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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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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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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19
추천수 :
223
글자수 :
549,536

작성
21.1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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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깨어나는 마성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휘익! 휘익!


앞뒤 좌우를 돌아가며 공략하자 자잘한 상처들이 점점 크게 번져간다. 그 상처들로 인해 주위가 시뻘건 안개로 자욱해 진 것만 같았다. 이런 상태까지 몰리니 그가 내심 놀라웠다. 이런 적은 없었거늘,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핏빛의 안개속에서는 사무치는듯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점점 피라는 것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몽롱한 기분속에서 광기어린 라우펠로스의 검을 막아내고 있을 무렵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속에서 울컥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알 수 없지만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올라온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더욱 몽롱해지고 상황은 좋아지질 않았다.


‘뭐지. 이 기분은.’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수세에 몰리는 리안을 보고만 있자니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그저 손아귀만 흥건해질 뿐이었다.


‘어서, 와야 하는데. 어서.’


설마 이렇게까지 대단한 세력인 줄 몰랐다. 그저 어딘가의 암흑가 놈들 인줄 알았는데 기사급 정도의 실력자들도 간혹 보였고 지금 리안과 싸우고 있는 저 괴물자식은 확실히 엄청난 놈이었다.


‘아직인가.’


속은 타들어만 갔다. 적의 규모에 후속부대가 치안청에서 출발했다는 이야기를 셀리아에게 들었다. 그들이 빨리 도착하기를 바랄 뿐, 아니 어쩌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실력자가 오지 않으면 썩은 집단처럼 저 녀석에게 베어질 뿐이기에 적어도 기사급 전력이 여러명 와야 되었다.


‘여기서 리안이 무릎을 꿇는다면 우린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 저만한 실력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정말 암담한 순간이다. 이때까지 호각세를 보여주었으나 지금 보이는 리안의 모습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녀석은 광소를 내며 더욱 즐기고 있었다. 아직 리안도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으나 몽롱한 눈이 마치 마약에 취한 듯 지쳐보였다. 어쩌면 한계에 다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모든것이 달렸다는 책임감 때문에 쓰러지지 않고 억지로 지어보이는 미소일까. 하지만 은근히 기대 되는 미소.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힘내라. 리안.’


휘리리릭! 콰아아아앙!


리안과 라우펠로스의 접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절벽의 벽면까지 수세에 몰린 리안은 라우펠로스의 검을 피해냈다. 초목베기라는 광역기가 크게 베어왔고 황급히 위로 뛰어오른 리안의 발밑으로 아슬아슬하게 검의 잔상이 지나가자 벽면이 수평으로 크게 갈라졌다.


콰라라라랑!!


엄청난 광음을 내며 입을 쩍 벌린 절벽의 벽면, 수평으로 크게 베어진 벽면을 무시하고 라우펠로스도 리안을 따라 절벽의 벽면을 딛고 내달렸다.


쾅쾅! 팅팅팅! 콰라라라! 텅!


둘은 벽면을 내달리며 속사포처럼 검을 휘둘렀다. 계속되는 접점속에 파생되는 기파를 견디질 못한 벽면의 여러군데가 터져나갔다. 그렇게 흙먼지가 일어나고 가려진 시야속에 리안은 라우펠로스를 크게 밀어내며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자 함박웃음을 지어보인 라우펠로스는 검을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휘이이이!


“하하하, 도망만 다닐거야?”


어찌나 빠른 속도인지 검의 풍압으로 인해 먼지들이 걷어졌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잠깐의 반짝거림 뒤에 수많은 검흔이 벽면에 상처를 입혀댔다.


쾅쾅쾅쾅쾅!!


무수한 흉터가 새겨졌지만 다행히도 리안은 그 자리에 없었다.


“거기냐!!”


잠깐의 주저함도 없이 라우펠로스는 리안의 기척을 감지함과 동시에 뒤로 돌았다. 곧이어 무언가가 쏘아져 날아왔다. 벽면을 강하게 밀어낸 반발력으로 가속력을 얻은 모양인지 포탄처럼 쏘아져 공격한 것이었다.


콰앙!


하지만 검을 들어 올려 리안의 시라스를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 반발력에 라우펠로스가 빠르게 뒤로 튕겨졌지만 리안의 손목을 잡아 챈 그가 놓아주질 않았다. 잠시 후 둘은 지면에 처박히듯이 떨어졌고 충격으로 인해 균열이 일어났다. 그들이 휩쓴 지면은 큰 고랑을 형성하는 것도 모자라 노예들이 수감되어 있었던 숙소까지 들이박아 무너트려 버렸다.


