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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53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8.13 15:00
조회
525
추천
13
글자
12쪽

태양의 신전-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센! 센! 일어나!”

센은 양쪽 머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 모를 꿈에 시달렸기 때문인지 두통이 심했다. 센은 조금 전에 꾼 꿈을 생각했다.


Dr.센에 대한 잃어버린 기억.

만약 그 꿈이 사실이라면, 지난 50년간 잃어버렸던 기억을 되찾는 것이고, 그걸 정리하여 발표하면 엄청난 사건이 될 터였다.

하지만 꿈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고, 왜 그런 꿈을 꾼 것인지,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 맞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달토끼가 재차 재촉하고서야 센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냈다. 그는 일어나서 조명 드론을 먼저 확인했다. 에너지 팩이 반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곳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없으니 되도록 아껴서 사용해야만 했다.


“이거, 적지에서 너무 푹 쉬었는데? 덕분에 피로가 풀리긴 했지만.”

달토끼가 스트레칭과 체조를 하며 말했다.


“얼마나 잔 거지?”

“8시간.”


그의 대답에 센은 깜짝 놀랐다. 벌써 어둠 속에 들어온 지 20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좀비의 행방은 알 수 없었고, 심지어 지금 있는 위치조차 알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든든한 달토끼와 함께 있다는 것과 혹시 싶어 물과 음식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었다.

둘은 간단한 간이식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하나 더 줄까?”

이에 달토끼가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그의 덩치로 보건대 두 개를 더 먹어도 부족할 것 같아 넉넉하진 않았지만, 말없이 건네주었다.

식량팩을 건네받은 달토끼는 포장에 붉게 표시된 부분을 꾹 눌렀다. 딸깍 소리와 함께 점점 뜨거워지며, 출렁이던 팩이 둥근 접시 모양으로 굳어졌다. 뚜껑을 뜯어내자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이건 다 좋은데 양이 너무 적어.”

3개나 후딱 먹어치운 달토끼는 여전히 부족한 눈치였다. 센은 모르는 척 조명 드론을 넣고 에어볼에 올랐다. 두터운 어둠을 뚫기 위해 두 줄기 빛이 버둥거렸다.


“드론으로 앞서 가게 하면 안 될까? 동작감지 기능이 있었잖아?”

짓누르는 어둠에 점점 짜증이 나려 했다.


“에너지 팩이 반밖에 안 남았어. 더군다나 동작감지를 믿고 방심했다간 더 낭패일걸?”

센의 말에 달토끼가 입을 다물었다. 좀비는 원한다면 몇 시간이고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좀비를 확인할 방법은 눈으로 확인하든지 움직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

두 시간쯤 진행했을 때, 센이 소리쳤다.


“왜?”

달토끼가 재빨리 곤봉을 꺼내 들며 물었다.


“지도 왼쪽에서 신호가 들어왔었어. 1초 정도. 금방 지도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확실해.”

“그럼 반경 2km밖에 있다는 거군?”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해. 지도에 표시되는 놈들은 일부라는 것 잊지 말고.”


달토끼가 서서히 앞장섰다. 10분쯤 가자 갈림길이 나왔다. 센은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갈림길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센은 아까 보았던 위치를 향해 길을 선택했다.

좀비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속도는 더욱 느려졌고, 긴장과 초조가 둘을 사로잡아갔다. 침 삼키는 소리조차 거슬렸다.

네 번째 갈림길을 지날 때 센이 손으로 달토끼를 불렀다.


“놈들이 지도에 들어왔어. 지금 11시 방향에 멈춰있어.”

센의 속삭임에 달토끼가 고개를 끄덕였다. 센은 배낭에서 조명 드론을 꺼냈다. 터널의 어둠을 간신히 몰아낼 정도의 밝기로 앞서게 했다. 터널이 어느 정도 밝아지자 조바심도 줄어들었다. 이젠 오히려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몇 번의 갈림길을 지났을 때, 센이 달토끼에게 다가가 손가락 다섯 개를 보였다.


“다섯 마리?”

달토끼가 속삭이며 물었다.

“아니, 500m.”

그가 끄덕이며 다시 앞장섰다.


10분쯤 더 가서 센이 달토끼에게 다가갔다. 쭉 뻗은 터널을 가리키며 손가락 하나를 보였다. 아직 보이는 것은 없었으나 달토끼는 에어볼에서 내려 곤봉을 꺼내 들었다.

