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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809,671
추천수 :
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9.06.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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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19
글자
19쪽

마왕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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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무기를 챙겨, 더는 참지 못해!”


생존자들이 소리쳤다.

그들이 병장고에서 가져온 무기들로 무장했다.


모두 군사훈련을 받지 못한 허술한 이들이다.

상식적으로 그들이 성기사들을 상대하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신성 교단의 성기사와 성직자들은 굶주려 있다.


성기사와 성직자들도 수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성력을 쓸 기력조차 없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달랐다.

식량과 식수를 먹어 건강 상태 또한 양호했다.


무엇보다 수가 많다.

대략 4천여 명.

그들이 도심 곳곳에 퍼져 있는 무기들을 챙겼다.


수도를 감싼 외벽 위에서 공성 병기들을 분해해 밑으로 끌고 온다.


“셀리 조금만 기다리렴, 이 애비가 구하러 가마.”


빌은 이를 악물었다.

성기사들이 입는 갑옷을 입고 검을 움켜쥐었다.

엘라이가 곁에 붙었다.


두 사람이 유아를 쳐다봤다.


“성자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빌이 유아를 보며 말했을 때, 유아는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가도록 하지. 본래의 힘을 사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또한 모든 걸 지켜봐야 할 테니까.”


그래야 유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아니겠는가?


마지막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럼.”


빌과 엘라이가 뒤를 돌아봤다.


4천여 명의 생존자들.

그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서 있었다.


“악마, 미카엘을 칩시다!”


빌이 무기를 들어 외쳤다.

함성이 울려 퍼졌다.


* *


신성 교단의 황궁.


셀리는 감옥에서 나왔다.

제물로서 생존자들과 함께 황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끌려가고 있었다.


외벽 안쪽에서 수많은 병사가 보였다.


‘모두 지쳐있어.’


생존자들은 이곳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신에게 선택받은 장소이니만큼, 분명 먹을 것이 넘쳐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성기사와 성직자들 모두, 지쳐 있다.


더는 한, 두 달은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셀리가 그들을 바라볼 때였다.


쿵-!


황궁이 진동했다.


“지진?”


셀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릴 때, 성기사와 성직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머리를 감싸며 두려움을 떨고 있었다.


그때.


쾅-!


황궁 위에서 창가가 깨졌다.


무언가가 떨어져 셀리의 바로 눈앞에 떨어졌다.


사람의 몸이다.

그것도 어린 소년의 것으로 추정된다.


무언가에 먹힌 듯.

이빨 자국과 사지가 뜯겨 있다.


셀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기사들이 아이들과 여자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설마···. 유아도?


“안 돼, 안 돼!”


셀리가 아이의 시체를 보며 오열했다.

성기사들이 그런 그녀를 억지로 끌고 가려고 안달 힘을 낸다.


성기사들은 황궁 꼭대기를 바라봤다.


열린 창가 사이에서 촉수가 보였다고 사라졌다.


“...더 커졌어.”


성기사들이 겁에 질려 중얼거렸다.


그들은 터무니없는 괴물을 길들이고 있었다.


* *


성벽 위로 성기사들이 지쳐 쭈그려 앉아 있다.

성직자들도 모두 벽에 기대고 있거나 누워 있을 뿐, 경비로서 성벽 밖을 보는 이는 없었다.


당연했다.


이곳에 위협이 될 존재는 없다.


좀비들은 높은 성벽을 넘지 못할 것이고, 생존자들은 자신들을 공격할 리가 없었다.


‘위험한 게 있다면 내부에 있겠지.’


성기사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황궁을 쳐다봤다.


황궁 전체가 이제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곳에서 ‘괴물’이 자라나고 있고, 자신들은 어느 순간 살기 위해 그것에게 먹잇감을 던져주고 있었다.


그중 몇몇 성기사와 성직자도 잡혀먹힌 상황.


언젠가는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에게 잡아 먹힐 것이다.


‘젠장, 젠장···!’


성기사와 성직자들은 지옥에 가는 문앞에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것도 자신들을 먹잇감으로 보는 악마 앞에서 말이다.


