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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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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56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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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
추천
16
글자
10쪽

좀비오의 부활-3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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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조사관들이 부활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정상적인 대답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묵비권을 행사하는 사람처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거나, “배고파, 목말라” 같은 생리적 필요를 요구하기만 했다.

음식을 주면 먹고, 마리면 싸고, 갑자기 화를 내며 덤벼들기도 했다. 마치 짐승으로 퇴화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첫날 부활한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진다.

신체 전체를 스캐닝해 물리적인 결함이 있는지 살폈지만, 생산된 육체에 결함은 없었다.


“그러면 기억과 의식을 이식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검사해야겠군요.”


정부 책임자가 부활센터 책임자에게 말했다.


“지난 300년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기억을 전송한 후 컴퓨터가 2차에 거쳐 점검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후론 말이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점검해 봅시다.”


“음……. 그래도 어제, 오늘 부활한 사람들로는 불가능해요. 부활한 육체의 정상 유무를 점검하여 정상으로 판단하고 나면, 부활법 3조 2항에 의거하여 백업 본은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그들의 백업 본은 이미 모두 폐기되었어요.”

“괜찮습니다. 조사대상은 아직 충분하니까요.”


“그건 그렇죠. 그럼 백업 본을 파기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수정하라고 지시해 놓죠.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시스템의 이중 점검을 통과한 상태에서 오류를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수고해 주세요.”


총 5천 명가량의 피해자가 부활할 때까지, 생산된 육체와 의식 전송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전혀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R.C.T.S 이용자로부터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자, 정부는 C.B.S 이용자로 관심을 돌렸다.

그때부터 R.C.T.S 이용자들의 부활 순서를 뒤로 미루고, 당장 C.B.S 이용자의 부활을 서둘렀다.

C.B.S 이용자는 당일의 기억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의 기억을 상실하기 때문에, 만약 심리적인 이유이거나, 사고 당시 좀비오와 부활자들로부터 미지의 바이러스나 이상 뇌파 같은 것에 감염되어 전송되었다 하더라도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는 허무하게 끝났다. 부활한 C.B.S 이용자도 R.C.T.S 이용자와 동일한 증상을 보였다.

원인도 이유도 찾을 수 없었지만, 결론은 내릴 수 있었다.


“부활자가 되면, 영원한 생명도 끝이다.”


정부는 혹시 있을지 모를 증거를 찾기 위해 4만에 가까운 피해자를 모두 부활시켰으나, 결국 정부의 예산을 잡아먹는 산송장만 늘린 꼴이 되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개인 호신용품이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목기부스처럼 생긴 목 보호구는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떠올랐다.

신인류의 조상으로 존경받던 좀비오는 부활자의 조상이 된 이후 ‘선생님’에서 ‘그놈’으로 격하되었다.

그리고 ‘좀비오 일당’으로 불리던 부활자들의 호칭은 ‘좀비’로 축약되었다. 언론들은 ‘좀비’라는 명칭에 역사 속에 사라진 고대 부두교의 전설까지 연결시키며 끔찍한 ‘좀비’의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좀비는 신인류를 매개로 태어난다.

신인류에게 부활의 능력을 빼앗는다.

머리나 몸통이 사라지기 전에는 죽지 않는다.

이것이 4만 명의 희생을 통해 밝혀낸 전부였다.




‘부활 참사’ 이후 5년간 좀비오와 좀비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모두 죽은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여전히 Dr.센 시티의 부활센터 한쪽에는 4만 명에 가까운 ‘인형’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었지만, 언론과 일반인에게는 잊혀진 지 오래였다.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탠리 포는 “엄청난 참사가 이토록 빨리 잊혀질 수 있었던 원인은 ‘법적, 사회적 가족 관계의 약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신인류가 탄생한 이후 가장 먼저 제정된 ‘부활법’에 따르면, 죽었다가 살아날 경우 이전의 가족관계는 모두 청산된다. 재산권은 부활 이후 승계할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가족관계는 청산이 원칙이었다. 고로 배우자가 죽으면, 죽은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고는 부활센터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 살아본 사람과 다시 살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러한 법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 유대의 약화가 있었다. 영원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 부모, 자식, 형제, 자매의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결혼을 반복할수록 친인척은 늘어나고, 언젠가는 모든 인류가 일가친척이 되고 만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피곤한 혈연은 신인류 지식인들에게 척결대상으로 지목되었고, 얼마 안 가 구인류적 가족관계는 모두 사라졌다. 남자와 여자, 법적 배우자와 아닌 자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4만 명이 희생되었다지만, 그들은 모두 각각의 개인일 뿐, 가족이나 친척은 없었다. 처음에는 이전의 친구나 배우자가 호기심에 몇 번 찾아왔지만, 호기심을 풀고 나자 이내 시들해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본능밖에 남지 않은 인형들을 버려두고 자신의 인생을 즐겼다.




부활 참사로부터 5년 후,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Dr.센 시티의 ‘아레나 오브 롬’(Arena of Rome).

