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리깨3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전문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도리깨3
작품등록일 :
2020.07.01 00:40
최근연재일 :
2020.11.01 23: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42,166
추천수 :
871
글자수 :
200,506

작성
20.08.23 23:00
조회
450
추천
8
글자
7쪽

생존 - 계룡대

DUMMY

계룡대 내부는 놀랄 만큼 딴 세상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이었지만 어떤한 보호구나 무기 없이 자유롭게 걸어 다녔고 간혹 사복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예상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두 눈이 휘둥글해졌다. 주변을 둘러보자 나만 그런 건 아닌 듯했다.


영웅씨가 말했다.


“여긴 완전히 재난 이전 상황이네요..”


신태성 대위가 대답했다.


“그러게요.. 그렇다고 듣긴 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까 신기하네요.”


팔에 두른 보호구를 내려다보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려 계룡대 땅을 밟았을 때 안심하고 보호구를 벗고 무기들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질 않았고 무척이나 궁금했다. 오랜만에 누군가 나를 뜯어 먹으려 달려들 것이라는 걱정을 안 할 수 있을지..


버스는 어느 높지 않은 건물 앞에 정차했다. 건물 입구에는 나이 지긋한 군인 듯이 모여 담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모자에 달린 별들을 보자 신태성 대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태성 대위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자.. 도착했습니다. 다들 내리시죠.”


나는 도리깨를 가지고 내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보호구도 찬김에 그냥 들고 내리기로 했다. 내가 도리깨를 들고 내리자 먼저 내렸던 가연씨는 다시 버스에 올라타 사스마타를 들고 내렸다.


계룡대 땅을 밟고 주변을 둘러보자 깨달았다. 결국 변한건 세상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였다. 안전한 계룡대 깊숙이 들어왔지만 누군가 나에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나를 감싸고 있었다. 신태성 대위는 그새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주변에 있던 가연씨와 영웅씨에게 나의 기분을 웃으며 말해주자 가연씨와 영웅씨 역시 비슷한 기분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어쩌면 우리가 재난 상황에 맞게 진화한 1세대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1호 차와 버스가 주차를 위해 떠나고 군인들과 우리 사이의 벽이 사라졌다. 담소를 나누던 장군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살짝 민망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마 우리의 복장 때문일까? 영웅씨의 멋진 중세 갑옷은 입고 오지 않았지만 각자 팔 다리에 내 전매특허인 임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고 도리깨와 사스마타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봤어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때 대대장이 우렁찬 경례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신태성 대위가 큰 목소리로 관등을 대더니 군중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대대장이 우리에게 다가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 신태성 대위는 이미 영웅이에요. 신태성 대위가 여러분을 못 챙겨도 너무 섭섭해 마세요. 자 안으로 들어갑시다.”


신태성 대위 옆에서 봐온 입장에서 체감하지 못했지만 그간의 그의 행적들만 나열해봐도 그가 얼마나 대단한 군인인지 알 수 있었다.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모두 회수하고 주둔지를 재배치하여 효율을 높이고 무사히 대규모 구출 작전까지 해냈다. 그가 영웅이 아닌 게 더 이상했다. 나는 괜히 흐뭇한 웃음이 났다.


건물 내부는 평범한 관공서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으리으리한 회의장은 이곳이 계룡대라는 사실을 다시금 새롭게 깨우치게 해주었다. 시원한 회의장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장성들 한두 분이 지나가면서 말을 붙였다. 이미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거추장스러운 도리깨와 사스마타를 괜히 들고왔나 후회할 때쯤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회의가 시작되었다.


상석에는 뉴스를 통해서만 보던 대통령이 앉아있었다.


회의는 기대 이상으로 지루하고 힘들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지금까지 회의는 제대로 시작도 안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자 신태성 대위가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일들을 순서대로 말하는데 그중에는 간간이 우리의 이름이 들려왔다.


엄청난 지루함과 긴장감에 내가 슬슬 정신을 놓고 졸기 시작할 때쯤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 민간인 3인방으로 쏠렸다. 다행히 정신 차리고 있던 가연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생존자들이 그간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와 생존에 대한 노하우 등에 대해 말해주자 장성들은 경청해 주었다.


이윽고 가연씨는 아래에 눕혀놨던 사스마타를 꺼내들어 모두에게 보여주며 사스마타의 유용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팔과 다리에 두른 보호구에 대해서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루한 회의가 끝나자고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갔을 때 별안간 대통령이 우리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간단한 인사를 하며 우리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빠르게 사라졌다. 장난스럽게 가연씨에게 말했다.


“가연씨 저 대통령이랑 악수했어요!”


그러자 가연씨가 웃으며 내 옆구리를 찔렀다.


회의가 끝나고 우리는 병사 한 명의 안내를 받아 계룡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계룡대 내부에는 P.X뿐만 아니라 다양한 편의 시설들이 있었다. 심지어 음식점까지 있어서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물론 재료 수급이 안되는 것인지 대부분은 문을 닫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에겐 돈이 없었다. 세상이 뒤집어진 후에 생존에 필요한 건 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시간이 돼서야 드디어 신태성 대위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제법 긴장이 풀렸는지 밝은 표정으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신태성 대위에게 말했다.


“신태성 대위님 인기가 많으십니다.”


