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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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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45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8.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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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최종진화-2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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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삐익~”하는 완료 신호음과 함께 연기가 솟았다. 001호의 머리가 붉게 익어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그 옆의 저장장치는 각종 반도체와 케이블이 녹으며 지독한 냄새와 연기를 뿜어냈다.

센 박사와 연구진들은 모두 침묵했다.


“괜찮아. 아직 99명이 남아있다. 연구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는 거야.”

센 박사가 전혀 괜찮지 않은 얼굴로 다른 연구원들을 달랬다.


그때 또다시 비상벨이 울렸다.

센 박사를 비롯한 모든 연구진이 003호를 향해 달려갔다. 다시 이전과 같은 점검이 이뤄졌고, 여전히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27%였던 작업률이 점점 빨라지며 점검을 몇 가지 하기도 전에 100%를 향해 달려갔다. 이윽고 작업완료 신호와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연구진이 좌절스런 표정을 지을 무렵, 쉽게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듯 다시 비상벨이 울렸다. 바로 옆의 002호였다. 연구진은 다시 달려갔다.


“센서를 끊어!”

센 박사가 명령했고, 작업률은 30%에서 멈췄다. 002호의 뇌는 아직 익지 않아서 살릴 수 있었으나, 센서를 끊는 과정에서 저장장치에 무리가 갔다. 3중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저장장치의 메모리가 훼손되며 더는 읽어낼 수 없게 되었다.

002호의 기억과 지능은 3세에 남았다.


“이식 속도를 반으로 낮추도록…….”

센 박사가 고개와 어깨를 늘어뜨린 채 명령했다. 연구원들은 눈치를 보며 서서히 움직였다. 그 모습에 울화가 치민 센이 소리쳤다.

“빨리!”

연구원들이 뛰어다녔다.


지금까지의 작업속도는 2시간당 1% 정도로, 약 8일 정도면 완료되는 속도였다. 평생의 기억과 경험을 단 8일 만에 옮긴다는 것은 엄청난 속도였으나, 센 박사는 그것도 여유 있다 생각했었다.

그의 계산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속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센 박사가 작업속도를 낮추도록 지시한 이유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속도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20~30%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판단했고, 시간을 벌기 위해 그에 이르는 시간을 늦추려 했다.





‘젠장, 젠장!’

연구실에서는 계속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지만, 센 박사는 자신의 방을 나서지 않았다. 자신이 현장에 나간다고 해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었다. 그저 지켜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58명이 죽는 동안,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사용해 보았다.

전송 속도를 더 늦춰보기도 했고, 더 빨리 올려보기도 했다. 방법을 바꿔가며 수차례에 걸쳐 전송을 차단해보기도 했고, 의료진의 도움으로 체온을 조절하고, 필요한 약물은 모두 투여해 봤다.

그럼에도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뇌가 익어버리든지, 유아기적 기억과 지능만 남았고, 저장장치는 완료되든 멈추든 파손되어 되살릴 수 없었다.

처음부터 중대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들어진 육체도 그 자체로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치 못했다.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몇 시간 이내로 최소화하면 자아를 인식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수명이 극히 짧아진다는 단점을 알면서도 성인으로 복제했다.

그럼에도 생산된 육체는 완성되는 그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세포로 결합 되는 그 순간부터 자아를 형성하고 있었다.


기억도, 경험도, 지식도 없는 그 순간부터 본능 적으로 인간이 되려 했다.

그 본능은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가 가진 기억까지도 배척했다. 마치 백혈구가 이식된 장기를 적으로 인식하여 공격하듯, 복제된 육체의 미약한 자아가 이식된 기억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했다.

기억 전송 시스템과 복제된 자아는 뇌를 전장으로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냥 놔두면 결국 시스템이 승리했지만, 전장인 뇌는 초토화되어 아무 쓸모도 없는 폐허가 되었다. 그 와중에 격전의 후유증으로 시스템조차 훼손되었다.


