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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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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24,636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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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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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모험가 시험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정말 생각지도 못한 그의 방문에 일순간 멍해진 기분이 들었다. 페트라 크라데이번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이 녀석, 무슨 볼일이 있어 왔을까? 그냥 단장님을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반가워. 우리 구면이지?”


씨익.


녀석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대단히 안도하는 듯한 표정과 우월주의에 빠져든 모습이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그렇긴 한데 무슨 일이십니까?”

“성급한건 여전하군.”


그의 하나부터 열 가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신분이라는 놈 때문에 어느 정도 예의는 갖추어야 했다. 그도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평민을 상대하는 방법을.


‘귀찮아.’


철저히 신분이라는 벽을 세우고 그가 접근했다. 이럴 땐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제게 용무가 없는 것 같아서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 어어 리안!!”


끼이익. 쿵


녀석의 입이 떨어지기 전에 얼른 나가버렸다. 그 뒤로 제롬의 목소리가 들려왔었지만 무시했다. 덕분에 입장이 난처하게 된 제롬이 신경 쓰이지만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게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이 되어서다. 그러는 동안 제롬은 페트라에게 급히 사과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녀석이 요즘 예민해져서 그러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괜찮소. 제롬 경이 말씀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습니다. 녀석이랑은 한번 부딪칠 뻔 했거든요. 저 호전성과 뭐, 건방짐이 일반적인 평민들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말이죠.”

“음. 그렇군요. 그나저나 한번 마주쳤다니 전 처음 들었습니다.”

“저번, 검투장 기억나시죠?”

“예에.”

“그때 처음 녀석을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 건 세 번째네요.”

“그럼 두 번째가..”

“예. 맞습니다. 마나석 채굴장에서 봤습니다.”


페트라는 그때 당시의 일을 회상했다. 두 강자가 맞붙은 그 격전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은 그저 걸림돌에 지나지 않았다. 은빛의 기운과 짙은 어둠의 기운이 서로를 물고 뜯는 그 와중에 눈먼 파편에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막아내기 급급했던 그 치욕을 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때 당시의 기분을 표현 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에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랄까. 리안과 싸우던 자는 그 시체를 수습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절망해 버렸다.


‘은광의 소살검. 라우펠로스 바르젠.’


빈첸의 유명한 검가중 하나인 바르젠 후작가의 망나니 서자가 바로 그의 정체였다. 그리고 그의 실력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으며 빈첸에서도 소드마스터로 각성할 인재 중 한 명으로 꼽혀왔던 자였다.


그런데 그런 자를 저런 어리숙한 평민 따위가 쓰러트려 버렸다.


‘정체가 뭐냐.’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어떻게 그만한 힘을 얻게 된 것인지. 정녕 하늘이 내린 천재인지 아니면 신이 직접 그를 보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경로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조목조목 밝혀내고 싶었다.


그래. 녀석은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운 좋게 얻은 것뿐이야.


그렇게 그를 인정하지 못했고 받아드릴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과 거리가 먼 다른 세상의 일로 치부해 버리며 자위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왕과 귀족이다. 하찮은 평민들 따위는 평생토록 밑바닥에서 뒹굴며 빌어먹는 삶을 살아야 해. 그것이 바로 국가가 지탱되는 힘이자 원천이고 그들이 평생 봉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야!’


그때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우리 가문을 일으킬 힘이다.]


작은 상자를 들고 아버지가 나의 방에 찾아왔다. 술병이 이리저리 굴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가문을 비상하게 만들 힘이라며 내게 주신 힘.


씨익.


그날 무기력에 빠져있던 나락에서 빠져나왔다. 아버지는 비밀리에 라우펠로스가 가지고 있던 힘을 추출하였고 내게 주었다. 그 힘을 흡수한 난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가공할 기운에 하마터면 폭주할 뻔. 하였지만 소멸할 직전에 놓였어도 가슴 한편에 가지고 있던 오만함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내가 여기서 끝날 것 같나!!! 하찮은 평민 따위에게 말이다!!’


페트라 또한 하이젠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해 왔었고 그의 재능은 실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실력과 같이 성장하게 된 오만함은 파편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졌고 그렇기에 파편의 힘을 소화해 낼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큰 힘을 얻었다.


그렇게 우월의식에서 다시 한번 눈을 뜬 그의 눈은 모든 이들을 눈 아래로 둘 만큼 광오해 보이기까지 했다.


‘후후.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오늘 평생 올 것 같지 않던 누추한 이곳을 찾아왔다.


[반가워, 우리 구면이지?]


녀석을 만난 그 순간 그의 수준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안도하였다.


한순간이나마 평민 따위에게 열등감을 느꼈던 못난 과거를 잊어버릴 수 있게 되어서 말이다.


“저... 괜,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하하하. 오늘 단장님을 보니 정말 기쁘군요. 다음에도 자주 오겠습니다. 전 이만 밤이 늦었으니 돌아가 보도록 하죠.”

“저야말로 찾아 주셔서 감사하였습니다. 제대로 대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지요.”


페트라의 입술이 다정하게 올라갔다.


“마음 쓰실 거 없습니다. 미리 언질도 없이 갑자기 온 제가 잘못했지요. 오늘은 그냥 지나가다 들렸을 뿐입니다. 혹시 폐를 끼친 건 아닌지요.”

“아닙니다! 자주 방문해 주시면 저야 영광이지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제롬은 페트라를 배웅하기 위해 검투장의 정문 밖까지 마중을 나섰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페트라의 수행기사들이 그의 권위를 잘 나타내는 최고급 사두마차를 대령하였고 그는 그 마차에 올라타며 제롬에게 한번 더 미소를 지어주었다.


“살펴 가십시오.”

