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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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연기에서 나온 것은 인간형의 괴물이었다.
2m는 되는 신장.
온몸이 혈관과 근육질로 덮여 있다.
듬성듬성 구멍이 뚫린 근육과 갈비뼈,뻥 뚫린가슴 사이에서는 고동치는 심장이 보였다.
그것도 잠시, 새하얀 피부가 채워지며,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교황 미카엘의 젊었을 적의 모습과 흡사했다.
하지만 그때보다도 우람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얀 은발이 찰랑거리며, 발달한 근육을 가진 미카엘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봤다.
“이건···. 기적이로군.”
미카엘은 미소를 지었다.
주먹을 움켜쥐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유아를 노려봤다.
“악마의... 기적!”
“...이런!”
유아는 급히 땅에 손을 뻗었다.
땅속에서 나무줄기와 함께, 긴 창이 솟구쳐 오른다.
그것을 움켜잡으려 할 때, 미카엘의 몸이 튕겼다.
창을 뽑을 사이도 없이 미카엘이 유아의 품에 파고들었다.
미카엘이 손을 휘두른다.
마력이 담긴 손아귀가 유아의 심장을 강타했다.
콰직-!
가슴이 터져나간다. 더불어 등 뒤로 피와 살점들이 흩뿌려졌다.
유아가 피를 토해냈다.
“네놈...
미카엘은 유아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그렇군, 가이아의 분신인가. 가이아!”
미카엘의 얼굴이 분노로 얼룩진다.
붉게 물든 얼굴로 유아를 노려보며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사라져라, 가이아여.”
그리고 머리통을 잡았고, 다른 손으로 유아의 복부를 강타했다.
목이 잘려나간다.
몸이 튕겨 성벽에 부딪힌다.
미카엘은 유아의 머리통을 손아귀에서 으깨버렸다.
“성자님!”
“유아!”
엘라이와 셀리가 비명을 질렀다.
“이 괴물-!”
유아가 나가떨어지는 모습에 성기사와 성직자, 생존자들이 미카엘에게 달려든다.
“감히 누가 나를 막겠느냐, 악마의 기적에 새롭게 태어난 나를···!”
미카엘이 무심한 얼굴로 달려드는 이들을 쳐다봤다.
몸을 살짝 뛰어오른다.
그의 발이 허공에 떠, 다시 바닥에 착지할 때.
달려들던 수십 명의 성기사와 생존자들의 몸이 터져나갔다.
“...”
생존자들이 뒷걸음질 쳤고, 성기사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빌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시선을 유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머리통이 없는 유아의 몸이 성벽에 박혀 있다.
그리고 피가 흘러내려 주변을 얼룩지게 한다.
“하하, 그래, 신의 피라면 될지도 모르지.”
미카엘이 유아의 피를 발로 밟았다.
바닥을 긁어내며, 룬 문자를 그린다.
“악마의 강림이다!”
마력을 집어넣었다.
검은 연기가 미카엘을 주변으로 요동친다.
주변이 죽음의 기운으로 퍼져나간다.
죽은 자들이 되살아나며 좀비가 된다.
도심에 있는 모든 좀비가 죽음의 기운을 느끼며 황궁으로 달려왔다.
ㅡ끼아아아아아악!
거미 괴물이 막았던 성문 입구로 좀비들이 끈쩍한 액체에 엉켜내며 달라붙는다.
성벽에 좀비들이 온몸을 부딪쳤다.
머리가 터지고, 몸이 다진 고기가 된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쿵-! 쿵-! 쿵-!
수천, 수만의 좀비가 성벽에 부딪혔고, 성벽에 금이 갔다.
성벽 조각이 떨어져 내리며 점차 구멍이 뚫린다.
좀비가 죽은 동료의 시체를 짓밟고 올라, 성벽 위를 올라간다.
“성녀님, 저길 보십시오!”
생존자들이 성벽을 가리켰다.
성벽에 구멍이 뚫리며 부서진다. 마치 피의 물을 가둔 땜처럼, 구멍이 뚫리며 핏물이 흘러내린다.
뚫린 구멍 사이로 좀비들이 진입했다.
수천마리의 벌레떼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거 같다.
엘라이는 굳어진 얼굴로 성벽의 뚫린 벽면을 보다가 위를 올려다봤다.
좀비가 쌓아 올려지며, 그 위로 손을 뻗어, 넘어오고 있다.
결국에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처음 떨어진 좀비는 즉사, 온몸이 터져버린다.
