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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타락의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그림자꾼
작품등록일 :
2016.08.19 22:20
최근연재일 :
2017.06.11 02:51
연재수 :
156 회
조회수 :
1,228,123
추천수 :
27,063
글자수 :
1,044,756

작성
17.04.21 00:51
조회
3,932
추천
95
글자
10쪽

<연합군>

.




DUMMY

 


톰은 서재에 꽂힌 짐들을 모두 빼고는 다시 정리했다. 필요한 서류와 책들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고 다시 책을 읽는 동안, 엘린이 어느새 차를 타왔다.

“따뜻한 차야! 직접 만들었지!”

자기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되는지 엘린은 목에 힘을 주며 쟁반 위에 올려진 차를 톰에게 내밀었다.

“...이상하군요.”

“이상해? 뭐가?”

“엘린의 행동 말입니다. 혹, 뭔가 잘못 드셨는지···?”

엘린은 미소를 지은 채 눈근육이 실룩거렸다.

“...그렇게 말하면 농담이라고 해도 마음에 상처받는다고. 나도 정리나 차 정도는 끓여 올 수 있어.”

엘린의 말에 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쟁반 위에 있던 차를 들어 올렸다.

차를 마시자, 혀 끝을 찌르는 듯한 쓴맛에 기침을 했다.

“...독하군요.”

“뭐? 자, 잘못 탄 건가?”

“크음... 나중에 루루에게라도 배우십시오. 마왕 폐하께 차를 타드릴 때 실수하지 않도록.”

엘린은 톰에게 준 차를 다시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내밀었다.

“써! 뭘 넣은 거야?”

“그걸 저에게 물으시면 곤란하죠.”

톰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책과 서류를 살펴봤다.

그러기를 몇 분, 엘린이 소파에 앉아 뻔히 톰을 쳐다봤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 뭔가 궁금한 것을 묻고자 하는 듯하면서도 참는 거처럼 보인다.

시선이 부담스럽다 못해 상당히 거슬리기 시작한 톰이그녀에게 물었다.

“...뭡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시선을 피하며 당황해한다.

그녀는 뭔가 변명거리라도 떠올린 듯 말했다.

"아! 밥 안 먹었지? 그럼 내가 만들어줄께···!”

톰은 한숨을 내쉬고는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 일어섰다.

“식당에나 가죠. 엘린이 만든 음식이 어떤 대참사를 일으킬지 모르니까요.”

“대참사라니···. 음식으로 대참사가 일어날 리 없잖아. 나도 평범하게 만들 수 있어! 아마도···.”

“그 마지막 말이 불안해서 못 믿겠습니다.”

톰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톰은 일어나 집무실 문을 열고는 소파에 앉아 있는 엘린에게 말했다.

“식당으로 가죠. 마침 배도 고프고···. 엘린도 아직 드시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응? 그렇기는 하지.”

"그럼 가죠."

"어? 알았어!"

엘린은 그런 톰을 보며 배시시 웃으며 뒤를 따랐다.


* * * *


마왕성의 연경장, 여러 마인들이 모여 훈련을 하는 그곳에 웬일로 한산했다.

오크와 놀, 그리고 미노타우로스와 켄타우로스, 그 밖에 다른 이들, 그들은 서로 감탄한 얼굴로 놀란 표정을 짓고 중앙을 쳐다봤다.

거대한 몸집, 온몸에 판금 갑옷을 두르고 거대한 메이스를 든 오우거.

마왕의 호위를 맡은 사도, 쿠만이 메이스를 어깨에 걸쳤다.

“이제 그만···. 하죠.”

느릿느릿한 말투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쿠만은 상대, 릴리 골트를 쳐다봤다.

드워프들이 제작한 백색의 드레스형 갑옷을 두른 채 손에는 장검 하나가 들려져 있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직 할 수 있다.”

“...폐하의 위엄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쿠만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훈련하던 병사들이 릴리와 쿠만의 대련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날이 되면 틈틈이 훈련을 시켜달라고 조르던 릴리였다. 그리고 그 강도는 용사들에 의해 인질이 된 이후로 더욱 심해졌다.

