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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94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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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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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94
작품등록일 :
2021.06.07 22:23
최근연재일 :
2021.09.24 21:39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917
추천수 :
10
글자수 :
209,917

작성
21.07.16 22:15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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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장. 아빠

DUMMY

*


“좋아! 이걸로 마지막이야~”


꽈드득!


파아아아앙!


그가 일곱번째 주먹을 휘두를 때 부터 균열은 그의 강한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점점 어긋나기 시작해 천흑은 자신의 주술로 결계를 펼쳤다. 덕분에 두 사람이 있는 공간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안 움직여! 시껌아! 얘 안 움직이는데?!”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고귀님 그 남자는 이미 첫 번째 일격에서 죽었습니다.”

“쳇! 재미없어, 쓸모없는 호랑이네”

“누가 쓸모가 없다고?”


쩌적!


그 때, 천흑의 결계에 금이 가고 낯익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길동?!”

“너희들 장난이 너무 심했다.”


콰아앙!!


“오랜만이다. 천흑, 잘 지냈냐?”

“홍길동...! 또 네놈이냐!”

“그래... 또 나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형체만 가까스로 유지한 손범이었던 무언가를 바라봤다.


“와아! 너 강하다!”

“...역시 어려도 도깨비는 도깨비인가”

“그럼 내가 도깨비지 뭐야~”


파밧! 도깨비의 몸이 사라지고, 홍길동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부웅!


툭!


홍길동은 자신의 안면에 날아든 고귀의 주먹을 옆으로 쳐냈다. 하지만 고귀의 공격은 그칠줄 몰랐다.


“너 최고다!”

“아쉽지만 세계는 넓단다. 꼬마 도깨비야”


퍼억!


“큭!”


주르르륵! 뒤로 밀려나는 고귀 그렇게 봉으로 녀석의 배를 때린 홍길동은 봉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천흑, 금기를 깨다니 네가 얼마나 큰 죄를 범했는지 알고는 있냐?”

“홍길동...!”

“여전히 학습능력이 없구나”


홍길동은 봉을 움켜쥐며 그렇게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옛날처럼 때려서 말을 듣게 하는 수 밖에”



*



“범아”


으음... 누구야


누가 이렇게 부르는 거야? 졸린데...


“범아 정신차리렴”


상냥한 목소리, 이 목소리를 나는 알고 있다... 내 기억속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이 목소리는 분명...


“아빠?”


날 내려다보던 사람은 아빠였다. 내가 5살에 돌아가셨던 아빠의 모습...


“일어났구나”

“아빠?! 여기는?”


주위를 둘러보자 꽃들이 핀 풀밭이 보였다. 하늘은 밤인 건지 어두컴컴했고 내 앞에는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아들”

“아빠...”

“아하하 정말 몰라보게 컸구나 이제 아빠보다 더 크겠는 걸?”

“벌써 21살이니까요.”


나는 아빠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빠를 만나게 될 줄이야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뭐든 상관 없었다. 아빠를 만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으니까

.

.

.


왜 이런 곳에 오게 되었는지, 아빠는 대체 왜 이곳에 있는지 무엇 하나 기억나지 않는 나는 아빠랑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래서 나용 녀석이 외국에 갔다니까요?”


아빠가 죽고난 뒤 일어났던 일들을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 주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 나용이 아빠를 욕한 학교 애를 때렸던 일부터 시작해서 내 첫 사랑 이야기나 적성 검사를 받았었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많은 일이 있었구나, 용이도 잘 지내서 다행이다.”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죽음을 나용이 본인 책임이라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안도한 듯 했다.


“그 녀석은 강하니까요.”


어지간한 일로는 멈추지 않을 거다. 나용은 그런 남자니까


“너는 어떠니 범아?”

“네?”


아빠의 물음에 고개를 돌리자 아빠가 말을 이었다.


“너는 괜찮니?”

“...저는”


하늘에 별들이 오순도순 얘기하며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괜찮지 않을 때도 있어요.”

“......”

“힘들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나는 부자는 아니었지”

“네? 아 그렇죠... 엄마가 맨날 잔소리 했거든요. 아빠는 돈을 못 벌어온다고”

“하하... 그랬지, 네 엄마에겐 참 미안한 게 많아”

“...하지만 좋아하셨어요. 느껴지거든요. 엄마가 아빠 얘기를 할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보였으니까”

“나도 아직 좋아한단다. 어쨌든 아빠는 부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명망 높은 선인도 아니었단다.”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했잖아요.”

“그렇지, 나도 그들을 좋아했고”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방긋 웃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해 그런 일을 한 게 아니다. 딱히 보상 받으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다. 그저...


“몸이 근질 근질 하더구나”

“몸이 근질 근질? 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느낌


“하루 종일 방안에 있었더니 문득 생각이 들더구나”

“?”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왜 살아 있는 거지? 어째서 이러고 있는 거지? 뭘 하고 싶은 거지?


“그 때 당시에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좀이 쑤셔서 밖으로 나왔단다.”

“네”

“그런데 그 때, 꼬마 아이가 차도로 뛰어드는 게 아니냐 그래서 몸을 날렸지”

“구했어요?”

