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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타락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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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16.08.19 22:20
최근연재일 :
2017.06.11 02:51
연재수 :
1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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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63
글자수 :
1,044,756

작성
17.05.1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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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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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
24쪽

<연합군>

.




DUMMY

성황법국의 본대가 아이란스 왕도로 입성하자 피그니는 초조해졌다.

손톱을 깨물며 말을 탄 채로 발을 떤다.

이대로 왕도의 문을 굳게 닫는다면 큰 일이 벌어지고 만다.

“젠장, 폴리 국왕이 죽으면 게임 끝이야! 마도국은 도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왜 늦는 거냐고!”

피그니는 마도국을 질책했다.

행군을 무리해서라도 강행했다면 지금쯤이면 도착해야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늦어! 계산 착오야...!’

최대 도착시간을 생각하고 전투를 치른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휠씬 늦게 도착하는 것이다.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했어! 설마 오스칼마저 발이 묶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오스칼은 이블리스 성기사 20여 명과 대결 중. 그리고 점차 지치고 있었다.

또한, 법황을 호위하는 이블리스 성기사단이 얼마나 더 있을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만약 최악의 경우,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해야 하나?'

마도국이 동맹국을 버리고 성황법국의 수도를 장악하는 방법도 있다. 그 점을 최악으로 생각하던 피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분명 올 거야!'

“버틴다. 어떻게든···!”

그런 피그니에게 깃발을 든 척후병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폐하! 보고입니다!”

피그니의 안색이 밝아졌다.

척후병의 보고라면 딱 한 가지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마도국이 온 것이냐!?”

“네, 앞으로 2시간 안에 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분들께 보내신 서신으로는 ‘최대한 버텨달라’고···.”

“2시간···? 그, 그 정도 쫌이야 괜찮···. 겠지! 왕도에서 수성전으로 한다면 반나절은 버틸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척후병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성황법국의 동맹국이···. 왕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피그니의 눈이 커졌다.

성황법국에 소속된 종속국, 그리고 동맹국가들의 병력 집결.

그들이 왕도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진격 속도로 본다면 짧게는 3시간, 늦게 잡아도 5시간 정도.

그 수는 대략 20만 명 이상.

마도국과 아이란스 왕국, 롬 왕국군이 합쳐도 성황법국의 병력을 막을 수 있을까 말까지만, 그런 성황법국의 병력에 20만 이상의 병력이 더욱 추가 된다?

그것도 사방으로 퍼져서 7개의 군가가 따로 군대를 운영해 오고 있다.

최악... 최악... 최악!

“...미쳤군.”

이건 대참사였다.

실력 있는 정규군으로 구성된 병력.

그것도 하나같이 강력한 왕국과 제국이 손을 잡고 아이란스 왕국의 각 지역에 서 점차 포위하여 좁혀오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의 강행군입니다. 보아하니 이미 준비를 한 상태였나 봅니다. 7개 국가로서 아이란스 왕도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카라이타국 3만, 베니스 왕국 1만5천. 레베토 왕국 2만 7천, 라니아스 제국 7만 5천···. 그 밖에도···.”

피그니는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도대체 그 수 많은 국가가 뭘 믿고 대병력을 동원해 온단 말인가? 그것도 무리한 행군을 하면서까지 아이란스 왕국에 존재하는 타영지를 방치한 채 왕도로···?

정말로 동맹국이라는 명목하에···? 아니면 정말로 신에게 순종을 뜻하기 위해 법황을 따르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피그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그놈들은 신앙이니, 동맹국이니 하는 신념과 충성심 따위는 없어! 오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놈들이야! 도대체 무슨 조건으로···!’

그런 의문 속에서 척후병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피그니의 귓가에 속삭였다.

“또한, 첩보에 의하면 공통적인 사항이 있습니다. 7개국의 왕과 황족들이 말하길, ‘불사를 얻고 싶다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여야 한다’···. 라고.”

“...”

‘...아아···. 이 빌어먹을 놈들!’

