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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돌이72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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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쥐돌이.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6
최근연재일 :
2022.06.04 23: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7,954
추천수 :
501
글자수 :
162,416

작성
22.05.19 07:30
조회
245
추천
13
글자
11쪽

김서아 (2)

DUMMY

주혁은 김서아가 부끄러워서 충동적으로 거부했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차분하게 설득을 시도해보았다.


“제가 설명을 너무 이상하게 했네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김서아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듯한 표정을 띠며 고개를 떨구자, 주혁은 그녀가 진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원장 수녀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서아 씨와 따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원장 수녀가 잠시 고민하는 듯 김서아를 흘끔 쳐다보더니,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녀에게 넌지시 의견을 물었다.


“서아야. 괜찮겠니?”

“네?”


퍼뜩 고개를 든 김서아는 원장 수녀와 주혁을 번갈아 보았고, 짧은 고민 끝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천소희가 다른 수녀의 안내를 받으며 보육원을 둘러보러 간 사이.


주혁과 김서아는 보육원 마당 구석에 그늘진 벤치로 향했다.


“···죄송해요.”


김서아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짧은 사과를 남겼다.


그러자 주혁이 그녀를 흘끔 쳐다보더니,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넌지시 물었다.


“여행은 재미있었어요?”

“···네?”

“오스트리아요. 그때, 더 돌아다니다가 온 거 아니었어요?”

“아···.”


김서아는 그제야 주혁이 말을 이해하며 천천히 기억을 되돌아보았다.


지루하고 답답했던 머나먼 여행길을.


“······.”


여행 화제에 김서아가 입을 꾹 다물자, 주혁은 눈치껏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입회를 준비하신다고 들었는데.”

“···네.”

“혹시 그거 때문에 거절하신 건가요?”


김서아는 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주혁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뇨. 그건 아니에요.”


주혁은 김서아의 단언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종교에 뜻이 있는 게 아니었나?’


만약 성직자가 되기 위해서 제안을 거부한 것이었다면, 주혁도 더 이상 설득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직 주혁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


주혁이 화제를 이어가며 다시 한번 김서아를 설득해보려는 찰나.


“서아 언니!!”


갑자기 한 여자아이가 김서아를 부르며 달려왔다.


“언니! 로사 수녀님이, 조금 이따가 누구 온다고, 준비하래!”


김서아는 후원자가 오기로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곤 금방 가겠다는 말을 전하며 아이를 돌려보냈고,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며 주혁에게 나지막이 양해를 구했다.


“죄송해요. 손님이 오시기로 해서···,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일이 있다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는 일.


“아닙니다. 가보셔야 하면 어쩔 수 없죠.”


주혁이 따라 일어나며 괜찮다고 대답하자, 김서아가 보육원 쪽을 흘끔 쳐다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그리고···, 제가 연예인이 될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더 좋은 분 찾으시길 빌게요.”


명백한 거절이었다.


그렇게 김서아는 보육원 쪽으로 가버렸고, 주혁은 천소희와 함께 얌전히 보육원을 떠나야만 했다.


할 일이 많은 김서아를 언제까지 붙잡고 설득할 순 없었기에.


“어떻게 됐어?”

“글쎄···.”

“잘 안 됐어···?”

“···해봐야지.”


그래서 주혁은 아예 작전을 바꿔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안녕하세요. 서아 씨.”


다음 날, 주혁은 이른 아침부터 다시 보육원을 찾았다.


“또 오셨네요···?”

“오늘은 다른 일로 들렀습니다.”

“네?”


설득할 시간이 없다면 만들면 되는 일.


주혁은 무려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김서아에게 접근했다.


“원장 수녀님 뵙고 오는 길인데, 서아 씨한테 가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을 분배하는 건 실무자인 김서아의 몫.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서아는 환하게 웃고 있는 주혁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그날 오후.


뽀득뽀득 깨끗하게 닦인 식기들을 일일이 살펴보던 김서아는 싱크대에서 쌓인 식기들을 상대하고 있는 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대체 뭐지···?’


자원봉사자라며 나타났을 땐 분명 스카우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자원봉사가 목적이었던 것처럼 봉사에만 전념했고, 스카우트는커녕 사적인 이야기조차 거의 꺼내지 않았다.


‘진짜 봉사만 하러 온 건가···?’


김서아가 주혁의 행동을 의심하며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때.


따가운 시선을 느낀 주혁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


교차하는 두 사람의 시선.


주혁이 식기를 슬쩍 내려놓으며 말했다.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급히 시선을 피하는 김서아의 모습에 주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고,


김서아는 쭈뼛쭈뼛 고개를 들어 다시 주혁의 뒷모습을 슬쩍 훔쳐보았다.


“······.”


그렇게 오전에 할 일이 모두 끝난 뒤.


주혁과 김서아는 막 학교에서 돌아온 저학년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시작했는데···.


‘잘하고 있나···?’


주혁과 따로 조를 나눠서 공부를 봐주던 김서아는 목을 쭉 빼서 옆 탁상의 주혁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이건 어떤 식으로 이렇게 되는 거야?”

“아니, 어른인데 이것도 몰라요? 여기서 1이 올라가서 3이 되잖아요.”

“오. 그렇구나···. 똑똑한데?”

“힛···.”

“그럼 그다음은? 이제 남은 거 더하는 건가?”

“어···. 그러니까···.”

“···이건 안 더해도 돼?”

“아, 맞다.”


주혁은 자연스레 아이의 공부를 도우며 스스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서아는 생각보다 아이를 다루는데 익숙한 주혁의 모습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동생이 있나···? 꽤 능숙하네···.’


