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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48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8.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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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최종진화-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고풍스러운 복장의 아나운서가 열변을 토했다.


“이제 인류의 영원한 꿈, 영원한 생명의 길이 우리 눈앞에 열리고 있습니다. 센 박사의 충격적인 논문으로 시작된 연구가 이제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류는 인간의 육체를 완벽하게 복제할 기술이 있음에도 영원한 생명은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만, 센 박사의 이번 연구만 성공한다면 그 꿈은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실 뇌파를 통해 기억과 의식을 읽어 새로운 뇌에 저장한다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죠?”


아나운서의 질문에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가 대답했다.


“개념이야 수십 년이 되었죠. 하지만 누구도 뇌파로 기억을 온전히 읽어낼 기술을 만들지 못했고, 당연히 저장할 방법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아이디어’만 있었지 실제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학계에서도 ‘그런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게 거의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센 박사가 최종 실험에 성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하십니까?”

“당연히 인류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겠죠. 그보다 더 큰 변화가 있겠습니까? 누구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 생각만 해도 설렙니다.”


“그렇다면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 보십니까?”

“음……, 제가 논문을 읽어봤습니다만, 방법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정말 뇌파를 통해 기억을 완전하게 읽을 수 있느냐는 실제로 해봐야 하는 문제고요, 마찬가지로 새로운 뇌에 전송하는 것도 해봐야 아는 문제입니다. 다만 저는 80% 이상은 성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게 실제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거군요?”

“네, 논문의 테스트들은 전부 기억의 일부, 그러니까 3년에서 5년 정도의 기억을 읽어 그것을 전송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일부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전체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항상 모든 변수를 고려하려 애쓰고 있습니다만,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올 수도 있거든요.”


“네, 어쨌든 인류가 영원한 생명에 이토록 가깝게 다가간 적은 없었고, 그것을 이룰 가능성도 높게 예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죠. 그래서 가치가 있는 것이죠.”


“네 알겠습니다. 박 교수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뉴욕 생명연구소 박성광 교수님과 함께했습니다.”


패널이 퇴장하자 아나운서가 다시 말했다.

“그럼 연구소 앞 현장에 나가 있는 제임스 기자를 불러보겠습니다. 제임스 기자.”



화면 반쪽에는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비쳤다. 현장의 시끄러운 소음에 제임스의 반응이 더뎌졌다. 화면이 바뀐 지 몇 초 후에야 제임스가 대답했다.

“네, 여기는 현장입니다. 연구소 앞은 시위대들로 매우 소란스러운 상태입니다.”


“무슨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네, 시위대는 두 부류입니다. 한쪽은 센 박사의 연구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사악한 연구’라고 주장하며 당장 연구를 중단할 것을 주장하는 시위대이고, 다른 한쪽은 센 박사의 연구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시위대입니다.”


화면은 시위현장을 둘러 비추고 있었다.

수십 명이 모인 쪽은 “생체 실험을 중지하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자”, “사악한 연구를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연구소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반면 연구소 앞을 지키고 있는 수백 명의 시위대는 “인류에게 영생을!”, “나는 영생을 소원한다!”, “인류의 진보를 막지 마라” 등의 피켓을 들고 반대파의 연구소 진입을 막고 있었다.

시위가 점점 격렬해지자 시위대 주변에 있던 경찰 병력이 투입되며 두 시위대 사이를 갈라놓았다. 하지만 경찰이 막아선 방향으로 볼 때, 반대파의 연구소 진입을 막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화면이 돌아가며 제임스 기자의 보도가 이어졌다.


“보시는 바와 같이 연구소 앞에는 두 시위대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만, 센 박사는 양쪽 시위대를 향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인체실험 지원자들이 모두 도착했다고요?”