피그니는 격분하며 이를 악물었다.

설마 법황이 ‘불사’에 대한 이야기를 타국에게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의 경우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은 왕족과 황족들은 무시하겠지만, 법황의 존재 자체가 '불사'라는 ‘증거’가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왔으며, 그것을 수 많은 동맹국과 종속국들이 보아왔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젊음', '불사'라는 단어에 유혹 되었을 것이고, 그 점을 노린 누군가가 아이란스 왕국을 침공하도록 ‘유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란스는 마법이 발달한 국가야. 그 점 또한 작용했겠지.'

아이란스가 ‘마법의 왕국’이라는 점, 그리고 그곳에 있는 왕비, 아카레알이 법황과 같은 ‘젊음’을 유지해 있다는 점에서 '불사'의 원리가 그곳에 있다는 미끼가 될 수도 있다.

법황은 이점을 이용해 대륙의 통솔력과 지배력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반기를 들었던 왕국들조차 불사라는 유혹에 넘어가 성황법국측에 붙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 아니야! 이건 법황의 생각이 아니야! 법황은 이런 머리를 굴릴 녀석으로 적합하지 않아! 도대체 누구지···? 누구의 생각인 거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따위 짓을 행하고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자가 있는 건가!?’

피그니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니다.

병력을 후퇴하기에도 이미 늦었다.

승리의 방법은 오직 하나.

성황법국의 병력을 5시간 안에 모두 쓸어버리고 용사급의 괴물 집단인 이블리스 성기사들을 해치운 다음 법황을 잡아 공개적으로 단두대에 올려 처형하는 것이다.

피그니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아아, 참으로···. 도박적인 게임이로군.”


* * * *


달빛조차 어느새 먹구름에 스며들며 사라졌다.

하늘에서는 굵은 빗줄기가 떨어져 내렸지만, 하늘로 향하는 타버린 재는 씻겨 내려가지 않았으며, 바닥은 오히려 빗물에 의해 불어난 피로 발목마저 담글 정도로 차올랐다.

병장기 소리는 계속해서 울리며 격렬한 싸움은 계속되었다.

그 속에서 이블리스 성기사 하나는 굳어진 채 뒷걸음질 쳤다.

마른 침을 삼킨 그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피와 빗물이 섞인 진흙탕 속에 이블리스 성기사 수십 명이 쓰러져 있다.

이블리스 성기사는 시선을 들어 올렸다.

오스칼.

롬 왕국의 수호 검이라고 칭해지는 절대 강자!

그가 지금 서 있었다.

다만 그의 몸도 정상이 아니다.

온몸에 창날이 꽂혀 있고 한쪽 눈은 베였다. 손가락도 몇 개가 잘려나가 있음에도 그는 서 있으면서도 쇼트 소드를 놓지 않고 마지막 남은 이블리스 성기사를 노려봤다.

“...어이, 농담이지? 이 녀석···. 혼자서 용사급 20명을 쓰러뜨렸어? 위대한 의식으로 강해진 우리를···? 하...하하!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어!?”

“미친놈들은 네놈들이겠지. 성기사라는 놈들이 명예도 없냐? 한꺼번에 이 노인 하나 죽이겠다고 달려들다니!”

“전쟁에서 그런 걸 따지는 게 이상한 거지! 게다가 우리는 명예 따위는 없어!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야!”

“셀롬 밑에 붙은 놈 답군. 그게 마지막 유언인가 보지···!?”

이블리스 성기사는 질렸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오스칼은 미소를 지은 채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 이제 그만 좀 물러서라. 지금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드니까!’

오스칼로서도 서 있는 게 한계였다.

지금 당장에라도 서 있는 채 기절할지도 모르는 걸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어이, 아직도 안 끝···. 뭐냐? 이 녀석들 다 죽은 거냐?”

“다 죽어가는 노인 하나에 뭐하는 거냐?”

오스칼의 눈 근육이 꿈틀거렸다.

또 다른 이블리스 성기사 7명이 다가온 것이다.

