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46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30 15:00
조회
599
추천
17
글자
12쪽

신의 정원-1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을 남겨주시면
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신은 존재하는가?


이 오래된 질문에 신인류는 “구인류의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원을 사는 존재가 되었을 때, 신의 무가치함을 깨달은 것이다.

대신 신인류는 “우리가 신이 되었다”고 선포했다. 신만이 누릴 수 있는 영원한 삶, 그 특권을 인간이 획득했을 때, 인간은 신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신의 정원’은 모든 신인류를 위한 호텔이 아니었다. 신이 된 신인류들을 위한 곳이 아닌, “신인류를 탄생시킨 유일신”을 위한 신전이었다.


신인류가 섬기는 유일한 신, 모든 신들의 신, 그는 바로 'Dr.센‘이었다.





센은 자신과 같은 이름의 위대한 신의 신전에 도착했다. 밤이었음에도 호텔과 정원은 아름다웠다. 오히려 조명의 효과로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지도 몰랐다.


호텔을 중심으로 둥글게 조성되어있는 정원은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했다. 호텔 북쪽의 작은 숲에서 시작되는 냇물은 호텔 남쪽으로 흘러 작은 호수를 이루었다. 호수 주변으로 기하학적 모양으로 조성된 각종 화목은 그 아름다움을 더했고, 각종 동물 모양으로 다듬어진 나무들이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원 구석구석 크고 작은 조각상이 놓여있었는데, 이는 모두 Dr.센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들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각상을 위한 무대만 남아있고, 조각상은 비어있는 곳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이다. 그것이 정원의 완벽함을 해치고 있었으나, 호텔 측은 자리를 쉽게 채우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조각가들이 수년간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으로만 채우다 보니 빨리 채울 수 없었다.


호텔의 입구는 동서남북으로 나 있어, 어느 하나를 정문이라 부를 수 없었다. 호텔 안으로 들어서서 만나는 로비는 로비라기보다는 커다란 미술관이었다. 사람들은 엄숙한 분위기로 로비에 장식된 미술작품들을 감상했다. 작품의 주제는 모두 ‘Dr.센’이었다.

로비도 정원과 마찬가지로 심심찮게 비어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작품이 걸려있었는지 빈 액자만 외로이 걸려있곤 했다.


로비의 그림과 정원의 조각을 감상하다 보면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품을 통해서 Dr.센의 외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모든 작품은 추상적이었다. 가장 구체적인 작품마저 구인류의 신화 속 등장인물을 비유로 센을 신격화하고 있을 뿐, 그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지는 않고 있었다.


Dr.센에게 바쳐진 작품 속에서 Dr.센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구인류 때부터 원래 신의 얼굴은 추상적이긴 했다. 신에게 얼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얼굴로 정체가 밝혀지거나, 얼굴을 증거로 내세워야 하는 신이라면, 그것은 하찮은 신일 것이다.

신이 된 신인류도 얼굴을 바꿀 능력은 있었다. 하지만 그 권리를 포기했다. 그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이 아니라 완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유전자의 염기서열 몇 개만 조작하면 얼굴이나 체형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럼에도 신인류가 유전자의 임의조작을 포기한 근본적인 이유는 유전자 조작이 45억 신인류의 개성을 말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인류는 개인의 개성은 우열의 기준이 아닌 완전성의 증거임을 알고 있었다.

만약 유행이나 능력개발을 위해 유전자를 임의로 조작하는 게 허용된다면, 인류의 얼굴과 체형은 단 몇 가지로 획일화될 것이고, 특성과 재능도 비슷해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완전한 인간을 만들어낸다면, 그게 진정한 완전함일까? 단 한 종류의 인간이 45억 명 존재한다면 그걸 보고 완전하다, 아름답다 표현할 수 있을까?

복제와 유전자의 임의조작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졌을 때, 정부는 그런 획일화 된 미래가 올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재빨리 법으로 유전자의 임의조작을 금지했다.

신인류의 유일신 ‘Dr.센’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기본적인 얼굴과 체형은 바꿀 수 없었다. 그에게 능력이나 권리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스스로 법의 테두리에 갇히길 원했다. 신인류는 그래서 더욱 그를 존경했다.


