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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1927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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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비가 오고 눈이 내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완결

BrianLee
작품등록일 :
2016.11.02 02:38
최근연재일 :
2016.11.11 22:0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592
추천수 :
17
글자수 :
43,226

작성
16.11.02 02:41
조회
219
추천
2
글자
9쪽

비가 오고 눈이 내리다 1

DUMMY

1.


“축하 드립니다~”


“어여 내리세요”


안정인 교장 선생님의 차가 이 곳 차산리 초등학교 정문 앞에 정차하자 마자 교직원, 제자들이 꽃다발과 종이 테이프를 던지며 그를 맞이 하였다.


‘벌써 40년이 흘러 버렸단 말인가?’


감회에 젖은 그의 눈에 “안정인 교장 선생님 정년 퇴임식”이란 플랜카드가 보인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40년이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그의 손을 거쳐 자라 나갔던가? 여학생들 고무줄 끊어 먹다 벌서던 녀석이 의사가 되고 서리하다 걸려 손들고 벌서던 눔이 검사가 되는 것도 즐겁게 지켜 보았다.


길고 긴 40년의 세월이라지만 안선생의 머리 속엔 속기사가 또박또박 새겨 놓은 속기록처럼 하나 하나 모두 담겨 있었다. 앞으로 남은 40년이 있더라도 더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지만 이제 나라에서 그만두라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의 앞에 불쑥 꽃다발 하나가 떠밀려 든다.


“축하 드립니다. 선생님!”


“예끼 이 사람! 퇴물 노릇 시작하는 게 뭐가 축하할 일인가!”


그러자 안선생의 노부인이 눈물을 찍어내며 한 소리 거들었다.


“괜찮아요? 서운해서 어제 한숨도 못 주무시고선···.”


“어허~ 이 할망구 또 긴소리 하기 전에 어여 들어가세!”


그랬었다. 노부인의 말대로 안선생은 어제 한숨도 자지 못했었다. 지난 40여 년에 대한 자랑스러움, 회한 그리고 즐거웠던 때를 생각하며 들뜨고 또 눈물도 났다.

자신의 평생을 바쳐 서 있었던 교단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평생 해 왔던 자신의 천직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간의 수많았던 추억들이 낡은 8미리 영사기가 뿌연 먼지 속을 비집고 비추듯 그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하나 더···

내일 제자들이 마련해 준 퇴임식에서 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는 자리가 마련 되면 무슨 말을 해 줘야 할까?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안선생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 눈망울 하나 가득 눈물이 고인다. 바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40여 년을 스승으로서 누구 못지 않게 바르게 살아 왔다 자부 했지만 단 하나 가슴 시리게 응어리진 아픈 상처가 있었다. 안선생에게 남아 있는 마음 속 흉터의 흔적을 볼 때마다 언제나 싱글거리며 웃기만 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안선생은 불에 데인 듯 한 아픔이 느껴졌다.


머쓱해진 그가 창 밖을 쳐다보자 낮부터 내리던 비가 밤이 되자 눈이 되어 내린다. 비가 온다. 눈이 내린다.


‘ 그 친구를 보냈을 때도 비가 왔고 눈이 내렸었지...’



2


70년대 흑백 사진을 연상케 하는 안선생의 낡은 기와집 위로 새벽녘이 트자 안 선생이 종종걸음으로 튀어 나오며 다급히 서두른다. 어제 찾고 찾던 수필집을 제자 녀석이 선물로 보내 와서 늦게 까지 읽은 것이 이 사단을 만들었다. 명세기 교장 체면에 지각을 할 순 없잖은가?


“여보~~”


바빠 죽겠는데 노부인이 또 말썽이다.


“글쎄 안 된다니까!

그깟 서울이 뭐가 좋다는 겨? 그렇게 좋으면 할멈이나 올라가!”


“애들은 우릴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우?”


짐작했겠지만 노부인은 아이들 말대로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 살자고 떼쓰고 있는 중이다. 안선생도 토끼 같은 손주 녀석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서울로 올라 가고 싶지만 같이 산다는 건 다른 문제였다. 괜히 자식놈들에게 신세 지고 얹혀 사는 것 같아 마음 내키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아직도 팔팔한 나이에다 마누라 하나쯤 걷어 먹이긴 충분하다고 자부해 왔던 안선생이다. 무엇이 아쉬워서 자식놈들 눈치 보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안선생이 자신의 하얀색 경차에 올라 타며 소리 지른다.


“아, 시끄러! 긴말 허지 말고 당장 큰애헌테 전화 혀! 알았어?”


노부인은 벌에 쏘인 입만큼 튀어 나와 마땅치 않은 듯 한마디 뱉어낸다.


“몰러”



앞 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운전대를 잡은 안선생은 노부인의 심술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 줄곧 시골 학교를 자처한 안선생 때문에 노부인과 아이들도 도시 생활을 하지 못 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말끝마다 이제 좀 도시 가서 삽시다··· 를 입에 달고 살았던 노부인이었지만 정년을 몇 해 앞 둔 지금까지도 노부인의 작은 소원을 들어 주지 못 해 미안한 터였다.