“뭐야···? 아직도 이곳 전쟁도 끝나지 않는다니. 왕도로 입성해 고기 방패가 되어야 할 놈들이 잔뜩 있잖아? 지금 법황 폐하께서 왜 함락시키지 못하냐고 성질이라고.”

“이런 놈들이 강대한 성황법국의 병사라고 칭하다니···! 게다가 네놈도 문제다. 이블리스 성기사라는 놈이 저 다 죽어가는 노인네 하나를 죽이지 못하다니!”

혼자 남았던 이블리스 성기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동료들이 왔으니 이길 자신이 생긴 것이다.

“조, 좋아! 나를 도와! 저놈을 죽여 공을 나눠···!”

말을 하던 이블리스 성기사의 머리가 잘려 허공에 튕겼다.

“뭘 나눠?”

“웃기고 있군. 조금 전까지 도망치려 했던 녀석이...!”

오스칼은 동료조차 죽여버린 이블리스 성기사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물러···. 설 거 같지는 않군.’

“끄응···. 여기서 죽겠구만···! 젠장, 왜 안 오는 거냐? 죽고 나서 토마 녀석을 저주할 테다!”

오스칼은 쇼트 소드를 움켜쥐었다.

피그니는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젠장···. 나도 검 하나 들어보는 건 오랜만이로군. 하지만 이제 내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겠지!”

가죽 장갑으로 검을 움켜쥔 그는 주변에 에워싼 왕실 기사들을 쳐다봤다.

모두 중갑을 걸치고 커다란 방패로 빈틈없이 피그니를 감싸고 있었다.

“...그전에 나도 좀 싸우자고.”

“폐하께서 싸우면 오히려 거치적거립니다.”

“너무하는구만! 왕족 모욕으로 처형시켜줄까!?”

“폐하를 지킨 공으로 그 점을 면하도록 하지요.”

“...이 녀석들, 누구 부하가 아니랄까 봐 오스칼을 똑 닮았다니까!”

피그니는 고개를 저었다.

“피그니다!”

“롬 왕국의 국왕이다!”

“죽여! 죽여!”

피그니는 힐끔 시선을 돌렸다.

검에 찔린 롬 왕국의 기사가 쓰러지며 주변에 성황법국의 병사들이 지친 듯 가쁜 숨을 내쉬고 피그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노예와 검은 사제단까지 피그니를 보며 안광을 붉히고 있다.

“...나 인기 많군. 이왕이면 헉헉거리는 변태들보다는 젊고 예쁜 여자들에게 인기 있고 싶은데 말이야.”

“폐하! 포위당했습니다!”

피그니는 그런 왕실 기사의 투구를 쓴 뒷머리를 발로 꾹꾹 눌렀다.

“나도 알아. 농담이야. 농담.”

“이 상황에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아아, 이때 아니면 언제 하게···?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고.”

“포기하시지 마십시오. 조금만 버티면 다른 기사들이 올 것입니다.”

“포기? 뭔 개소리야!?”

피그니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는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라고. 지금 내가 농담을 하는 이유는···.”

피그니는 시선을 뒤로 돌렸다.

“...여유롭기 때문이야.”

피그니의 행동에 왕실 기사들의 시선도 뒤로 향했다.

펄럭이는 검은 깃발.

산양의 머리뼈가 그려진 무시무시한 상징과 함께 그것을 든 집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처럼 붉은 갑옷을 입고 거친 숨을 내쉬며 흥분에 취한 광기 어린 눈동자가 번쩍인다.

가벼운 경갑과 마탄총, 석궁을 든 놀 척후병. 거대한 나무로 된 몸과 바위를 드는 괴력, 정확히 목표를 향해 조준해지는 판단력을 가진 엔트와 고블린 공성부대.

거대한 몸집과 함께 무시무시한 돌격력과 방어력을 가진 오우거 기갑 병대 및 미노타우로스 중장갑 돌격대.