그럼에도 이미 모두에게 드러나 있고, 바꿀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모든 작품이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이유는, 신인류가 그의 얼굴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략 90년 전까지만 해도 Dr.센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신이었고, 우상이었고, 영웅이었고, 스타였다. 그에 관한 것은 사소한 것조차 특종이었다.


그럼에도 90년 전쯤, 모든 신인류는 차츰 Dr.센에 관한 것을 잊어버렸다. 그에 대한 논문을 쓰라면 500쪽 방대한 분량을 쓰고도 남았을 사람들이, 어느 순간 단 한 장 분량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다시 Dr.센에 대해 알기 원했고, 가장 먼저 넷 상의 정보를 검색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소한 분량의 정보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넷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정부나 기관의 기록을 검색했다. 마찬가지로 획일적이고 뻔한 내용밖에는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인쇄물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신의 정원’을 찾았다. 그곳이야말로 'Dr.센‘의 신전이었으니 특별한 기록이 남아있을 거로 생각됐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의 사진, 초상화, 조각상 중 그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표현된 작품은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떻게,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자신들의 기억처럼, 책도, 작품도, 기록도 안개처럼 사라졌다.

사람들은 'Dr.센‘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더욱 신격화되었다. 자신들의 이해와 상상을 뛰어넘는 신, 그것이 바로 'Dr.센’이었다.





호텔 신의 정원에 들어간 센은 최상층의 스위트룸에 투숙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샤워와 식사를 마치자마자 어디론가 연락했다.


“오! 위대하신 신의 사도 ‘센’님이 아니신가?”

달토끼는 동명이인이라는 이유로 센을 ‘신의 사도’라 부르곤 했다.


“2년 만에 어인 일이신가?”

어쩐지 질책하는 투였다.


“1년 하고 6개월 23일밖에 안 됐다네.”

센이 정확히 지적했다.


“반올림하면 2년이지. 어쨌든 내가 마지막으로 챔피언이 됐을 때 연락하고 그 이후로 안 했다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한 달토끼였다.


“미안. 토끼 자네가 자네보다 작은 토르에게 피떡이 되어 챔피언을 빼앗겼으니 어떻게 연락하겠어? 내가 연락했으면 창피해서 화를 냈을걸? 그러니 ‘다시 챔피언이 되면 연락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직까지 챔피언이 못 되고 있으니 연락을 할 수 없었지.”

센이 소심한 달토끼의 속을 있는 대로 긁었다.


“그럼 아직 챔피언도 못된 놈에게 왜 연락했어? 그리고 ‘토끼’라 부르지 말랬지? 좋은 이름 놔두고 왜 자꾸 ‘토끼’야?”

달토끼가 발끈했으나, 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 ‘레아’라고 불러줘? 아니면 ‘조루’?”

달토끼의 본명이 ‘레아 드 조로’였다. 그는 항상 자신의 이름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지난 500년간 이름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에이 씨! 그냥 ‘달토끼’라고 불러. 에이 몰라. 맘대로 불러. 그럼 왜 연락한 건데? 속 긁으려고 연락한 거야? 뎁과 알콩달콩 살고 있다고 자랑하려고? 뎁이 몸을 바꿀 때가 거의 다 됐지? 내가 지금까지 결혼도 안 하고 사는 이유를 너도 알지?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다음 차례는 나야! 내가 뎁과 결혼할 거라고! 뎁도 너처럼 비리비리한 녀석보다는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나 같은 남자를 좋아할 거야!”


BT 선수 중 결혼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죽으면 결혼이 무효가 되는데, 시합 때마다 죽기 쉬우니 결혼하기는 힘든 직업이었다. 달토끼도 그러한 이유로 결혼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괜히 센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항상 하는 반복된 농담이었고, 센은 언제나 웃으며 받아넘겼지만, 오늘만은 그럴 수 없었다. 센은 침묵했다.


“어? 뭐 뭐야? 화난 거야? 아냐, 난 뎁하고 결혼할 생각 없어. 그냥 농담한 거야. 너도 알잖아?”

센의 낯선 반응에 찔린 달토끼가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럼에도 침묵하던 센이 힘없이 말했다.


“뎁이 죽었어.”

“뭐? 그런데? 다시 결혼 안 해준대? 너랑 친했잖아? 계속 같이 살 것처럼 해놓고는 왜?”

달토끼의 호들갑에 센이 다시 말했다.


“뎁은 완전히 죽었어. 이젠 예전의 뎁으로 돌아올 수 없어.”