머리를 끌어안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였다.


“어이, 일어나.”


성기사가 옆을 쳐다봤다.


“저거 봐. 저게 뭐야?”


동료의 말에 성기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벽 넘어, 도심을 쳐다봤다.


붉은색 횃불을 든 행진이 보였다.


“...생존자?”

“맙소사, 그게 말이 돼? 이 도시에 저렇게 많은 생존자가 있다고? 그것도 함께 모여 있는···.”


동료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무언가가 바람을 꿰뚫고 날아왔다.


콰직-!


그리고 동료의 얼굴을 꿰뚫고 지나갔다.


머리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날아간 것은 쐐기.


성벽을 넘어 황궁에 꽂혀버린다.


남아 있는 목마저 너덜너덜해진 동료의 몸이 무릎을 털썩 끓고 앞으로 고꾸라지자, 성기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시선을 돌렸을 때, 바위와 쐐기 덩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아···.”


콰직-!


돌덩이에 맞아 성기사가 다진 고기가 되었다.

강철로 만든 갑옷마저 으깨졌다.


“적습이다!”


땡-! 땡-! 땡-!


성기사와 성직자들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들이 앞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지휘관들이 입을 벌렸다.


수백 개의 횃불과 수많은 생존자가 함성을 지르며 다가오고 있다.


“악마를 타도하라!”

“신의 거역하고 악마를 경배하는 괴물을 몰아내자!”

“사교도인 악마들을 몰아내자!”

“가이아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리라!”


지휘관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이걸 뭐라고 칭해야 할까?


반란?

과연 저들을 보고 반란이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휘관가 외쳤다.


“저, 저 사악한 광신도들을 몰아내라. 신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신다!”


지휘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신?

자신들에게 섬기는 신이 남아 있던가?


교황은 가이아를 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존재를 섬기고 있었다.


악마.


이름조차 모를 고대 악마를 섬기고 있다.


그들에게 신의 은총이 있을 리가 없다.


쿵-!


바위가 성벽에 부딪혔다.


성기사가 외쳤다.


“어쨌든, 놈들을 막아, 놈들은 우리를 약탈할 생각이다!”


이미 굶주림과 공포심에 이성을 잃은 지가 오래다.

생각과 지혜를 짜내지도 못한 채, 할 수 있는 말은 ‘막아, 막아-!’ 뿐이었다.

공포는 인간을 퇴보시켰다.


“이, 이거 이렇게 사용하는 거 맞는 거지?”


생존자들이 공성 병기를 겨우 사용했다.


거대한 돌덩이를 수십 명이 밧줄을 묶어, 투석기에 올리고는 쏘아 올린다.


“성문을 뚫어!”


허술하게 제작한 공성 망치가 다가갔다.


사다리를 성벽에 걸치며, 사람들이 올라간다.


엉성하면서도 훈련이 되지 않은 병사들.


성기사와 성직자에게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보였지만, 문제는 그들이 생생하다는 것이다.


“젠장, 저놈들 뭘 먹었길래···!”

“보나 마나 인육이라도 먹은 거겠지!”

“이 괴물 놈들!”


성기사들로서는 생존자들이 악마처럼 보였다.


이런 도심에서 저렇게 살이 찌고 생생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동료를 먹고 생존한 거겠지.


실제로 그러한 생존자들이 있었으니까.


이들이 황궁을 치는 것도 사실상 자신들을 잡아먹기 위한 게 아니겠냐는 생각마저 했다.


“쏴!”


화살들이 빗발친다.


생존자가 꿰뚫려 쓰러지자, 엘라이가 화살을 뽑고 치료 마법을 실전했다.


“성녀님을 지켜라!”


생존자들이 방패를 들어 엘라이를 감쌌다.


“젠장, 뚫을 방법이 없어!”


빌은 공성 망치를 쥐며 성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10m나 되는 강철 문을 엉성한 성공 망치로 뚫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성벽을 타고, 안에서 문을 열 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해 보였다.


성벽이 너무 높다.


사다리를 쌓아 올려도 끝이 닿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단단하네.”


