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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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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멸망한 세계의 개발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오메가쓰리
작품등록일 :
2019.10.14 17:41
최근연재일 :
2019.11.15 20:0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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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318
추천수 :
6,189
글자수 :
190,290

작성
19.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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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Episode 8. 최초의 살인자

DUMMY

“처음으로 발각된 거 아냐?”

“역시 한가락 실력은 감춰두고 있었다 이거지.”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난? 사실 놀랄 것도 없다.

고유 기술 중 하나인 ‘은신의 장막’을 사용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여기서 파악해야 할 건 그 능력의 신비함이 아니라 그들의 목적이다.

보나 마나 목적이 불순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아마 조금 전 서면역에서 벌인 내 장사를 보고 접근했을 테지.

당연하다.

향을 품은 꽃에는 벌들이 꼬이기 마련.

그곳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일부 머저리들이 접근할 것을 예측했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알았지?”


상하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내가 물었다.

뭐, 대충 보니 알겠다. 은신의 장막을 발휘한 장본인이겠지.

은신의 장막을 개화했다면 아마 전직이 도둑놈인가 그럴 거다.


“은신의 장막? 그런 건 하수들에게나 통하는 거고. 나 같은 고수에게는 어림도 없지.”


은신의 장막은 완전히 기척을 감추는 게 아니라 육신을 주변 환경에 동화해 보이지 않도록 속이는 것. 그렇기에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백여 명이 넘는 이들의 발걸음 소리마저 감출 수 없었다.


“고수? 지금 이 숫자를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보란 듯이 양팔을 벌린다.

그 뒤로 보이는 건 107명에 이르는 녀석의 동료들이었다.

무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험상궂은 인상과 덩치, 몸에 새겨진 알록달록한 문신과 각자 손에 든 무기였다.

부웅!

누군가는 망치를, 누군가는 방망이를, 또 누군가는 쇠파이프를 위협적으로 휘두르고 있다.

만물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허접한 종류의 무기다.

물론 내 입장에서야 허접한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흉기겠지만 말이다.

흐음.

갑작스레 뒤를 밟는 것으로도 모자라 무기를 들고 위협을 하는 무리라.


“어둠 속에서 범죄를 조장하는 자.”


번뜩 떠오르는 이명(異名)을 뱉었고.


“뭐, 뭐야?!”


중얼거린 내 말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툭 내뱉은 이명의 주인공이야말로 은밀히 녀석들에게 기술을 전수해준 존재였으니까.


“뭐 그리 대단한 비밀이라고. 너희가 그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하면 놀라서 펄쩍 뛰겠다?”

“네 녀석 어떻게...?”


녀석들의 정체는 범죄를 조장하는 자의 지지를 받는 무리였다.

후원을 받는 과금러와 지지는 엄연히 다르다.

점수나 아이템 등 여러 방면에서 후원을 받는 게 과금러라면 지지는 특별한 기술을 전수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 전 발휘한 은신의 장막도 범죄를 조장하는 녀석의 지지를 통해 개화한 기술인 것.


“...”


일순간 장내는 정적에 휩싸였다.

내 정체를 파악하려는 듯 108쌍의 눈동자만이 부지런히 움직일 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분명 과금러는 아닌데...”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내가 과금러가 아니란 사실은 지지를 받는 그들이라면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저 평범한 일개 플레이어가 위대한 존재와 그 이명을 입에 담는다? 궁금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인 거다.


“다들 진정해. 비밀 하나 간직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다고.”


동요를 보이는 이들 앞에 나선 건 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갈색 중절모와 긴 회색의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그 얼굴은 전형적인 사기꾼의 상(相)이었다.


“상황이 꽤 심각하다고 느꼈나 보지? 괜히 있어 보이려고 손안에 든 패를 꺼낸 것 같은데, 그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네 녀석 혼자서 우리 모두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동료들을 둘러본다.


“하긴 제깟 게 뭐라고.”

“고작 혼자서 뭘 할 수 있겠어.”


내 정체에 대한 의문으로 침체한 분위기가 다시금 달아올랐다.

중년인은 단숨에 장내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생긴 게 사기꾼 같아 보이더니 역시 ‘언어의 마술사’를 개화한 것 같다.

세 치 혀를 이용해 사람들의 감정을 들었다 놨다, 자유자재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꽤 유용한 기술이다.

그리고 이 기술은 단순히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너의 말처럼 우리는 위대한 분의 지지를 받고 있지. 보통의 플레이어와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저마다 아주 강력한 능력을 지닌 108명의 용사니까.”


[심오환이 당신에게 ‘협박’을 발휘했습니다.]


이거다.

기묘한 화술로 아군에게는 용기를, 적에게는 공포를 심어주어 평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심오환의 협박에 저항합니다.]

[당신의 굳건한 정신은 그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통하는 상대에게나 먹히는 거지.

