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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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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멸망한 세계의 개발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오메가쓰리
작품등록일 :
2019.10.14 17:41
최근연재일 :
2019.11.15 20:03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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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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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0,290

작성
19.10.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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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isode 4. 네가 가진 물건, 다 꺼내

DUMMY

“커, 커헉...”

“으으으...”


일곱 명의 사내가 나란히 지면을 뒹군다.

솔직히 말해 전력을 다한 것도 아니다. 적당히 봐주면서 공격했는데도 전력이 담긴 강펀치를 맞은 듯 운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저 광경을 보고 있자니 새삼 AP 20의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초혼을 모았을 정도인데 고작 댁들에게 당할 실력일까.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좀 하고 삽시다. 네?”


쓰러진 이들을 향해 가벼운 경고를 이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싹을 밟아버리고 싶었지만, 그게 또 쉬운 일은 아니다.

만물 편의점 안은 안전지대다.

이 안전지대 안에서의 살인은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는 누군가의 개입을 가능하게 만든다.


“칫!”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크로키.

저 망할 고블린 녀석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빤하다.

여기서 섣불리 살인 행위를 벌이게 되면 크로키 녀석이 개입할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다.

지금 녀석의 행동으로 봐선 반드시 공격했을 게 분명하다.

아무리 내가 능력치 20을 맞췄다 해도 크로키와 맞서는 건 무리다.

보따리장수는 차원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이들.

자신의 목숨과 물건을 지킬 만한 무력을 지니고 있기에 나 같은 건 한주먹에 나가 떨어질 게 분명했다.


“이번 한 번은 실수로 생각해 경고로 끝내지만, 두 번의 경고는 없어. 만약 주제도 모르고 또 덤빈다면...”


손가락으로 목을 그어 보였다.

고통 속에서도 용케 말을 알아들은 이들이 맹렬한 속도로 고개를 끄덕인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5초 만에 끝난 싸움에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초혼을 많이 흡수했군요.”


이 아가씨 봐라?

싸움에 나서지 않을 때부터 짐작했는데 과연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보시다시피 그렇죠. 자,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무엇이냐. 그건 여러분도 초혼을 구매한다면 저와 같이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 재차 약 팔이를 시작했다.

물론 100F 가지고는 내 실력의 반에 반도 따라오지 못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네. 살게요. 저는 녹혼 25개를 구매하겠어요.”


신중할 것 같더니 의외로 화끈한 손님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녹혼 25개에 올인이라.

어정쩡하게 능력치를 올리느니 장점이 될 수 있는 한 곳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건가?

어쩌면 이 아가씨는 변화한 세계에서 꽤 오래 생존할지도 모르겠다.


“25개면 딱 100F 되겠습니다.”

“저기, 그런데 식량도 필요할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혹시 에누리 가능할까요? 한꺼번에 많이 사니까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도 에누리를 찾는 걸 보니 어지간히 알뜰살뜰한 성격인가 보다.

그보다 조금 웃긴 건 당당하게 말하는 것과는 달리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다는 것이다.


“뭐, 그래요. 개시 손님이니까 특별히 깎아 드리죠. 특별히 10% 세일 해서 90F에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만족할 만한 할인이라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거래에 응했다.

90F에 달하는 점수를 구현화한 그녀. 이내 그것을 내게 건네주려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설마 본인의 힘을 이용해서 강탈하지는 않겠죠?”


왜 그 말이 안 나오나 했다.

달리 생각해 보면 불안한 약자들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긴 하지.


“다른 보따리장수면 몰라도 신용을 중요시하는 황금 고블린 일족 앞에서 사기를? 그랬다간 제 목이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크로키는 거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중이었다.


“안심하시지요, 신중한 손님. 제가 거래의 보증을 선 이상 이를 악용할 우려는 없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싶지 않으니 거래는 정직하게 할 셈이다.


“그렇다면...”