“네, 한 달 전, 1주일간 9,823명의 지원을 받아 그중 100명을 선별했고, 그 100명이 어제와 오늘 모두 연구소에 입소했습니다. 이제 기본적인 신체검사 후 빠르면 4일 후, 늦어도 다음 주 내에는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화면은 방송국으로 바뀌었다. 넓게 잡힌 스튜디오 안에는 아나운서 외에 세 명의 남녀가 앉아있었다. 아나운서의 왼쪽에는 센 박사의 연구를 반대하는 ‘윤리실천위원회’의 대표와 TV 인생특강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신학박사가 앉아있었다. 오른쪽에는 센 박사를 지지하는 여성 윤리학자 혼자 앉아있었는데, 그 옆에는 모니터 하나가 놓여있었다. 빈자리를 비추고 있던 모니터에 동양계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등장했다.


“그럼 지금부터 ‘인간복제와 영원한 생명, 인류의 진보인가 타락인가?’라는 주제로 잠시 토론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토론에 참석해 주신 센 박사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아나운서의 말에 모니터의 남자가 인사를 했다. 아나운서가 계속 패널들을 소개했고, 소개받은 패널들은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토론은 시작부터 뜨거웠고,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검객처럼 날카롭게 찌르고 베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모니터 속의 센 박사는 묵묵부답이었다. 거의 모든 방어와 반격을 여성패널 혼자 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윤리를 주장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증은 과거 인간복제 초기에 주장되었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인간복제가 갖는 위험성과 인간 존엄성의 훼손, 그리고 다가올 인류의 몰락에 대한 위험. 그러한 논리는 전통적인 만큼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날카롭게 반격하며,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윤리보다는 시대를 선도할 윤리를 만들어가라”고 충고하는 여성 패널에 의해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뜨거운 토론은 상대를 설득하거나 타협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마치게 되었다.


마지막 발언 시간에 신학자가 물었다.

“센 박사님, 정말 복제된 육체에 인간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기억만 옮겨 담으면 그것만으로 이전과 동일한 사람이 된다고 믿으십니까?”


무관심과 비웃음으로 일관하던 센 박사였지만, 직접적인 질문에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목사님.”

센 박사는 질문자가 아직도 신화적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임을 강조하기 위해 그의 신분을 강조해서 불렀다.


“영혼에 대해 말씀하고 싶으신가 본데, 영혼이 인간의 어디에 담겨 있습니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귀신이 있고, 영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영혼이 어떻게 인간의 육체와 연결되며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신학자도 “개인의 육체에 담겨있다”는 뻔한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이에 센 박사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목사님께서 인간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그것도 분석해서 이식하겠습니다.”


감히 신의 영역을 조롱하는 듯한 센 박사의 자신감에 신학자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하지만 분노를 표현하지는 못했다. 텔레비전에는 그것이 패배자의 구차한 모습으로 비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신학자는 속히 분노를 가라앉히고 담담히 말했다.


“센 박사님, 언젠가는 박사님이 저지르고 있는 짓이 얼마나 큰 비극인지 깨닫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이후겠지요. 그때의 인류와 박사님이 불쌍하기만 하군요.”


신학자의 마지막 발언은 ‘저주논란’으로 확대되어 한동안 인터넷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사람들 뇌리에서 금방 잊혔다.

몇 차례의 비슷한 토론이 벌어졌으나, 결국 승자는 센 박사였다. 센 박사의 연구는 더욱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인류의 염원을 등에 업은 그는 당당하게 연구할 수 있었다. 이제 두려운 것은 실패밖에 없었다.





센 박사는 백 명의 자원자를 둘러보았다. 머리에 씌워진 금속 헬멧에는 수십 개의 센서가 달려있었고, 각 센서에서 읽어 들인 정보는 그대로 디지털 저장장치에 담겼다. 드럼통과 비슷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저장장치에는 각 사람이 평생 모은 기억과 의식이 담기고 있었다. 저장장치 중간쯤에 달린 작은 디스플레이 장치가 작업률을 %로 표시해주고 있었다.


뇌파를 통해 기억을 읽는 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뇌파만 읽어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의 과학자들이 실패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센이 개발한 뇌파 리더는 적절한 파장으로 뇌를 자극하여 평생의 기억들을 강제로 끄집어냈다. 단기간에 뇌의 정보를 읽어내기에 뇌에 과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뇌 손상 없이 가능한 한계는 5년 이내의 기억을 며칠에 걸쳐 천천히 읽어내는 정도였고, 읽는 기억의 범위가 늘든지, 속도가 빨라지면 크고 작은 뇌 손상이 동반되었다.