“그럼. 이만.”


제롬의 허리가 깍듯이 굽혔고 마차는 출발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창을 통해 바라보는 페트라의 다정했던 미소가 더욱 사악하게 그려졌다.


그래. 바로 저 모습이 평민이 취해야 할 올바른 자세다. 라고 생각하며.


한편 리안은 방에서 녀석에게 느껴지던 기운을 생각하고 있었다.


‘왜 그에게서 라우펠로스의 기운이 느껴졌을까?’


호크미온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지만 녀석이 왔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혹시 치안청의 기사들과 같이 온 게 저 녀석인가.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진 모르겠지만 이제 가나?’


녀석의 기운이 멀어져 간다. 다시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느껴지는 건.


‘진짜 이건 라우펠로스와 흡사해.’


그의 몸에서 느꼈던 기운이 푸른머리 녀석과 거의 흡사하다. 예전에 느꼈을 땐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라우펠로스와 비슷하다.


‘어째서 온 거지. 그리고 그 웃음은?’


자신을 이미 뛰어 넘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렇다면 더 좋은 결론이다.


‘기운을 숨길 수 있는 건 현재 스승님과 나, 둘 뿐이지.’


스승님은 항상 7할의 기운을 숨겨 두라고 하셨다. 심법의 운용 방법상 그런 기술은 매우 쉬운 편이며 의식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운은 숨겨진다. 모든 걸 다 드러내는 것이 미덕인 이 세계는 그런한 방법이나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구지 뽑자면.


‘어쌔신이나 도둑 정도.’


그들의 직업 특성상 기운을 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하지만 무력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기운을 숨기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튕겨내는 방법은 조금 알겠지.


“뭐, 상관없지. 그보다 모험가 시험은 어떻게 될까나.”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녀석이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모험가 시험에 집중해야 되니 자세를 바로하고 운기를 시작하였다. 이렇게 고민해 봤자 얻는 건 없다. 단지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적이 아무리 수작을 부려도 어찌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스승님도 그러길.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라고 하셨다. 즉 강함이 최고다.



* * *


마침내 시험 당일이 다가왔다. 제롬의 덕담과 모든 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검투장을 나섰다. 특히 루시의 특별 요리를 단독으로 먹을 수 있어서 모두의 부러움을 독차지 했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어 그들의 따끔한 시선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 배부르다.”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느끼며 길을 나선다. 그 동안 모은 돈도 무시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민이 가지고 있기에는 엄청 많은 금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 동안 시라스 하나만 좋은 것에 비해 입고 있던 옷과 신발은 거적때기나 다름없었지만 루시의 엄청난 성화에 같이 쇼핑을 나서게 되었었다. 그때 당시 골라준 옷과 신발은 엄청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딱 보기에도 고급지고 매우 멋진 것들이었다.


‘나도 이렇게 보니 엄청 괜찮은데?’


그동안 산에 틀어박혀 꾸미지 않고 야차마냥 머리는 더벅머리에 옷은 거의 헤지는 옷들이었지만 검투장에 있는 동안은 조금 단정하게 꾸민 것으로 만족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음.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괜찮아.’


자아도취 할 만큼 괜찮았다.


실제로 멀리서 소녀들이 은근슬쩍 바라보는데 약간은 머쓱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었다.


“크흠.”


신색을 다시 바로고치며 아카데미에 들어섰다. 정문은 정말 거대하고 멀리 보이는 아카데미의 건물은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우와.


비슷한 또래들이 다니는 아카데미다. 그런 생활을 동경해 본적이 얼마만인지. 시골에 살았을 땐 도시에 나가서 또래의 아이들과 공부하는 걸 잠시나마 동경하였던 적도 있었다. 호크미온들과 처음 만나고 아카데미의 기사학부에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웅성웅성


“모험가 시험을 보시는 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접수부터 하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바라보니 모험가 시험 접수를 위한 창구가 계설되어 있었다. 그곳 곳곳에 비치된 테이블에 여러명이 앉아 무언 갈 서명하는 등 그런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리안 군 되십니까?”

“예. 제가 리안입니다만. 누구신지.”

“아! 반갑습니다. 전 마리오체 후작각하께서 보내신 위돌트라고 합니다.”

“아네. 그런데 사람을 보내신다는 말씀은 딱히 듣지 못해서.”

“저의 주인이신 후작각하께서 리안 군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라고 하셔서 이렇게 오게 된 것이니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각하께 나중에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싱긋.


중후한 인상의 남성은 몸에 베인 매너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로 호감형의 인물이었다. 집사들 중에 한명인지 아는 지식도 많았고 매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래서 돈이 좋아.’


그는 리안의 시험 수속을 전담하였다. 덕분에 귀족처럼 한쪽에 서서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귀찮은 모든 업무를 끝마칠 수 있었다.


“오호. 어디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전 마르셀리 자작가의 차남. 히토네 마르셀리라고 합니다. 귀하의 성함을 듣고 싶군요.”


주변을 살펴봤는데 이 느끼한 녀석을 아는 녀석이 아무도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전 리안이라고 합니다.”

“오호! 리안 경이셨군요. 실례지만 귀하의 가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저도 모험가 시험은 처음인지라 미리 친해지고 싶군요. 오호호호.”

“성은...없습니다.”

“리안 없습니... 에에에에!!?

녀석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거리다가 다시 무언가 알겠다는 웃음을 지어 보인다.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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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재판 21.12.22 31 0 12쪽
100 재판 21.12.21 37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3 0 12쪽
94 일상 21.12.13 50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4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3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89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4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8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0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4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5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79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2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6 1 11쪽
79 합류 21.11.23 82 1 12쪽
78 합류 21.11.19 93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6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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