유아는 고개를 높이 들어 올렸다.


성벽과 성문이 거대하다.


엉성한 생존자들로서는 이를 뚫기란 쉽지 않을 터.


“좀비를 날려.”


유아의 말에 생존자들이 반응을 보였다.


로브를 입은 수도사들이 버럭 소리쳤다.


“성자님께서 말씀하셨다!”

“좀비들을 잡아!”


생존자들이 도심에 퍼진 좀비들을 잡았다.


저항하는 이들을 창대로 찔러 막아내고는 억지로 투석기에 올린다.


그리고 투석기를 던졌다.


좀비가 성벽을 넘는다.


철퍼덕.


“...!”


성기사들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시체?’


떨어진 시체.

그것이 꿈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팔다리가 부서졌음에도, 비틀거리며 일어나거나, 혹은 기어서라도 입을 벌렸다.


산자를 먹겠다는 듯, 다가온다.


“으아아악!”


성기사들이 검으로 베어냈다.


성력을 사용하려 했지만, 이미 그들의 체력에는 한계에 도달했다.


한낱 좀비 따위에게 먹히는 굴욕이 발생했다.


“젠장, 좀비가···. 좀비가 퍼져나간다!”

“황궁 안으로 들어가!”


성기사와 성직자들이 황궁으로 들어간다.


그에 성벽 위에 있던 이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잠깐, 우리들은···!”


그때, 화살이 날아와 성기사의 목을 꿰뚫었다.


“올라가, 올라가!”


사다리를 길게 이어 붙여, 다시 성벽 위에 올린다.


생존자들이 급히 위로 올라가 성벽 위를 장악했다.


“무기를 버려!”

“저항하면 죽여버릴 테다!”


생존자들이 창을 내밀며 협박하자, 성기사들이 무기를 버렸다.


“성문을 열어!”


생존자들이 급히 바친 대를 제거했다.


쇠사슬을 이용해, 문을 걸고 당긴다.


“밀어내!”


빌과 생존자들이 성문을 밀어냈다.


굳게 닫혔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들어가!”

“와아아아아아아-!”


어둠 속, 수 많은 횃불이 황궁 안으로 진입했다.


* *


“죄수들을 꺼내!”

“교황 미카엘은 몰락했다!”


생존자들이 황궁으로 진입했다.

성기사들이 무기를 벌리고 양손을 올려 투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셀리! 셀리-!”


빌은 급히 자신의 딸을 찾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빌은 성기사 중 하나를 붙잡고 검에 검을 겨누며 외쳤다.


“셀리는 어디 있느냐!”

“세, 셀리? 그, 그게 누구야!”

“내 딸이다. 젊은 처자 말이다.”

“여, 여자? 아, 그 마녀라고 칭한 여자를 말하는 것이냐?”


성기사의 말에 빌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

“그, 그 마녀라면 제물이 되었다.”

“제물?”

“그래, 여자들은 모두 꼭대기 방으로···.”


빌은 생존자들에게 소리쳤다.


“꼭대기다. 꼭대기로 가!”

“안 돼!”


성기사가 급히 빌을 잡았다.


“안 돼, 거기는 안 돼! 그곳에는 괴물이···. 괴물이···.!”

“뭐?”


성기사의 말에 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


셀리는 어두운 방에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코를 막고 싶을 정도로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발을 디딜 때마다 고깃덩이가 닿았다.


이곳은 시체 천국이었다.


수백이 넘는 시체들이 잘게 다져져 바닥에 뿌려져 있다.


셀리는 몸을 떨었다.


황궁 꼭대기에서 보았던 촉수.


그것을 떠올렸을 때 분명, 이곳에 괴물이 있었다.


그것도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


“겁먹지 마.”


셀리는 발에 닿은 투박한 나뭇조각을 들었다.


테이블 다리가 부서진 듯, 뾰족하다.


그것을 움켜쥐며 사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죽여버리겠어.”


유아를 잡아먹은 악마다.

그 착하고 순진하며, 신에게 선택받았을지도 모를 아이를, 괴물은 잔혹하게 잡아먹었다.


