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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수 님의 서재입니다.

짐승들과 삼겹살 파티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믿맫
작품등록일 :
2020.07.15 22:30
최근연재일 :
2020.09.17 02:54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04
추천수 :
5
글자수 :
9,488

작성
20.07.15 22:38
조회
151
추천
2
글자
10쪽

동물농장(1)

DUMMY

디스토피아라는 핸드폰 게임을 받았는데 이상한 게 보인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히어로로 선정되었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고통 받는 인류를 구원해주세요!]

[현재 접속 중인 디스토피아 : 동물농장]

[목표 : 1일간 생존]

[초기 스킬. 정보창이 주어집니다.]

[디스토피아 내에서 사망 시 현실에서도 사망합니다.]


대체 뭐야.


난 적응이 빠른 사람이다. 자대배치 첫날에 맞선임한테 너무 적응한 티 내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 그런데 이 상황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꿈을 꾸나?


아얏! 볼을 꼬집어보니 꿈은 아닌데.


내 안락한 원룸은 어디가고 딱딱한 흙바닥에 누워 있는지.


얼떨떨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맙소사. 통나무집이다. 구석에는 짚더미가 쌓여있고, 그 옆에는 커다란 진흙구덩이까지 있다.


“꾸울!”


돼지 소리? 생각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짚더미 사이로 숨었다.


내가 몸을 숨기자마자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족보행 하는 돼지가 시베리안 허스키를 끌고 들어왔다.


“꾸울! 무식한 브레드 꾸울! 지도 인간노예 생긴 지 얼마 안됐으면서 나를 놀려!!”


돼지가 두발로 걸어 다니는 것도 못 믿겠는데, 말까지 하네. 미치겠네.


돼지는 분을 못 이기겠다는 양 발을 쿵쿵 구르더니, 구덩이에 몸을 던졌다.


진흙 몇 덩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허스키! 너도 문제야 꿀! 브래드가 날 개무시 하는데 가만히 있어!”

“하지만 주인님···”


개도 말을 하네. 이젠 놀랍지도 않아. 그런데 개 앞에서 개무시라 해도 되나?


“듣기싫꿀!!!”


돼지의 고함에, 허스키가 꼬리를 만다.


“간식이나 먹어야겠다. 나가서 여물 더 가져와!”


돼지가 소리치자 허스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돼지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짚더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게 간식이었어?


손이 가까이 다가오자 놀라서 몸을 뒤로 뺐는데, 그 탓에 짚더미가 흔들렸다.


“꾸울?”


돼지가 가뜩이나 작은 눈을 모로 떴다.


어떻게 하지. 당장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그렇지만 밖에 개가 있는데.


“허스키 이놈 문 좀 살살 닫지. 꾸울. 마음에 안 들어.”


멍청해서 다행이다.


나는 티 나지 않게 이동해 몸을 벽에 기댔고, 돼지는 진짜 돼지처럼 짚을 씹어 삼켰다.


그 많은 짚더미가 순식간에 줄어간다.


큰일이야. 이 속도면 얼마 안 있어 들키겠다.


“주인님. 신선한 여물을 가져왔습니다.”


그 때 허스키가 큼지막한 수레를 끌고 들어와, 짚더미에 그것을 부었다.


살았다! 멍멍아 내가 현실에 돌아가면 꼭 허스키 입양할게! 진짜 고맙다!!


“신선? 얼마나 신선하지?”

“브래드님이 주신 겁니다.”

“꾸울? 브래드님?”

“죄송합니다. 브래드가 줬습니다.”

“됐어 꿀. 기분 나빠졌어.”

“죄송합니다.”

“말로만 사과하면 되겠어? 부히히힛.”


말은 잘 하는데, 웃는 건 영락없는 돼지네.


돼지는 진흙구덩이서 일어나더니, 걸치고 있던 헝겊쪼가리를 다 벗어던졌다.


허스키는 그걸 보더니 뒷걸음질 쳤다.


“꾸울? 어딜 도망가는걸까?”

“주인님! 정말 죄송합니다!”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브래드님이라 하고. 사실 허스키도 원했던 거지?”


