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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님의 서재입니다.

심연을 걷는 자 : 어비스 워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몽랑괴행
작품등록일 :
2016.10.13 16:07
최근연재일 :
2016.10.14 12:2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34,096
추천수 :
3,304
글자수 :
3,499

작성
16.10.14 12:25
조회
8,419
추천
103
글자
7쪽

2. 나이트 메어.

DUMMY

2. 나이트 메어.


츄아아악!


붉은 액체가 허공에 비산함과 동시에 허망한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공중에 뜬 머리는 그렇게 허공을 몇 바퀴나 돌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데구르르르


잔혹한 광경이었다. 하나 지금 이곳 암울하기 짝이 없는 지독한 전장에선 일상적인 광경에 불과했다. 매서운 독사처럼 번뜩이는 검광에 무수히 많은 팔다리가 잘려나갔다.


“죽.. 죽여라!!”

“으으으으으”


검은 갑주에 지독한 기운을 풍기는 기사 앞에 병사들은 물론 기사들 마저 두려움에 차 있었다.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 흑기사는 그런 그들의 태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검을 뿌리면 뿌리는 대로 피와 살점이 그 궤적의 끝을 장식했다. 그의 일검이라도 막아내는 자가 없었다. 흑기사는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었고 매우 잔혹한 전투의 화신으로 보였다.


흑기사가 입은 갑주에는 적들의 피와 살점이 진득하니 붙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꾸우욱

잠시 살육을 멈추고 적들을 돌아보던 흑기사는 손에 쥔 검을 다시 세게 쥐었다.


“하.. 한 놈이다!! 노. 노.. 놈을!!”


그렇게 말을 꺼내는 지휘관을 향해 흑기사는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다.


“으아아아아아!”


지휘관은 두려움에 차 뒤로 도망쳤으나 이내 그 목을 내어주고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수천 대 일의 전투, 아니 수만 대 일로 보이는 전투이건만 한 명의 기사에 겁먹은 그들은 감히 흑기사를 향해 달려들지 못했다.


“후우우우”


흑기사는 투구 사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날이 제법 쌀쌀한 모양인지 그 한숨은 허연 수증기로 화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투기 때문인지 아니면 전투의 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온몸에선 아지랑이 같은 기세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따그닥 따그닥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그들 사이로 선연히 울려 퍼지는 말발굽 소리가 있었다.

거대한 동체를 지닌 검붉은 말을 탄 기사가 말을 이끌고 주춤거리는 기사들과 병사들 앞에 섰다. 산을 무너뜨릴만한 엄청난 기세를 가진 자로 보였다. 가히 눈앞의 흑기사와 견줄만한 자 같았다.


찬란한 은빛 갑옷을 입은 기사는 서늘한 눈으로 흑기사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검을 검집에서 빼내어 든 뒤 흑기사를 향해 가리켰다.

스르릉

그리곤 이를 갈며 말했다.

으드드득


“@#$% @# !! 네놈은 오늘 죽는다!! 시행하라!!”


번쩍!!

그 순간 엄청난 빛이 사방을 뒤덮었다.


***


“허어어어억!!!”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소년이 침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허억! 허억!”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악몽이라도 꾼 듯 소년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또.. 또 그 꿈인가?”


피가 튀는 전장, 창칼이 살벌하게 오가는 소리, 사방에 널브러진 무수히 많은 시체들, 그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그 잔혹함..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했다.


하나 그럴 리가 없었다.

자신은 견습 마법사다. 전장은 말로만 들었을 뿐이고 그처럼 지독한 전장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왜 자꾸 이런 꿈을 꾸는 것인가?


비정기적이지만 가끔씩 잊혀질 때면 자신의 꿈에 나타나는 흑기사의 모습에 자신이 그 흑기사라서 그런 꿈을 꾸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이 흑기사였다면 흑기사의 시점에서 보여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제 삼자의 눈에서 본 것처럼 보여 지는데.. 게다가 어떤 연유에서인지 흑기사의 이름은 항상 들리지 않았다.


“후우..”


더 생각해서 무엇 하나 싶었던 엘카인은 벌떡 일어나 탁자 위에 놓인 세숫물에 얼굴을 씻었다. 이런 일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었던 지라 자기 전이면 항상 준비해 놓곤 했었다.


오늘 같이 땀에 흠뻑 젖을 때면 유용하기 그지없으니까..


마법이 익혀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인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침대로 다시 향했다.

끼이익


그렇게 다시 침상에 멍하니 앉아 있는 엘카인의 방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스승님.”

“또 악몽을 꾸었던 게냐?”

“예..”


머리를 긁적이며 송구스런 표정을 짓는 제자의 모습에 아마데오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법이 오르지 않는 것이 그리도 마음이 쓰이는 게냐?”


그 말에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못하는 엘카인의 모습에 아마데오는 주름이 가득한 손을 내밀어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다.”


그 말에 엘카인은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스.. 스승님..”

“허어.. 이리도 마음이 여려서 우애할꼬.. 허허허”


스승 아마데오의 타박 아닌 타박에 엘카인은 소매로 떨어지려는 눈물을 얼른 닦아냈다. 그러나 스승 아마데오에게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리라.


스승에 대한 고마움, 그것을 보답하고 싶은 마음,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소년의 마음은 괴롭기 그지없었다.

그런 엘카인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던 아마데오는 침상 옆에 걸터앉았다. 그리곤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마법이 전부인 세월이 내게도 있었지.. 남들보다 못한 재능을 타고난 나 자신을 탓할 때도 많았단다.”

“스승님..”


자신으로 인해 스승의 괜한 상처를 들쑤신 것 같아 엘카인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 엘카인을 향해 가만히 미소를 지은 아마데오는 다시 말을 이었다.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세월은 전부인 것 같던 마법도 가볍게 만들더구나.. 엘카인..”

“예. 스승님.”

“마법사가 마법을 잘 쓰려는 것이 어찌 잘못이겠냐 만은.. 세상에는 마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스승 아마데오의 말에 엘카인은 뭔가 대답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때때론 말이다. 내게 마법에 대한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에 마법이 아닌 것들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단다. 무엇이 내게 최선이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분명 스승 아마데오는 다른 마법사들과 달랐다.

일반적이라면 마나를 느끼기는 하나 미흡한 재능을 가졌고 고아에 불과한 자신을 거두어들일 이유가 없었다.


슥 슥

“밤이 깊었다. 어서 자거라.”


아마데오는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따스한 음성으로 말했다.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승 아마데오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먼저 느꼈다.

엘카인은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애써 누르고 마음 깊이 다짐했다. 마음 깊이 말이다.

람대륙.png


작가의말

람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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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이트 메어. +7 16.10.14 8,420 103 7쪽
1 1. 꿈. (프롤로그) +7 16.10.14 8,704 10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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