그제야 안심한 은주가 내게 90F에 달하는 동전을 건넸고, 나 또한 25개의 녹혼을 넘겨주었다.


“저는 황혼 40개, 그리고 청혼을 10개 구매하겠습니다. 그, 그리고 혹시 에누리도 가능한지...”


구경만 하고 있던 경찰은 한 우물을 선택하지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황혼과 청혼을 적절히 섞었는데, 그 역시 꽤 현명한 판단이었다.

한 명은 기민한 움직임을 중시하는 속도형.

또 한 명은 체력과 방어를 올려 적의 공격을 되도록 오래 버티는 수비형.

둘이 어떤 사이로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합심해서 파티(Party)를 이룬다면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시는 아니지만, 특별히 할인가를 적용해 드리죠.”


은주와 경찰. 이 두 사람은 내게 덤벼들지 않았다.

그것이 나를 향한 호의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일단은 저기 쓰러진 멍청이들과 차별을 두고 싶었다.

첫 번째는 10% 할인, 그리고 두 번째는 할인율 5%를 적용해 처음 책정한 것보다 싼 값에 초혼을 넘겼다.

그들이 부탁을 해가며 소량의 점수를 남긴 이유는 빤했다.


“이걸로 식량을 구매할게요.”

“저도.”


초혼이나 다른 아이템에 비해 식량은 저렴한 편으로 소량의 점수만으로도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매할 수 있었다.

크로키에게 식량을 구매한 두 사람이 입구 쪽에 나란히 섰다.

원하는 초혼을 싸게 구매한데다가 식량마저 구비했기에 조금은 안도하는 표정이다.

새삼 그들이 대단해 보인다.

과연 내가 저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이토록 빠르게 적응해 무사히 변화한 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인 것 같다.


“그래서 댁들은?”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뗀 후 여전히 쓰러져 있는 머저리들을 훑었다.


“살 거야 말 거야?”


적의를 보인 머저리들에게 팔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아쉬운 입장이니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점수를 모아 원하는 물건을 구매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나만 손해니 어떻게든 녀석들을 구슬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에누리는 없어. 이렇게 헐값에 넘기는 것만 해도 감지덕진줄 알아.”


지금쯤이면 점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을 테니 굳이 싼 값에 파는 초혼을 거부하지는 않겠지.


“예, 예...”


그제야 주제를 깨달은-결국은 힘 앞에 굴복한 거겠지만-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각자 원하는 초혼을 구매, 그렇게 총 9명에게서 획득한 점수는 790F였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고작 레피아를 처치해 얻은 초혼으로 이런 이득을 취하다니.

이것이 선점과 독과점의 힘이라는 것인가.

과거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심정도 이와 다를 바 없으리라.


“자, 그럼 모든 거래가 이루어진 것 같군요.”


크로키가 장내를 정리했다.

말하는 중간 나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렵게 이곳 만물 편의점을 찾아주신 분들게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러분, 플레이어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만물 편의점까지 오는 이 과정은 가장 쉬운, 그야말로 튜토리얼 단계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튜토리얼이 모두 끝난 건 아니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어려운 시련이 찾아오게 된다.


[만물 편의점에서의 거래를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Main Quest)를 전달합니다.]


역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전달되었다.


『다가오는 종말에서 생존하는 법(2)

종류 : 메인 퀘스트

난이도 : 하(下 )

목표 : 생존 방법을 전수해 줄 스승 찾기(0/1)

스승의 환심을 얻어 생존 기술 전수 받기(0/1)

클리어 보상 : 150F

설명 : 가혹하게 변화한 세계에서 적응하려면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그곳을 먼저 헤쳐나갔던 선구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의 선배라 할 수 있는 그들을 찾아 그들의 생존 비법을 전수 받으십시오.

명심해야 할 것은 반드시 그들이 당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과 설혹 호의적이더라도 그들이 뭔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혹시나 했는데 과연 다르지 않다.