용감하게 앞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고글의 지도에 표시된 좀비의 숫자는 일곱이었다. 하지만 그곳에 실제로 있는 숫자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동작감지 기능을 켠 드론이 먼저 접근했다. 동작감지기에도 일곱 개의 신호가 잡혔다.

센이 손짓으로 일곱 구가 있다고 알려줬다. 달토끼는 곤봉을 들고 성큼 다가갔고, 그가 좀비에 다가갔을 때, 드론의 조명이 밝아지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썅! 이게 뭐야!”

달토끼가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빛이 밝힌 그곳에는 서성이고 있는 일곱 좀비와 주위 벽에 붙어 선 수백의 좀비가 있었다.

둘은 당황할 틈도 없이 싸움을 준비했다. 센은 한 손에는 ‘좀비 홀’을 들고 다른 손에는 ‘좀비 팝콘’이라 이름 붙인 권총을 들었다.

고글의 숫자가 갑자기 바뀌었다. 316. 고개를 돌려 둘을 노려보던 좀비들이 ‘그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네가 300을 맡아!”

센이 소리쳤다.

“넌?”

“16.”

“지랄한다.”


달토끼가 상큼하게 대답해 준 후, 괴물 같은 고함을 지르며 마주 달려갔다. 그와 가장 먼저 마주친 좀비 다섯이 벽에 부딪히며 터져나갔다.

그의 모습을 보자 불안감이 희석되었다.

센은 에어볼을 몰아 달토끼의 주변에 섰다. 그에게서 멀어지면 위험하기에 적당한 거리유지가 필요했다. 센은 달토끼 주위에서 공격할 틈을 엿보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총을 쐈다.

좀비 팝콘에 맞은 좀비의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듯싶더니 1~2초 후 팝콘이 터지듯 터졌다. 센이 달토끼의 주변으로 연속해서 쏘자 마치 폭죽을 터트리듯 한 음향과 연기, 파편이 튀었다.


“야! 그거 쏘지 마!”

튄 파편에 계속 맞던 달토끼가 소리쳤다. 그는 곤봉에 터진 조각과 센이 터트린 팝콘 조각에 온몸이 물들어있었다.


“냄새 지독해!”

센은 자신의 추측이 틀렸음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좀비 팝콘’을 버리고 ‘좀비 홀’로 좀비들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다.

달토끼는 곤봉을 풍차처럼 돌리며 주위를 쓸어버렸다. 그의 주변은 좀비 파편으로 가득했고, 서 있는 좀비는 하나도 없었다. 기어서 다가오는 좀비는 그의 발에 밟혀 터졌다.

좀비들이 몸을 날려 그의 등을 덮치거나, 기어와 다리를 물어뜯으려 했지만, 센이 만들어준 반물질 갑옷을 뚫지는 못했다. 몸에 매달린 좀비들은 그의 손짓에 날아가 다른 좀비들과 함께 바닥을 굴렀고, 다리를 물던 좀비들은 발에 차이거나 밟혀 터져 버렸다.


“내 몫은 다 끝냈어!”

센이 소리쳤다.

“조금만 기다려!”

달토끼의 움직임이 더 커졌다.


좀비가 반으로 줄었을 때쯤, 갑자기 위쪽에서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좀비들의 가슴에 구멍을 내던 센이 위를 보았다.

“피해!”

센은 소리치며 뒤로 물러섰으나, 좀비에 둘러싸인 달토끼는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위로 수십 구의 좀비가 떨어졌다. 달토끼는 그야말로 좀비에 뒤덮여 파묻히고 말았다.


“토끼~!”

센이 달려가며 총을 조준했지만 쏠 수 없었다. 관통하든 터지든 달토끼도 위험했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좀비들이 그를 향해 달려왔다.

센은 바닥에 버렸던 ‘좀비 팝콘’을 주웠다. 양손의 총이 무차별로 발사됐다. 가슴이 구멍 난 좀비, 연기를 뿜으며 머리가 터져나간 좀비들이 센의 앞에 쌓여갔다.

지진이라도 난 듯 좀비의 산이 들썩거렸다. 진동을 견디지 못한 좀비 몇이 굴러떨어졌고, 산의 옆구리로 거대한 다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으아~아!”

달토끼가 고함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다시 천장에서 아까보다 많은 좀비가 쏟아져 내렸다. 다시 묻힌 달토끼는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달토끼의 고함에 기대를 갖고 바라보다가 쏟아져 내리는 좀비에 낙심한 센은 등 뒤로 다가오는 좀비를 느끼지 못했다.