“죽는줄 알았다. 새끼야.”

쓰러진 건물의 잔해더미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라우펠로스가 거칠게 토해냈다. 그래도 충격은 있었던 모양인지 입가에 선혈이 흘러 내렸는데 그 모습을 본 리안도 착찹한 모양인지 더 이상 웃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입가에 미소를 띄울 수 없게 되었다. 소강상태에 잠시 접어들어 방금 전 회심의 일격을 날린 절벽의 벽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대치의 기운을 하체에 가득 담아 쏘아졌고 그로인해 벽면은 거미줄처럼 움푹 들어간 것도 모자라 한쪽이 붕괴되기 직전이다. 이렇게 최선을 다했건만, 녀석은 막아내 버렸다.


“더, 더럽게 강하네.”


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여, 여기까지인가...’


비릿한 혈향이 혀끝을 자극했다. 불편한 속을 참아내며 정신을 놓지 않도록 애를 쓰지만 점점 시야는 흐릿해져만 가고 몸은 나른해져만 갔다. 앞에서 녀석은 뭐라고 떠들어 대지만 몸은 이미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간신히 정신줄만 잡고 버티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은 울림이 전해져왔다. 더욱 몸은 물에 젖은 솜마냥 무겁게 느껴졌고 정신력도 점점 피폐해져 가지만 속에서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내상인가...’


장기가 손상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하하하. 아무튼 정말 대단하다고 너, 이제 충분히 놀았으니 이제 끝을 내볼까?”


바르젠 검술기(劍術氣)

물보라


리안의 표정에서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자 만족한 라우펠로스는 검을 역수로 쥔 상태로 몸을 회전하며 공격하였다. 고통속에 일그러지는 표정이 라우펠로스에게는 알 수 없는 쾌감으로 다가왔다.


“좀 더 보여줘. 좋아 아주 좋아.”

“좀 닥쳐!”


분쇄기처럼 쇄도하는 그의 검을 힘겹게 막아냈다. 파괴력을 모두 막아내질 못한 듯 땅이 터져나가며 주변으로 밀려나갔다. 솟아오른 흙먼지가 용오름처럼 빨려 들어가더니 공중으로 상승했다. 그만큼 물보라의 회전력은 굉장하였다.

“하하하하하. 아직까지 버티다니 끈기하나는 대단한데?”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물보라의 파괴력을 견디는 저력에 조금 놀라웠지만 이제 곳 죽을 녀석이다. 녀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다음공격으로 넘어갔다.


바르젠 검술기(劍術氣)

잔상베기


어느새 역수로 쥔 검을 다시 양손으로 쥔 라우펠로스가 검을 등 뒤로 올렸다. 반대급부의 힘으로 자세가 무너져있던 리안은 최대한 검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곡갱이질을 하며 몸에 익혀둔 검의 효율적인 사용에 대한 깨달음이 빛을 발휘하여 온전치 않는 자세 속에서도 회수 속도를 높여주었다.


‘이번만 막으면!’


등 뒤로 돌아간 라우펠로스의 검, 빈틈이라고 생각하며 반격을 가하려는 순간 알 수 없는 감각이 몸에 엄습하였다. 경종을 울리는 감각을 믿고 리안은 반격하려는 움직임을 다시 방어로 돌리는 그 순간, 흐릿한 무언가가 전면을 때렸다.


휘릿리!!

티리리리리리리리리링!!!!


그 빈틈이라고 여겨지는 그 동작이 사실 함정이었던 것이다. 워낙에 빠른 연속 내려치기라 검을 등 뒤로 보내놓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마차의 바퀴가 빨리 굴러가면 바퀴를 지탱하는 살이 반대로 천천히 돌아가는 착시효과라고 해야 할까? 검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모습이 사실 이미 공격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었다. 이름 그대로 잔상처럼 베어지는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며 다음의 공격을 보고 있는 그때 예상치 못하게 발차기가 날아와 복부를 가격하였다.


“크아아악!”


십여 미터를 날아가 버리는 리안, 수면위를 튕기는 돌맹이처럼 지면에 튕기며 한쪽 벽면에 박혀버렸다.


쾅!


