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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50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23 11:00
조회
604
추천
13
글자
10쪽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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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르는 레스토랑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밝고 고급스럽게 장식된 실내 끝에는 커다란 유리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유리문 밖으로 짧은 테라스가 있었고, 테라스보다 반 층쯤 낮은 곳에 멋지게 조성된 정원이 있었다.

정원 곳곳에 테이블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정원의 경관을 헤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과 인간의 조화 같은 낭만이 느껴졌다. 그들은 테라스에 마련된 몇 개의 테이블 중 하나에 앉았다. 실내와 실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정원의 풍경을 즐기기 좋은 인기 있는 자리 중 하나였다.


“‘지티티’의 뜻이 뭐에요?”

식사가 준비되길 기다리며 센이 물었다.


“맞춰보세요.”

“사실 궁금해서 좀 찾아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쨌든 현대문학이나 공용어와는 관련 없는 것 같고, 아무래도 좀 오래된 언어나 문학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네, 맞아요.”


그녀는 준비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지티티는 고대어로 ‘무언가 찾는 여자’를 뜻해요. 종교적으로 따지면 ‘구도자’가 될 테고, 일반적으로 보면 ‘탐색자’나 ‘추적자’ 정도가 되겠네요.”

“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찾으셨나요?”

“……네.”

무언지는 몰라도 아직 찾지 못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물었던 질문에 흔쾌히 대답하자, 오히려 센이 놀랐다.


“오~! 혹시, 무얼 찾으신 건지 알려 주실 수 있어요?”

“글쎄요?……”

데보라의 곤란하다는 대답에 센은 이해하면서도 섭섭했다. 마침 식사가 모두 준비되었다. 센은 어색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말했다.

“여기 음식은 제가 먹어본 중 최고예요. 들어보세요.”

“당신이요.”

데보라가 수줍은 듯 웃으며 작게 말했다.


“네?”

센은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데보라는 웃기만 할 뿐이었다.

“저도 당신을 만나서 기뻐요. 사실은 첫 만남 이후 한참 찾았었거든요.”

센이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웃었다.


“좋냐?”

느닷없는 반말에 센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쁜 새끼.”

마틸다였다.

“나랑 들어가서 딴 여자랑 나오니까 좋아?”


마틸다의 꼬부라진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정원과 실내의 시선이 센을 향해 몰렸다. 하지만 그는 많은 시선보다 데보라 하나의 시선이 더 부담스러웠다.

“내가! 너!……. 치사한 새끼.”

항상 밝게 웃던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마틸다는 제법 큰 유통업체를 경영하고 있었다. 정말 중요한 결정들은 항상 그녀의 판단에 좌우되곤 했지만, 대부분의 귀찮은 일들은 전문 CEO에게 맡겨두고 되도록 삶의 여유를 즐기려 했다.

그녀는 남는 시간에 체력단련과 피부미용에 집중하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 멋진 맛집을 운영하는 것도 그녀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였다.

몸매를 유지하려면 마음껏 먹을 수 없다. 어차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면, 정말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 거기다가 몸에도 좋다면 금상첨화.

그런 신념으로 Dr.센 시티의 맛집을 돌아다녔지만, 자신의 마음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는 없었다. 입맛에 안 맞든지, 칼로리가 너무 높든지, 피부나 건강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음식점을 차리기로 했다. 어차피 가진 것은 돈과 시간뿐. 그녀가 10여 년이나 투자한 결과, 건강에 좋고, 칼로리가 높지 않고, 맛이 뛰어난 식당이 생겨났다.

경치와 분위기는 덤. 수준 높은 서비스와 가격은 보너스.

그녀는 그 식당을 좋아했고, 자주 손님처럼 와서 즐기곤 했다.


마틸다는 경기장에서 센과 헤어진 뒤로 연락하지 않았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잊기로 했다. 아쉬웠지만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거의 그랬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직은 우울해지곤 했다. 그녀는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곳에 와서 맛있는 음식과 풍경을 즐겼다. 이렇게 멋진 곳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은 울적한 기분을 위로해줬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이든 잘 될 거라 여겨졌다. 모든 것이 좋았다.


유리문 안쪽에 앉아 정원을 구경하던 그녀는 밝은 마음으로 일어섰다. 그때 센과 데보라가 그녀의 앞을 지나쳐갔다. 눈에 띄는 자리에 서 있었음에도 센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속상했다.

센과 여자는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마틸다의 자리에서 대각선으로 바로 보이는 곳이었지만, 접힌 유리문에 마틸다의 자리는 반쯤 가려졌다. 잠시 그쪽을 바라보던 마틸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센과 첫 데이트 장소도 이곳이었다. 마틸다는 센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곳의 사장이 자신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건 정말 나중에 알려주고 싶었다. 이곳은 그녀의 자부심이었다. 그런 곳에 센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


“너무해.”

그들이 웃을 때마다 분노가 치밀었다. 독한 술을 시켰다. 직원이 걱정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들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며 자신도 꼴사나워졌다. 어느새 한 병이 비워졌다.


‘이제 와서 어쩌려고?’

