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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58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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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신의 정원-2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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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달토끼는 한참 고민했다. 첫 만남 이후 센과 데보라와는 친해졌지만, 그렇다고 목숨 걸고 지켜줄 사이까지는 아니었다. 일시적인 부부 외에는 가족도 없는 신인류에게 영생을 걸고 지켜줄 사람이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

달토끼에게 좀비는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달토끼의 무기가 좀비에게 상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면 몸이든 머리든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 어지간한 좀비 무리가 달려들어 봐야 금방 피떡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센을 돕는 것은 달랐다. 안전지대로 도망치며 일부 좀비 무리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좀비 소굴로 들어가는 것이다. 어쩌면 수천, 수만이 달려들 수도 있었다. 만약 싸우는 데 정신 팔려 자살할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이번 생의 끝이 아닌, 영원한 끝.

달토끼는 어쭙잖은 인정에 끌려 모험을 하기보다는 냉정하게 거절하기로 했다.


“데보라의 단검을 주지. 수고비도 원하는 대로 주고.”

달토끼가 거절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센이 선수 쳤다.


지티티의 단검은 그 자체로 질 좋은 단검이기는 해도 엄청난 보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BT선수나 수집가에게는 천금도 아깝지 않은 보물이었다.

BT선수들은 승리를 기념할 가치가 있는 상대라면 승리 후 상대의 무기를 수집했다. 달토끼의 ‘쉔과 댑’도 다섯 쌍쯤 돌아다니고 있었고, 토르의 묠니르도 그쯤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BT 선수의 무기가 수집가들 사이에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오로지 지티티의 단검만은 구할 수 없었다.

당연히 달토끼도 지티티의 단검을 원했고, 수십 년간 그것을 얻기 위해 싸웠지만, 지금까지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런 단검을 얻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승리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웠지만, 수고의 대가로 얻는 것이라면 명분은 충분했다. 이젠 과거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유일한 수집품을 얻게 되는 것이다.


토끼처럼 눈이 동그래진 달토끼는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말했다.

“한 쌍 전부.”

“당연하지.”

“내 1회 파이트머니가 얼마인지 알지?”

“데보라가 받았던 만큼 쳐주지.”

데보라가 훨씬 높았을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제안했다.


“1회마다.”

“그래, 1회마다. 1주일 고용비도 따로 주지.”

“위험수당도 받아야겠지만, 그건 생략하지.”

“그래, 고마워.”

둘은 계약을 마쳤다.





센이 일주일간 작업실에서 만든 물건중에는 달토끼를 위해 만든 중세의 갑옷과 비슷한 방어구도 있었다. 에어볼처럼 반물질로 만들었기에 가볍고 수납이 쉬웠으며, 강철 이상의 내구성을 갖고 있었다.

방어구의 모양은 좀비에게 물리기 쉬운 목, 어깨, 팔, 다리를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실용적이긴 했지만, 디자인이 밋밋하고 색이 단조로와 촌스러운 게 단점이었다.

센을 만나러 왔을 때 보여준 복장에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달토끼의 패션 감각이 제로였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달토끼는 센의 방어구를 착용해보고는 “디자인이 좀 구리다”며 투덜거렸다.

센은 반물질을 압축하여 2배 정도의 강도를 지닌 새로운 ‘쉔과 댑’도 만들었다. 달토끼는 자기 주먹만 한 ‘반물질 공’을 열어 새로운 무기를 펼쳤다.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바람 소리가 났다. 달토끼가 무기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러니까 4일 후, 좀비가 이 근처에 나타날 거란 말이지?”

“응.”

“그걸 어떻게 알아냈어?”

“그냥 이곳저곳 뒤져봤지. 아마도 ‘신의 향기’에서 뿌리는 공기정화제에 좀비를 끌어들이는 물질이 있는 것 같아.”

“허! 그럼 놈들이 좀비 사태의 주범이란 말이야?”

“글쎄?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이용만 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달토끼는 센의 말을 들으며 무기를 공처럼 접어 허리 양쪽 전용 걸이에 걸었다.

“이건 편하긴 한데, 아무래도 너무 가벼워. 가벼운 만큼 빨리 휘두를 수 있겠지만, 이거 한방으로 좀비가 부서질지 모르겠네.”

“하지만 진짜 ‘쉔과 댑’은 너무 눈에 띈다고. 누구든 보기만 하면 넌 줄 알 거야. 그게 좋겠어?”

“음……, 이거 무게를 더 늘릴 수 없나?”

“현재 반물질 압축기술로는 그게 한계야. 원하는 무게만큼 크기가 더 커진다고 보면 돼.”

“그냥 쓰지 뭐. 한 방에 안 터지면 두 방이면 되겠지.”

달토끼는 방어구를 공으로 접어 배낭에 넣었다.


“그럼 4일 후 오후라고 했으니, 오전에 올게. 그때까지 작전을 잘 짜놔. 난 따라다니며 좀비를 때려잡는 것만 할 테니. 이번에 좀비를 놓치면 난 모르는 거야.”

그는 영원한 생명을 거는 것은 단 한 번이면 족하다는 듯 엄포를 놓고 사라졌다.

‘나도 알아. 이번에 실패하면 널 다시 끌어들일 방법도 없어.’

센은 침대에 앉아 반물질로 만든 공들을 만지작거렸다.



***



4일 후 아침.

새벽부터 치적 거리던 비는 아침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기상청의 예보 적중률이 98%였으니 오전 9시쯤이면 그칠 거로 생각했으나 오늘이 그 나머지 2%였던 듯 비는 그칠 줄 몰랐다.


“우의라도 준비해야 하나?”

