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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인호프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히틀러라니!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슈타인호프
작품등록일 :
2015.07.14 21:32
최근연재일 :
2017.07.14 12: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31,085
추천수 :
15,336
글자수 :
31,462

작성
15.07.17 06:52
조회
24,701
추천
455
글자
8쪽

제02장 동부전선 정지!(1)

DUMMY

1.

“오늘이 벌써 10월 3일이란 말이지.”



나는 아무도 따라오지 말라고 한 뒤 총통 관저의 정원을 혼자 걸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저만치 경비병이 서 있기는 했으나 내 혼잣말이 들릴 거리는 아니었다.



“시간 참 빠르구나. 내가 여기서 살게 된지 벌써 거의 두 달이라.”



현재 동부전선의 전황은 대략 내가 온 세계의 역사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 세계에 대해서 살펴가며 소소한 것들에 대해 적응해 나갈 필요도 있고 해서 육해공군의 작전에 별다른 간섭은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군사행동은 이미 짜여 있는 작전 계획에 따라 진행해 나가도록 했고, 나는 눈앞의 전투에는 솔직히 신경을 쓰지 않고 분명히 실패할 올해의 작전 목표를 대신할 내년 이후의 전략을 수립하는데 골몰했다. 내년 이후의 작전을 걱정하는 내 머리 속에는 하나의 긴 문장이 굵은 글씨로 콱 박혀 있었다.



“머리 위의 버섯구름은 당연히 싫고, 국회의사당의 붉은 깃발도 싫다! 테이블 밑의 폭탄도 절대적으로 거부한다!”



나는 내가 살던 세계에서 거론되던, 2차 세계대전의 몇 가지 가능성 있는 결말에 대한 이야기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밀덕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이야기들이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것 두 가지만 꼽는다면 다음과 같다.




-만약, 1945년 8월까지 독일이 버텼다면 리틀 보이는 히로시마가 아닌 베를린에 떨어졌을 것이다.


-만약, 1944년 6월 6일에 오버로드 작전이 실패하여 서방 연합군이 유럽 대륙에 교두보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차근차근 진격한 소련군이 유럽 대륙 전체를 정복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핵폭탄에 맞아 죽고 싶지 않다. 베를린의 티어가르텐을 목표로 해서 리틀 보이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사절한다. 물론 국회의사당 라이히스타그 옥상에 예고로프와 칸타리야가 붉은 기를 꽂게 만들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슈타우펜베르크건 힘러가 고용한 암살자건 내 탁자 밑에서 폭탄을 터트리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또한 아무리 껍데기가 히틀러라고 해도 알맹이는 분명히 나인데, 나 스스로가 폐허가 된 베를린에서 내 머리에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내 가장 큰 목표는 내가 이 세계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거다!


이는 심각한 문제였다. 내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독일은 전쟁에 져야 하는가, 이겨야 하는가? 전 세계라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미-영-소 연합군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버티는 것만이 가능한데, 너무 오래 버티면 머리 위에 핵이 떨어지고 너무 빨리 무너지면 소련군이 총통관저로 짓쳐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내부의 문젯거리도 별로 다를 게 없다. 전쟁을 오래 끌겠다고 발악하면 종전파의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며, 항복이든 강화든 빨리 전쟁을 끝내서 비극을 줄이겠다고 결심하면 전쟁 지속을 주장하는 골수 나치들의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다. 나야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을 포기하고 연합군에게 적당히 양보한다고 해서 아까울 것이 하나도 없지만, 내 뒤통수에 총알을 박을 놈들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런 결단을 내리는 것이 아무래도 불안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골치 아픈 것은 내가 나치 동조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원래 세계에서부터 계속 독빠였고, 독일군을 가장 좋아하는데다 독일군이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독일<군>이지 나치, 아니 <국가사회주의>가 아니다. 제정신을 가진 21세기 대한민국의 20대라면 어떻게 정신 나간 헛소리라고밖에 할 수 없는 나치의 이념 따위에 공감할 수가 있단 말인가?


