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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불꽃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죽은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완결

작은불꽃
작품등록일 :
2014.06.09 01:04
최근연재일 :
2014.08.28 15: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7,152
추천수 :
627
글자수 :
174,619

작성
14.07.17 16:00
조회
730
추천
20
글자
9쪽

마틸다와 데보라-4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읽으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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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아주~아주~ 감사하겠습니다. ^^




DUMMY


센은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분명해, 그녀야! 그녀……. 아니, 그런데 어떻게?’


비록 먼지로 지저분해진 얼굴이라 그때와는 확연히 달랐지만, 센은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지티티’로 불리는 저 싸움꾼이, 센이 그토록 설레며 찾아다녔던 그녀라는 것을.


‘그녀를 만나야 해.’


센은 무작정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떻게 해야 그녀를 만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했지만,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했다.

센은 자신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고작 조깅하다가 한번 부딪혔을 뿐이었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이름도 알지 못하고, 어떤 관련도 없었다.


‘왜? 왜 이러는 거지?’


하지만 그녀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센은 넓은 경기장을 헤매고 다녔다. 그녀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처음보다 더 긴장된 경기장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관중들조차 숨죽인 채 대결을 지켜보았다.

달토끼가 긴장을 깨며 달려들었다. 몸을 가린 곤봉을 앞세우고 곰처럼 달려든 그는 이전보다 더욱 거세게 곤봉을 휘둘렀다. 종횡으로 프로펠러처럼 회전하는 곤봉에 가려진 지티티는 곧 곤봉에 묻은 고깃덩이 신세가 될 것처럼 보였다.

단검으로는 막을 엄두도 못 내고 줄곧 피하기만 하던 지티티는 뒤로 무르던 속도마저 느려지고 있었다. 곤봉과 지티티는 더욱 가까워졌고, 싸움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모두가 알았다.


땀으로 가득한 달토끼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어렸다.


“끝이다!”


궁지로 몰린 지티티를 향해 두 개의 곤봉이 수십 개나 된 듯 피할 겨를도 없이 몰아쳤다.

거친 바람과 함께 피가 튀고, 커다란 고깃덩이가 하늘로 치솟았다.

지티티의 몸통만 한 팔뚝이 커다란 곤봉을 휘두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지티티는 이미 달토끼의 품 안에 들어가 있었다.


“이럴 수가…….”


팔을 잃은 충격인지, 결과에 대한 충격인지 모를 달토끼의 신음이 흘렀다.


“보이지 않았어. 그때처럼……. 볼 수 없었어. 내 노력이 헛것이었어? 그렇게 보려고 노력했는데…….”


싸움을 포기한 듯, 그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지티티는 다시 복면을 내리고 말했다.


“내일부터 하라고. 챔피언.”


다시 복면을 올린 지티티는 무방비한 모습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달토끼는 남은 손의 곤봉을 휘두를 수 없었다.


“으아~!”


달토끼는 울분을 토하며 무너졌다. 사지를 잃은 채 피 웅덩이를 버둥거리는 달토끼의 울부짖음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이건 뭐지? 바람맞은 것도 아니고, 안 맞은 것도 아니야. 정말 너무하네.’


경기가 모두 끝나고 관중들이 거의 떠났지만, 마틸다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자신과 함께 온 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화내고 가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래서는 센과 멀어지고 말 거라는 아쉬움이 그녀를 자리에 붙들어 맸다.

어쩐지 서글퍼진 그녀는 관중석을 서성였다.


‘치사하게……. 그래, 간다 가. 시간이야 넘치도록 있고, 젊음과 인생은 낭비해도 끝이 없지. 이 세상 모든 남자를 만나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다음 남자를 찾아볼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마틸다는 일부러 쾌활하게 말했다.

그녀는 관중석을 빠져나와 계단을 지나 긴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문득 걸음을 멈췄다.




센은 시합의 결과를 알지 못했다. 무작정 그녀를 만나고 말겠다는 각오로 뛰쳐나왔으나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시간이 흐르자 온갖 걱정이 스며 나왔다. 그녀가 진 것은 아닌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나 있을지, 벌써 죽거나 떠난 것은 아닌지.

잠시 후,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안쪽 복도가 무너질 듯 진동했다. 센은 환호의 내용에 귀를 기울였으나,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환호가 끝날 때쯤,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은 하나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티티! 지티티!”


관중이 외치는 이름을 확인한 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더욱 서둘렀다. 그녀가 경기장을 떠나기 전에 찾아야 했다.

함성이 사그러들고 얼마 뒤, 관중석에서 복도로 엄청난 인파가 쏟아져나왔다. 센은 버티려 했지만, 계속 떠밀리다 출구까지 밀렸다. 출구 옆의 구석에서 간신히 인파를 피하게 된 그는 모든 이들이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답답함에 호흡이 가빠졌다.

뇌파 통신이 울렸다. 마틸다였다. 무시했다. 반복되는 호출과 끝나지 않는 인파에 짜증이 난 센은 통신을 차단했다.


한참 후, 출구가 한산해졌다. 센은 적막한 복도를 걸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 그리고 아무도 만날 수 없는 복도, 실망과 허탈만 남은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이미 모든 관계자가 떠나고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센은 무작정 걸었다. 그러지 않고는 답답함을 견딜 수 없었다.


