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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님의 서재입니다.

수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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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장
작품등록일 :
2021.08.17 21:24
최근연재일 :
2021.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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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9,536

작성
21.10.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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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패배자로 사느니 명예롭게 죽겠다

안녕하세요! 사과농장 입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DUMMY

“리안이라고 했나? 나이에 맞지 않게 정말 대단하군.”

“당신도 정말 강하네요. 이때까지 스승님을 제외하고 당신이 가장 강했습니다.”

“칭찬인가?”

“칭찬이죠.”

“하지만 우리가 검투사로 만난 이상 이 이상의 호감은 오히려 독이다. 나도 본 실력을 내보이마. 둘 중에 한명은 죽는다는 것, 알고 있겠지?”

“당연하죠. 하지만 제가 이긴다면 살려드리겠습니다.”

“오만하군. 패배한 검투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육신이 살아있어도 그건 검투사로서 죽은 것과 진배없지. 난 검투사로서 죽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목숨을 걸어라!”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패배자로 사느니 명예롭게 죽겠다!”

“그럼 저도 더 이상 당신을 욕되게 할 수 없겠네요.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와라!”


둘의 검에서 유형화된 마나인 오러가 검을 잠식하였다. 오베아스의 검은 붉은 오러가 맺혔고 리안의 시라스에는 검은 오러가 맺혔다.


와아아아아아!!


경기를 관람하러 오는 관객들은 대부분 오러를 보기위해 표를 구매하였다고 해도 허언이 아니었다. 그 결과 이때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힘찬 함성이 경기장 내부를 진동시켰다.


아름답게 피어난 두 색의 오러가 드디어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튀어나갔다.


으라라라라라!!


입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한 현상이 보이는 것은 착각이였을까. 크로아의 투기와 비슷한 미친 황소마냥 저돌적인 공격을 퍼 붓는 오베아스다.


‘대단한데?’


그에 밀리지 않고 침착하게 맞서는 리안, 둘의 검이 맞부딪치자 붉은 오러와 검은 오러의 파편이 흩날렸다.


그리고 서로를 더욱 잡아먹기 위해 흉흉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이것도 받아라!”


힘만 실어서 막 휘두르는 것 같지만 그 하나하나에 오의가 담겨있었고 더군다나 빠르기 까지 하였다. 역시 B등급의 검투사에서 인지도가 높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전투스타일은 크로우의 그것과 비슷해 보였다. 그것도 크로우보다 민첩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하지만 리안은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고 날뛰는 황소를 제압하는 숙련된 투우사마냥 다루기 시작하였다.


리안의 마나운용능력이 오베아스를 뛰어넘는다는 반증이었다.


“이게 다예요? 그렇다면 실망인데?”

“막기 급급한 주제에 입만 나불거리지 마라! 으라라라라.”


리안은 혈전보(血展步)를 운용하여 황소같은 오베아스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싸워나갔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도망가기 급급한 것처럼 보였으나 절묘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붉은 검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 리안의 눈빛이 달라졌다. 반 박자 빠르게 검을 쳐내고 휘두른 뒤 오베아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었다.


시야의 사각을 노리고 오른쪽으로 빠르게 이동하였기 때문에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건 혈전보(血展步)를 운용하는 리안의 성취가 오베아스와 싸우며 한층 성장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그 이전부터 막혀있었는데 역시 실전을 경험하니 실력이 빨리 쌓여간다.


‘보법을 잘 활용하면 유리한 고지에서 쉽게 이기겠어.’


리안은 오베아스를 상대로 무공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오베아스에게는 불행하게도 리안에게 성장의 도움이 될 만한 딱 알맞은 상대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의 옆을 차지한 순간 오베아스는 영리하게도 거리를 뒤로 물러 다시 리안을 시야 안쪽으로 넣어두려고 하였으나 또 다시 따라붙은 리안은 왼쪽으로 이동하여 사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생소한 기술로 인해 마치 어쌔신을 상대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검을 한 바퀴 휘둘렀다. 하지만 리안도 검 끝을 피한 뒤 다시 오베아스의 오른편으로 이동하였다.


“거머리 같이!!!”


이제는 오베아스가 뒤로 조금 씩 물러나며 공격을 막기 급급해 보였다. 리안의 횡베기가 팔과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크흑!”


또 다시 뒤를 점하며 날아오는 검,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진 만큼 체중을 검 끝에 집중하여 찔러왔고 오베아스는 앞면에 검을 세워 막아냈다.


카앙!


실수였을까? 그가 검 놓쳤다.


하지만 그건 오베아스의 착각이었다. 찌르기를 막아낸 충격으로 놓친 줄만 알았던 검을 다리가 땅에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역수로 잡아냈다. 그리고 시야에서 흐릿해지며 어느새 반대쪽으로 돌아 목을 향해 찔러 들어온다. 마치 저 장검을 단검으로 찌르듯이 말이다.


