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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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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멸망한 세계의 개발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오메가쓰리
작품등록일 :
2019.10.14 17:41
최근연재일 :
2019.11.15 20:03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8,315
추천수 :
6,189
글자수 :
190,290

작성
19.10.16 20:00
조회
10,852
추천
249
글자
13쪽

Episode 6. 과금러 잡는 무과금러

DUMMY

넋을 놓고 있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캐릭터 시트를 편집하겠습니까?]


대답을 재촉하듯 재차 알림이 전해졌다.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으나 확실한 것 하나는 이것이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놓칠 수 없는 순간을 잡았다.


[선택된 플레이어, 기정환의 캐릭터 시트를 불러옵니다.]

[캐릭터 시트를 편집하는 동안 시간이 정지합니다. 단, 정지된 시간 동안은 시트 편집 이외에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습니다.]다.]


뚝!

그 순간 세상과 내가 단절된 듯한 기이한 감각이 지배했다.

거짓말과도 같은 말에 빠르게 주변을 살폈고, 무엇이 변했는지는 명확했다.


“...”

“...”


나를 죽이려는 미치광이 살인마, 그리고 보따리장수인 크로키가 멈췄다.

비단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순환하던 대기의 흐름마저도 멈췄고, 그곳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얻은 건 나 하나뿐이었다.

시간이 멈췄어?

혹시 이 기회를 이용해 저 괴물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캐릭터 시트 편집을 위한 시간 정지 중 그 어떤 공격 행위도 불가합니다.]


그렇단다.

그제야 조금 전의 알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시간 정지 중에는 캐릭터 시트 편집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

뒤늦게서야 그 사실을 깨닫고는 살인마에 대한 살의를 거뒀다.

대신 눈앞에 떠오른 창, 캐릭터 시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손이 향한 곳은 가장 위협적인 수치인 DP였다.

스슥.

손가락을 이용해 문지르는 시늉을 하자 닿는 부위의 숫자가 지워졌다.

된다!

이게 된다면 지워진 빈칸에 채워질 숫자는 ‘0’이다.


[삑! 상대의 DP 수치를 수정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현재 당신의 능력이 미약하여 편집 능력 중 수정은 불가, 삽입 능력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삽입이 가능한 구간은 행동과 배경뿐이며 10어절까지 가능합니다.]


“이런 씨...”


이게 무슨 에디터 능력이냐.

그냥 한글 편집 능력이라고 바꿔라.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분명 능력치나 기술을 수정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테지만, 행동 정도만 해도 충분히 기적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동 : 눈앞에 있는 의문의 존재를 죽여 그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고 함.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꿔 자신의 모든 걸 다 주려고 마음먹음.


이거야말로 신의 한 수다.

살해의 위협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녀석이 가진 각종 장비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


[삑! 개연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삽입이 불가능합니다.]

[캐릭터의 배경, 성격, 행동에 위배되지 않는, 개연성이 포함되어야만 정상적으로 편집이 가능합니다.]


그래. 그러면 그렇지.

한글 편집기에 이어서 이제는 개연성 타령?

이게 무슨 소설도 아니고, 개연성이 웬 말이냐.


“후우...”


한숨은 나오지만, 불평하고만 있을 새가 없다.

어떻게 하면 개연성에 어긋나지 않은 채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답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해진 답은 없다.

녀석의 성향과 행동,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고려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오랜 고민 끝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결론은.


▶행동 습관 : 인간을 살해할 때 꼭 토막을 내어 그 감촉을 즐김.

오만한 그는 자신의 DP를 자랑하기 위해 선빵을 맞고 시작함.


그것은 개연성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타협에 타협을 거듭한 결과였고.


[해당 문장에서 개연성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자동완성을 통해 대상의 행동을 적절하게 변경합니다.]


내가 완성한 어설픈 편집에 시스템이 개입했다.


▶행동 습관 : 인간을 살해할 때 꼭 토막을 내어 그 감촉을 즐김.

반항하는 상대를 밟아버리는 쾌락을 위해 종종 선제공격을 허락할 경우도 있음.


내가 생각한 방향성에서 그리 빗나가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자동완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대로 편집된 캐릭터 시트를 저장하겠습니까?]


뭐, 종종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은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저장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첫 에디터 권능을 사용해 새로운 능력치가 생성되었습니다.]


내 기획안에는 없었던 새로운 능력치 생성 알림에 곧바로 능력치 창을 호출했다.