센은 반나절의 기억으로 자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계산했다. 5년간의 기억을 전송하는 실험을 할 때는 3개월간 천천히 성장시킨 육체를 사용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5년의 기억이 주입되면 자아가 혼란스러워지기는 해도 파괴되지는 않지만, 평생의 기억이 주입되면 이전의 자아가 사라져야만 한다. 그 경계가 20%쯤에 있었고, 그때부터 미약한 자아의 전쟁이 시작되어 30%에 육박할 때쯤에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센이 그럴 가능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그걸 알았기에 저장 시스템에 3중 안전장치를 걸었다. 그가 간과한 것은 반나절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 생성된 매우 불완전한 자아의 '존재를 향한 의지'였다. 센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는 미약한 자아가 3중 안전장치를 파괴할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할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원인은 알았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성과에 들떠서 너무 서둘렀어.’

가장 좋은 것은 뇌가 형성될 때부터 서서히 기억을 주입하여, 성인의 육체가 완성되면 그때 부활하는 방법이었다. 최소 3개월이라는 긴 부활기를 거쳐야 했지만, 처음부터 이전의 기억으로 자아가 형성되기 때문에 전혀 부작용이 없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새로 시도하려면, 연구소에 남아있는 42명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100명을 생체실험해서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했다고 발표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가장 먼저 간신히 굴복시킨 윤리계가 들고 일어날 것이다.


“거 봐라, 우리가 뭐라고 했냐?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더니 이게 무슨 비극이냐?”

그들의 외침이 센 박사의 귀에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윤리계는 무섭지 않아. 그들이 무서웠다면 시작도 못 했겠지.’

센 박사를 지지했던 학계도 들고 일어설 것이다. 그의 업적을 빼앗고 싶어 전전긍긍하는 하이에나 같은 많은 천재들이 그를 비난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며 연구를 이어받게 될 것이다.

‘그런 꼴을 보느니 죽는 게 낫지.’


가장 큰 문제는 센 박사의 푸념처럼 정말 죽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영생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초법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실패했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걸 들어줄 여유가 있을리 없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했고, 그 누군가는 센 박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2차대전 당시의 731부대처럼 무자비한 생체실험을 통해 얻은 거라고는 푹 고아진 뇌 100개밖에 없다면……, 그 살인마를 처벌하지 않을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센 박사는 이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실패한다고 해도 인류는 영생을 얻기 위해 계속 전진할 테지만, 그 곳에 센 박사가 낄 자리는 없을 터였다.


‘단 한 명이라도 성공해야 해.’

센 박사는 기도하는 심정이 되었다. 각 종교에서 말하는 어떤 종류의 신도 믿지 않는 철저한 유물론자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어떤 절대자가 있어서 자신의 연구를 지켜줬으면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무슨 대가라도 치를 수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에도 어리석은 신(神) 관념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비참하게 했다.


다시 비상벨이 울렸다. 98번째 비상벨과 함께 82번이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39번과 99번, 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39번은 74%까지 진행됐고, 99번은 60%였다. 39번은 70%에서 발작이 있었으나 진정제 투입과 속도 조절로 간신히 발작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중간에 발작을 멈춘 최초의 사례였으므로, 센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39번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99번은 체온이 1도 정도 올라 있었지만, 아직 특별한 이상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센 박사는 기억을 더듬어 지원자를 뽑을 때 보았던 둘의 신상명세서를 떠올려보았다.



-39번. 사이토 겐이지(49세). 일본계(무직).

키: 177cm. 몸무게: 105kg. 혈액형: O Rh+형.

건강상태: 특별한 질병 없음.

가족: 남동생이 있으나 연락 안 됨.

비고: 부모의 유산으로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였기에 대인관계가 거의 없음. 먹는 것과 비디오 게임으로 시간 대부분을 보내고 있음. 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으나 뇌의 이상이 아닌 심리적인 현상임. 지원 동기는 하루키 양(참조:일본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과 영원히 살고 싶어서라고 함.



