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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돌이72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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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성력으로 매니지먼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쥐돌이.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6.04 23: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8,234
추천수 :
501
글자수 :
162,416

작성
22.05.11 10:12
조회
540
추천
38
글자
17쪽

시작 (1)

DUMMY

“자.”


주변을 둘러보며 얼떨떨해하던 한주혁은, 송현영이 내밀어 온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잡아줄게.”


‘뭐지?’


한주혁은 기분이 이상했다.


몇 년 전,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던 송현영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헤어진 뒤로도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얼굴을 마주하긴 했었는데, 헤어진 뒤의 송현영은 정말 쌀쌀맞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정한 모습이라니···.


뭔가 괴리감이 느껴졌다.


“···됐어요.”

“···어?”


무심코 퉁명스럽게 대답한 주혁은 그녀의 손을 무시하며 슬쩍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멋쩍어하는 송현영을 슬쩍 뒤로한 채, 재빨리 주변에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어지러워서···. 저는 괜찮으니, 촬영 계속하시죠.”


어이 없다는 듯 바라보는 송현영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주혁.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사진작가와 스타일리스트는 둘 사이에 뭔가 알 수 없는 기류가 흐른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지만···.


“어···. 그럼, 바로 갈까? 저기, 현영 씨 머리 좀 다시 만져줄래?”

“아, 네.”


아무래도 좋았던 두 사람은 빨리 할당량을 채우고 관광을 즐기기 위해 은근슬쩍 촬영을 강행했다.


“주혁이 쟤, 왜 저래?”

“글쎄요···.”


송현영이 촬영에 앞서 잠시 메이크업을 점검하는 사이.


"······."


주혁은 품 안에 지니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어 재빨리 날짜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4월 3일···?’


날짜를 확인한 주혁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며 촬영에 들어간 송현영을 슬쩍 바라보았다.


4월 3일.


바로 송현영과 사귀게 된 날이었다.




*




‘과거로···, 돌아왔다고···?’


주혁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나 드라마도 아니고, 과거로 돌아오다니!


그는 자신이 큰 충격을 받아 헛것을 보고 있거나, 꿈을 꾸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기현상에 혼란스러워하던 주혁은 어지럽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촬영 현장을 빠져나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무작정 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코, 코인이···, 30만 원···?”


머지않아,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근거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길거리에 서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얼굴로 구경하는 관광객들.


그리고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과 골목마다 풍겨오는 먹음직스러운 냄새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이, 분명한 현실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왜 진짜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챈 주혁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미래의 정보들을 떠올리며 다급히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 자율 주행 앞세운 T사. 최고가 50달러 달성··· ]

[ 실물 없는 가상 화폐가 30만원? 인터넷 사기 주의···. ]

[ 혁신은 없었다. A사 주가··· ]


“세상에···.”


결국, 자신이 7년 전 과거에 서 있다는 걸 강제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상상.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날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주혁은 길거리에 서서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는···.


‘일단 돌아다녀 보자.’


무작정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갑자기 과거로 돌아온 것처럼, 언제 미래로 돌아가도 이상하진 않으니까.


주혁은 어깨를 짓누르는 죄책감을 애써 털어냈고,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시간을 가늠하며 잘츠부르크 시내로 나섰다.


“Gruß Gott!(안녕하세요!)”


눈이 마주치자, 호쾌하게 인사를 건네오는 한 노인.


주혁은 상인에게 생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얼마만의 여유지···.’


송현영과 사귀게 된 이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었다.


데이트를 하더라도 콧대 높은 송현영의 비위를 맞추느라 마치 시중을 드는 듯한 기분이었고, 그 이후에는 조호제의 밑에서 일하며, 말 그대로 매일매일을 통째로 갈아 넣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제약 없는 자유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 내가 살아야 뭐라도 하지···.’


주혁은 사치스러운 느긋함을 음미하며 천천히 잘츠부르크의 거리를 거닐었다.


설령 이게 꿈이었다고 해도, 깨어났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




슬쩍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들자, 멋들어진 성당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


잘츠부르크 대성당.


