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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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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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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8,659

작성
18.12.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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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광기 어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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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


황제 알렉산더는 소름이 돋았다.


‘이게 신! 이게 세상을 창조한 가이아!’


그는 옥좌에 앉은 존재를 쳐다봤다.


겉모습은 분명 이제 막 성인이 된 사내 같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이미 인간의 것을 넘어섰다.


그의 힘은 용의 힘을 가진 자신의 능력으로서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토록 강력하다니!

가히 ‘신’이라고 하기엔 알맞은 존재였다.


‘내 생에 이런 존재와 싸울 기회가 오다니! 하하!’


사실상 그는 테라가 어떤 곳인지 보러 왔을 뿐이었다.

신성 교단이 경계할 만큼 위험한 국가이겠느냐는 생각에 말이다.


분명 조무래기 몬스터가 왕을 칭하며 왕위에 오른 거겠지. 또한 신성 교단은 어찌어찌 해서 그저 그를 신으로 착각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신성 교단의 성직자들은 하나 같이 머리가 골빈 녀석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들이 처음으로 옳았다.


눈앞에 있는 자는 분명 ‘신’이다!


처음 마왕을 만났을 때만 해도 살갗이 짜릿짜릿했다.


흑룡 요르간드를 죽인 이후, 처음으로 싸워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아, 마왕이 이토록 아름답고 강한데, 그 위의 존재는 어떠할까?’


그리고 그는 테라의 군주를 만났다.

‘그 존재’는 분명 ‘신’적인 존재였다.


마신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대함.


상대방은 아무런 힘을 내뿜지 않았지만, 육체 사이에서 슬금슬금 튀어나오는 검은 기운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육체에 모두 담기 힘든 강대한 힘이었다.


‘과연 나는 이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확실이 서지 않았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흥분되었다.


처음 명분은 신성 교단이 제공하는 것으로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싸우고 싶다는 충동을 참지 못해 오히려 싸움을 걸고 말았다.


알렉산더는 교황 미카엘을 떠올렸다.


‘참으로 어리석은 존재로군.’


기껏해야 교황은 인간 나부랭이다. 그런 존재가 감히 눈앞의 존재를 넘보고 넘어서려고 하다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교황이든, 추기경이든, 성물이든, 그 무엇을 이용해도 눈앞의 존재를 죽일 수 없으리라. 그러니···.


‘그러니···! 내가 이놈을 죽인다!’


알렉산더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살의를 품으며 한 걸음을 내딛다가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멈췄다.


“...이놈 모가지 따도 되는 거겠지?”

“황제여. 품위를 지키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알렉산더의 목에는 단검과 대검이 겨누어져 있다.


양옆에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언데드 리치와 오크가 서서 알렉산더를 노려보고 있다.


“...”


알렉산더는 시선을 돌렸다.

옥좌에 앉은 유일신을 보호하듯 그 앞을 마왕이 우뚝 서 있었다.


알렉산더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야 원···.’


그의 입가가 다시 광기에 얼룩진 미소가 그려졌다.


‘...이렇게 재미난 것들이 많다니.’


이 세상, 아직 살고 볼 일인가 보다.


아무래도 흥미를 잃어 지루하던 참이다. 이참에 마나의 품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할까도 생각했건만, 역시 아직 경험할 일들이 많았다.

바로 눈앞에 재미난 장난감이 셋이나 있지 않은가?


아아, 이들과 피 터지게 싸우면 얼마나 흥분될까?


앞으로 몇 년을 살아도 이와 같은 광경은 보기 힘들 것이다.


이건 기회다. 놓쳐서 안 될 기회!


그만큼 감정을 억눌러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참자. 참아야 한다···.’


알렉산더는 본능적 욕구를 애써 억제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저력으로 싸우기엔 자신은 무기 하나 없지 않은가?


이상태라면 여기 있는 셋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유일신에게는 패하고 말 것이다.

만전의 상태에서 이 세계를 창조한 유일신을 자신의 손으로 쓰러뜨려 보고 싶었다.


이성을 되찾고 나니 알렉산더는 문득 궁금해졌다.


황제가 직접, 적국에 찾아와 군주에게 내건 전쟁 선포다.


다른 의미로 보면 감히 용이라는 도마뱀 따위가 세계를 창조한 신에게 싸움을 건 것과 같았다.


과연 유일신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반역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분노할까? 흥분할까? 아니면···!


“...알겠습니다.”


미소 짓고 말하는 상대방의 말에 알렉산더는 되려 눈살을 찌푸렸다.

당황한 줄 알았더니, 오히려 시원스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자신의 폭발하기 직전인 마음도 저절로 사그라들었다.


유일신은 깍지를 끼고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제국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저희 테라에 선전 포고를 해도 되는 것입니까? 명분도 없는데?”


오호!

알렉산더는 감탄했다.


상대가 분노하여 달려들지 않고 오히려 ‘국가적’ 차원에서 묻고 있다.

유일신은 저 왕좌에 앉아 몬스터들의 군주 노릇을 하며 ‘유희’라도 즐기고 싶은 것일까?

마치 이 세상에 흥미를 느끼고 유희를 즐기는 용처럼?


‘아니지. 눈앞의 존재는 이 세상을 창조한 유일신.’


단순한 유희도 스케일이 다를 것이다.

지금도 대륙을 뒤엎어 놓지 않았는가?


어쩌면 교황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신은 재미삼아 인류를 멸망시킬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인간이 신의 피조물이라고 해도, 신의 변덕에서는 그저 진흙 인형과 같은 존재들이니 말이다.


알렉산더는 신의 질문에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면서도 눈살을 찌푸렸다.

전설 속에서 전해지는 용의 일족이다.