그런 이유로 리딩 작업은 오로지 1인당 한번 밖에 시도할 수 없었고, 지원자들에게 ‘리딩 후 안락사’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


읽는 작업이 끝난 연구실에는 100구의 잠재적 시신만 남았다. 관리자들은 그 껍데기들에 약물을 주입하여 심장을 멈췄다. 죽은 껍데기는 소각실로 보냈다.

하지만 읽는 작업까지는 비교적 쉬운 편이었다. 정말 어려운 것은 뇌에 정보를 이식하는 작업이었다.


최상의 상태를 위해 각자의 육체는 성인으로 생산되었고, 생산된 당일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정상적인 복제는 아기 상태로 생산해 약 3개월에 걸쳐 인위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생산되는 그 순간부터 생각하고, 꿈을 꾼다. 외부에서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아도 생각과 꿈을 통해 자기만의 기억이 생겨나고, 그렇게 생겨난 3개월간의 기억은 다른 기억을 이식시키는 데 장애가 되었다.

그런 불필요한 기억을 없애기 위해 성인으로 생산된 육체는 아무래도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조로증에 걸린 사람처럼 수명이 10년 정도로 짧아졌다. 그래도 센이 시도한 이유는 10년이면 부족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충분하다 자신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성인으로 생산된 육체가 점심이 되기도 전에 연구실에 도착했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연구원들이 달라붙어 한쪽에서는 육체의 이상 유무를 체크했고, 다른 쪽에서는 각종 센서를 붙였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육체부터 이식작업이 시작되었다.


2일 후, 드디어 마지막 육체까지 이식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한숨도 자지 못하고 일했던 연구원들은 모두 녹초가 되어 연구실 내의 침실로 이동했다.

당직자 몇 명만 빼고 모든 잠든 시각, 연구실 한쪽에서 갑자기 비상벨이 울렸다. 당직자들이 모두 달려갔다. 가장 먼저 작업이 시작된 001호의 육체가 발작하고 있었다. 저장장치에 표시된 작업률은 28%였다. 당직자들은 상황을 기록하고 장치를 점검했지만,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001호의 발작은 점점 심해졌다. 침대 위에서 거의 공중부양 할 듯 요동쳤다. 저장장치를 확인하니 32%로 올라가 있었다.

각종 벨트로 몸을 고정하여 발작을 막고 안정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발작은 멈추지 않았다. 마음대로 센서를 떼어낼 수 없었던 당직자 중 한 명이 센 박사를 부르러 달려갔다.

작업률은 빠르게 올라가 센 박사가 맨발로 뛰어 왔을 때는 이미 50%가 넘어있었고, 그가 당직자들의 보고를 들으며 점검하는 짧은 시간 동안 100%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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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댓글 부풀리기냐,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냐?

고민을 해봤습니다만,

......

제 글에 무슨 댓글이 수십개씩 달리는 것도 아니고...

부풀려봐야 몇개나 부풀리겠습니까? ㅜㅡ;

그냥 맘 편이 답글을 달아드리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서비스’겠지요.


나중에 댓글이 수십개가 되면 그때 다시 고민해야겠어요. 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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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2 +4 14.08.26 547 15 12쪽
33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1 +10 14.08.25 468 16 11쪽
32 진실의 재구성-3 +4 14.08.22 566 15 11쪽
31 진실의 재구성-2 +2 14.08.20 592 13 12쪽
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29 태양의 신전-2 +8 14.08.15 630 15 13쪽
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27 최종진화-3 +3 14.08.11 595 18 10쪽
26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 최종진화-1 +6 14.08.06 611 15 12쪽
24 신의 정원-4 +4 14.08.04 650 17 12쪽
23 신의 정원-3 +4 14.08.01 626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0 17 12쪽
20 추적 +4 14.07.29 594 1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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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5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2 3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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