구글링으로만 밀덕질을 하던 10대를 벗어나 2차 대전사에 대해 한참 신나게 책을 찾아보기 시작하던 스무 살 때쯤, 나도 히틀러의 생각을 알고 싶어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을 읽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 두꺼운 책을 여섯 번이나 읽고 내가 내린 결론은 히틀러가 미친놈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정신 나간 놈이 독일의 최고 권력을 쥐고 있으니 독일이 전쟁을 이길 수 있거나, 혹은 이길 수는 없더라도 훨씬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건만 모조리 스스로 걷어차 날려버린 것이다. 히틀러와 그 주변을 둘러싼 멍청이들은 자기들을 권좌에 올린 그 멍청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초지일관한 결과 자신들이 지배하는 나라를 파멸로 몰아갔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아니 않을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라도 확실히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서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진짜’ 히틀러와 그 부하들이 저지른 뻘짓은 많고도 많지만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미국 및 소련이라는 두 거인들을 도발하여 전쟁을 시작한 일이다. 히틀러가 저지른 미친 짓들 가운데서도 단연 압권이 이 두 가지라고 나는 평소부터 생각해오고 있었다. 소련과의 전쟁은 일단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미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목표를 달성하자면 소련과의 전쟁은 또 가능한 길게 끌어야만 한다. 미국과 싸우지 않으면서 소련과는 가능한 오래 싸워야 한다는 전제가 이해가 안 간다고? 기다려 봐. 다 알게 될 테니까.



“총통각하, 회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내 수석 부관인 루돌프 슈문트 대령이 나타나 보고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로 발길을 옮겼다. 슈문트 대령이 조심스럽게 내 뒤를 따라왔다. 대령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내가 발광을 끝내고 이 세계에 적응하기로 결심한 그날의 일이 생각났다. 내가 이제부터 아침 6시에 식사를 하고 오전 8시부터 매일의 첫 번째 회의를 실시할 테니 당장 내일 회의에 참가할 인원들에게부터 빠트리지 말고 시간 변경의 고지를 보내라고 했을 때 그의 놀란 얼굴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큭큭.”


“총통각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됐네. 그냥 재미있는 일 하나가 생각나서 말이야.”



나는 가볍게 대답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슈문트 대령은 ‘내’가 여기에 온 뒤로 가장 혼란을 겪은 이들 중 하나였다. 분명히 해가 뜰 때 잠자리에 들어서 정오까지 퍼질러 자는 주침야활의 히키코모리였던 상전이 23시에 잠들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종달새 인간으로 하루아침에 변모했으니, 그게 적응이 될 리가 있겠는가? 물론 슈문트 대령 뿐 아니라 여비서에서 요리사에 이르기까지 총통관저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바뀐 총통의 라이프사이클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다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을 좋아했다. 나뿐 아니라 자기들도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일하고 남들이 쉬는 시간에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서가 열어주는 회의실 문을 들어서면서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이 궁금해졌다. 이 몸의 주인, ‘진짜 히틀러’의 혼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혹시 나와 맞바꾸어, 2015년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 바뀌어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저 히틀러를 가엾게 여길 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기나 하지, 히틀러는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미쳐 날뛰고 있을 것 아닌가. 느닷없이 정신이 나간 아들과 오빠 때문에 당황하고 있을 부모님과 여동생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뭐, 어떻게 조치할 수가 없는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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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02장 동부전선 정지!(4) +20 15.07.30 24,256 435 7쪽
7 제02장 동부전선 정지!(3) +41 15.07.20 23,935 466 7쪽
6 제02장 동부전선 정지!(2) +18 15.07.19 24,153 451 7쪽
» 제02장 동부전선 정지!(1) +28 15.07.17 24,702 455 8쪽
4 제01장 내가 히틀러라니!!!(4) +33 15.07.16 23,996 438 7쪽
3 제01장 내가 히틀러라니!!!(3) +15 15.07.15 23,217 393 7쪽
2 제01장 내가 히틀러라니!!!(2) +27 15.07.14 24,724 400 7쪽
1 제01장 내가 히틀러라니!!!(1) +65 15.07.14 30,374 418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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