예부터 용은 그야말로 지혜로운 존재로 알려졌었지만, 그건 모두 헛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년을 넘게 살 수 있음에도 인간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니까 말이다.


“아, 명분···. 그 빌어먹을 명분이라···.”


알렉산더는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명분으로 세울 게 없다.

자신이 일구어낸 제국이 멋대로 움직이면 그에 따른 위신이 떨어진다.

자존심이 있어 다시 말을 철회하지도 못할뿐더러, 사실 그러기도 싫었다.


자존심? 위신? 명예? 다 필요 없다.

눈앞에 있는 존재와 싸울 수 있다면 스스로 제국을 멸망시켜서라도 싸우리라.


‘그래도 상대가 싸움에 응해주지 않으면 재미가 없단 말이지.’


신은 국가를 세우고 유희를 즐기고 있다. ‘전쟁놀이’라는 용의 유희에 신이 어울려주려면 그에 따른 답변을 해야 하리라.


‘이럴 줄 알았으면 국정에 신경 쓰는 건데.’


아카데미에서 필기 시험을 보는 기사 견습생처럼, 벼락치기로 이곳 테라와 자신의 나라에 대한 관계를 조사하고 왔다.


사실상 명분으로 세울만한 것이 몇 없기는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알렉산더는 뭔가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목에 겨누고 있는 오크를 힐끔 쳐다보고는 유일신에게 말했다.


“있습니다.”

“...?”


옥좌에 앉은 존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렉산더는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요. 어느 오크 하나가 저희 아빌론 제국의 대귀족들을 살해하고 도망친 이력이 있습니다.”


그 말에 알렉산더의 목에 단검을 겨눈 오크가 흠칫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렉산더는 그 모습에 확신했다.


‘역시나 그 오크였군.’


알렉산더는 오크 로커스라는 자를 알고 있었다.

20년도 전에 있던 일.

아빌론 제국의 공작과 후작을 살해해 달아난 존재.

그것이 바로 옆에 있는 오크였다.


‘흥미로운 오크였지. 강하기에 나중에 길들여 싸워볼까 했는데···.’


그때는 도망쳐 버렸다.

참으로 아쉬워 그놈을 찾고자 현상금마저 걸었건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상당히 잘 컸다. 이 정도로 강해진 건 신의 영향 때문이겠지.

덕분에 자신이 길들일 필요도 없이 좋은 먹잇감이 되어 자라났다.


“그는 죄인입니다. 그런 이를 보호하고 계시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따진다면 그쪽 귀족이 로커스의 마을을 불태웠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것에 대해서는 알렉산더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대귀족 두 명을 살해하고 달아난 암살자를 보호하는 국가로서, 전쟁을 ‘명분’으로 삼기에는 충분하리라.

알렉산더는 이번엔 언데드 리치에게로 향했다.


“게다가 저희 영지 근처 던전에서 영지민들을 가지고 사이비 종교를 창설한 존재도 있더군요.”

“...”


10년 전 일이다.

홀프가 아빌론 제국 근처에 있는 던전에서 모험가와 사람들을 끌어들여 사이비 종교를 창설한 적이 있다.

게다가 그들 모두 홀프의 검에 죽고 말았다.


“또한, 현재 저희는 신성 교단과는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교황께서 찾아오셔서 동맹을 맺고자 제안을 해왔지요.”


이건 사실이다.

전자는 거짓이라고 볼 수 있지만, 후자는 진실이다.


아빌론 제국과 신성 교단은 수천 년 째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또한, 교황 미카엘은 눈앞의 유일신을 죽이고자 스스로 찾아와 고개를 숙여가면서까지 부탁했다.


동맹 따위는 개나 줘버릴 알렉산더였지만, 이번만큼은 교황 미카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들과 동맹을 한다면···.


“...신성 교단을 어지럽히고 수많은 이들을 학살하며, 또한 추기경마저 살해한···.”


알렉산더의 시선이 마왕 릴리에게로 향했다.


“최초의 마왕마저 보호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세 마리의 괴수들.

그들 모두 아빌론 제국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자들이다.

이것으로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니···.


“전쟁을···.”

“좋습니다.”


알렉산더가 말하기도 전 상대방이 수락했다.

알렉산더는 유일신을 쳐다봤다.

그가 단상 위, 옥좌에 앉아 알렉산더를 내려다봤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도마뱀 따위가 감히 어디서 설치냐는 듯한 눈빛이다.

그 모습에 알렉산더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너무 나간 건가.’


감히 신에게 대든 용이라니. 하하! 이거 참 신화에 남을만한 일일세.

알렉센더는 속으로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

‘그러고 보니 여긴 적진이로군.’


적진 한가운데.

그것도 여태껏 상대해왔던 조무래기와 비교할 수 없는 3명의 괴수와 그런 괴수를 거느리는 신이 있다.


까딱하다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죽게 되리라.


“...이거 한 발 뒤로 물러서야겠습니다.”


알렉산더는 한 발 내디뎠던 발을 다시 원상태로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알렉산더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유일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럼 이쯤에서 물러나겠나이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언데드 리치와 오크가 유일신을 쳐다봤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알렉산더의 목에 겨누어진 대검과 단검이 사라졌다.

알렉산더는 등을 보이며 대전을 나왔다. 그러면서도 여유로운 걸음이 빠른 걸음으로, 빠른 걸음이 달리기로 바뀌었다.


‘...하하! 이거 참, 나도 겁이라는 걸 가지고 있었군.’


한순간이지만 쫄아버렸다.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는 이 짜릿한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그렇기에 기대가 되었다.

용과 신의 ‘놀이’로서의 대결이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한 알렉산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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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연중 아니에요~! 완결 낼겁니다. 낼거예요! 컴이 터지거나 작가가 큰 사고가 없는 한 이 작품은 언젠가는 완결 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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