그 복수를 해줄 것이다.

그때, 셀리의 등 뒤로 붉은색 불이 밝혀졌다.


셀리는 흠칫 놀라며 몸이 굳어졌다.

땀이 주주룩 뺨을 타고 흐른다.


등 뒤에서 끔찍하리만큼 혐오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축축한 살점들이 부둥키는 소리.

딱딱한 껍질이 바닥을 긁는 소리다.


셀리는 굳어진 채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의 눈이 부릅떴다.


5m는 되어 보이는 길쭉한 다리 4개와 손으로 보이는 길쭉한 4개의 팔.

그리고 꼬리로 보이는 4개의 촉수.


거미와 같은 부풀어 오른 몸.


벌어진 입과 톱니 같은 이빨, 그 사이에 있는 눈알들.


“...거, 거미?”


아니, 거미와 흡사하지만, 더 끔찍한 괴물이다.


거미 괴물이 입고 있는 찢어진 백색의 옷조각.


그것을 본 셀리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교황···. 미카엘!’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ㅡ먹을 거다, 먹을 거. 히히히, 악마님이 좋아할 제물이다.


톱니가 '쩍-!' 벌어진다.


셀리를 관찰하듯 머리가 를 갸웃거리며 가까이 간다.


수십 개의 눈알이 눈웃음을 지었다.


ㅡ맛있게 먹겠습니다!


셀리는 넋이 나가를 잠시, 그녀의 머릿속에 유아가 떠올랐다.


그 착한 아이가 이 괴물 앞에서 얼마나 울었을까?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그것을 떠올리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공포심이 사라진다.


들고 있던 손에 잡힌 나뭇조각을 휘둘러 거미의 눈알을 내리찍었다.


콰직-!


ㅡ으아아아아아아악!


피가 터져 나온다.


셀리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괴물이 날뛴다.


사방으로 손과 발을 휘둘렀다.


길쭉한 촉수들이 날카롭게 주변을 베어냈다.


셀리가 허겁지겁 도망칠 때, 문이 부서졌다.


‘살았다!’


급히 셀리는 문 쪽으로 달려갔다.


* *


생존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성기사들과 성직자들이 생각보다 간단히 제압당했다.


“교황 미카엘을 치자!”

“오오오오오오ㅡ!”


함성이 울린다.


기세를 몰았다.


생존자 중 한 명이 성기사를 심문해 알아냈다.


교황 미카엘이 있는 장소.


바로 황궁의 꼭대기였다.


“가자!”


무기를 든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며 생존자들이 흠칫 놀라며 진격을 멈췄다.


꼭대기 층에서 내려오는 여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뭐야?”

“교황 미카엘?”

“아니, 여자잖아.”

“그럼···. 누구지?”


여인, 셀리 또한 무기를 든 사내들을 보며 외쳤다.


“도망쳐요!”

“뭐?”

“괴, 괴물이 와요!”


셀리가 소리치지만, 생존자들이 눈을 마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위에 몬스터라도 배치해둔 건가?


교황 미카엘 녀석, 살기 위해 발악을 하나 보군.


“모두 도망···!”


황궁이 울린다.


셀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람들을 설득하기엔 무리다.


게다가 이대로 있다간···!


급히 생존자 무리들 사이에 끼어들며 역주행했다.


“도망쳐요. 모두 빨리ㅡ!”


생존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셀리가 온 방향을 쳐다봤다.


깊은 어둠 속, 계단 위를 향해 횃불을 들어 올린다.


그때, 좁디좁은 공간 속으로 수십 개의 긴 팔과 다리, 축수를 가진 기괴한 거미 괴물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게 보였다.


“으아아아아악!”

“뭐야!”

“창, 창!”


생존자들이 급히 창날을 겨누었다.


하지만 창보다도 길쭉한 팔이 그들의 머리통을 잡고 으깼다.


이빨이 창날을 물어뜯고 으깬다.


촉수들이 몸을 꿰뚫고, 마치 빨대처럼 생기를 빨아드렸다.


“저건 뭐야!”

“악마, 악마다!”

“교황 미카엘이 악마를 만들어냈어!”


