막은 인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니 당장 접게. 나 서세하, 이 천계의 제 2의 황자이며, 동장군을 맡고있는 자네의 내자가 될 사람이 아닌가."

 

 

 

 

세하는 결국 인수를 지나쳐 인간세계로 통하는 호수, 그 반짝반짝 흔들리는 물가에 참방 하고 조심스레 발을 담갔다. 그러자 등 뒤에 인수가 제 몸에 하늘하늘 거리는 무언가를 덮어주었다.

 

 

 

 

"아아, 잊을뻔했군. 고맙네."

".....이것이 없으면 자네는 돌아오지 못하네. 잃어버리지말고 놀다오게."

 

 

 

 

세하는 싱긋 웃어보이고는 다시 천천히 물가로 들어갔다. 호수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발밑에만 차있던 물이 점점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머리카락 끝까지 물 속으로 들어간 후에야 세하는 감은 눈을 떴다. 하얗고 몽실거리는 듯한 기운이 신비롭게 제 몸을 감싸안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숨이 막혀왔다. 결국 세하는 막히는 숨을 참지못하고 물 밖으로 머리를 내놓았다.

 

 

 

"푸핫ㅡ,"

 

 

 

그러나 그곳은 이미 천계가 아니었다. 그리고, 

 

 

 

 

 

"........?!"

 

 

 

 

 

그곳에서 그들의 운명적 만남은 시작되었다.  

 

 

 

 

 

 

*

 

 

 

 

 

 

 

 

하얀 비단옷이 물에 젖어 힐끔힐끔 보이는 젖은 몸과 흑색 머리칼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 그리고 달빛이라는 조명까지 합세해 그를 인간으로 보이지않게했다. 그를 본 순간 신혁은 선녀다ㅡ,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눈에 반했다, 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세하도 마찬가지였다. 구릿빛 피부에, 아무렇게 난 수염까지 분명 제 스타일은 아니였다. 그러나 찌릿찌릿한 무언가가 그 둘 사이에 존재했다. 운명.  그리고 그것이 운명이라는 믿음.

 

신혁은 저도 모르게 물에 젖어 붉은 그 입술에 키스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홀린듯 그는 점점 세하에게로 다가갔다. 세하의 눈동자는 흔들리고있었다. 인간과 눈이 맞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자신있게 인수에게 말하던 제 말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다가오는 신혁의 입술을 밀쳐낼 생각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천천히 다가와 애가 탈 지경이었다. 결국 세하는 신혁의 목에 제 팔을 감아 제 쪽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신혁의 혀가 밀려오는 파도처럼 부드럽게 세하의 입술을 탐해왔다. 이유없는 갈증ㅡ, 그 갈증은 더욱 더 서로를 끌어당겼다. 

 

 

 

만나서는 안될, 안되었던, 운명의 사람. 

 

 

 

 

 

 

 

*

 

 

 

 

 

 

 

욕망과 욕정으로만 물들었던 기나긴 밤이 끝나고 나서야, 신혁은 물어왔다. 너 누구냐. 나지막히 묻는 그 음성이 세하는 대답없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말한다해도 믿지않을거라 생각했다. 다만 제 손에 들린 하늘거리는 날개옷만 조용히 등 뒤로 감추었다. 

 

 

 

 

 

 

 

*

 

 

 

 

 

 

사랑과 집착은 같은 말이었다. 눈 앞에서 불타오르는 사랑에 세하는 천계를 잊어버렸다. 세하의 정체를 알고 나서 그의 날개옷을 몰래 붙태우던 신혁을 지켜보고있었으면서도 그것을 말리지않았다. 그저 등 뒤로 몰래 다가가 뭐 태워? 하고 웃으면서 말했을뿐이었다. 사실은 자신도 그것을 바랬기 때문에. 자신을 얽매고 있던 날개옷이라는 천계로 돌아갈 구실조차 이제 없애고싶다고, 라는 해선 안되는 생각까지도 해버렸다. 평생 신혁과 살고싶다, 그리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며 잘못된 만남이었다.

 

 

 

 

 

 

 

 

 인간계에 거주할 집이 없었지만 신혁의 자취방에서 머물면 되었고, 음식이나 옷들도 모두 신혁이 해결해주었다. 그저 낮이던 밤이던 상관없이 그와 사랑만 나누면 되었다.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영원한 행복따윈 없었다.


 그것은 불의의 사고였다. 갑작스레 내린 폭설로 눈에 미끄러진 버스가 절벽에서 추락했다. 사망자는 단 한명. 신혁이었다.

 

 

 

 

 

 

*

 

 

 

 

 

 

 

 신혁이 죽은 뒤에도 날개옷이 없는 세하는 천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세하를 지켜주던 신혁이 사라지자 인간들의 욕심 같은 사악한 마음들이 독기를 만들어냈다. 그가 있었을때는 느끼지못했던 그 독기가 용하의 숨을 서서히 조여왔다. 그러나 그 독기보다 그의 숨을 막히게 하는것은 사랑하는 그가 곁에 없다는 것이였다. 지금 제게 있는 거라곤 손에 든 소주 한 병이 다였다.