자신의 꼴이 우스웠다. 더 우스운 꼴을 보여주기 전에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일어섰다. 어지러웠다. 의자를 잡고 잠시 서 있었다. 어쩐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저도 당신을 만나서 기뻐요. 사실은 첫 만남 이후 한참 찾았었거든요.”

센은 자신에게 저런 다정한 말과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비위를 맞추는 웃음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었다.

갑자기 술기운이 뇌를 잠식했다. 꼴사나운 것들에게 꼴사납게 굴기로 했다. 그들을 향해 성큼 다가갔다.





센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사실 센보다 얄미운 것은 그를 빼앗은 여우 같은 여자였다. 센을 향했던 서운함은 연적을 향한 분노가 되었다. 마틸다는 눈을 최대한 사납게 뜨고 데보라를 노려보았다. 데보라의 눈도 조금 사나워졌다.


노려보던 마틸다가 크게 소리 질렀다.

“너! 너! 지티티지! 그러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마틸다, 미안하지만 우리 따로 이야기해요.”

당황한 센은 마틸다를 달래보려 했지만, 오히려 마틸다의 노여움만 커졌다.


“너, 지티틴지 뭔지! 노려보면 어쩔 거야? 아~ 너, 잘 죽이지? 죽여! 죽여보라고! 죽이면 무서울 줄 알아? 백번 천 번 죽여보라고! 야!”

난동부리는 사장에 직원들은 어찌해야 할지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다. 뒤늦게 뛰어온 지배인이 사장을 끌어내라 지시하자 그제야 쏜살같이 달려들어 억지로 모셔갔다. 지배인은 손님들을 향해 사과하며 서비스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고,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날의 불행은 이제 시작이었다.

센은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음을 알았다. 어쩐지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건 자신의 일일뿐 데보라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데보라의 처분만 기다렸다.

잠시 센을 노려보던 데보라는 한숨을 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끝인가?’

좋았던 분위기만큼 참담한 표정으로 멍하니 맞은 편 의자를 바라보았다. 주위의 어수선한 시선도 아랑곳 않고 넋을 놓고 있던 센은 불현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의 시선 끝에는 의자에 놓여있는 그녀의 핸드백이 있었다. 일부러 놓고 간 것인지, 실수로 놓고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아직 관계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데보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센은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뭐해욧!”

갑자기 뛰어온 데보라가 소리쳤다. 머쓱해진 센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데보라가 다시 소리쳤다.

“피햇!”


소리와 함께 넋이 나간 센에게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데보라의 길지 않은 치마가 들어 올려지고 탄력 있는 허벅지가 드러났다. 그녀의 들린 다리가 쭉 뻗으며 센의 머리로 날아왔다. 센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하반신을 향해 있었고, 허벅지 안쪽으로 검정 속바지가 보였다.

‘이런, 아쉽군.’


그녀의 다리가 바람 소리를 내며 센의 귓전을 때렸다. 뭔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센은 뒤를 돌아보았다. 좀비 하나가 반쯤 깨진 머리로 테라스 아래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센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사방에서 비명이 울리고 있었다. 아까의 어수선함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난리의 소식 때문이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데보라는 치마 속 허벅지에서 단검을 뽑아들더니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잘라내었다. 버둥거리던 좀비가 서서히 멈췄다.


정원에 있던 사람들의 반은 실내로 뛰쳐들어갔고, 나머지 반은 정원의 담장을 넘으려 했다. 실내 쪽에서 좀비들이 뒤를 쫓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간헐적인 비명이 뒤를 따랐다. 정원 담장을 넘은 사람들도 담장 너머에서 보이지 않는 비명을 질러댔다.

센은 식당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왕좌왕하는 직원들 사이에 마틸다가 보였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쫓겨오고 있었다. 정문은 좀비에게 점령당한 것으로 보였다.


정원 쪽도 별다를 바 없었다. 어느새 담장을 넘은 좀비들이 아름다운 정원을 가로질러 다가오고 있었다. 마틸다를 보호하던 직원들이 하나둘 도망쳤다. 남은 직원들은 다가오는 좀비들을 보더니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입에 넣었다. 쓰러지는 그들 위로 좀비들이 덮쳤다.

센은 홀로 남은 마틸다를 향해 달려가 그녀의 손을 끌고 데보라의 곁으로 왔다. 넓지 않은 테라스에 이미 좀비 셋이 뒹굴고 있었다.


“여기에 있다가는 모두 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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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2 +4 14.08.26 547 15 12쪽
33 죽지 않는 죽은 자에게-1 +10 14.08.25 468 16 11쪽
32 진실의 재구성-3 +4 14.08.22 566 15 11쪽
31 진실의 재구성-2 +2 14.08.20 592 13 12쪽
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29 태양의 신전-2 +8 14.08.15 630 15 13쪽
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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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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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신의 정원-3 +4 14.08.01 626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0 17 12쪽
20 추적 +4 14.07.29 594 15 17쪽
19 안녕 데보라-3 +4 14.07.28 644 21 12쪽
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5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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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5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0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1 프롤로그 +4 14.07.07 1,693 3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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