생존자들이 허겁지겁 도망친다.


ㅡ제물이다. 제물! 히히히히!


교황 미카엘이 시체를 갈아먹는다.


몸이 더욱 부풀어 오른다.


팔과 다리가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살덩이가 좁은 계단을 완전히 차지하며, 더욱 밀고 나갔다.


셀리는 급히 뛰었다.

떨어진 횃불을 주워 둘러본다.


계단을 사이, 사이, 불을 피우기 위해 항아리에 채워진 기름을 보고는 바닥에 뿌리고 횃불을 던졌다.


불길이 솟구치고, 괴물의 살점들이 주춤거렸다.


그것도 잠시, 화염 속을 뚫는다.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황궁의 계단 사이에 있는 뚫린 창가.


그 틈으로 바깥 상황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


붙잡힌 성기사들이 보였다.


‘생존자들?’


그것도 신성 교단의 수도 사람들이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인원이?


게다가 모두 팔팔했다.


그때, 셀리의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아름답고 젊은 청년이었다.


허름한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든 사내.


그 모습을 본 셀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아?”


작은 소년, 유아가 큰 모습 같다.


그때, 유아가 고개를 들어 창가에서 내려다보는 셀리와 눈이 마주쳤다.


-구하러 왔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다.


-뛰어내려.


유아의 목소리에 셀리는 고개를 돌렸다.


계단에서 거미 괴물이 머리를 내밀었다.


ㅡ악마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거미 괴물의 외침에 셀리는 소름이 돋았다.


발을 창가에 걸친다.


떨어지면 분명 온몸이 산산조각이 날 높이다.


수백 미터를 맨몸으로 떨어지면 분명 자살행위.


-믿어.


유아의 말에 셀리는 뛰어내렸다.

두 눈을 꾹 감았다.


“빌-!”


성기사들을 심문하던 빌은 고개를 돌려 유아를 쳐다봤다.


“저기.”


유아가 손가락으로 떨어지는 셀리를 가리켰다.


“헛, 셀리!”


빌이 급히 뛰어갔다.

평범한 인간인 그로서는 떨어지는 셀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유아가 미소 짓고 중얼거리며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성력의 파동이 퍼진다.


셀리의 몸이 허공에 붕 뜨며 천천히 내려왔고, 동시에 빌의 몸이 성력에 뒤덮였다.


육체가 강화되며, 뛰어오른다.


“아빠?”

“셀리!”


셀리가 끌어안았다.


바닥에 살며시 착지한다.


“사, 살아있었어요? 아서가 분명 죽었다고···.”

“그 사기꾼의 말을 믿은 것이냐? 내 손자를 보기 전까지 죽지는 못···.”


쾅ㅡ!


빌과 셀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황궁의 꼭대기가 무너진다.


거대한 돌파편이 떨어져 내리며 아서와 셀리를 향해 떨어졌다.


“엘라이.”


유아의 말에 엘라이는 머릿속에서 생각했다.


저 둘을 감싸줄 단단한 막을.


순간, 셀리와 아서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파편이 투명한 보호막에 막혔다.


셀리와 빌이 움찔거리며 눈을 떴을 때, 그들에게는 상처 하나 없었다.


“저건 뭐야!”

“괴물, 괴물이야.”

“악마다!”


생존자들이 손가락으로 황궁의 부서진 꼭대기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거대한 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긴 팔과 다리, 수십 개의 촉수.


살덩이로 이루어진 몸뚱이만 해도 수백 톤에 달하며, 긴 다리와 촉수들이 일으킨 몸은 100m에 달했다.


거대한 기괴한 거미 괴물.


ㅡ아아아아아아아!


괴물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 *


미카엘의 자아는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있었다.


있는 것이라면 죽고 싶을 정도로 굶주린 허기짐.


그리고 무언가를 불러내야 한다는 사명만이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거대한 손과 발들이 움직이며 땅을 내려찍는다.


ㅡ부른다, 위대한 악마를 부른다!


손을 뻗어 생존자 하나를 빠르게 낚아챘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찍어, 피를 터트려 그 시체로 바닥에 거대한 룬 문자를 그린다.