“구했다. 뭐 덕분에 나는 팔이 골절 돼서 한 달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하하”

“엄마한테 엄청 혼났겠네요.”

“엄청 혼났지...”


그 때나 지금이나 엄마는 엄마셨으니까


“그래서 말이다? 한 달간 쉬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무슨 생각이요?”

“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거구나”

“...에?”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나는 그 애를 구했을 때 편안했다.”


편안했다...


“그 애를 살렸기 때문에요?”

“아니 그런 건 아니다. 아마 그 애가 죽었다고 해도 나는 편했을 거라 생각한다. 찝찝하긴 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편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아빠가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 그러게 음 쉽게 말하면...”

“쉽게 말하면?”

“내가 살아 있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구나... 라는 걸 깨달았기에 편안했다고 해야할까?”

“......아! 알 것 같아요. 그거!”

“그렇지?! 너라면 이해할 거라 생각했단다! 아하하 역시 아빠 아들이구나”


나도 그랬으니까, 아빠의 말을 이해한다. 해야할 일을 했을 때의 뿌듯함, 마치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편안함


“그러니까 너도 돌아가야지”

“네?”

“아직 해야할 일이 남지 않았니, 너는”


==========

해야할 일이 남았다.

==============


‘자 간다~!’


“헉!”

“기억이 났구나?”

“네... 저는 분명 도깨비와 내기를...”

“그래, 도깨비의 일격을 맞고 일어나지 못했지”

“......”


그런가... 나는 죽은 건가?


“잠깐 그럼 돌아갈 수 없잖아요. 아빠, 저는 이미 죽었는데”


아빠는 나더러 돌아가라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돌아올 수 없다. 아빠가 그랬듯이


“그게 마냥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앞에 있는 강에서 한 무리의 물고기 떼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저중 소수의 물고기만이 강의 상류에 이르러 알을 낳고 또 죽게되겠지


“아빠는 아직도 생각한단다. 내가 그곳에서 죽지 않았다면? 내가 죽지 않고 너와 엄마 그리고 용이의 옆을 지켰다면?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더구나”

“어떤 생각이요...?”

“난 내 할 일을 다하고, 너희를 떠나기로 선택한 거라고”

“하지만 아빠는 저희를 떠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죽은 거잖아요.”

“아니 그렇지 않단다. 나는 내가 하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고 있었어, 그리고 그렇게 하기로 한 거란다. 너도 알잖니? 세상은 결국...”


============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거라고

================


“사람은 자기가 죽을 때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 때, 내 앞에 새하얀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떡이 보였다. 황금색 떡...


“저건... 행운의 떡?!”


아! 나는 그제야 떠올랐다. 행운의 떡, 묘족의 할머니에게 받았던 묘족의 보물...


“저 빛은 생명의 빛이다.”


소위 기적이라 불리는 현상, 아빠는 그런 현상을 이곳에서 많이 봤다고 했다. 죽은 이들이 모이는 ‘삼도천’ 이곳에 온 자들 중 이따금 생명의 빛을 내뿜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생명의 빛을 먹으면 넌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단다. 범아”

“이걸 먹으면... 돌아갈 수 있다구요?”

“그래, 자 어서 돌아가거라, 빨리 먹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거든”


아빠의 말에 나는 떡에 손을 뻗었다. 그러나 뻗어지던 손을 나는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렸다. 덜덜 떨렸다. 손이 아니 온 몸이...


“저는...”

“범아...”


도깨비 ‘고귀’ 녀석의 일격에 나는 죽었다. 압도적이면서도 무자비한 생물...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저는 못 이겨요...”


평소라면 어떤 방법이든 생각해냈을 거다. 심지어 그 ‘흑호’ 와 싸울 때 조차 포기하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가면 또 죽을 거에요... 그 녀석은... 그녀석은 진짜... 진짜 괴물이라구요!”


아빠는 조용히 내 눈의 떨림을 지켜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엄마가 너를 보며 자주 하는 말이 있었지...”

“네?”

“넌 할 때는 하는 녀석이라고 말이야. 두려움이 드는 건 당연하단다. 그 녀석은 네 말대로 괴물이니까, 하지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니?”


여기에서 포기하면 후회하지 않겠어? 라고 묻는 아빠를 보며 나는 고개를 들었다. 후회? 과연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전...”


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했겠지, 죽을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걸 알면서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걸 알면서도 아마 아빠는 앞으로 나아갔을 거다.


“언제나 앞으로...”


그게 나의 길이니까


“어쩔 수 없네요.”

“뭐가 말이냐?”

“...천재의 숙명이잖아요. 사람들을 지키는 건”


푸하하하하하!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봐 판박이구나”

“아빠 아들이니까요.”


씨익!


내가 방긋 미소를 짓자 아빠가 나를 와락 끌어 안았다. 얼마만에 아빠의 품에 안겨보는 건지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겨라 범아”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아들이잖아요. 나는 그렇게 밝게 빛나는 생명의 빛을 집어 입속에 집어 넣었다.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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