실은.. 서울은 아니지만 서울 인근 학교로 발령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정보 아닌 정보를 들은 안선생이라 안 그래도 마음이 싱숭생숭 했는데 노부인의 끈질긴(?) 불만에 발령이 나면 옮기긴 옮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복잡하고 불편한 심기에 안선생은 라디오를 켜 본다. 그러나 이내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귀가 찢어 질 것 같은 랩뮤직에 기겁을 하고 스위치를 꺼버렸다. 이내 이게 음악이냐? 나무 자르는 톱니 소리네 뭐네 구시렁거리던 안선생의 눈에 휘발유가 거덜났다는 빨간 등불이 보인다.


‘우라질, 가뜩이나 늦었는데 이런···’


하는 수 없다. 요즘은 경고등이 들어 온 후로도 몇 십 킬로 미터를 더 달릴 수 있다고 하지만은 그대로 달릴 안선생의 성격이 아니다.


차를 몰아 제일 가까운 주유소로 진입 했는데 못 보던 사람이 반갑게 다가와 안선생의 차를 맞이 하였다.


‘어서 옵쑈~’


소리를 지르더니 주유구를 열어 달라고 뒷 트렁크를 탕탕 후려치는 사내다.

안선생이 놀라 사이드 미러로 사내를 유심히 쳐다보는데 제일 먼저 왼손이 손목 부분부터 잘려 나간 것이 보여 깜짝 놀랐다. 하지만 사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거리며 안선생의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넣을까요? 만땅?”


이 순간에도 안선생은 만땅이란 단어가 표준어가 아님을 못마땅해 하면서 올바른 단어를 꺼내 들었다.


“가득 넣어 주시오”


“오케이~”


그리곤 다시 뒤 트렁크 쪽으로 다가가는데 왼쪽 다리도 불편한지 심하진 않았지만 절뚝거리는 모습이었다.


안 선생은 연신 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쪽 손이 없는 걸 못 느낄 정도로 주유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는 사내를 왠지 모를 흥미로움과 함께 유심히 쳐다 보았다.


사내는 나이는 육 십대 중 후반 정도로 보이고 160cm도 될까 말까 한 작달막한 키에 요즘 보기 힘든 하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주유기를 주유구에 꽃아 넣곤 잠시 안선생 쪽을 쳐다 보던 사내가 안선생을 향해 다가 왔다.


“보아허니, 나이도 지긋허이.. 군대는 갔다 왔소?”


기분 나쁠 정도로 조목 조목 안 선생의 아래 위를 훑어 보는 사내다. 당황한 건 오히려 안선생이다.


“예?”


“음, 뭐 애써 대답 할 껀 없수다! 쪽 팔리면 말 안 하는 것도 방법이지.

난 말이유. 월남전 때 미제 도락구를 몰았수!

운전석엔 카르빙 소총을 꽂아놓고 말이야!”


상의용사여서 몸이 그리 불편했구나··· 한 가지 궁금증이 풀렸지만 그래도 이 원치 않는 대화가 귀찮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 예!”


의례적인, 상투적인 안선생의 대답이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사내의 자화자찬이 계속 이어졌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지.

그때 파편에 맞은 상처가 아직도 왼쪽 다리에 남아 있다우

손이야 뭐··· 보시다시피···”


이때 철컥 소리와 함께 주유기가 멈춰 소리가 들렸다. 다시 절룩거리며 주유기로 다가가 마무리하고 돌아서 소리치는 사내다.


“사만 칠천원이유!”


안선생은 돈을 세어 건네주면서도 학교에 늦을까 봐 계속 대쉬 보드에 박혀 있는 시계를 연신 쳐다 보았다. 하지만 사내가 그런 안선생의 사정을 알리 만무하다.


“부동액은 넣었수? 차가 말썽 부리면 나한테 오슈! 내 손봐 줄테니깐!”


“고·· 고맙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 오케이~~출발! 오라이~”


안선생의 차가 얼른 주유소를 빠져 나왔다. 도로로 진입하기 전에 슬쩍 룸미러로 뒤를 쳐다 보았는데 사내가 아직도 손을 흔들고 있다. 손을 들자니 손들어 작별을 표시 할 만한 사이도 아니고 머쓱하게 룸미러를 향해 조금 목례를 했다가 화들짝 창피함에 얼른 가속기를 밟는 안선생이다.


이것이 안선생과 그의 친구 민경삼이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운명 같다고 말하기엔 뭐랄까··· 너무 우중충하다고나 할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기분 나빴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어쨌든 이 친구··· 민경삼···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 곳 마을 출신은 아니라 했고··· 일주일 전에 주유소에 일자리를 청하러 왔는데 마침 숙식을 하며 야간 시간을 봐 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던 주유소 사장님이 화장실 옆 조그만 쪽 방을 내주곤 민경삼을 채용했다 한다.


하도 떠들어대서 월남전 참전 용사라는 건 이미 모두 알고 있었고 아들들하고 딸이 서울에서 슈퍼마켓을 두 세 개 갖고 있다고 하도 자랑을 해서 주유소 식구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토론토에 사는 작가 브라이언입니다.

 

끝까지 함께 해 주시고 비판과 칭찬도 함께 해 주시면 정말 감사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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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고 눈이 내리다 1 +2 16.11.02 22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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