“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달토끼의 목소리가 침착해졌다.


“좀비에게 당했어.”

달토끼는 철학적 명제를 곱씹는 듯, 1분간 침묵하다가 갑자기 안 속는다는 듯 말했다.


“에이, 무슨 소리야? 그게. 나도 좀비에겐 안 당하겠구만, 천하의 지티티가 무슨 좀비 따위에게 당한다고 그래? 그런 농담을 진지하게 하면 못써.”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센은 여전히 진지했다. 이에 달토끼도 더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어, 그래. 말해봐.”

장난이 사라진 말투는 냉정하게 들렸다.


“1주일 동안만 날 지켜줘.”

“흠……. 센, 만나서 얘기하자. 집으로 갈까?”

“아니, 여기 ‘신의 정원’이야.”





한 시간 후, 신의 정원에 곰처럼 생긴 수상한 남자가 나타났다. 요즘 세상에 구경하기 힘든 중절모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맑은 날씨에 레인코트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등에 멘 가방에는 야구방망이 모양의 손잡이가 두 개 튀어나와 있었는데, 손잡이만 봐도 웬만한 사람 다리보다 클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 230cm는 되는 거대한 키와 그보다 더 우람한 덩치는 딱 한 명을 연상시켰다.

호텔 로비에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기에 바빴고, 쭈뼛쭈뼛 다가 와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황한 달토끼는 아무 말도 없이 스위트룸 전용 승강기로 도망쳤다. 작지 않은 승강기가 가득 찼다.


“왜 그런 거야?”

스위트룸에 달린 스크린으로 로비의 모든 상황을 지켜본 센이 물었다.


“우와~ 나도 여기 스위트룸은 처음 와 보는 걸?”

달토끼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돌렸다.


“그 덩치에 몽둥이 두 개를 들고 다니는데 못 알아볼 사람이 어딨어? 몽둥인 왜 가져 온 거야?”

“내 쉔과 댑을 몽둥이라 부르지 마!”

“야……, 그 이름 바꾸라니까! 그리고 똑같이 생겼는데 뭐로 구분하는 거야?”

“너희 이름 아니니까 상관하지 마! 그리고 잡아보면 알아! ‘쉔’은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댑’은 강하고 차갑지. 한 번 잡아 볼래?”

결국, 말 돌리기에 성공한 달토끼였다.


쓸데없는 잡담으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서먹함을 녹여버린 둘은 본격적인 대화로 들어갔다.

“어떻게 된 거지?”

센은 그날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심도.


“그래서 내가 일주일 동안 따라다니면서 지켜주면 되는 건가?”

“그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나머지라니? 넌 좀비들을 따라다니기만 할 테고, 너가 찾아낸 좀비들과 싸우는 건 내가 될 것 같은데, 나머지랄게 있어?”

“미안하게 됐어.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너만큼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생각나지 않았어. 내가 하려는 건 좀비와 싸우려는 게 아니라 좀비의 소굴을 찾아내려는 거야. 최대한 좀비와 싸울 일은 생기지 않도록 애쓸게.”

“하지만 넌 싸울 일이 생길 거라고 판단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필요한 거고.”

“만약을 위한 거로 생각해 줘.

“…….”


달토끼는 한참 고민했다.







재밌으셨다면!
[재밌어요!] 클릭 짧은 댓글
잊지 마세요! ^^b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지 않는 죽은 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4 (終結) +9 14.08.28 668 15 11쪽
35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3 +3 14.08.27 533 15 12쪽
34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2 +4 14.08.26 547 15 12쪽
33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1 +10 14.08.25 468 16 11쪽
32 진실의 재구성-3 +4 14.08.22 566 15 11쪽
31 진실의 재구성-2 +2 14.08.20 592 13 12쪽
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29 태양의 신전-2 +8 14.08.15 630 15 13쪽
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27 최종진화-3 +3 14.08.11 595 18 10쪽
26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10 15 12쪽
24 신의 정원-4 +4 14.08.04 650 17 12쪽
23 신의 정원-3 +4 14.08.01 625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 신의 정원-1 +3 14.07.30 600 17 12쪽
20 추적 +4 14.07.29 594 15 17쪽
19 안녕 데보라-3 +4 14.07.28 644 21 12쪽
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4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5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2 31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