두 번째 메인 퀘스트 또한 내가 설계한 것 그대로였다.


“목표를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떠날 시간입니다. 부디 좋은 스승을 만나 오래도록 생존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아, 물론 오래도록 살아남아 만물 편의점을 이용해 주신다면 더욱더 좋겠지만요.”


작별인사이자 축객령이다.


“또 뵐 수 있기를.”

“감사했습니다.”


점수도 다 소모한 마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다들 그렇게 편의점 문을 열고 지옥이 펼쳐질 세계로 나갔다. 나를 제외한 9명 모두가 말이다.


“손님, 떨거지들은 모두 나갔습니다.”


이 새끼, 태세 전환하는 속도 봐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님, 손님 거리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하더니. 사라지기가 무섭게 떨거지로 취급하는구나.

내가 원래 이런 개차반 성격으로 기획했던가?

이건 조금 아리송하네.


“자, 이제 약속을 지키셔야 할 때입니다.”

“물론.”


조금 전 거래가 끝난 후 녀석의 물건을 구매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애초에 먹튀할 마음도 없다.

다른 고블린이었다면 모를까, 황금 고블린 일족인 크로키는 내가 원하는 물건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까.


“최상의 물건을 준비했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길 기다렸다는 듯 밑에 감춰두고 있었던 황색의 보따리를 꺼내어 가판대 위에 쏟았다.

촤르륵!

요란한 소음과 함께 가판대 위를 장식하는 건 조금 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괜찮은 품질의 무구였다.


“정우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최상의 무구. 자자, 골라 보시지요. AP를 최상으로 올려주는 결의 세트, DP에 최적화된 각오 세트, 이외에도 각종 최상급 무구 세트가 정우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굳이 녀석의 소개가 없더라도 이 무구 세트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 했지만, 확실히 녀석의 말처럼 꽤 쓸모 있는 아이템이다.

하나하나 따로 보자면 별로지만, 모든 세트를 착용할 시 AP, DP, HP, AGP 중 원하는 능력치를 상당히 올려준다.

다만, MP는 예외다.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혹은 외부의 후원을 받지 못했다면 MP, 즉 마법을 사용하는 건 이른 일이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아이템을 무심하게 훑었다.

보자, 여기 결의 세트는 원래 1,500F인데.


“지금 보고 계시는 결의 세트는 2,500F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나 특별히 정우님께는 500F 할인된 가격, 2,000F로 모시겠습니다.”


지랄하고 앉아 있네.

정가보다 비싸게 불러놓고 세일은. 이래서 장사꾼들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


“아니. 이런 건 필요 없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런 하품(?)의 아이템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다. 모든 능력을 균형 있게 올려주는...”

“분명 말했을 텐데. 이런 건 필요 없다고. 내가 원하는 물건은 이 중에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가 꺼낼 수 있는 물건은 이게 다입니다만?”


조금 성질이 난 듯 말투에 신경질이 묻어 나온다.

내가 또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겠지.

녀석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만, 그것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가장 빠른 길. 그 길을 가기 위한 ‘마법의 언어’를 중얼거릴 뿐이다.


“수페르페로(Superfero).”

“...”


아무렇게나 내뱉은 한 마디에 크로키는 할 말을 잇질 못했다.

단순히 놀란 감정의 조금 전과는 다르다.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듯 동공이 더할 수 없이 확장되었다.


“어, 어, 어떻게 절대의 언어를...? 도대체 너, 아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놀람과 경악, 그리고 불신이 가득 묻어나는 음성으로 내게 묻는다.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페르페로. 그 뜻은 ‘최상급으로 하다’.

내가 게임에 숨겨 놓은 이스터 에그(Easter Egg) 중 하나.


“자, 이제 네가 보여줄 수 있는 물건 다 내놔.”


그 효과는 메인 퀘스트 진행도에 상관없이 크로키가 가진 최상의 물건을 판매하도록 명령하는 절대의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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