그 유명한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고, 직접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곳이다.


딱히 특별한 감흥은 없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냥 지나쳐버려도 괜찮을 평범한 관광지였지만···.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 성당에서 겪었던 기현상이 떠올라 일부러 찾아와 봤다.


자고로 뭐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는 법.


내가 왜 과거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끔찍한 굴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줬으니, 정체 모를 은인을 위해 눈먼 기도라도 올리는 게 예의겠지.


"······."


관광객 무리에 섞여 성당 안으로 슬쩍 발을 들이자, 웅장한 성당 내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전등은 따로 없는 듯, 창가를 제외한 곳은 꽤 어둡게 느껴졌다.


‘신기하네···.’


나는 천장에 달린 정교한 그림들을 바라보며 가장 중앙에 놓인 성전으로 다가갔다.


뭔가 멋은 있었지만, 딱 그 정도.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


가볍게 내부를 쭉 훑어본 나는 본당 중앙에 놓인 성전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따라,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으며 기도했다.


‘고맙긴 한데···. 제발, 미래로 보내지 말아 주세요···. 제발···!’


참 염치없는 요구였다.


“후우···.”


성심성의껏 기도를 마친 나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슬쩍 눈을 떴다.


그런데 그 순간.


‘···어?’


갑자기 온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 설마···. 아니, 잠시만···! 나 방금 기도했다고!’


또다시 덮쳐온 기현상에, 벌써 미래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당황스러워하던 찰나.


갑자기 성당 내부를 밝히던 햇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악──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처럼 서서히 한곳으로 모여드는 빛줄기.


나는 전율마저 느껴지는 성스러운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뜨며 모여드는 빛줄기를 따라 자연스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


빛이 가리키는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 말았다.


‘읏···!’


가슴을 꿰뚫는 짜릿한 감각.


나는 온몸을 죄어오는 기묘한 감각에 손을 파르르 떨어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황금빛 후광을 내뿜고 있었다.


비유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신성한 존재임을 알리는 것처럼, 성스러운 황금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비현실적인 현상에 두 눈을 의심하며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그녀는 내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맞은편에 자리를 잡더니, 그대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


그런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길 잠시.


어느덧 몸의 감각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그녀를 가리키던 햇볕도 멀쩡히 성당 내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순간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싶었지만···.


‘저건 왜 안 사라지지?’


여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황금빛 후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헛것을 본 게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의문을 품으며 기도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가 뿜어내던 황금빛 후광조차 어느 순간 갑자기 사그라져버렸고,


신비한 현상에 이상함을 나는, 여인의 기도가 끝난 타이밍에 맞춰 가까이 다가갔다.




*




“실례합···, 아. Excuse me?”

“···네?”

“어, 혹시 한국분이신가요?”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경계의 눈빛을 띠는 여인.


주혁은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희미한 기쁨을 느꼈고, 동시에 말을 걸 명분이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다짜고짜 왜 후광이 비치세요? 라고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의심스레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에 재빨리 머리를 굴린 주혁은, 은근슬쩍 옆에 자리를 잡으며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였다.


“저쪽에서 보고 있었는데, 외모가 너무 인상적이셔서요.”

“네···?”


주혁이 외모 핑계를 댄 건 빈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외모는 한 마디로 청순 그 자체.


그녀는 안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옅은 화장과 어중간한 길이의 중단발에 대충 잘라 내린 앞머리라는 파멸적인 스타일로 외모를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를 연상케 하는 동글동글한 이목구비와 전형적인 동양 미인상의 미모를 아낌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


여인은 갑작스레 외모 칭찬을 받아 당황한 듯 표정을 찡그리며 더더욱 경계하는 눈빛을 띠었는데···.


주혁은 더 오해를 사기 전에, 재빨리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보였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여인이 아리송한 반응을 보이며 명함과 주혁을 번갈아 보았고,


“어···. UM···, 엔터테인먼트···?”