두꺼운 판금 갑옷과 무시무시한 커다란 무기를 든 오크 중장보병대. 말의 하반신을 가지고 랜스를 든 켄타우로스 중기병대.

그리고 그들 앞에 선두로선 붉은 갑주를 입고 있는 하얀 은발에 장검을 든 여성.

마왕 릴리 골트.

“아아, 이거···. 딱 2시간 만에 오는군. 세계 최강의 괴물 나리들!”

릴리 골트와 7천의 마왕군, 아이란스 왕도 전쟁 참전하였다.


* * * *


“...끔찍하구나.”

릴리 골트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앞에 펼쳐진 참상.

거친 빗줄기와 바람이 불어도 화약 냄새가 코와 목을 맵게 만들 정도로 짙었으며, 수십만 명이 죽어 흘러내리는 피는 바닥을 젖혀 진흙 속에 스며들어 지옥 같은 대지를 보여주었다.

아름다워야 할 아이란스 왕도의 도심은 불타고 있었고 비명이 끝이질 않았다.

마치 성서에 나오는 지옥 속의 광경 같았다.

그런 아이란스 왕도를 향해 까마귀가 날아올랐다.

하늘을 날며 전장인 아이란스 왕도의 도심지를 쳐다본다.

폴리 국왕이 있는 궁전이 황금 갑옷을 입은 황금 십자군에 의해 포위당해 있다.

성채가 있고 성문을 굳게 닫아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 왕궁을 함락시키기 위해 성황법국의 병사들을 이끄는 이.

노예들이 힘겹게 들어 올린 가마 위에 만들어진 옥좌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광기 어린 성직자.

법황 셀롬 갓슈란체!

그를 본 톰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드디어 만나게 되겠구나. 셀롬!!’

이가 부서질 듯 깨무는 소리가 들리자 릴리 골트는 흠칫 놀라며 톰을 쳐다봤다.

“톰?”

“...군의 지휘를 맡기겠습니다.”

톰이 앞으로 나아가자 릴리는 불안이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톰은 성검을 뽑아들었다.

“...타락한 성직자를 잡아야지요.”


* * *


“으...으아아악!”

“괴물이야!”

“마물 군단!?”

“마왕군이야!”

성황법국의 병사들은 뒤로 물러섰다.

아무래도 롬 왕국군과의 전투에서 상당히 지친 상태다. 겨우 승리에 눈앞에 두며 전투가 끝났을 거라는 희망이 보였지만 새로이 나타난 마도국의 병사들을 보며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모두 전투 준비!”

카라쿨의 외침에 오크들이 움직였다.

무거운 붉은 갑주를 걸친 그들은 민첩하게 움직이면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대열을 이룬다.

방패가 땅을 찍고 검과 창을 성황법국을 향해 겨눈 채 이글거리는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기병대···! 우리가 선봉이다! 모두 기합을 넣어라!”

“우-!”

켄타우로스들이 기합을 넣으며 랜스를 움켜잡고 오크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말발굽을 굴리며 몸을 푼다.

“히히···. 우리는 정면 승부는 싫어하니까 뒤에서 때리고 튄다!”

놀 척후병들이 마탄총과 석궁을 만지작거리며 뒤로 섰다.

그 모습에 성황법국의 병사들은 뒤로 물러서며 재정비를 한다.

“오오! 물러간다. 물러가. 하하! 봤느냐? 봤어?”

피그니는 마치 자신이 해낸 양인 듯 목에 힘을 주며 말하자 왕실 기사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어이···. 이거 위험해 보이는데?”

“우리도 물러서야 할 때 아니야?”

이블리스 성기사들도 위험을 느낀 건지 천천히 물러섰다.

그 모습에 오스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황법국의 병사들이 점차 뒤로 물러서자 롬 왕국군도 빠지기 시작하며 피그니 주변에 모여들어 재정비를 갖췄다.

“얼마나 살아남았나?”

피그니의 질문에 기사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수 이상이 전멸입니다.”

“끄응···. 피해가 너무 커. 게다가 지쳐있고. 그렇다고 여기서 뺄 수도 없으니···.”