크기와 모양까지 로마의 원형경기장과 똑같이 지은 경기장으로 새로 창립한 BT 협회의 자랑이자 첫 프로팀 ‘검투사’의 홈 경기장이었다.

대대적인 홍보에도 아직 관중석은 빈 곳이 많았다. 하지만 BT 관계자 누구도 비관하지 않았다. BT 프로팀이 창단된 지 고작 3개월째였고, 프로팀이 부족하여 경기수도 그리 많지 않은 상태였다. 더군다나 시합을 거듭할수록 관중은 점점 늘고 있었다.

아직 열매를 거두려면 멀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을 모두 확신하고 있었다.


그날은 ‘검투사’ 20인 팀이 런던을 연고지로 선택한 ‘도밍게스의 암살자’ 20인 팀을 홈으로 불러들여 시합을 치르는 날이었다.

방식은 단순했다. 창, 검, 활, 도끼 같은 고대 무기로 상대 팀 전원을 죽이면 된다. 그 외의 룰은 없었다. 시합의 다양성을 위한 무대설치는 아직 고려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20인의 검투사가 등장하자 반쯤 찬 관중석에서 우렁찬 함성이 울렸다. 반대로 20인의 암살자가 등장하자 야유가 퍼부어졌다. 아무래도 홈팀이다 보니 기세는 검투사 쪽이 우세했다.

두 팀은 30m쯤의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고 나팔이 울리길 기다렸다. 잠시 후, 긴 뿔 나팔 소리가 시합 개시를 알렸을 때였다.


“뭐지?”


관중석에서 시작된 웅성거림은 양 팀 선수들에게까지 이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출입구 쪽으로 향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지어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훈련된 선수들은 아니었다.

깜짝 이벤트라 생각한 관중들은 환호를 보내거나 휘파람을 불어댔다.

선수들은 관중의 환호에 ‘관중에게만 알려진 깜짝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영문을 알지 못한 양 팀 선수들은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자연스레 양 팀이 가까워지며 가운데로 모였다.


“뭐야, 이거? 우리에겐 비밀로 하고 이렇게 이벤트를 진행하면 되나? 규정 위반 아냐?”


암살자 팀 리더가 검투사 팀 리더에게 불만을 표했다.


“오해하지 마. 우리도 들은 바 없으니까. 관중들이 좋아하는 걸로 봐서는 우리에게만 비밀로 했었나 봐. 젠장할 단장 놈들. 돈만 되면 뭐든 하지.”


검투사 리더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더 거칠게 불평했다.


“저런 오합지졸로 뭘 하려는 거지?”

“나도 모른다니까. AoR(Arena of Rome)에 피를 좀 더 뿌리고 싶었나 보지. 우리야 그냥 화끈하게 죽여주면 되지 않겠어?”


둘은 들어오고 있는 무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화를 이었다. 들어온 무리는 이미 백 명이 넘고 있었으나 멈출 줄을 몰랐다.


“뭐야? 왜 이리 많이 들어와? 매스게임이라도 하려는 건가?”


오합지졸이라지만 숫자가 점점 많아지니 약간 불안해진 암살자 리더가 투덜거렸다.


“우리 일단 협력하는 게 어때? 아무래도 훈련받지 못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이벤트인가 본데, 상대가 너무 많으니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겠어. 힘을 합쳤다가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 다시 싸우는 게 어때?”

“좋아. 좌우에서 협공하는 걸로 하지.”


검투사 리더의 제안에 암살자 리더도 동의했다.

들어온 민간인은 천천히 전투 대형으로 서기 시작했다. 오와 열은 엉망이었으나 대충 대열은 만들어졌다. 4백 명이나 되는 민간인이 무기도 없이 선수들을 노려보았다.


“숫자에 겁먹을 것 없어. 훈련도 되지 못했고, 무기도 없어. 이건 그냥 피를 뿌리기 위한 이벤트에 불과해. 모두 준비!”


리더의 말에 팀원들은 돌격할 준비를 마치고 시합 개시 신호를 기다렸다.




“크악!”


나팔소리 대신 괴성이 크게 울렸다. 선수들이 움찔거리는 사이 민간인 4백 명이 달려들었다. 일사불란한 맛은 없었지만 빠르고 거침없었다.


“죽으려고 환장했군.”


검투사 팀이 달려드는 민간인들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동시에 협공하기로 했던 암살자 팀은 은근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후의 시합을 위해 검투사 팀에게 적이 몰리기를 기다렸다가 적당한 때에 뒤를 급습하고자 한 것이다.

검투사 팀이 내지른 7개의 창에 민간인 8명이 찔렸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며 선수들을 붙잡으려 했다.


“독한 놈들로 골라왔나 보네!”


창에 찔리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픈 것을 싫어하는 일반인이라면 머뭇거려야 마땅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훈련받은 사람들처럼 통증에 연연하지 않고 살을 주고 뼈를 취하려고 달려들었다.


“역겨운 놈들, 뒤로 꺼져!”


달려드는 사람들은 독한만큼 못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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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5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6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9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1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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