하지만 녀석의 스타일을 알기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일어섰다. 역시나 예상처럼 원형의 톱날처럼 회전하며 리안이 있던 자리를 내리쳤다. 녀석의 바르젠 검술기(劍術氣), 회오리치기였다. 땅을 구르다시피 옆으로 피해낸 리안은 뒤로 물러서며 앞을 막아냈다. 그러자 흙먼지를 뚫고 녀석이 달려온다. 검을 내세우고 돌진하는 녀석의 모습, 보기 싫었고 짜증이 솟구쳤다.


“아직도 버틸 힘이 있었어? 대단한데?!”

미쳐 날뛰는 녀석이 거슬렸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녀석의 공세가 점점 빨리지고 있었으며 자신은 지쳐가고 있었다. 파괴력도 더 늘어난 느낌이다. 싸우면서 실력이 급증한 리안도 어느정도 정리하고 체득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녀석은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 그저 적당한 수준의 장난감을 만났다는 표정으로 시종일관 주도권을 쥐고 몰아갔다.


“그래! 좋아! 나도 미쳐 날뛰어주마.”


리안도 감정에 몸을 맡겼다. 방어를 도외시 한 공격 일변도, 둘은 피가 튀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더 상처를 입히기 위해 안간힘을 써댔다. 주위의 땅이 날카롭게 잘려나가고 갈라진다. 둘은 더욱 더 속도와 파괴력을 높이며 자신이 최대한 쏟아낼 만큼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실력의 위는 라우펠로스였다. 그 격차는 쉽게 그리고 갑자기 매워지지는 않는다. 분명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녀석의 검을 최대한 회피하며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상처를 입히기 위해 모든 역량을 발휘하였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뿐이다.


“이봐. 이게 끝이야?”


그때 라우펠로스의 검을 흘려막고 가슴으로 파고든 순간 수를 읽혀버린 것인지 눈앞에 반짝거림이 보였다. 리안은 피하지 못하고 결국 크게 베이고 말았다. 상체가 사선으로 베였지만 다행이 깊게 베이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위험을 감지한 순간 무의식적으로 피해냈다. 하지만 녀석이 놓아주질 않으니 상처는 더 벌어지고 피가 흥건해 지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이제 한, 한계다. 의, 의식이...’


그전에 있던 상처를 포함해서 방금 전 상처로 인해 출혈이 더욱 더 심해졌다. 상태는 더 악화되는 중이고 목숨을 건 생사결에서 매우 치명타로 작용하였다.


‘제, 제길.’


하지만 공격일변도는 멈추지 않았다. 녀석의 템포에 맞춰갈 수밖에 없었다. 방어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녀석 또한 상처들이 많아졌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자잘한 수준에 불과하였다.


“왜? 벌써 지쳤어? 더 놀아야지. 이렇게 말이야!”


공격을 막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리안은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멀리 튕겨졌다.


두근, 두근, 두근


초인적인 힘으로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켰다. 나약해지는 마음을 달래며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쓰러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싫어. 여기서 끝나고 싶지 않아.’


부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녀석을 똑바로 주시하였다. 세상이 고요해지는 느낌. 흑백으로 변해버린 세상에 모두가 경악에 찬 시선들이 보인다. 그리고 녀석의 광기어린 눈이 보인다. 자신보다 더 미쳐있는 눈, 그렇게 그가 달려온다. 한발 한발 그가 뛰어오고 있지만 왜인지 느리다. 아니 이게 죽기 직전에 느낀다는 그런 기분일까.


자신의 존재마저 잊은 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멍하니 서서 달려드는 녀석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을 무렵. 주마등처럼 과거의 시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녀가 보였다. 그녀를 생각만 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훗.’


그리고 의지와 상관없이 시야가 점점 어두워지고 눈꺼풀이 점점 감겨온다. 누적된 데미지로 인해 손끝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곧 녀석에게 단숨에 갈라지고 말리라.


‘이게 내 마지막인가...’


[나약한...]


누군가가 자신의 마지막이 다가올 땐 세상이 천천히 흘러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그런데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아니 느낌인가. 이건 내 목소리인데.


[잘 사용해 주지]


희미했던 시야가 완전히 어둠에 잠겼다.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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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재판 21.12.22 31 0 12쪽
100 재판 21.12.21 37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3 0 12쪽
94 일상 21.12.13 50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4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3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89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4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8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0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4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5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79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2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5 1 11쪽
79 합류 21.11.23 81 1 12쪽
78 합류 21.11.19 92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5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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