『이정우

▶AP : 20 ▶DP : 20

▶HP : 20 ▶AGP : 20

▶MP : 0 ▶DVP(Development Point) : 10

<<<기술>>>

▶무기 기술 : 활[Normal(Lv 5)]』


MP 옆에 새롭게 생성된 DVP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능력치가 에디터 특성을 사용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능력에 대한 깊은 고찰의 시간은 충분치 않았다.

저벅.

무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살인마 녀석 때문이다.

진짜 살벌하구나.

그저 근처에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움찔하게 만든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개장수를 본 개가 오줌을 지리거나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 지금 상황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녀석은 진한 혈향(血香)을 풍겼다. 그것은 기타 짐승의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인간을 죽였을 때 나오는 불쾌한 냄새였다.


“살 수 있지?”


스쳐 간 녀석이 크로키와 마주했다.


“물론이지요. 귀하신 손님께서는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준비했다는 듯 보따리를 꺼내 들었지만, 그건 오색 보따리가 아니었다.

내 것보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은 보따리.

그것이 귀한 손님, 즉 과금러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혜택이었다.

아무리 과금러라 해도 이스터 에그로 숨겨 놓은 절대의 언어 이상의 취급을 받을 수 없는 것.

촤르륵!

이내 가판대 위로 보따리의 물건이 쏟아졌다.

가만히 그것을 응시하던 살인마 녀석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아니, 이것도.”


거침없이 가판대 위 아이템을 지목하며 사들인다.

고문 변태가 녀석을 얼마나 이뻐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많은 점수를 후원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역시! 귀한 손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덕분에 오늘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퀘스트는?”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곧바로 전달될 겁니다.”


과금러가 괜히 프리패스로 불리는 게 아니다.

녀석은 특별한 취급을 받으며 물건 구매와 퀘스트를 곧장 전해 받았다.


“흐흐흥.”


편의점에서의 목적을 모두 이룬 살인마 녀석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툭!

지나가던 도중 의도적으로 내 어깨에 부딪힌 뒤.


“또 봅시다?”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딸랑!

가벼운 위협과 함께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나, 그리고 크로키는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잠시간의 침묵 후.


“기다리고 있겠지?”


장담하는 데 녀석은 편의점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유?

사람을 죽이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 녀석에게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아니, 이유가 있긴 있겠구나.

보나 마나 고문 변태 새끼가 날 죽이라는 후원 미션을 걸었을 것이다.


“혹여 이대로 편의점에 머무르실 생각이라면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이차원. 오래 머물렀다가는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시간의 미아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멋대로 단정 지은 크로키가 설명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편의점에 머물러 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차원 사이에 갇혀 영원히 그곳을 떠돌아다니는 시간의 미아가 되거나 혹은 시간의 뒤틀림으로 인해 미쳐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걱정하지 마.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간다.”


얄미운 크로키에게 쏘아준 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딸랑!

편의점에 들어왔을 때와 같은 이질감과 함께 주변의 사물이 바뀌었다.


“쓰읍.”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건 비릿한 혈향이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편의점 인근, 주위를 장식한 건 시체였다.

차갑게 굳어버린 시체는 토막 난 채로 지면을 구르고 있었다.

내장은 곳곳에 흩뿌려져 있고, 흘러내린 피가 작은 웅덩이를 이룬다.

한 폭의 지옥도가 펼쳐진 장내.


“일찍 나왔네?”


그곳에서 나를 반기는 건 살인마 새끼였다.

핏빛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거대한 양손 도끼(Battle Axe)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내며 나를 향해 걸어온다.

아무리 현장에 없었어도 녀석이 이 일의 원흉이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했다.


“어때 내가 만든 풍경이. 정말 아름답지 않아?”


꿈을 꾸듯 몽롱한 음성으로 자신의 작품 감상을 권유한다.

미친 새끼라는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미친 새끼였을 줄은 몰랐다.

작품 감상?

사람을 죽여 놓고 이게 할 소린가.


“안타깝게도 아직 미완성의 작품이야. 너를 통해 이 작품은 위대한 예술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지.”


그래. 왜 안 그렇겠냐.

꽈악!

굳이 그 개소리를 더 들을 필요 없이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흐흐. 이 광경을 보고도 내게 덤비겠다고?”


녀석이 주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편의점에 가려던 10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토막난 채로 죽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전의를 잃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씨발 새끼가 말 존나 많네. 닥치고 덤벼.”

“크큭.”


녀석은 변태.