***



센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나도 이제부터는 좀비인가?’

뒤통수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대보니 피가 묻어나왔다.

좀비도 신인류만큼은 통증을 느끼는 것인지, 좀비가 되어서도 여전히 생각하고 사고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만약 자신이 좀비가 된 상태라면, 그것이 신인류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센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워서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주위에 좀비는 없는 것 같았다. 아니면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센이 조심스레 일어서자 갑자기 한쪽에서 빛이 밝혀졌다. 센은 부신 눈을 감고 적응되길 기다렸다.

높은 천장에서 빛이 쏘아진 빛은 앞의 둥근 구체의 중심으로 들어갔고, 그 구체를 통해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메인시스템, 썬?”

뉴스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직접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 여긴…….”

좀비에게 잡혀 도착한 곳이 세계정부의 중심이요, Dr.센의 절대적인 공간인 ‘태양의 신전’이라는 게 믿을 수 없었다.

센은 서서히 중앙의 ‘썬’을 향해 다가갔다.


“깨어났나?”

‘썬’의 건너편 어둠 속에서 늙고 추레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둠이 서서히 밝아지며 2층 높이에 있는 한 사람이 드러났다. 신인류에게서는 볼 수 없는 낡고 쇠약한 사람이었다. 그는 늙어버린 만큼 천천히 다가 와 2층에서 센을 굽어보았다.


“Dr.센?”

이곳이 ‘태양의 신전’이니 당연한 생각이었다. 센은 Dr.센의 얼굴이 이토록 늙고 볼품없다는 데 놀랐다. 심지어 그는 좀비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노인은 대답 대신 초라한 미소를 보였다.

센은 지하의 거대한 터널을 발견했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세계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는 이런 시설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썬’을 보고 확신했다. 신인류의 유일신 ‘Dr.센’마저 좀비 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센은 분노했다. 배신감에 몸이 떨렸다. 이를 악물었다. 눈이 붉어졌다.

가장 위대한 과학자, 신인류의 창조자, 이 세상의 유일한 신, 자신이 존경하며 닮고 싶었던 유일한 존재, Dr.센의 치부에 대한 증인이 되어버린 운명이 서러웠다.

하지만 저주받은 운명을 마주해야만 했다. 신인류의 삶을 살며 감정이 서서히 마모되던 자신에게 새로운 힘을 준 데보라, 그녀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센은 운명을 직시해야 했다.

센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왜……, 왜 좀비를 만든 것이오?”

목소리가 갈라졌다. 센은 높아진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당신은 이미 신이 되었소! 신인류가 섬기는 유일신! 그런데 왜 좀비를 만들어 우리를 괴롭힌 것이오! 우리의 섬김이 부족했소? 우리의 삶이 못마땅했소? 우리에게 영생을 준 것은 당신이지 않소!”

“그래……, 좀비가 밉겠지. 당연히 좀비가 밉겠지. 영혼을 빨아먹는 좀비가 좋을 리가 없지.”

그는 홀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신과 상관없다는 듯 말하지 마! 그래, 난 좀비가 싫어! 저주받은 끔찍한 괴물들이 미워! 내 행복을 빼앗아 간 당신이 원망스러워. 당신은 왜, 왜…….”

“하지만 난 그래도 좀비가 좋아. 생명을 빼앗고, 육체를 약탈하고, 영혼을 빨아먹는 좀비가 좋아. 내 몸이 이 지경이 되도록 참고 또 참았지만, 여전히 인간이 좋아……, 아냐! 아냐! 난 좀비가 싫어! 난 좀비가 미워! 인간을 저주해!”

노망난 노인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던 그가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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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3 +3 14.08.27 533 15 12쪽
34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2 +4 14.08.26 548 15 12쪽
33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1 +10 14.08.25 468 16 11쪽
32 진실의 재구성-3 +4 14.08.22 566 15 11쪽
31 진실의 재구성-2 +2 14.08.20 592 13 12쪽
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29 태양의 신전-2 +8 14.08.15 630 15 13쪽
»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6 13 12쪽
27 최종진화-3 +3 14.08.11 595 18 10쪽
26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11 15 12쪽
24 신의 정원-4 +4 14.08.04 650 17 12쪽
23 신의 정원-3 +4 14.08.01 626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0 17 12쪽
20 추적 +4 14.07.29 594 15 17쪽
19 안녕 데보라-3 +4 14.07.28 644 21 12쪽
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5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5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1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3 3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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