그러자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전부 여러분 덕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예정되어 있던 기본형 방진 및 최소 단위 팀 그리고 사스마타와 총검술 시범을 위해 연병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연병장 중 잔디가 깔린 연병장이 시범 장소로 채택되었다. 푹신푹신한 잔디에 감탄하고 있는데 멀리서 특이한 전투복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건장한 몸에 특이한 전투복을 보자 단번에 그들이 특수부대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주눅 든 나와 달린 영웅씨는 신이 나서 시범을 보였다. 영웅씨의 동작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특수부대원들 덕분에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나는 최소 단위 팀과 기본형 방진의 원리와 실제로 러너나 워커들을 상대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주의할 점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특수부대원들은 메모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학구적인 태도에 슬슬 신이 난 나는 사스마타의 유용성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사스마타를 쥐여주고 나를 제압하게 체험을 시켜주기도 하였다.


특수부대원들과의 시간이 끝나고 짧은 담소를 나눈 후 우리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가장 늦게 온 신태성 대위는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인원수를 파악한 그는 1호 차로 가서 보고를 하고 돌아와 조수석에 앉았다.


이윽고 버스는 출발하였고 긴 하루를 보낸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잠에 빠졌다.


작가의말
8월 23일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처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날씨를 보면 계속 여름이죠?

그러니 여러분은 드시는 것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여름 감기인 줄 알았는데 장염이었네요. 뭘 잘 못 먹고 탈이 제대로 났습니다.

독자님들은 건강하세요~!

+ 작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가상 인물이며 장소에 대한 묘사 역시 순전히 작가의 상상으로만 작성되었습니다! 실제와는 전혀 다름을 감안하고 재미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73 아인스타운
    작성일
    20.08.24 09:12
    No. 1

    주변 철물점 같은 곳에서 도구나 철 부품들을 얻고.
    운 좋으면 비료포대도 얻을 수 있음. 비료포대로 채소들을 키워 자급자족을 노릴수도 있죠.
    일을 하지 않는 잉여인력도 그쪽으로 돌릴수 있겠죠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도리깨3
    작성일
    20.08.24 13:01
    No. 2

    맞는 말씀입니다! 앞으로 민간인들이 더 많이 구출되고 난민들이 마냥 놀기만 하는건 "한국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독자님 덕분에 좋은 영감 얻고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b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명원연참
    작성일
    20.08.24 20:03
    No. 3

    아이구 쾌차하시고 우리나라가 이런거까진 예상안했지만 아무튼 전략자원 수입길이막혔을때 쓸려고 채산성이 조금이라도떨어지면 바로 폐광시켜서 최대한 보존하기때문에 의외로 자원이 많습니다 아니면 죽은사람들 스마트폰 걷어서 금속분리하면 전차 수십대는 가뿐하게만들지요 (도시광산 이라는게 괜히 말이나오는게아닙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도리깨3
    작성일
    20.08.24 23:11
    No. 4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 자랑스럽네요! 말씀해주신 폐자원 수거가 좋은 영감으로 다가옵니다! 도시광산이라는 키워드는 처음 접해보는데 아주 흥미롭네요! 독자님의 소중한 의견 재미있는 이야기 만드는데 꼭 쓰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건강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빨리 나아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답하겠습니다 ^^b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전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 20.09.06 97 0 -
공지 좀비:전문가가 일반 연재로 승급되었습니다! 20.08.21 109 0 -
공지 분량에 관하여 사과드립니다. +4 20.07.28 168 0 -
공지 저녁 11시에 업로드 됩니다! 20.07.13 340 0 -
64 생존 +7 20.11.01 404 5 7쪽
63 생존 - 조사(2) 20.10.29 261 4 8쪽
62 생존 - 조사 +2 20.10.25 271 4 8쪽
61 생존 - 후송 +2 20.10.22 276 6 9쪽
60 생존 - 김포 공항 포위(2) +4 20.10.18 311 7 10쪽
59 생존 - 김포 공항 포위 +7 20.10.15 326 6 9쪽
58 생존 - 김포 공항 +5 20.10.11 320 7 8쪽
57 생존 - 강서구 +4 20.10.08 382 6 8쪽
56 생존 - 생환 +3 20.10.04 336 8 8쪽
55 생존 - 반석 위에 지은 집 20.10.01 338 9 11쪽
54 생존 - 아파트 단지 +3 20.09.27 349 7 10쪽
53 생존 - 양천구 +2 20.09.24 348 8 7쪽
52 생존 - 도서관 +7 20.09.20 367 7 8쪽
51 생존 - 내기 +2 20.09.17 369 8 8쪽
50 생존 - 영등포 정리 +4 20.09.13 385 10 8쪽
49 생존 - 한강 +2 20.09.10 410 8 8쪽
48 생존 - 가족 +2 20.09.06 422 9 9쪽
47 생존 - 파출소 +4 20.09.03 397 8 8쪽
46 생존 - 영등포역 탈환 +3 20.09.02 407 8 8쪽
45 생존 - 징계위원회 +4 20.09.01 412 8 10쪽
44 생존 - 관료주의 +6 20.08.31 404 9 7쪽
43 생존 - 조사관 +2 20.08.30 395 8 7쪽
42 생존 - 의무대 소란 사건 +4 20.08.27 416 7 7쪽
41 생존 - 생존자 수색(2) +6 20.08.26 422 9 8쪽
40 생존 - 생존자 수색 +6 20.08.25 426 9 7쪽
39 생존 - 영등포역 +4 20.08.24 444 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