사자가 토끼 108마리에 포위당했다고 해서 공포심을 느낄 턱이 없지 않은가.


“하여간 누가 사기꾼 아니랄까 봐 대놓고 수작질은.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는 충분히 알았고. 그래서. 그 대단하신 분들께서 제게는 무슨 볼일이신지?”


물론 그 목적을 모르진 않지만,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간단해.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다면 얌전히 가진 걸 다 내놓고 사라지라는 거지.”


과연 범죄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라 금방 본성을 드러냈다.

그들과는 단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지만, 한때 범죄자라는 건 확신할 수 있다.

범죄를 조장하는 자의 지지를 받는 것. 그건 곧 눈앞의 108명 모두 전과가 있는 범법자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다 내놓고 꺼지면 목숨은 살려주나?”

“물론. 순순히 가진 걸 넘겨준다면야 인정을 베풀 수 있지.”


내 말에 겁을 먹은 것으로 오해한 듯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어휴. 아주 말은 청산유수. 그런데 그 내용에 진실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리고 그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내게 녀석들의 말은 개소리 그 이상이 아니었다.


“너희는 지금이 즐겁지? 한낱 범죄자였다가 지금은 특권층이 된 것처럼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을 테고. 그리고 뭐? 살려줘? 네놈들 연장에 묻은 피나 닦고 거짓말을 하던가.”


실제로 피가 묻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사람들을 학살한 것은 사실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녀석들의 캐릭터 시트를 확인했었다.

그리고 드러난 놀라운 사실. 정확히 2시간 전, 놈들은 개금역으로 떠난 40명의 파티를 급습해 그들의 목숨과 아이템을 빼앗았다.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일부러 살려둔 여자들을 강간하기도 하고, 노약자를 고문하며 쾌락을 추구했다.

결론은 뭐다?

눈앞에 있는 108명 모두 상종 못 할 인간쓰레기라는 것이다.


“죽여!”


치부를 들켰다고 생각한 것인지 동시다발적으로 달려들었다.

탓!

한 번의 도약으로 쇄도해오는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살인과 갈취를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킨 녀석들은 보통의 플레이어와는 움직임 자체가 달랐다.


“내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지만, 쓰레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진 못하겠다.”


하물며 내게 덤비는 놈들에게 관용을 베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척!

아공간에서 꺼낸 양손 도끼, 살인마를 쓰러뜨리고 얻은 핏빛 도끼를 잡았다.


“뒈져!”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가 먼저 접근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쇠파이프를 무심하게 바라보다 몸을 틀었다.

후웅!

간발의 차이로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간다.

눈을 부릅뜨는 사내.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팟!

손아귀에 힘을 준 순간 거대한 도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핏빛과도 같은 붉은 궤적.

서걱!

살이 갈라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촤촤촥!

허리가 양단된 사내가 붉은 선혈과 내장을 쏟아냈다.

쓰러지는 녀석은 의문에 찬 눈빛으로 가득하다. 아마 자신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씨팔!”

“개새끼가!”


선두로 다가오던 동료의 죽음에 욕설이 터져 나왔다.

파파팟!

사방을 점하며 각자의 무기가 쇄도했다.


“흡!”


짧은 기합성을 내뱉으며 그대로 도끼를 풍차처럼 돌렸다.

스윽!

쇠와 쇠가 만났을 때 나는 날카로운 소음이 일지 않았다.

터텅!

핏빛 도끼와 마주한 녀석들의 무기가 수수깡처럼 부서졌기 때문이다.


“미친!”

“이, 이럴 수가!”


그것이 녀석들이 내뱉을 수 있는 마지막 유언이었다.

파앗!

무기와 마찬가지로 두 동강 난 다섯이 그대로 지면에 허물어졌다.


[핏빛 도끼가 피를 머금어 AP가 미량 상승합니다.]


핏빛 도끼의 장점은 피를 머금을수록 AP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비교적 약한 상대를 학살할 때는 이만한 무기가 없다.


“씨발, 뭐 하고 있어. 놈은 하나야. 다굴로 조져버려!”


순식간에 여섯이 당했다.

당황한 듯 잠시 주춤거리던 그들의 눈이 이내 악독하게 변했다.

108명이나 되는 인원에서 6명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아직 102명이나 남았다. 여전히 유리한 건 자신들이라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그래. 죽을 녀석이 102명이나 더 남았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품었건, 그건 나와 하등 상관없는 일이다.

척척!

이목을 피하고자 감춰두었던 대지의 갑옷을 착용했다.

아공간에 보관된 아이템이기에 의지를 품은 순간 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육신을 감쌌다.


“으아압!”


한순간의 틈을 비집고 망치가 쇄도했다.

텅!

녀석의 망치는 정확히 후두부를 가격했지만, 정작 나는 아무런 충격을 느낄 수 없었다.