아침 일찍 도착한 달토끼가 반물질 갑옷을 입으며 말했다. 센은 자신이 디자인해 놓고도 촌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센은 그 모습을 보고 농담 한마디 해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비가 그치지 않자 선뜻 농담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넋 빠진 소리로 대꾸했다.


“비가 그치지 않으면 좀비도 안 올 거야.”

“어? 그래?”

달토끼는 그럼 계약이 어떻게 되는 건지 고민했다. 지티티의 단검은 꼭 갖고 싶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달라고 하기는 아무래도 염치없었다. 하다못해 좀비 하나라도 잡았으면 떳떳하게 강탈해 가겠지만, 시작도 못 하고 끝이라니 허탈하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달토끼도 센 옆에 앉아 비가 그치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럴 땐 없는 신이라도 찾고 싶군.”


그 말에 센이 달토끼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게 좀비랑 싸우고 싶었나?”

“좀비랑 싸우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 그냥……, 너와 뎁의 복수를 해주고 싶은…….”

지티티의 단검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어서 말을 꾸며 내다보니 어쩐지 더 낯뜨거워지는 말이 되어 뒷말을 삼켜버렸다.


“조금 더 기다려보지. 이놈의 구라청은 오백 년이 지나도 못 고치는군.”

“내가 날을 잘못 고른 게지.”

둘은 말없이 우유를 마시며 창밖을 구경했다.


비는 가늘어졌다가 굵어지기를 반복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훌쩍 넘어버렸다. 오전 내에 그치긴 힘들어 보였고, 이대로라면 좀비도 구경할 수 없었다.

센은 피곤했다. 간밤에 장비를 최종 정비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사실 좀비를 쫓는다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아 시작한 정비였다.


“센!”

깜빡 졸은 센의 귀에 달토끼의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센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그 모습에 달토끼가 피식 웃으며 창문을 가리켰다.

어느새 날이 개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가 되어 있었다.

11시 49분. 간신히 오전 내에 비가 그쳤다.


“이젠 ‘신의 향기’에서 공기 청정제를 뿌리길 기다리면 되겠군.”

“또 기다려야 하는 거야?”

달토끼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거대한 통유리는 언제 비가 왔었느냐는 듯 깨끗이 말라 있었다. 스위트룸에서 사방으로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정원은 비 온 뒤끝이라 더욱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비 올 때만 해도 드문드문 보이던 관광객들이 어느새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잠시 후, 10여 대의 드론이 호텔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드론에서 미세한 물질이 분사되었고, 바람따라 휘날린 물질은 공기에 섞여 사람들 위에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공기 정화제를 뿌리는 드론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상쾌해지며 공기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의 모습은 더없이 밝았다.


“준비해.”

센은 배낭을 짊어지고, 지니어스와 연결된 고글을 썼다. 달토끼는 반물질 곤봉을 붕붕 돌리더니 접어서 허리에 걸고 서서 창밖을 감시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뭐야? 준비하라며?”

기다림에 지친 달토끼가 투덜거렸다.


“공기 정화작업을 한 후, 1시간에서 12시간 사이에 좀비가 나타나.”

“그럼 운이 좋으면 지금 나타나는 거고, 아니면 자정 무렵에나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거야?”

“통계상으로는 그래. 하지만 어두워지고 나타난 적은 거의 없으니 몇 시간 내에는 나타나겠지.”

“젠장.”

달토끼가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침대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렁찬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


‘비가 너무 늦게 그친 건가?’

시간은 계속 지나갔지만, 좀비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달토끼의 코 고는 소리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해는 어느덧 기울어 가고 있어 우둑한 기운이 주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조금 더 지나자 호텔과 정원 주변의 조명이 일찌감치 빛을 뿜기 시작했다. 센의 조바심이 극에 달했다. 달토끼의 코골이도 극에 달했는지 숨을 쉬다가 멈추길 반복하고 있었다.

센이 외쳤다.


“토끼!”

“으아!”


깜짝 놀란 달토끼가 일어나며 곤봉을 휘둘렀다. 곤봉이 센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놀란 센이 굳은 표정으로 달토끼를 보았다. 달토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뭐야?”

“어……. 아, 좀비가 나타났어. 가자.”


센의 말에 창밖을 내려다보니 이미 정원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허, 참. 가까이에도 나타나셨군.”


센의 재촉에도 여유 있게 몸을 풀던 달토끼가 밖을 향해 달렸다. 달토끼는 문을 지나며 센을 옆구리에 끼었다. 우악스러운 행동에 센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졌다.

스위트룸 전용 승강기를 이용해 로비 2층에 도착한 달토끼는 그제야 센을 내려놓고 허리에서 곤봉을 뽑아들었다.

정원은 이미 좀비로 가득 차 있었고, 호텔 사방의 문을 경호원들이 막고 있었으나 위태로워 보였다. 달토끼는 센을 내려 보았다.


“저들에겐 미안하지만, 넌 나만 지켜주면 돼.”

센은 달토끼와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말했다. 달토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후 뒤에 시립하듯 서 있었다.


경호원들이 좀비를 대비한 훈련을 해왔는지, 위태로워 보이는 상황에서도 제법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호텔 주위로 좀비들이 점점 많아지는 반면, 경호원의 숫자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사방의 출입구는 그럭저럭 막아내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남서쪽 유리 벽에는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얼마 못 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남서쪽 유리 벽이 무너져 내렸다. 유리 파편을 뒤집어쓴 좀비들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낡은 신발을 뚫고 찌르는 유리조각에 발바닥이 갈라지고, 발가락이 떨어졌지만, 좀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다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달려든 좀비들로 인해 경호원들은 궁지에 몰렸고, 곧 로비는 점령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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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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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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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의 정원-3 +4 14.08.01 626 17 12쪽
» 신의 정원-2 +2 14.07.31 647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0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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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5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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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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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1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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