 

 술에 취해 흐릿한 눈동자로 도시의 네온사인이 들어왔다. 아름답게만 보였던 빛은 이제 별 감흥없는 전구로밖에 보이지않았다. 이 도시가 이리 끔찍했던가-, 세하는 한탄했다. 휘청거리는 몸을 한바퀴 빙 돌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썩어빠졌다. 술에 취한 대머리 아저씨들, 여자를 끼고 다니는 젊은 남자들, 검은 정장을 입은 조폭들..  천계보다 더 아름답다고 여겼던 이 도시는 타락의 메카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신혁이 없는 이 도시가, 그랬다. 

 

 

쓰디 쓴 술 한모금을 억지로 또 한번 넘겼다.

 

 

 

 

ㅡ세하야,

 

 

 

 

 나지막히 그의 이름을 불러주던 신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픈 목소리에 세하는 결국 참고있던 눈물을 쏟아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그를 덮쳐왔다. 천계에 있었을떄는 이런 기분을 맛본적은 없었다. 쓰디 쓰고 아프고 아픈ㅡ. 그러나 그것은 제 사랑의 댓가였다.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을 사랑해버린 댓가.

 

세하는 신혁과 함께 살던 그 자취방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걸음이 힘들었다. 그러나 올라갈수록 신혁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해졌다.

 

 

 

 

ㅡ세하야,

 

 

 

 

 정신없이 옥상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참고있던 숨을 골랐다. 다시 한번 신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락한 도시의 네온불빛들이 한 눈에 보였다. 이 곳에서 신혁과 저는 소주잔을 함께 기울였었다. 불빛들이 눈물에 가려 아련히 멀어보였다. 

 

 

 

 

ㅡ행복해져. 

 

 

 

 

"싫어."

 

 

 

 

ㅡ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싫어!!!!!!!"

 

 

 

 

 세하는 비틀거리며 옥상 난간으로 올라갔다.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ㅡ, 도시의 네온불빛들에 휩싸이듯이 세하는 그 품으로 향했다. 신혁이 없는 차가운 세상을 등지고... 하늘을 날듯이, 그렇게 타락했지만 아름다운, 마치 제 사랑과도 같은 도시의 품 속으로 떨어졌다.

 

 

 

 

 

 

믿음. 운명. 사랑. 그 마저도 눈물을 막을 순 없었고, 시간을 멈추진못했다.

 

 

 

 

 

 

 

"서세하!!!!!!!!!!!!!!!!!!!!!!!!!!!!"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눈물을 막지는 못해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시간을 멈추진 못해

술에취해 숨소리조차 차가워 졌을때
어둠속에서 귓속에 속삭이는 그대
나 이제 날아가네 내 꿈속에서 미소와
그대란 작은 날개를 가졌으니...


잊혀진 낙원을 등지고
찢겨진 날개를 숨기고 저
밤거리로 다 버리고
낮선 첫 발걸음도 망설이고
눈이부신 네온 불빛과
불현듯 내게 온 그림자
아무도 모르고
배고프고 가슴이 목을 조르고
황폐한 도시
내 두 손바닥에 큰 못이
이 곳이 타락의 메카
내 사랑이란 죄의 댓가
하늘이 버린 별, 운명도 어긴 걸
그대와 눈뜨고 숨쉬고 싶어
내 날개를 버린 걸...


숨막혀 나 눈이 감겨
이 도시보다 숨이 차서
터져버릴듯한
내 심장을 움켜쥐니 타서
자꾸만 퍼지는 향기로
이성의 날개는 잘리고
검은 달빛을 삼키고
어두운 밤길을 달리고
그 어떤 말도 말고
안고 날아가 어디라도
후회로 갇힌 섬이라도
심장을 도려낼 벌이라도
받아 나 참고 견딜게
바다와 산도 널 위해
가를테니 하늘 땅안에
별이 될때까지 사랑해
[Mithra 眞]
눈이 부신 붉은 태양
지금 너를 향한 내 맘
너무 간절한 너를 택한
내 사랑은 하늘을 배반
하지만 네 품안에 사는 나
땅에 누워 미소 찾는 나
또 다른 차원에 살아가
자라 새 날개로 날아가

따라가리 저 땅 끝까지도
바다가 치는 거친 파도
팔과 다리 날개 꺾인대도
사랑하니까 불멸을 배신했죠
차가웠던 도시도 사막에도 꽃피고
다 등지고 가로등뒤로 너와 내 사랑은 숨쉬고

 


나 이제 날아가네 내 꿈속에서 그대와...
차가운 이세상 다 등지고 날아가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눈물을 막지는 못해
Oh (Faith) Oh Oh Oh (Destiny)
Oh Oh (Love) 시간을 멈추진 못해









팬픽으로 썼던 건데 수정해서 올려봐요.. 노래를 듣고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해서 써본 단편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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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단편 | paris -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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