블러디페르 사건 이후로는 밤마다 쿠만이 훈련 대상이 되었지만, 용사 인질 사건 이후로는 낮에도 쉴 틈 없이 훈련에 집착했다.

자신이 인질로 되어, 중요한 전쟁에서 패할 뻔했다는 곳애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쿠만은 느릿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릴리 골트는 아인 중 산양 일족이라 하여, 다른 아인들에 비해 수명이 긴 장수 일족으로 손꼽힌다.

그러면서도 오랜 삶을 이용해 힘을 기른 강인한 일족으로 통하지만, 엘린은 아직 100세조차도 되지 못한 햇병아리, 그런 산양 일족이 아인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마력을 이용한 마법 공격이라면 나라도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지금 폐하께서는 순수 육탄전을 고집하고 계시니···.’

쿠만은 힐끔 연경장에 모인 마인들을 쳐다봤다.

이들 앞에서 마왕을 이긴다는 거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명색에 마왕은 위엄을 상징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 마왕을 내가 이기다간 분명 명예가 떨어질 터···! 그럼 일부러 져 주는 것이···? 하다못해 무승부라도···!'

“폐하...”

쿠만이 릴리를 바라볼 때, 릴리는 장검을 쿠만에게 겨누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진심으로 부탁한다.”

“...”

“마왕으로서의 명령이니라.”

쿠만은 눈을 깜박이고는 볼을 긁적거렸다.

‘진심이라···. 하긴, 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계속될 일···.’

“...진심으로···. 가겠···. 습니다.”

쿠만은 메이스를 움켜잡았다.

쿠만은 몸을 가볍게 한 번 뛰어올랐다가 바닥에 착지했다.

거대한 몸과 달리 그의 다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소리도, 충격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기척과 함께 신형이 사라진다.

릴리의 눈이 커졌을 때, 그녀는 반사적으로 몸을 앞으로 굴렸다.

릴리가 있던 자리에 메이스가 내려 찍히며 연경장 바닥을 파괴했다.

파편과 함께 연기가 흐르며 쿠만은 메이스를 들어 올려 숨을 내뱉었다.

시뻘건 쿠만의 눈이 릴리를 향해 노려봤다.

오우거.

예로부터 인간을 잡아먹는 도깨비로 전해져왔다. 강력한 힘도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커다란 몸임에도 소리도 기척도 죽이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손꼽힌다.

특히, 오우거 쿠만은 그런 움직임을 극대화시킨 괴물이었다.

릴리는 바닥을 구르며 자리에 안전히 착지하고는 쿠만을 쳐다봤다.

“그럼···. 다시···. 가겠습니다.”

쿠만이 시벌컨 안광을 빛내며 어깨를 푸는 모습에 릴리는 기가 죽어버렸다. 방금 전 했던 발언이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 진짜로 해주는 건 좋다만···. 사, 살살 부탁하마.”

대련은 오래가지 못했다.

결과는 쿠만의 압도적인 승리.

다만 오우거, 그것도 사도를 상대로 오랫동안 버텼다는 것에 마인들은 마왕에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폐하! 폐하! 폐하! 어쩌지···!? 어쩌지!?”

달묘족 소녀, 루리가 허둥거리며 연경장에 앉아 있는 릴리를 보며 펄떡 뛰었다. 그런 루리의 귀를 오빠인 루루가 잠아 당겼다.

“루리, 폐하 앞에서 호들갑 떨지 마.”

루루는 쟁반 위에 성수를 올려놓고 릴리에게 내밀었다.

“치료하시지요. 폐하.”

“고맙다.”

릴리는 손을 뻗으려 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이 떨리며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니, 손은 올라갔지만 손의 방향이...

“부, 부러진 거 같구나.”

“부, 부러졌습니까!? 어, 어떻게···!? 어쩌지···!? 어쩌지···!?”

루루도 허둥지둥 거리며 펄쩍 뛰어오를 때, 그런 루루의 머리를 짓누르는 이가 있었다.

릴리는 그런 상대를 쳐다봤다.