‘만날 수 있었는데…….’

‘그녀가 지티티였다니.’

‘그녀를 만나서 뭐하려고?’

‘내가 왜 그녀를 만나야 하지?’

‘사랑? 웃기고 있네. 사랑과 원한 따위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은 지가 수백 년인데?’

‘내가 그녀를 만나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래, 그냥 가자. 이건 미친 짓이야.’

‘그녀를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아! 마틸다!’


자신이 그녀를 버려두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생각난 센은 통신 차단을 풀었다. 마틸다로부터 20여 회나 호출이 왔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센!’


머리를 쥐어박았지만, 어찌나 미안한지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뭐라 말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아~. 그냥 솔직히 말하자.’


그녀가 용서해 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자신의 잘못으로 관계를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를 호출하기 위해 통신을 열었다.

그때 복도를 걸어오는 그녀가 보였다.


센은 통신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가까워질수록 할 말은 더욱 사라졌다. 마침내 앞에 섰을 때, 센의 머리는 하얗게 비었다.


“여기서 또 만나네요?”


지티티가 웃으며 인사했지만, 센은 웃을 수 없었다.


“몸은 괜찮아요?”


센이 어색하게 물었다.


“괴물 토끼는 좀 힘드네요. 온몸이 쑤시고 결려요. 제가 좀 무섭죠?”


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지티티가 오히려 안쓰러웠다.


“좀 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센은 자신 같은 일반인이 세계 최강의 전사를 걱정한다는 게 조금은 우스웠다.


“제 생각도 그래요. 하지만 정체를 들키지 않고 집에 가려면 아무도 없을 때를 기다려야죠.”


그녀의 말에 센은 아무 말 없이 얼굴만 바라보았다.


“왜요? 데려다 주시게요?”


센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빨리 가죠. 아무래도 어서 쉬어야겠어요.”


그 말에 센이 앞서 걷기 시작했고, 지티티는 뒤를 따랐다. 몇 걸음 걷던 그녀가 갑자기 휘청이며 옆의 벽면을 짚었다. 뒤를 힐끔거리던 센이 재빨리 뒤돌아 그녀를 부축했다. 최강의 여자가 품 안에 들어왔다. 센은 위화감과 함께, 자신이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어머! 고마워요.”


허리를 센에게 맡긴 지티티가 손을 올려 센의 뺨에 대었다.




“칫! 이럴 거면 뭐하러 같이 온 거야!”


마틸다는 수십 번의 호출을 무시하고 자신을 홀로 둔 센이 미웠다. 텅 빈 복도를 걸으며 불평을 퍼부었지만, 화가 삭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공을 들인 만큼 더욱 속상했다.


“흥! 다시는 만나주나 봐라!”


각오를 다지며 출구를 향하던 마틸다가 우뚝, 멈췄다.

복도 저쪽 끝에서 센이 누군가를 안고 있었다. 센이 준 고글로 살피니 여자가 분명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어떻게 이럴 수가! 나랑 와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니! 날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 거야?’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리쳐 부르지도 못했다.

마틸다는 순간적으로 센의 품에 안긴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요사한 미소를 지은 그 여자는 손을 뻗어 센의 뺨을 어루만졌다. 둘 사이가 보통이 아님을 직감한 마틸다는 상한 자존심을 끌어안고 출구로 향했다.

앙다문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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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진실의 재구성-1 +4 14.08.18 572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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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태양의 신전-1 +4 14.08.13 52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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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최종진화-2 +4 14.08.08 701 14 12쪽
25 최종진화-1 +6 14.08.06 611 15 12쪽
24 신의 정원-4 +4 14.08.04 650 17 12쪽
23 신의 정원-3 +4 14.08.01 626 17 12쪽
22 신의 정원-2 +2 14.07.31 646 16 11쪽
21 신의 정원-1 +3 14.07.30 600 17 12쪽
20 추적 +4 14.07.29 594 15 17쪽
19 안녕 데보라-3 +4 14.07.28 644 21 12쪽
18 안녕 데보라-2 +2 14.07.26 671 16 11쪽
17 안녕 데보라-1 14.07.25 572 13 11쪽
16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3 14.07.24 624 16 9쪽
15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2 +1 14.07.23 605 13 10쪽
14 안녕 데보라, 안녕 마틸다-1 14.07.22 775 15 10쪽
13 좀비오의 부활-4 +3 14.07.21 801 15 10쪽
12 좀비오의 부활-3 +2 14.07.19 795 16 10쪽
11 좀비오의 부활-2 +1 14.07.18 704 17 11쪽
10 좀비오의 부활-1 14.07.18 715 17 11쪽
» 마틸다와 데보라-4 +1 14.07.17 731 20 9쪽
8 마틸다와 데보라-3 14.07.17 700 16 10쪽
7 마틸다와 데보라-2 +1 14.07.16 835 30 10쪽
6 마틸다와 데보라-1 14.07.15 978 17 10쪽
5 블러드 & 썬더(Blood & Thunder) +1 14.07.14 1,110 22 14쪽
4 센트럴파크의 폭도-2 +3 14.07.12 1,261 20 9쪽
3 센트럴파크의 폭도-1 +2 14.07.11 1,355 24 9쪽
2 신인류의 탄생 +6 14.07.10 1,459 2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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