성황법국의 병사들은 롬 왕국군과 언덕 위의 마왕군을 쳐다봤다.

하나 같이 붉은 갑옷에 흉포한 모습을 지닌 괴물 군대.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위엄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저런 놈들이랑 싸웠다니.'

“모두 재정비하라!”

“대열을 맞춰!”

“어이! 노예들! 앞으로 서!”

“녀석들은 돌격 대형이다! 정면으로 올 게 뻔해! 앞에서 막아!”

검은 사제단이 채찍을 휘두르며 노예들을 정면으로 배치했다.

노예들은 방패도 쥐지 못한 채 나무 막대 끝에 밧줄로 묶어 고정한 식칼이 든 창을 든 채 몸을 떨었다.

그들의 두려움에 맺힌 시선이 눈앞에 보이는 이들, 중기병인 켄타우로스, 중장보병인 오크들, 그리고 원거리 무기를 가진 놀들을 쳐다봤다.

“...우리보고 고기 방패가 되라는 거야!?”

"분명 고기 방패로 적들의 체력과 탄약을 소비하게 할 생각이겠지!"

노예들로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을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그들의 바로 뒤에는 또 다른 대형.

성황법국의 병사들이 방패로 장벽을 이루고 창으로 노예들의 등 뒤를 꿰뚫을 거처럼 겨누고 있었다.

노예들이 도망가려 하면 그 순간 목숨을 잃을 것이며, 마왕군이 노예들을 뚫는 데 사용된 충각이 줄어든 시점을 이용해 방어할 속셈일 것이다.

“기껏해야 만 마리도 되지 않는 마물들이다! 악마를 숭배하는 마물 따위에게 겁먹지 마라!”

“우리에게는 창조신 아르타르크님의 은총과 법황 셀롬 갓슈란체님의 축복이 있다!”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오스칼은 눈살을 찌푸릴 때,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네···. 라기 보단 너에게 상처를 입힐 녀석이 있을 줄은 몰랐어.”

오스칼은 옆에 다가온 이, 톰을 쳐다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왔냐? 전 용사?”

“그래. 전 용사 파티.”

톰의 말에 오스칼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는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하하! 이거 참 옛날 생각나는군! 마왕을 쳐 죽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웠던 게 기억이나. 그때도 죽기 일보직전까지 싸웠는데...!”

“그때는 군대 없이 우리만 잠입했었지.”

“그리고 너 혼자 마왕을 죽였고. 인류를 구했지. 아니, 구한다는 명목이었나? 그리고 이번엔 마왕이 아닌···.”

톰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오스칼의 말을 빼앗았다.

“옛 파티원이었던 성직자를 죽이는 일을 해야지. 이제는 진짜 인류를 구원하는 일이 되겠지만.”

“...할 수 있냐?”

“내가 망설일 거 같아?”

톰이 오스칼을 힐끔 쳐다보자, 오스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셀롬 녀석이 불쌍하다 생각할 정도로 처참하게 만들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

“맞는 말이야.”

“그럼 오늘이 복수를 위한 날이라는 거군.”

“복수?”

톰은 고개를 저었다.

“복수 따위를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지 않았겠지.”

톰은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가 발을 디디는 곳마다 쓰러졌던 시체들이 점차 일어섰다.

죽은 롬 왕국군과 성황법국의 병사와 노예들. 그들 모두 언데드가 되어 부활한 것이다.

그 모습에 오스칼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이, 내 부하들마저 언데드로 만들지 마!”

“나중에 고이 보내줄게. 걱정하지 마.”

“명예가 걸린 기사들을 언데드로 만들지 말라는 뜻이야!”

“언데드가 되면서까지 동료를 지키려는 녀석들이라면? 너희 롬 왕국은 언데드가 되면서까지 동료를 지키려 할 게 뻔해. 그들이 명예롭게 싸우다 가게 해주라고.”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군.”