그에 놀란 오베아스는 과도하게 머리를 뒤로 젖혀 피했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을 피하는 대가로 귀가 찢어지고 동작에 빈틈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옆구리에 가해지는 묵직한 충격으로 인해 튕겨져 날아가 버린 오베아스는 또다시 꼴사납게 땅을 구르고 말았다. 리안의 발차기에 맞고 날아간 것이었다.


“으르릅! 악!”


몇 미터를 날아가 버린 오베아스, 하지만 어느새 지면과 가까워져 땅에 구르게 된다. 아직 여력이 남은 모양인지 몸이 멈추질 않았다.


‘으익!’


구르던 와중에 정신을 차리고 왼손으로 바닥을 치며 튕겨졌다. 그리고 일어나 중심을 잡고 다가올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서 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


‘음?’


귓가에 속삭이듯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눈앞은 어둡게 변해버린 세상을 끝으로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에 들었던 나지막한 목소리는.


“일섬영(一殲影).”

이였다.


* * *


리안은 무영신으로 쫒아갔다. 구르는 와중에도 바닥을 타격하여 반탄되는 힘으로 중심을 잡으려고 한 오베아스를 일섬영(一殲影)으로 신속하게 베고 지나갔다.


그리고 정적을 깨는 한숨소리.


“후우.”


관객들이 보기에 아래로부터 위로 날카로운 예기가 잠시 반짝였을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멈추자 뒤늦게 따라오는 먼지가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시라스를 바닥에 털어냈다.


차락!


맺혀있던 피가 이탈하여 바닥을 수놓았고 시라스는 검집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뒤늦게 무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허공으로부터 떨어졌다. 끔찍하게도 두 동강난 모습으로 바닥에 쓰러진 그것은 한구의 시신이었다.


일순간 적막감이 감돌았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경기장에 시선을 둔 리안은 잠시 후 엄청난 함성소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이야야야야야야야!!!


폭풍전야의 고요였을까. 경기장이 엄청난 함성으로 떠나갈 듯하였다. 그때 리안의 머리에 생각난 것이 있었다.


“이렇게 였던가?”


다시 시라스를 뽑아 뒤늦게나마 높이 치켜세우는 리안, C등급 경기에서 보았던 다루스를 따라했다.


리안! 리안! 리안! 리안! 리안!


짜릿한 승리를 맞볼 수 있었다. 어쩌면 검투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천직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지만 오크를 죽인 것처럼 마음에 아무런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이 이렇게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는지 심히 생각하게 된다.


스승으로부터 수라심법의 성취가 높아야만 쓸데없는 호승심 이라던지 감정적인 장애가 없어진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정도면 준수한 편이라고 하였다. 다른 신교의 무공을 접하면 처음에는 살인충동이 마구 일어나는 현상을 겪는다고 하였으나 자신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걸로 봐서 별 생각없이 넘어가기로 하였다. 우선은 이 승리를 만끽하고 싶었다.


제롬에게 갚아야 할 빚이 줄어드는 느낌도 좋았다.


‘오베아스. 당신은 결코 약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강했기에 당신이 진 것이죠. 하지만 부끄러워 하지마세요. 전 최강이 될 몸이니까.’


오베아스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는 패배자로 사느니 죽음을 바랬다. 죽음을 각오하고 경기에 나선 오베아스를 욕되게 할 수는 없었기에 손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본 실력을 내보이는게 그에게 같은 검사로서 예의라고 생각했다.


‘후회하지 않아. 단지 당신이 그런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적당한 선에게 끝냈겠지만. 당신의 검사의 길을 나는 인정하고 욕되게 할 수 없었기에 전력을 다했을 뿐.’


마음속으로 애도를 하고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선수대기실로 들어갔다. 그곳엔 제롬이 뒷짐을 진채 기다리고 있었고, 리안이 복귀하자 수고하였다고 금화가 제법 들어있는 돈 자루를 건네주었다.


“수고했네. 이건 생각보다 벌이가 대단하였기 때문에 주는 내 작은 성의 일세. 보너스 라고 생각하게.”

“많이 따셨나요?”

“덕분에, 앞으로도 수고해주게나.”

“B급 검투사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네요.”

“마치 품평하듯이 말하는군. 아직 여유가 있다는 말인가?”

“원래 이렇게 강하나요? 신인을 상대로 경기를 했다는 것은 오베아스가 B급 검투사중에서도 가장 약한 축이였나봐요?”

“앞으로 4번의 경기가 있네. 싸워보면서 느끼게나.”


오베아스와 리안을 붙인 건 당연히 제롬이다.


그리고 오베아스는 B급 검투사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한 인물이었다.