돼지는 그렇게 말하며 구덩이에서 나와 바닥에 엎드렸다.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몸짓이었다.


허스키는 구슬프게 울부짖더니, 돼지 위에 올라탔다.


나는 이어질 장면을 볼 용기가 없어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그래도 살 부딪치는 소리, 돼지가 뀌엑거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헛구역질을 몇 번이나 했다.


어떤 미친놈이 날 이딴 곳으로 보냈는지는 몰라도, 만나면 죽인다. 진짜 죽인다.


개의 교미 시간이 30분이나 간다 했던가. 입소대대에서의 첫날보다 더 지겹고 힘든 시간이었다.


돼지는 만족한 듯 잠에 들었고, 허스키는 그것의 얼굴을 열심히 핥았다.


그렇게 싫어했는데 저렇게 정성스레 핥다니. 역시 정 중 최고는 떡정 인가봐.


“자는 게 확실하군. 빌어먹을 돼지새끼.”


아니네.


개는 돼지를 굴려서 구덩이에 처박고는, 내가 숨어있는 짚더미를 향해 다가왔다.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나와라 인간.”


들켰네. 어쩌지. 돼지가 깨어있을 때 안 부른걸 보면, 해코지 하진 않을 것 같은데.


“해치지 않을 테니 나와라.”


허스키의 말에 짚더미 밖으로 나왔다.


모른 척 버티고 있어봤자 별다른 방안도 없고. 호랑이굴에 떨어져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정신줄 꽉 붙잡고 하루만 버티자.


“언제부터 알았지?”

“인간 주제에 반말이라니. 간덩이가 부었나.”


여기 사람들은 뭔데 가축보다 못한 거야.


살짝 당황했지만, 오히려 어쩔 거냐는 듯이 가슴을 부풀렸다. 내 모습을 보더니 개가 썩소를 짓는다.


“용감해서 마음에 드는군. 노예 출신이 아닌가 보지?”

“그렇다.”

“어디 귀족의 애완인간이었나? 어쩌다 이 외곽까지 굴러들어온거지?”


모르는 얘기다. 어설프게 대답해서 밑천을 드러내느니, 말을 돌리는 게 낫지.


“그건 알 것 없고, 왜 돼지한테 내 존재를 알리지 않았나.”

“이래 뵈도 내가 반돈 협회 위원이라.”

“반돈 협회!”


이렇게 노골적인 이름이라니. 감탄한 척 소리를 지르니 개가 뿌듯해 했다.


“고위귀족의 노예였나 보군. 반돈 협회를 알다니.”

“얘기만 들었는데 실존했을 줄이야.”


허스키는 뭐라 말을 하려다 멈칫 하더니, 내게 턱짓을 했다.


“여기는 이야기하기 적합한 장소가 아니니, 나를 따라 오도록.”


허스키는 문을 열고 나갔다. 따라 나가니, 영화에서나 보던 농촌이 펼쳐졌다.


제일 먼저 거름 냄새가 찐하게 풍겨왔고, 지평선 너머로 길게 뻗은 논밭이 보였다.


진짜 시골이구나.


허스키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해서, 충격 때문에 굳었던 머리를 좀 돌릴 수 있었다.


여기가 디스토피아라고 했지. 인류 구언 어쩌고 했던 거랑, 개돼지가 말했던 걸 보면 인간이 계층의 제일 밑바닥인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정보창이라는 걸 줬었는데. 어떻게 쓰는 거지.


허스키를 보고 정보창을 떠올리니, 눈앞에 문자가 떠오른다.


[이름 : 허스키]

[견종 : 시베리안 허스키.]

[육체능력 : 평범]

[성향 : 선]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면 정보창 레벨을 올리세요.]


정보창 레벨이 뭐야. 생각하기 무섭게 내 정보가 떠오른다.

[이름 : 조찬원]

[종족 : 인간]

[육체 능력 : 우월]

[잠재 능력 : 극상]

[성향 : 영웅]

[보유 스킬 : 정보창 Lv 1]


정보창 Lv 1이라 적힌 것을 노려보니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원하는 대상의 간략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레벨이 상승할수록 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본인을 대상으로 하면 한 등급 위의 정보를 제공한다.]


