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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yHwang 님의 서재입니다.

열하일기외전-브라잇동맹4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8
최근연재일 :
2024.03.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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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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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12

작성
22.05.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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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

프롤로그

DUMMY

수레를 몰아 정양문을 나와 유리창을 지나면서 어떤 이에게 물었다.


“유리창은 모두 몇 칸이나 됩니까?”


“모두 27만 칸입니다.”


정양문에서 가로로 뻗어 선무문에 이르기까지의 다섯 거리가 다 유리창이다. 국내외의, 진귀한 물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나는 한 누각에 올라 난간에 기댄 채 탄식하였다.


“이 세상에 진실로 한 사람의 지기만 만나도 아쉬움이 없으리라.”


아아, 사람들은 늘 스스로를 보고자 하나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런즉 때로 바보나 미치광이처럼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을 돌아볼 때야 비로소 자신이 다른 존재와 다를 바 없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얽매임이 없이 자유로워진다.


성인은 이 도를 운용하셨기에 세상을 버리고도 번민이 없었고,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움이 없었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 하였고, 노자도 역시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다면 나는 참으로 고귀한 존재도다’ 하였다. 이렇듯이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원치 않아서 자신의 옷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외모를 바꾸거나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곧 성인과 부처, 현자와 호걸 등이 세상을 하나의 노리개 정도로 간주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것과도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 까닭이다.


이럴 때, 세상에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있다면, 그 자취는 드러나게 된다. 실제로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의 지기가 없었던 적은 없다.


이제 나는 이 유리창 중에 홀로 서 있다. 내가 입고 있는 옷과 갓은 세상이 알지 못하는 것이고, 그 수염과 눈썹은 천하가 처음 보는 바이며, 반남(潘南-연암의 관향)의 박씨는 중국 천하가 들어보지 못한 성씨이다.


여기서 나는 성인도 되고 부처도 되고 현자도 되고 호걸도 되려니, 이러한 미치광이 짓은 기자(箕子-중국 상(은)나라 충신)나 접여(接與-춘추시대 초나라 은자)와 같으니 장차 어느 지기와 이 지극한 즐거움을 논할 수 있으리오.



1780년 8월 4일 청나라 연경(북경)에서 박지원 씀


<출처 :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 하권 –그린비 출판사, 고미숙, 길진숙, 김풍기 엮고 옮김, P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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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8. 수진이 조선 사행단에 끼다. -4 24.03.29 1 0 11쪽
22 8. 수진이 조선 사행단에 끼다. -3 24.03.20 2 0 9쪽
21 8. 수진이 조선 사행단에 끼다. -2 24.02.10 3 0 10쪽
20 8. 수진이 조선 사행단에 끼다. - 1 24.02.03 4 0 8쪽
19 7. 백호와 대면하다. - 3 24.01.05 4 0 7쪽
18 7. 백호와 대면하다. - 2 23.12.01 4 0 14쪽
17 7. 백호와 대면하다. - 1 23.11.13 7 0 9쪽
16 6. 이태백이 눈을 뜨다. - 2 23.09.12 9 0 7쪽
15 6. 이태백이 눈을 뜨다. - 1 23.08.11 11 0 8쪽
14 5. 전각의 비석이 무너지다. - 2 23.06.09 17 0 6쪽
13 5. 전각의 비석이 무너지다. - 1 23.05.19 19 0 11쪽
12 4. 뱀파니아 - 4 23.04.28 20 0 4쪽
11 4. 뱀파니아 - 3 23.03.03 23 0 13쪽
10 4. 뱀파니아 - 2 23.01.27 26 0 10쪽
9 4. 뱀파니아 - 1 22.12.09 27 0 8쪽
8 3. 경복궁 화재사건 - 2 22.10.28 25 0 10쪽
7 3. 경복궁 화재사건 - 1 22.10.15 32 0 8쪽
6 2. 외계인 클라스 큐빗 (Klas Cubit) - 2 22.09.23 36 0 14쪽
5 2. 외계인 클라스 큐빗 (Klas Cubit) - 1 22.09.09 39 0 8쪽
4 1. 롤리마을의 역사적인 그날 - 3 22.07.01 39 0 6쪽
3 1. 롤리마을의 역사적인 그날 - 2 22.06.24 42 0 11쪽
2 1. 롤리마을의 역사적인 그날 - 1 22.05.20 42 0 9쪽
» 프롤로그 22.05.13 60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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