두 번째, 세 번째, 50여 명 째로 우수수 떨어질 때면, 죽은 시체가 쿠션 역할을 하듯, 좀비가 시체 언덕을 굴러, 몸을 일으키며 산 자들에게 달려든다.
“...모두 물러나요.”
엘라이가 지팡이를 땅에 짚고 주문을 외웠다.
그에 따라 주변에 신성한 기운이 퍼졌다.
엘라이가 뿜어내는 빛에 좀비들이 얼굴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젠장, 좀비들로 길이 막혔어!”
“어떻게 합니까? 성녀님!”
생존자들의 말에 엘라이는 헐떡거렸다.
그녀로서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악마를 소환한다. 그분께서 가이아를 몰아내고 다시 나를 대륙의 지배자로 만들어주실 것이다.”
미카엘이 무언가에 홀린 듯, 혼잣말하며 유아의 피를 이용, 룬 문자를 그렸다.
그를 중심으로 마력이 더욱 짙어진다.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은 기운이 엘라이의 결계를 관통해 침투했다.
‘저런 걸 어떻게 이겨···?’
빌은 미카엘을 보며 뒷걸음질 칠 때였다.
그의 눈에 닿는 것이 있다.
유아가 소환했던 창.
나무뿌리가 이어진 창이 땅에 박혀 있다.
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엘라이와 함께 있는 셀리를 쳐다봤다.
“유아···.”
셀리가 가슴을 끌어안고 오열하듯 흐느끼고 있다.
마치 자신의 아이를 잃은 듯한 슬픔이다.
그 모습을 보며, 빌은 이를 악물었다.
포기할 거 같으냐!
여기서 절망에 빠져, 포기한다면 자신은 물론, 딸 아이마저 죽게 된다.
빌은 급히 엘라이의 결계에서 뛰쳐나갔다.
검은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빌을 덮쳤다.
시야가 어둡다.
그 사이에서 좀비들이 뛰쳐나와 빌에게 달려들었다.
“저리 비켜!”
빌은 검을 휘둘러 좀비를 베어냈다.
검은 연기가 피부에 닿자, 살이 썩어들어가며 타버린다.
‘버텨!’
빌은 검은 연기에 휘청거리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좀비들이 그의 몸을 물어뜯었다.
‘버티는 거다.’
룬 문자를 그리던 미카엘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틀었다.
빌이 보인다.
그리고 그가 접근하는 창이 보였다.
‘지옥에서도 생존했어, 이제 끝이 보이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빌은 기합을 내질렀다.
-뛰어.
누군가가 말해주는 거 같았다.
-창을 잡아라, 빌.
마치 신의 말씀처럼, 그의 귓가에 들려온다.
-한 방이면 된다. 그걸로 놈을 죽여라.
온몸에 좀비들이 물어뜯고 있음에도, 빌은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갔다.
그리고 창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빌이 바닥에 엎어졌다. 그러면서도 힘겹게 손을 뻗어 창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순간, 그의 몸에서 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물어뜯고 있던 좀비들이 잿가루가 되며 소멸한다.
검은 기운이 사라진다.
빌은 헐떡거리며 창을 지탱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됐다. 성자님의 창을 쥐었어!
“...네놈.”
그때, 빌은 고개를 들었다.
교황 미카엘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벌레 주제에 발악하지 말라.”
손을 뻗어 빌의 머리통을 움켜잡았다.
빌의 눈이 커졌다.
조금 전, 유아의 머리통이 깨지는 걸 떠올리며 공포에 질려버린다.
-빌, 휘둘러라.
누군가의 목소리.
분명 익숙했다.
-한 방이면 돼.
그래, 이 목소리는.
-네가 모든 것을 끝내라.
신, 가이아의 목소리다.
빌은 시선을 돌려 자신이 잡은 창을 쳐다봤다.
그리고 앞에 있는 미카엘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젠장-!’
손에 힘을 준다.
그리고 창을 땅에서 뽑아 휘둘렀다.
미카엘의 시선이 돌아간다.
느릿느릿하게 날아오는 창.
그것이 미카엘의 옆구리에 닿았다.
탱-!
창날이 미카엘의 피부에 닿고 튕겨 나갔다.
미카엘은 눈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형편없다.
일반적인 성기사가 휘두른 검보다도 약해빠졌다.
그래, 한낱 인간이 휘두른 일격에 자신의 피부에 상처하나 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했건만.
-훌륭하다. 빌.
미카엘의 옆구리에서 나무뿌리가 솟구쳤다.
“뭐···?”