톰은 발에서 뻗어 나가는 마력이 점차 주변의 언데드를 일으켜 세운다.

수백, 수천에 이르는 언데드.

단순히 공격력과 방어력이 낮은 스켈레톤과 좀비들이었다.

그런 언데드를 보며 톰은 입을 다물었다.

얼굴이 창백해지며 입가에서 희미하게 피비린내가 난다.

눈치가 빠른 오스칼이 톰의 상태를 보며 물었다.

“너 괜찮은 거냐?"

“아아, 괜찮고말고.”

“...네 녀석, 예전에도 그런 말을 남겼었지. 그리고···.”

...사라졌잖아?

오스칼은 마지막 말은 하지 못했다.

그 말을 내뱉으면 현실이 될 거 같아서였다.

그런 오스칼의 분위기를 눈치챘을까?

톰은 고개를 틀어 오스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전쟁이 끝나면···. 술이나 마시자. 저번에 그랬던 거처럼.”

“제발 그래 줬으면 하는군.”

오스칼은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전 용사가 나선다는 데, 전 용사 파티가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오랜만에 제대로 싸워보자고! 용사 파티로서···. 빌어먹을 성직자를 박살 내고 세상을 구해보자!”

-끼아아악!

언데드가 입을 벌리며 기괴한 음성을 내뱉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시체들이 허우적거리며 걷자 노예들은 몸을 떨며 손에 움켜쥔 무기의 끝이 떨려왔다.

식은땀을 흘리던 노예들은 점차 다가오는 언데드를 보며 비명을 지르며 무기를 휘둘렀다.

“으아아악! 죽어!”

그리고 무기는 그대로 언데드의 몸을 꿰뚫었다.

“...!?”

노예들은 흠칫 놀라며 쥐고 있던 무기를 손에서 놓았다.

언데드들은 노예들을 공격하지 않은 채 마치 장애물처럼 무시하고 지나간다.

아무런 공격도, 저항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노예들은 얼떨떨한 모습으로 지켜보며 자리를 비켜줄 뿐이었다.

검은 사제단이 인상을 와락 구기며 외쳤다.

“뭘 하는 것이냐! 언데드다! 악마가 사술을 사용하여 소환해낸 악령이란 말이다! 공격도 하지 않는 악령 따위를 두려워하···!”

고함을 외치던 검은 사제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끼아아아아아악!

공격을 하지 않던 언데드가 입을 벌리더니 그대로 검은 사제단을 물어뜯었다.

“으, 으아아악! 어, 어째서···. 어째서 나만···!!”

눈이 뒤집히며 허우적거리며 발악하지만, 그런 검은 사제단을 향해 수십 구의 언데드가 모여들며 물어뜯는다.

팔다리를 찢어지고 머리가 뜯기며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노예들은 자신들을 지휘하던 검은 사제단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자는 살려준다! 하지면 저항하는 자는 죽는다!”

노예들의 시선이 톰에게 향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그럼 우리가 그대들을 보호해줄 것이다!”

“...”

노예들의 시선이 검은 사제단에게 향했다.

“뭐, 뭣들 하는 것이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죽는다!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히이익!?”

소리치던 검은 사제단에게 또다시 언데드들이 몰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노예들은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다.

“어이! 뭣들 하는 것이냐! 어서 공격하지 않···!”

-끼아아아아아아악!

보다 못한 성황법국 측의 성기사가 고함을 외쳤지만, 그마저 언데드들의 괴성에 묻히고 말았다.

노예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톰을 쳐다봤다.

“무기를 버리고 앞으로 와라! 그럼 우리는 그대들을 해치지 않는다!”

“뭣, 뭣들 해! 죽여! 젠장···. 명령을 어길 셈이냐!? 창병···! 찔러라! 노예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줘!”

성황법국 측에서 창을 겨누고 활시위를 당겼다.

노예를 향해 공격을 취할 자세를 취하자, 마왕, 릴리 골트는 중얼거렸다.

“막거라.”