리안의 정보가 풀리기 전에 오베아스 측으로 배당률이 몰리는 현상을 이용하기 위해서 초장부터 강수를 둔 것이었다.


제롬은 상당한 재산을 투자함으로써 리안에게 사준 시라스의 값을 충당하고도 많은 이익을 봤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잘 이용한 예라고 볼 수 있었다.


고위험을 동반한 전략이였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앞으로 4번의 승리로 얻게 될 이익은 순수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 오늘은 푹 쉬게나. 나머지 C등급의 경기가 있긴 한데 말이야 그거라도 구경하게나.”

“메인경기가 B등급 경기 였는데 갑자기 중간에 바뀐 건 이유가 있나요?”


리안은 끝까지 궁금해 하였다.


“경기 주최자인 크라데이번 백작께서 용무가 급한 나머지 일정이 조정되었지.”


그럴듯한 변명. 하지만 진실이기도 하였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전 쉴게요.”

“그러게.”


제롬과 헤어지고 얼마 후 푸른 머리의 그 녀석이 다가왔다.


“과연, 큰 소리 칠만해.”

“이제와서 무르기 없기다?”

“무르다니. 오히려 시시할까봐 걱정했는데 말이야. 적당한 상대가 되겠는데.”

“생긴 것처럼 재수없구나.”

“재수 없다라. 그건 그렇고 아쉽게도 검투사 경기가 취소되었다. 너랑 오늘은 못 붙어보겠군.”

“도망간 걸로 알고 있을게.”

“이래서 천한 놈들이랑은 못 어울려주겠다니까. 후훗.”


그때 머리가 새하얀 집사가 다가왔다.


“도련님. 영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제 가지. 볼일은 다 봤으니까.”


푸른머리 녀석은 집사를 따라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다 멈췄다.


“내 이름은 페트라, 페트라 크라데이번이다. 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가 봐야 하는데 정 나랑 붙고 싶다면 아카데미로 와. 그때 상대해 줄게. 물론 네가 상대가 될지 모르겠지만. 크크.”


녀석은 재수 없는 놈이었다. 그런 값싼 도발에 걸려들지 않겠지만 불행하게도 리안은 아카데미에 볼일이 있었다.


놈과는 나중에 분명 만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은 귀족의 자제임을 밝힌 녀석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귀족이라. 짜증나는군.’


귀족을 살해하면 평민은 그의 친족들까지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물론 형장으로 갈 필요도 없이 귀족을 모시는 기사들에게 살해당하겠지만 혼자였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하지만 아직 가진바 힘이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감히 페트라를 죽일 수 없었다. 검투 경기장에서 상대로 싸웠으면 모를까.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에이. 신경 끄자. 귀족이랑 엮기면 재수 없으니까.’


푸른머리의 그 녀석을 머리에서 지우기로 하였다. 우선 C등급의 경기를 관람하는 것으로 오늘은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한편, 제롬의 검투장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검을 차고 있었으며 기골이 당찬 남자였는데 자신의 신분을 기사라고 밝혔다. 그가 최근에 들어온 리안을 만나고자하여 아도리스는 그를 응접실로 안내하여 간단한 차와 다과를 내왔다.


“곧 경기가 끝나 돌아오실 겁니다.”

“알겠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잘 마시겠네.”


그는 스토리지, 도로스 자작의 5번째 기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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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재판 21.12.22 31 0 12쪽
100 재판 21.12.21 37 0 12쪽
99 정치 21.12.20 32 0 12쪽
98 정치 21.12.17 43 0 12쪽
97 정치 21.12.16 46 0 12쪽
96 일상 21.12.15 52 0 11쪽
95 일상 21.12.14 43 0 12쪽
94 일상 21.12.13 50 1 13쪽
93 분수령 21.12.10 64 0 13쪽
92 분수령 21.12.09 63 0 12쪽
91 분수령 21.12.08 62 0 12쪽
90 분수령 21.12.07 69 0 12쪽
89 개천에서 난 용 21.12.06 74 0 12쪽
88 개천에서 난 용 21.12.03 78 0 12쪽
87 개천에서 난 용 21.12.02 66 0 12쪽
86 개천에서 난 용 21.12.01 70 0 12쪽
85 개천에서 난 용 21.11.30 79 0 11쪽
84 팀에서 적응하기 21.11.29 74 0 12쪽
83 팀에서 적응하기 21.11.26 75 1 12쪽
82 숙련평가 21.11.25 79 1 12쪽
81 숙련평가 21.11.24 72 1 12쪽
80 숙련평가 21.11.23 75 1 11쪽
79 합류 21.11.23 82 1 12쪽
78 합류 21.11.19 92 1 12쪽
77 기초평가 21.11.18 85 1 12쪽
76 기초평가 21.11.17 83 1 12쪽
75 기초평가 21.11.16 94 1 13쪽
74 기초평가 21.11.15 9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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