미카엘은 당황해하며 나무뿌리를 잘라냈다.
하지만 잘라내면 잘라낼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뿌리가 성장해나간다.
“무슨···!”
미카엘은 나무뿌리를 잡아 뽑았다. 하지만 보다 더욱 굵직한 나무뿌리가 솟구친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미카엘이 빌의 머리통을 터트리려 압력을 넣을 때.
미카엘의 피부를 나무뿌리가 관통한다.
혈관을 통해 줄기가 뻗어 나가고, 그의 몸을 지배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미카엘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안 돼, 안 돼!’
이제 끝이 다가왔건만, 조금만 더 있다면 악마를 소환할 수 있건만···!
미카엘은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신의 피로 만든 룬 문자가 있건만.
‘소환한다. 소환, 나의 영혼을 바쳐서라도···!’
미카엘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력을 룬문자로 쏘아낸다.
룬 문자가 반응을 보였다.
땅이 갈라진다. 악마 소환이 이루어진다-!
그때였다.
-그렇군, 나를 불렀던 것인가?
미카엘의 귓가에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카엘은 미소를 지었다.
악마께서 자신의 부름에 응답했다.
이제 곧 나타날 것이다.
가이아를 죽이고, 또한 이 세상을 파멸로 이끌 악마.
자신을 다시 대륙의 지배자로 굴림 시켜줄 존재가···!
-고생했다. 네 부름에 나는.
미카엘은 느꼈다.
악마가, 미소를 짓는 것을.
-거절하마.
미카엘이 내뿜던 마력이 소멸한다.
피로 물든 룬문자에서 성력과 마나가 뿜어져 나온다.
미카엘의 얼굴이 굳어졌다.
황궁으로 달려들던, 수천, 수만의 좀비들이 빛을 보자, 새하얀 입자를 뿌리며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이 기운.
미카엘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신의 기운.
가이아의 힘이다.
“안···. 돼.”
미카엘은 부정했다.
나무뿌리에 그의 몸이 먹혀든다.
“이럴 수는 없···.”
나무뿌리가 그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나무가 솟구친다.
지금까지의 발버둥이 헛되이 된다.
이것 그저, 신의 놀이일 뿐이었다.
“이 악마!”
그 말을 끝으로 미카엘의 머리통이 나무에 침식되었다.
“...모두 도망쳐요!”
엘라이가 외쳤고, 빌은 들고 있던 창을 든 채 헐레벌떡 뛰었다.
생존자들과 성기사들도 헐레벌떡 도망친다.
좀비들이 뚫어 놓은 성벽에서 황궁을 빠져나온다.
나무뿌리가 성벽을 완벽히 부숴버렸다.
물줄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빌, 던져라.
누군가의 외침.
빌은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솟구치며 자라는 나무줄기 주변으로 물길이 파도처럼 덮친다.
-던져.
신의 말씀이다.
빌은 들고 있던 창을 던져버렸다.
창이 바닥에 꽂힌다.
물길이 창을 감싸고, 나무뿌리가 주변을 옭아맨다.
그리고 빌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뭐야···?”
빌은 달리던 것을 멈췄다.
엘라이와 셀리, 그리고 생존자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나무뿌리와 파도가 멈췄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나무가 하늘을 꿰뚫을 듯 올라가 있다.
주변으로는 숲이 만들어져 있으며, 강물이 흘렀다.
교황 미카엘이 죽은 자리에, 세상의 중심인 ‘세계수’가 자리 잡은 것이다.
“...끝났어요.”
세계수를 바라보던 빌은 시선을 돌렸다.
엘라이가 중얼거리며 자리에 힘이 빠진 듯 주저앉았다.
옆에서 셀리가 등을 다독여준다.
“이걸로 끝났어요. 교황, 아니, 마왕은···.”
빌은 엘라이의 말을 들이며 세계수를 바라봤다.
“죽었어요.”
세계수의 나무 표피, 그 틈으로 미카엘이 찢겨 죽어 있었다.
* *
최초의 성녀이자 뱀파이어, 릴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품에서 잠들어 있는 유아를 쳐다봤다.
검은색 투구와 같은 것이 풀어지며 소멸하는 것이 보였다.
두 눈을 감고 잠들어 있던 유아가 눈을 뜨는 게 보였다.
“끝나셨나요?”
릴리가 유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유아는 릴리를 올려다보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응, 끝났어.”
교황, 미카엘의 죽음.
이것으로 용사 게임은 끝이 났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완결이 바로 코앞이다! 이제 에필로그 작성만이 남았을 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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