정신없이 정보창을 읽고 있는데, 허스키가 우물 앞에서 멈추더니, 두발로 섰다.


한낱 강아지가 이족보행을 하네. 벌써 적응이 되서 그런가, 이젠 놀랍지도 않다.


“다 왔다. 두레박에 타라.”


아까부터 왜 명령조야.


허스키의 말대로 두레박에 타니, 개가 줄을 다섯 번 잡아당긴다. 그러자 두레박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거 꼭 엘리베이터 같네.


“인간?? 허스키가 큰일을 했어!”


바닥에 도착하니 두 발로 걷는 닭이 반겨줬다. 아, 닭은 원래 두 발로 걷지.



닭의 정보창을 띄워봤다.


[이름 : 먼치킨]

[종족 : 레그혼]

[육체적 능력 : 최약]

[성향 : 선]


애도 선성향이네. 아무래도 반돈 협회에 속한 애들은 다 선인가 보다.


“인간아. 나는 먼치킨이야. 너는 이름이 뭐야?”

“조찬원이다.”

“꺄악! 반말을 쓰잖아.”


닭이 날개로 부리를 가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어느새 허스키도 내려왔다.


“인간, 무사히 도착했군.”


개 주제에 나를 저능아로 보나. 두레박 타고 내려온 것 밖에 없는데 무사하지 않을 게 뭐 있어.


“허스키! 고생했어. 이런 인간을 대체 어디서 데려온 거야.”

“특이하지 않은가?”

“완전 특이하지! 인간 주제에 존댓말도 안 쓰고, 여기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일 텐데 비명도 안 질렀어.”

“정말인가?”

“그래. 오히려 나를 관찰하듯이 쳐다봤다니까?”


그러고 보니 여기 우물 바닥이라 어두컴컴한데, 대낮처럼 잘 보이네. 영웅 특전 그런 건가.


신기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축생들이 감탄해서 쳐다본다.


이럴 때일수록 더 뻔뻔하게 나가야지.


“그럼. 나는 하잘 것 없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

“애완 인간의 자부심인가.”

“그런 것들과 비교하지 말도록.”

“멋져!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노코멘트 하겠다.”

“어떻게 해! 고급 언어까지 쓰잖아!”


닭이 신나서 소리쳤다.


그런데 영어가 고급 언어면 한국어는 초급 언어냐? 내가 국뽕은 아니지만 이건 좀 열 받네.


“잡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가지.”


허스키가 앞장서서 토굴로 걸어갔다. 통로가 꽤 크네. 고개를 안 숙여도 되잖아.


나야 편해서 좋은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이 통로는 왜 이렇게 크게 만들었지?”

“나 알아! 소가 드나들 수 있도록 크게 만들었었어.”

“소를?”


우물이 그렇게 크지가 않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먼치킨이 시무룩해져서 덧붙였다.


“그런데 소가 너무 커서 못 들어왔어. 결국 돼지들한테 잡혀서 고기 됐어.”


이 멍청한 것들을 믿어도 되는 건가.


“그래? 유감이다.”

“아니야! 옛날 일이니까.”


먼치킨이 기운을 차리고 다시 떠들려는데, 말없이 앞서던 허스키가 우리를 돌아봤다.


“먼치킨. 어디까지 따라오려는 거지?”

“어?”

“입구를 지키는 게 네 임무 아닌가?”

“맞다! 까먹고 있었어! 찬원아 나 일하러 갈게. 이따 봐.”


여자친구가 저랬다면 설렜을 텐데. 닭이 애교를 떨어 봤자 치킨만 먹고 싶다.


얼마 안 있어 커다란 동공에 도착하니. 가늘고 여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러운 돼지의 냄새가 나.”


작가의말

취미용 소설입니다.

화장품 연재하면서 기분 전환용으로 잠깐잠깐 쓰는 거라 정기적으로 연재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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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물농장(2) +2 20.09.17 50 3 11쪽
» 동물농장(1) +1 20.07.15 15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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