순간, 성황법국 측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

성기사들은 흠칫 놀라며 자신의 옆자리에 꽂힌 거대한 창날을 쳐다봤다.

“...창? 아니, 이건···. 쇠뇌···?”

눈이 휘둥그레진 성기사들의 시선이 마왕군에게로 향했다.

땅이 울리며 거대한 몸집을 가진 마물, 오우거 수십여마리가 공성 무기인 발리스타를 마치 휴대용 석궁처럼 들어 올리며 성황법국의 대열을 향해 겨누었다.

“...맙소사.”

성기사가 입을 떡 하니 벌릴 사이, 다음 발이 발사되었다.

빗줄기 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거대한 쇠뇌가 성황법국측에 도달해 폭발한다.

흙탕물과 함께 진뜩한 피가 섞인 핏물이 튀긴다.

볼트에 관통당한 성황법국의 병사는 방패가 완전히 조각나고 몸은 찢겨 살조각이 주변의 병사들의 얼굴과 몸에 튀었다.

“...으아아아악!?”

방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위력!

그것을 본 성기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저런 걸 한 방에 맞다가는 즉사나 다름없으며, 옆으로 빗겨나가기만 해도 치명상이었다.

“쿠오오오오-!”

다음으로 날아온 건 바위 덩이!

거대한 바위 덩이가 엔트들의 손에 들려져 포물선으로 던져진다.

그와 동시에 터지는 포화!

고블린들이 쏘아 올린 마탄포, 놀들이 쏜 석궁과 마탄총이 끝없이 발사된다.

고막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는 동료가 죽어나가자 그것을 본 성기사들의 사기는 꺾이고 말았다.

“뒤, 뒤로 물러서!”

“왕도로 들어가...! 문을 닫고 괴물들을 막는다!”

“도망쳐-!”

순식간에 성황법국의 대열이 무너진다.

너도나도 살기 위해 헐레벌떡 등을 보인 채 도망간다.

그 모습에 오크들을 지휘하는 카라쿨은 콧방귀를 뀌었다.




안녕하세요! 그림자꾼입니다! 오타 및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며, 재밌으시다면 [추천하기] 및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작가의말

와... 너무 쉬어버렸네요. 2,3일 쉰다는 게 5일이나 훨쩍 지났습니다. 요즘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시간 감각에 없네요.

일단 만자로 2화 분량 올리겠습니다.

늦어진 점, 그리고 앞으로도 조금 늦은 연재가 지속 될 거 같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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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타락의 군주 + 에필로그> +20 17.06.11 5,326 115 40쪽
154 <타락의 군주> +28 17.06.08 3,967 93 15쪽
153 <타락의 군주> +62 17.06.03 3,543 108 16쪽
152 <타락의 군주> +20 17.05.29 3,909 96 14쪽
151 <연합군> +16 17.05.26 3,182 76 11쪽
150 <연합군> +12 17.05.24 3,007 86 13쪽
149 <연합군> +21 17.05.22 3,039 85 15쪽
» <연합군> +22 17.05.19 3,138 92 24쪽
147 <연합군> +12 17.05.14 3,155 86 13쪽
146 <연합군> +16 17.05.11 3,163 86 15쪽
145 <연합군> +21 17.05.08 3,696 94 12쪽
144 <연합군> +16 17.05.05 3,333 88 16쪽
143 <연합군> +23 17.05.03 3,714 92 12쪽
142 <연합군> +17 17.04.30 3,480 94 19쪽
141 <연합군> +22 17.04.27 3,411 90 20쪽
140 <연합군> 무수정본입니다. +7 17.04.25 4,040 84 10쪽
139 <연합군> +19 17.04.23 3,661 92 12쪽
138 <연합군> +20 17.04.21 3,933 95 10쪽
137 <연합군> +7 17.04.20 3,819 110 13쪽
136 <연합군> +7 17.04.18 4,062 104 14쪽
135 <사교도 집단> +15 17.04.16 4,244 104 12쪽
134 <사교도 집단> +8 17.04.13 3,987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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