기어오르면 오를수록 그것을 밟기 위해 발광하는 미치광이 녀석이다.


“역시 마음에 들어. 그렇게 꿈틀거리니까 더 처참하게 짓밟고 싶어 미치겠단 말이야. 흐으으...”


쾌락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온몸을 비틀어댄다.

그래. 더 달아올라라. 아주 나를 처참하게 밟아버리고 싶어서 미칠 지경으로.


“어리석은 희망을 품은 놈들은 생각하지. 조금만 더 하면, 어떻게든 노력하면 이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아니거든. 지금 네가 처한 상황은 헤어나올 수 없는 나락이야. 그런데 이걸 어떻게 깨닫게 해주느냐. 그 압도적인 차이를 실감하게끔 해주는 거지.”


터엉!

비릿하게 웃은 녀석이 도끼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이내 퍼포먼스를 보이듯 양손을 활짝 벌린 채로 그 자리에 섰다.


“발악해 봐. 너와 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줄 테니.”


그 차이를 내가 모를 턱이 있겠냐.

녀석이 저토록 오만하게 나올 수 있는 건 대지의 갑옷이 가진 특수한 하나의 능력 때문이다.

하루 세 번, 순간적으로 DP를 상승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중갑옷 덕분에 튼튼한 녀석이 DP 뻥튀기를 받으면 그야말로 무적에 준하는 DP를 자랑하게 된다.

현재 시점에서 대지의 갑옷을 이용하게 되면 녀석은 그야말로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손에 넣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을 알면서도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탓!

지면을 박차며 곧장 녀석에게 쇄도했다.

전력을 다했기에 쏘아진 화살과도 같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살인마 녀석의 눈은 정확히 나를 쫓는 중이었다.


“키킥!”


비웃음을 잔뜩 머금는다.

마음껏 비웃어라. 하지만 과연 마지막에도 네 녀석이 웃을 수 있을까?

쐐액!

전력이 담긴 찌르기에 대기가 찢어졌다.


“어설퍼.”


묵향의 찌르기를 본 살인마 녀석이 대지의 갑옷이 지닌 능력을 사용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 녀석의 DP는 급상승했을 것이다.

인정한다. 아무리 내가 20에 달하는 AP를 자랑한다 해도 현재 상태에서 녀석의 갑옷을 뚫을 순 없다.

그러나 녀석은 모르리라.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란 사실을.


“꿰뚫어라, 저주받은 핏빛의 마창!”


그건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특별한 언령(言令)의 힘이 깃든 시동어. 묵향의 잠재능력을 발휘하는 명령이었다.

사아아!

진한 묵빛의 궤적에 피가 스며드는 것처럼 붉게 변했다.

비록 불완전하지만, 시동어를 통해 본신의 힘이 일부나마 깨어난 것.


“이, 이건?!”


놀란 살인마 녀석이 반응했다.

찰나의 순간 그 변화를 느낀 듯했으나 이미 늦었다.


“이거 방관 창이야, 이 씹새끼야!”


묵향, 아니 이제는 적향(赤香)으로 변한 핏빛의 창이 대지의 갑옷과 맞닿았다.

빠캉!

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하던 대지의 갑옷은 형편없이 부서졌고.


“커, 컥!”


갑옷의 보호를 받지 못한 나약한 육신이 꿰뚫렸다.

주르륵.

창신을 타고 흘러내린 피가 손끝에 닿는다.

끈적한 피의 감촉에 망설이지 않고 창을 빼내었다.

푸확!

꿰뚫린 상처 사이로 피 분수가 요란하게 뿜어져 나왔다.


“어,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두 눈이 내게 고정되어 있다.


“갑옷 파괴(Armour Break). 이 쓸모없어 보이는 창에 깃든 고유의 능력이지.”


묵향의 근원은 세상 모든 것을 꿰뚫는 핏빛의 마창.

비록 본래의 힘 중 1/100도 발휘할 수 없는 상태지만, 그것만으로도 대지의 갑옷을 꿰뚫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씨, 씨발...적어도 10,000명은 채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운이 다한 듯 힘없이 중얼거리던 녀석이 허물어졌고.

촤르륵.

녀석이 지면에 닿는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반짝이는 무언가가 지면을 장식했다.

휘황찬란한 광채를 뿌리는 그건 플레이어를 죽였을 때 얻을 수 있는 전리품. 혈혼(血魂)을 비롯한 녀석이 가지고 있었던 아이템 전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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