김서아가 주혁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그때, 옆에서 한 아이가 김서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누나. 이거 채점 좀 해줘.”

“응? 아···. 잠시만.”


정신을 차린 김서아는 아이의 문제집을 건네받았고,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주혁의 옆모습을 흘끔 쳐다보곤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주혁의 봉사가 끝날 시간이 찾아왔다.


수녀들과 인사를 나눈 주혁은 보육원 주차장으로 향했고, 김서아가 따라나서며 배웅해주었다.


“죄송합니다. 서아 씨. 더 도와드리고 싶었는데···.”

“아니에요. 충분했어요.”

“제가 도움됐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많이 도움됐어요.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서아는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던 참이었는데, 주혁이 눈치껏 잘 도와준 덕분에 여유로이 일을 해치울 수 있었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야.’


주혁의 평가가 바뀐 순간이었다.


“서아 씨도 고생하셨어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히···. ···네?”


주혁은 그렇게 보육원을 떠났다.


그리고 다음 날.


“안녕하세요! 서아 씨!”

“지, 진짜 또 오셨어요?”

“어제 보니까, 조금 일찍 오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그냥 일찍 와버렸어요.”


‘내, 내일 보자는 게 진짜였어···?’


김서아는 또다시 보육원에 찾아온 주혁을 보며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그럼 수녀님들 좀 뵙고 올게요.”


주혁은 뻔뻔한 얼굴로 인사부터 하고 오겠다며 안쪽으로 사라져버렸고,


남겨진 김서아는 주혁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


그날 오전, 주혁은 전날에 했던 것처럼 김서아를 도와 아이들을 돌봐주었다.


“주혁이 형. 근데 형은 출근 안 해요?”

“나? 엄청 부자야. 그래서 출근 안 해도 돼.”

“진짜요?!”

“아니, 사실 과자도 못 사 먹는 빈털터리야.”

“에이···.”

“풉···.”

“어어? 주혁 오빠아! 서아 언니가 오빠 비웃었어요!”

“···웃으셨어요?”

“아, 아닌데요?”


오후에는 김서아가 수녀들과 청소를 하는 동안, 나름 익숙해진 주혁이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부 아이들을 돌봐주었다.


“형! 축구해요! 축구!”

“얘들아. 축구하다가 다치면 하느님이 슬퍼하실 거야. 그러니까 나가지 말자.”

“···축구하기 싫어요?”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너희를 걱정하는 거야.”

“하기 싫구나···.”

“눈치가 빠르네···. 그럼, 다 같이 숙제부터 빨리 끝내고 축구할까?”

“···수, 숙제 없는데요?”

“아까 있는 거 다 봤어. 숙제 끝내고, 다 같이 하자.”


아이들은 그새 주혁을 많이 따르게 됐는데, 덕분에 한결 자유로워진 김서아는 평소보다 힘을 들이지 않고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럼, 서아 씨. 내일 뵙겠습니다.”

“또 오시게요? 출근 안 하셔도 돼요···?”


주혁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겠느냐는 김서아의 말에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며 보육원을 떠났고,


“안녕하세요. 서아 씨!”


어김없이 다음 날에도 보육원을 찾아왔다.


“오빠, 진짜 백수에요?”

“응. 그래서 나도 여기 들어올까 싶어.”

“헐···. 여기 어른은 못 들어오는데.”

“진짜? 아쉽네···. 한 열 살만 어려지면 올 수 있을 텐데.”

“풉···.”

“어어? 오빠아! 서아 언니가 또 비웃었어요!”

“얘가···! 아, 안 웃었어요!”


그 다음 날도.


“···서아 씨. 제 생각엔 이걸 혼자 다 하는 건 노동 착취가 맞는 거 같아요. 지금이라도 노동부에···!”

“힘드시면, 좀 쉬어도 괜찮아요.”

“서아 씨는 안 쉬어요?”

“저는 계속해야죠.”

“갑자기 힘든 게 싹 사라졌어요.”

“풉···.”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서아 씨는 평소에 뭐 하고 지내요?”

“평소에요?”

“소등이 10시인데, 그 이후론 쉴 거 아녜요.”

“음···. 책도 좀 읽고···. 성경 공부도 하고···. 아, 수녀님들도 좀 돕고···.”

“예? 그럼 대체 언제 쉬세요?”

“어···. 글쎄요···.”

“···안 되겠다. 오늘은 제가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오늘은 꼭 쉬셔야 합니다.”

“네? 아니, 저도 쉬긴 쉬는데요···.”

“그건 휴식이라고 안 해요.”


주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보육원에 나타나 김서아의 일을 도왔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사실 이쯤 되니, 김서아도 주혁의 의도를 대충 눈치챌 수 있었는데···.


김서아는 주혁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매일 보육원에 나오고 있다고 확신했다.


수녀들을 포함하여 아이들에게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정도였으니, 사실 눈치채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왜 말을 안 꺼내지···?’


이상하게도 주혁은 연예계나 스카우트에 대해선 조금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외려 그런 점들이 김서아를 더 의식하게 하였는데, 주혁은 무슨 생각인지 그저 봉사에만 전념할 뿐이었다.


“서아 씨.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주혁이 여느 때처럼 봉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


김서아는 평소와 다르게 텅 비어있는 주차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안 오시네.”


이 날, 주혁은 보육원에 나타나지 않았다.


작가의말


쥐돌이 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고증이 틀릴 수 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재 시간을 언제로 맞출지 고민인데..., 


내일은 저녁시간에 올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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