-99번. 좀비오 시바(58세). 멕시코계(일용직)

키: 172cm. 몸무게: 64kg. 혈액형: AB Rh+형.

건강상태: 특별한 질병 없음.

가족: 어머니, 아내, 아들3, 딸2.

비고: 이민 2세. 초등 8학년 졸업. 일용직. 빈민가에서 생활함. 아내와 함께 일하지만, 어머니의 약값을 감당하기도 벅찬 상태. 다섯 명의 자녀도 비슷한 삶을 살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음. 이웃들은 “이렇게 착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평가하나, 자존감이 없고 자의식도 약하기 때문으로 판단됨. 지원 동기는 연구소의 보상금 때문.



‘선천적으로 자의식이 가장 약한 자만 남았군.’

혹시 자의식의 충돌이 날까 싶어 심리나 육체에 약간의 부적격 사항이 있더라도 선천적으로 자의식이 특별히 약한 자들을 13명 포함 시켰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어쩐지 지푸라기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전송속도는 하루에 3%까지 낮췄기에 진행률은 더없이 느리게 올라갔다.

일주일 후, 95%까지 올라간 39번에서 다시 비상벨이 울렸다. 70%에서 이미 한계를 경험했던 육체는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손쓸 틈도 없이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남은 것은 81%까지 진행된 99번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체온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의료진에 의해 유지되는 체온이 38.6도였고, 체력적인 한계가 점점 다가오며 더 올라갈 기미까지 보였다.


센 박사는 99번 곁을 떠나지 못했다. 자신의 운명을 틀어쥔 99번에게 날마다 기도했다. 제발 살아남아 주길.

기도가 통한 것일까? 99%에 이르도록 살아남아 있었다. 체온이 39도를 넘어섰지만, 아직 발작조차 없었다. 단 1%를 위한 8시간. 센 박사는 99번 앞에서 평생을 돌아보고 있었다.

다시 “삐익”하는 시스템의 부저가 울렸다. 깜짝 놀란 센 박사는 연구진에게 소리를 지르며 빨리 약을 투입하고 안정시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이미 포기한 듯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센 박사의 입에서 욕설이 터지려고 할 때 한 연구원이 그의 어깨를 흔들며 울먹였다.


“센 박사님, 센 박사님!”

센 박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수석 연구원이 그를 보며 울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자 센의 다리가 풀리며 의식을 잃었다.


그가 깨어난 곳은 연구소 내의 본인 침실이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물부터 나왔다. 무시 받던 3류 박사에서 논문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정부의 초법적 후원과 학계의 뒷받침으로 이론적인 연구를 실제로 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달콤한 스타의 삶은 덧없이 짧게 끝나버렸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아니 정부의 보호가 끝났을 때 내려질 법원의 판단이 두렵기만 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며 몇 사람이 들어왔다. 두 명은 센 박사도 알고 있는 연구소 의료진이었고, 다른 한 명은 많이 본 듯하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센 박사는 웃으며 묻는 남자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이미 다 끝난 마당에 그럴 여력이 없었다. 어쩐지 다시 눈물이 났다.


“그동안 너무 무리하셔서 피로 때문에 의식을 잃으셨던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푹 쉬시기만 하면 금방 회복되실 겁니다.”


‘회복되면 뭐하게? 차라리 죽는 게…….’

센 박사는 아무 말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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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3 +3 14.08.27 533 15 12쪽
34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2 +4 14.08.26 547 15 12쪽
33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1 +10 14.08.25 468 16 11쪽
32 진실의 재구성-3 +4 14.08.22 566 15 11쪽
31 진실의 재구성-2 +2 14.08.20 592 13 12쪽
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29 태양의 신전-2 +8 14.08.15 630 15 13쪽
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27 최종진화-3 +3 14.08.11 595 18 10쪽
»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10 15 12쪽
24 신의 정원-4 +4 14.08.04 650 17 12쪽
23 신의 정원-3 +4 14.08.01 625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599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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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5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2 3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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