현재 내 능력치 중 가장 높은 게 DP다.

여기에 대지의 갑옷 착용으로 인한 단단함이 더해지니 그들의 허접한 무기는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컥!”


뒤통수를 친 녀석의 멱살을 움켜쥔 후.

콰앙!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우드득!

엄청난 힘으로 인해 놈의 전신이 부러졌다.


“으아아아압!”


기합인지 비명인지 모를 괴성을 내지른 놈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알까.

스으으.

본인들과 내가 전혀 다른 시간 속에 있음을.

녀석들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마치 슬로비디오와 같이 느릿하게 다가오는 녀석들의 공격을 피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왼쪽으로 살짝 몸을 틀고, 무기가 닿지 않는 사이사이로 몸을 욱여넣는다.

서걱!

수직으로 떨어지는 톱을 흘린 후 그대로 상대의 목을 그었다.

콰직!

휘두른 방망이를 그대로 작살내며 횡으로 두 번, 종으로 세 번 핏빛 도끼를 그었다.

푸화확!

가로, 세로로 갈라진 육신이 피 분수를 내뿜었다.

서걱, 서걱, 서걱.

핏빛 도끼가 궤적을 그릴 때면 어김없이 하나의 적이 쓰러진다.


“마, 맙소사...”

“으아아...”


불나방처럼 불을 향해 달려들던 녀석들의 움직임이 마침내 멈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느새 장내에 서 있는 건 채 5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정녕 사람이 맞긴 한 건가...?”


그 5명 중에는 사기꾼도 끼어 있었다.

과연 입만 터는 녀석답게 끝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생존해 있었다.

아니면 굳이 자신이 나설 생각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지.


“대단한 능력을 갖춘 108명이 뭐 어쨌다고?”

“...”


공포에 질린 그들은 내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다.

털썩.

대답 대신 무릎을 꿇는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가 대, 대단하신 분을 몰라뵙고 감히 건방을 떨었습니다.”


과연 태세 전환이 빠르다.

털썩.

비단 그건 사기꾼만이 아니었다.


“제발,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으흐흑.”


녀석과 동조하듯 무릎을 꿇은 그들은 내게 용서를 구했다.

누군가는 눈물까지 흘리며 회개한다. 그러나 그것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것을 모를 턱이 있겠는가.


“웃기고 있네. 조금 전까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웃으면서 죽인 게 너희 아냐? 그리고 남을 죽일 각오를 했으면 용서는 버리고 왔어야지.”


그건 나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내가 그들을 죽일 수 있듯, 나 또한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오늘 베푼 용서가 후에 피의 복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후환을 남길 수 없다.


“으아악!”


거짓 용서를 구하던 5명은 단말마와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이것으로 나를 노리던 범죄자 무리 108명을 모두 처리했다.

살인마 하나를 처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영역. 솔직히 말해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다.

아무리 세계가 변했다고 해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살인이 금기시되는 현대를 살아오지 않았는가.

끈적하고 불쾌한 느낌에 이마를 찌푸렸으나 그렇다고 죄악감에 잡아먹히진 않았다.

질서와 규제가 사라진 혼돈의 세계에서는 약육강식이 유일한 법이었으니까.

그 상념을 털어내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주위를 살폈다.

붉은빛을 내는 혈혼과 각종 아이템이 바닥을 구르고 있다.

살인마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전리품.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둠 속에서 범죄를 조장하는 자가 당신을 ‘즐겨찾기’에 등록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범죄를 조장하는 자가 당신에게 후원금 100F를 선물했습니다.]


역시 보고 있었나.

그런데 고문 변태와는 달리 자신이 지지하는 녀석들의 죽음에도 채찍이 아니라 당근을 준다.

하긴 과금러도 아니고 고작해야 지지하는 이들의 죽음이었다.

아마도 그들보다 나를 지켜보고, 혹 필요하다면 회유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범죄자 녀석의 놀음에 낄 생각은 없지만, 성의는 고맙게 받았다.

후원을 받는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보답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진짜 전리품을 가지러...


[피의 향기에 이끌린 존재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하지만 혈혼을 집기도 전에 새로운 알림이 나를 찾아왔다.


[최초의 살인자가 당신을 ‘즐겨찾기’에 등록했습니다.]

[최초의 살인자가 당신에게 후원금 1,000F를 선물했습니다.]

[1,000F 후원으로 음성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1,000F 이상의 후원금부터는 특별한 기능, 후원자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가만. 최초의 살인자라고 한다면.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지?」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내 앞에 나타난 것, 그건 핏빛 소용돌이였다.

마치 피가 뭉쳐진 것과 같이 붉은 기운이 넘실대는 소용돌이 속에 숨겨진 시선이 나를 주시한다.

이건 진짜다.

최초의 살인자 카인.

내가 설정한 후원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똘끼 넘치는 미치광이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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