마왕군의 사도, 톰이 쓴웃음을 지은 채 서 있었고, 그 뒤를 엘린이 따라오고 있었다.

“톰?”

“대련도 좋지만···. 무리하시는군요.”

“릴리님!? 어떻게···! 그 꼴이 뭐예요!”

엘린은 깜짝 놀라 릴리의 상태를 살피며 부축했다. 그리고는 멍하니 서 있는 쿠만에게 외쳤다.

“쿠만님! 너무하시잖아요!”

“어? 아, 아니···. 미안하다. 그게···. 힘 조절을 너무···. 못했다.”

쿠만이 진심으로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오히려 릴리가 당황해하며 엘린을 말렸다.

“그만하거라. 내 억지를 들어준 것이니···.”

“억지로라도 힘을 기르는 건 좋지만, 역시 무리가 심하군요.”

톰은 살며시 릴리의 손을 잡았다.

릴리가 흠칫 놀라고 있을 때, 톰이 조용히 속삭였다.

"이를 악무십시오. 성수는 상처는 치료하고 뼈를 아물게 하지만, 부러진 뼈는 맞춰야 합니다."

"...그렇군."

릴리는 이를 악물 때, 뼈가 꺽이는 소리가 들렸다.

신음을 흘리며 눈물을 질끔 흘린 릴리는 팔이 바르게 고정된 손을 쳐다봤다.

그런 릴리를 향해 톰은 성수를 들고는 릴리의 입가에 내밀었다.

릴리는 그런 톰을 힐끔 쳐다보다 성수를 입에 물며 중얼거렸다.

“고, 고맙다.”

“적당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인간의 시점일 때는 왕을 이렇게 다치게 한 자는 즉결 처분입니다. 뭐, 마인과 인간의 시점이 달리 과격하기는 하지만···. 조금만 더 조심해지시길.”

“그, 그렇군. 명심하마.”

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톰은 가볍게 미소 짓고 예의를 차리며 고개를 숙였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며 자리를 옮기자, 엘린은 그런 톰의 뒷모습을 보며 당황해했다.

“아, 저기···. 그게···.”

릴리를 부축하고 있던 엘린은 허둥지둥 거리다 루루와 루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폐하를 부탁해!”

“네? 아, 네···!”

루루와 루리로서는 엘린이 릴리를 내버려둔다는 것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루와 루리가 릴리를 부축하자, 엘린은 톰의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에 쌍둥이 남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로 그렇게 가시는 겁니까!?”

루루의 질문에 엘린이 외쳤다.

“밥!”

“밥?”

루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고, 루루가 의아한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밥이라니···. 그럼 천천히 대화하시고 가셔도 되지 않나?”

“그렇게 말이다. 좀 더 말을 해줬으면 하는데···.”

릴리는 톰의 뒷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릴리를 쳐다본 달묘족 남매가 말했다.

“그럼 따라가시지요.”

“무슨 일인지 저희도 알고 싶습니다.”

릴리는 그런 달묘족 남매를 쳐다봤다.

“...그렇구나.”

성수 덕분인지 몸이 완치된 릴리는 혼자 서고는 몸을 풀었다. 장비를 풀고 간편한 복장으로 차려입은 그녀는 톰과 엘린이 향한 식당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그림자꾼입니다! 오타 및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며, 재밌으시다면 [추천하기] 및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작가의말

4월 중후반쯤 완결로 예상했지만... 작가의 게으름 때문에 20일이 훌쩍 지났네요;; 아마 5월 중순쯤에 완결로 예상됩니다. 끄응... 이래서 게으름을 피면 안되는데 글을 쓰려면 미루고 싶고, 미루면 쉬고 싶고, 쉬면 자고 싶어지는 이 충동!!

역시 습관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예전에 하루 한편을 어떻게 쓴 건지 참;; 덕분에 글은 너무 단순해진 느낌이네요. 역시 1장 이후로 분위기 전환이 아닌,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ㅠㅠ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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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연합군> +7 17.04.18 4,062 10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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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사교도 집단> +8 17.04.13 3,987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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