“아실지 모르겠지만, 나름 이름 있는 회사예요.”


주혁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화제를 이끌어나갔다.


“제가 예쁜 사람만 보면 명함을 건네는 직업병이 있어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잠깐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을까요?”

“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다.


“이런 곳에서 이런 인재를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연예계 생활 10년 넘게 하면서, 이렇게 재능 있는 분은 처음 뵀어요.”

“재, 재능이요···?”

“천재라고 하잖아요. 얼굴 천재. 아, 제가 외모만 칭찬해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외모 칭찬을 받아서 기분 나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다행이네요. 실례지만···.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요? 어···. 김서아인데···.”

“김서아···. 서아 씨. 반가워요. UM 엔터테인먼트 프···, 팀장 한주혁입니다.”

“아···, 네···.”


김서아는 얼떨결에 주혁의 악수를 받아주었다.


주혁은 뻔뻔한 칭찬을 쉴 새 없이 쏟아내며 잔뜩 움츠려있던 여인의 가드를 풀어냈고, 조금씩 화제를 넓혀가며 여인의 정보를 조금씩 캐내었다.


“우와···. 해외로 순례까지 다니시는구나···. 대단하네요.”

“그, 그 정도는 아녜요···.”


김서아는 지방의 한 성당에서 단체로 순례 겸 여행을 왔는데, 자유 시간을 가지며 겸사겸사 대성당에 들렀다고 한다.


‘딱 교회···. 아니, 성당 누나 스타일이다.’


어느새 기현상에 대해 잊어버린 주혁은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김서아의 외모를 눈여겨보며, 은근슬쩍 연예계에 대해 운을 띄워봤는데···.


“화보 촬영이요···?”

“네. 배우 송현영이라고 아세요?”

“아, 아뇨. 제가 연예인은 잘 몰라서···.”


‘TV를 아예 안 보고 사는 건가?’


안타깝게도, 김서아는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니···, 관심이 없다 수준이 아니라, 정말 유명한 연예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모르는 듯했다.


주혁은 그런 그녀가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하며 순순히 마음을 접었고, 이리저리 화제를 계속 돌려가며 대화를 쭉쭉 이어나갔다.


“제가 저번에 처음으로 미사를 참관했었거든요.”

“미사요···?”

“네. 평일에도 하는 줄 몰랐는데···, 어쩌다가 참관하게 됐었어요.”

“아···, 평일 미사 말씀하시는구나···.”

“원래 주말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그, 평일에는 평일 미사라고 해서, 간단하게 진행하는 건데···.”


종교와 관련된 게 나오니 묘하게 말이 많아진 김서아.


‘꽤 독실한가 보네.’


주혁은 그녀가 꽤 독실한 신자인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길 잠시.


우우웅··· 우우웅···


갑자기 김서아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아.”


전화를 받은 김서아는 성당 사람들이 부른다며 다급히 일어났고, 주혁은 미련 없이 그녀를 보내주었다.


“어서 가봐요. 걱정하시겠네···. 오늘 재미있었어요.”

“아, 네···, 저도요···.”

“좋은 시간 보내고···, 아. 관심 있는 연예인 생기면 연락 줘요. 사인이라도 받아 줄게요.”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김서아가 성당을 떠난 후.


‘착한 아이네.’


김서아에 대해 생각하던 주혁은, 잠시 잊고 있던 기현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체 뭐였을까···.’


김서아와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특별한 건 알아낼 수 없었다.


기껏해야 김서아가 흔히 말하는 연예인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는 정도?


만약 주혁이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그녀를 만났다면, 어떻게든 연락처를 따내어 캐스팅을 시도했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모르는 얼굴이야.’


주혁은 자신이 김서아에 대해 모른다는 점을 떠올렸다.


그가 알지 못한다는 건, 7년 이내에 데뷔한 적이 없거나,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는 뜻.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걸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연예계에 데뷔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쩔 수 없지.’


주혁은 김서아에 대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며 성당을 나섰고, 자신이 겪었던 기현상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


아직 미래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었기에.