ㅡ부족해, 아직 제물이 부족해!


거미 인간의 몸이 부글부글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몸에서 커다란 알 조각이 만들어지며, 먹어치웠던 인간들이 뭉쳐진 합성 생물로 탄생해 떨어져 내린다.


5m에 시체들이 뭉쳐진 좀비 골렘.


그 모습에 생존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젠장, 네놈들 때문이잖아!”


성기사들이 버럭 소리쳤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거미 괴물을 가리켰다.


“저 괴물을 건드리다니! 우린 이제 다 죽었어!”


유아는 거미 괴물을 올려다봤다.

참으로 흥미롭다.


상당히 강하기도 했다.


저건, 아마도 하프 드래곤인 아빌론 제국의 황제와 맞먹을 힘을 가졌을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이거나.


‘나로서는 무리인가?’


본체가 아닌, 분신이다.

그로서는 저런 괴물을 이겨내지는 못할 터.


‘용사들이 잘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나.’


유아는 빌과 셀리, 엘라이, 생존자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지팡이를 내려찍어, 구속된 성기사들을 풀어냈다.


“살고 싶으면 싸워라.”

“뭐?”

“내가 지원해줄 테니.”


유아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성기사들의 피로감과 상처, 굶주림마저 사라진다.


성기사들이 굳어진 얼굴로 유아를 쳐다봤다.


이러한 기적.

그들이 알고 있는 한 한 존재밖에 이루지 못한다.


“설마, 가이···.”

“자, 용기 있는 자들이여.”


유아는 거미 괴물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왕을 토벌하라.”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두 개로 나뉘기에 애매해서 그냥 한꺼번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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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 유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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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3년 7월 1일에 비공개 예정입니다~! +5 23.04.20 94 0 -
공지 연재 주기입니다. +5 18.08.18 3,577 0 -
공지 브리튼 대륙의 일부 지도 +18 18.06.28 14,074 0 -
92 신의 유희(완) +122 19.07.22 4,295 159 11쪽
91 마왕 토벌 +19 19.07.07 3,496 129 12쪽
90 마왕 토벌 +18 19.06.30 3,394 121 10쪽
» 마왕 토벌 +42 19.06.17 3,593 119 19쪽
88 용사 게임 +15 19.06.03 3,608 116 11쪽
87 신기한 소년 +17 19.05.26 3,624 114 12쪽
86 신기한 소년 +19 19.05.26 3,581 109 9쪽
85 성녀 엘라이 +15 19.05.14 3,929 124 9쪽
84 성녀 엘라이 +18 19.05.06 4,004 119 12쪽
83 성녀 엘라이 +23 19.04.29 4,085 136 13쪽
82 성자의 탄생. +26 19.04.22 4,117 146 11쪽
81 성자의 탄생. +21 19.03.11 4,717 142 11쪽
80 성자의 탄생. +18 19.03.04 4,669 140 10쪽
79 재앙의 도시. +37 19.02.25 4,823 122 16쪽
78 재앙의 도시. +26 19.02.18 4,882 157 13쪽
77 재앙의 도시. +30 19.02.10 5,251 146 10쪽
76 광기 어린 전쟁 +28 19.02.09 5,185 142 11쪽
75 광기 어린 전쟁 +38 19.01.27 5,718 183 13쪽
74 광기 어린 전쟁 +53 19.01.14 6,429 206 11쪽
73 광기 어린 전쟁 +69 19.01.06 6,355 200 10쪽
72 광기 어린 전쟁 +27 18.12.30 6,456 197 9쪽
71 광기 어린 전쟁 +39 18.12.26 6,497 198 12쪽
70 광기 어린 전쟁 +32 18.12.17 6,554 244 12쪽
69 광기 어린 전쟁 +35 18.12.14 6,464 187 11쪽
68 광기 어린 전쟁 +21 18.12.12 6,729 196 15쪽
67 7장 프롤로그 +15 18.12.09 6,772 184 15쪽
66 로덴 왕국 +20 18.12.07 6,730 2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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