*




그날 저녁.


잘츠부르크의 어느 작은 바.


“Hey, sei vorsichtig! (조심히 가라고!)”

“어어, 땡큐, 땡큐···.”


바텐더의 염려와 함께 술집을 나선 주혁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천천히 숙소로 향했다.


“으으으···.”


모든 취객이 그렇듯, 주혁도 이렇게까지 취할 생각은 없었다.


김서아와의 헤어진 후, 주혁은 고급 식당에서 홀로 주린 배를 채우기도 하고,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는 마지막 코스로 숙소 근처 바에 들렀는데···.


“조호제 개새끼···.”


바텐더의 배려로 듣게 된 한국 노래 덕분에, 애써 잊고 있던 일들을 떠올리고 말았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줬던 연습생들을 위해 한 잔.


미련한 곰처럼 일만 했던 스스로를 위해 한 잔.


연습생들의 꿈을 짓밟고, 사리사욕을 채운 조호제와 송현영을 씹어대며 한 잔.


쓰라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독한 칵테일들로 연거푸 달리다 그대로 얼큰하게 취해버리고 만 것이다.


“으으···.”


그렇게 주혁이 아슬아슬한 정신을 다잡아가며 숙소로 발길을 옮기던 도중.


“···으응?”


주혁은 또다시 기현상을 마주했다.


‘나무···?’


텅 빈 길거리 한복판에 솟아난 떨기나무 한 그루.


단순히 나무가 솟아나 있었더라면 기현상이라 표현하지 않았으리라.


화르르르륵─


“부, 불···!”


갑자기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나무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주혁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119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119를 부른다고 소방차가 오진 않는다.


“아이 씨···. 헤이! 헤에이!! 파이어!!!”


잽싸게 작전을 바꾼 주혁이 냅다 소란을 피워대며 사람들을 부르려는 순간.


어디선가 엄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한주혁 나의 아이야···


“누, 누구야···!”


마치 봐선 안 될 걸 봐버린 듯한 소름 끼치는 감각.


주혁은 취기에 용기를 담아 주먹을 치켜들어 주변을 경계했고,


···이쪽이니라···


귓가에 파고드는 성스러운 목소리에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가까이 오너라···


손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하늘하늘 흔들리는 나뭇잎.


‘진짜 엄청 취했구나.’


얼마나 취했으면 나무와 대화까지 할까.


주혁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제 뺨을 두드렸다.


그러자···.


화르르르륵───!


“우왓···!”


나무에 붙어있던 불길이 더더욱 거세지더니, 또다시 정체 모를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 기분이 어떠하느냐···


‘시간을 거슬···? 앗···!’


목소리의 말을 되뇌던 주혁은 마침내 불타는 나무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고,


‘나를 여기로 보낸 사람이구나! 어? 그렇다는 건···.’


미래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왔다고 확신한 주혁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황급히 나무에게 다가갔다.


“자, 잠시만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고요!”


···걱정하지 마라 아이야···너는 이곳에 남을 것이니···


“···네?”


주혁은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리며 목소리의 말을 되새겨보았다.


‘미래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 어어···?”


당연히 미래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던 주혁은 혼란스러워했고, 타오르는 나무를 바라보다 문득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떠올렸다.


주혁은 상대의 정체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저기 근데···, 누구시길래 저를 여기로···?”


···나는 나인 자이니라···


“아니, 당연히 본인이시겠죠···.”


주혁은 뜬구름 잡는 목소리에 슬쩍 웃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너의 가여운 삶을 줄곧 지켜보았다···너를 불쌍히 여겨 기회를 주었으니···새로운 삶을 살아라···


목소리의 주인은 주혁에게 새 삶을 살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대신 조건이 하나 덧붙였는데···.


···이제부터 너는 나의 사자가 되어, 네 아이들을 세상에 널리···


“엥? 아이돌이요?”


만취해있던 주혁은 잘못 듣고 말았다.


작가의말

쥐돌이 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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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logue +9 22.05.11 796 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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