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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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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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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 – 핵가족 (2)

DUMMY

"추남, 추녀란 말 들어봤냐?"


"추남 추녀요? 글쎄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나는 벤치에 앉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었다. 두 노인의 대화 주제가 여러 번 바뀌어도, 그거 나름대로 재밌었기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지금은 사어가 된 단어지만, 90년 전만 해도 엄청 많이 쓰인 단어라고. 뭐, 요즘은 그런 말을 듣기 힘들지.

백날 못생긴 자식 낳아도 성형하면 그만이야~ 라는 생각을 가진 멍청이들이 널렸으니까. 가슴이 작으면 키우면 그만이고, 남들이 보기에 못생겼으면 얼굴 상판을 싹 갈아버리면 되고.

아무리 부모가 못생겼다고 해도 그렇지, 이게 대체 뭐야. 부모가 낳아준 생명도 경시하고, 이제는 본모습도 숨기기 바쁘니. 말세다, 말세..."


아마 옛날에는 추남, 추녀라는 말이 흔했나 보다. 솔직히 요즘 노숙자 같이 못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못생겼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보는 건 드물었다.


"맞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너희 갱단을 길공교로 보낼 거 같던데."


"길공교?"


이전에 한 번 들어본 거 같은데 어디서 들어봤더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영훈이 한숨을 쉬고는 대신 답해준다.


'왜, 그 요즘 성행하는 사이비 있잖아.'


아, 기억났다. 길공교. 10년 전에 모습을 드러낸 사이비 종교인데, 근래 네오 서울에서 성행한다고 얼핏 들었던 거 같다.


"흥, 기독교나 천주교도 바티칸이 핵으로 작살나지만 않았어도 훨씬 나았을걸. 내가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종교가 있을 때가 더 나았던 거 같기도 하고."


"뭐, 사실 이유는 그것만 있지는 않지. 천주교가 쇠퇴하게 된 이유도 지금처럼 기술이 발전하고, 점점 비윤리적인 삶을 살게 되다 보니까 그런 거 아니겠나."


두 사람은 길공교 이야기가 나오자, 종교 주제로 넘어갔다. 나는 그저 옆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한국의 역사 관련을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여기 있는 노인들은 핵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태어났으니, 그 전의 사건도 다 알고 있는 셈이었다.


쉽게 말해 메가톤 자경단의 사람들은 모두 걸어 다니는 역사책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보스와 달리 나는 이들을 호의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핵전쟁 전에는 정말 다양한 종교가 많았는데 알고 있냐? 불교, 천주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들어는 봤다. 하지만 요즘은 딱히 성행하지 않는 종교들이라 그런지, 익숙하게 들려오질 않았다.


"핵전쟁 때 전 세계는 혼돈으로 뒤덮였었지. 당장 나 때만 해도 지금처럼 서울이 재건되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최한철 대통령이 이를 해내긴 했지."


정 씨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병태 할아버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당시에는 핵 피해가 덜한 산간 지방이나 작은 도시 위주로 몰렸었어. 피난민도 엄청났고, 구 서울 내에서는 핵 피해를 피하고자 지하로 숨어들었지.

그때만 해도 이러한 모습이 영원할 줄 알고, 다른 도시에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어. 하지만 지금 봐라, 누가 부산에 살고, 누가 대구에 살지?

그런 큰 도시 말고도 원주시, 영천시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지? 아무도 없어. 그런 구도시는 이제 더이상 아무도 찾아가질 않아."


"빌어먹을 기업 놈들은 우릴 내쫓기 바쁘지. 우리도 서울에 남고 싶어서 남는 게 아니라고.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서 편히 살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우리의 삶의 터전을 대체 왜 짓밟으려는 건지...!"


정 씨 할아버지는 분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이런 이야기는 종종 들어서 알지만, 대체 왜 이렇게까지 네오 서울에 목숨을 거는지는 몰랐다.


실제로 구도시에 사는 사람은 거의 전무하다. 기껏해야 자연 정도지, 사이보그가 그곳에서 사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유는 전혀 몰랐다. 어쩌면 이 사람들은 이유를 알 것이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 남아있는 거죠? 구도시라고 해도 사람이 못 살 정도는 아닐 텐데요."


정 씨 할아버지는 내 말을 듣더니, 조용히 팔을 꺼내 들었다. 그 팔은 기계 팔로 사이보그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내 팔을 봐라. 만약 고장이 나서 이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하려면 닥터를 찾아가야 하지. 하지만 네오 서울 외의 수리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그 법안 때문에 네오 서울이 미어터지는 거야. 아마 이 법안이 만들어진 게 네오 서울 홍보 차원 때니까... 한 30년 전 맞나?"


"2063년쯤에 네오 서울이 재건되었으니까 맞지. 아마 그 법안이 생긴 이유는 네오 서울을 홍보하기 위해서였거든.

닥터가 네오 서울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네오 서울로 찾아올 테니까."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 왜냐하면 그때는 지금과 달리 자연도 넘쳐흘렀고, 갓 지은 네오 서울의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었으니까.

어쨌든 네오 서울에서 수리하지 않으면 결국 불법으로 수리를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야. 문제는 타지는 수요도 적고, 공급과 유통도 어려운 편이지.

대체 누가 그런 촌구석에 불편을 겪으면서 살겠나? 당장 네오 서울에 등록된 닥터들은 국가에서 지원받는 것과 동시에 감시당하는 판에.

그나마 불법 시술을 할 거면 적어도 수요와 공급이 넘쳐흐르는 네오 서울에서 하는 게 훨씬 유리한 거지. 아무도 구도시나 다른 곳에서 수술할 생각을 안 한다고."


저런 법안이 있기에 사람들이 네오 서울로 몰리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물론 저것 말고도 여러 이유도 혼합되어서 그런 거겠지만.


즉, 네오 서울 바깥은 전자화나 사이보그화한 사람이 살기 부적합하다. 그나마 자연이라면 모여서 사는 게 가능하겠지만, 요즘은 반전자화 강제 법안 때문에 자연도 많이 줄어든 추세다.


"요즘 종교는 어때요?"


"종교 때문에 사람이 죽고, 종교 때문에 사람이 살았지. 사실 종교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야. 하지만 요즘 누가 종교에 신경 쓰겠나?"


"생각해 봐라, 당장 사람이 핵 폭격으로, 전쟁으로 피폐해지고 죽어 나가는데 신은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어.

정말 신이라면 그토록 성지라고 불리는 곳도 무너지게 냅둘 것 같나? 심지어 미국이나 러시아가 핵전쟁을 벌였을 때, 그런 종교적인 위치만을 선별하기도 했고.

하지만 다 무너졌지. 일상이 붕괴하고, 남아있는 거라고는 불탄 잔해밖에 없는 끔찍한 시대였어. 그들이 믿었던 신은 아무도 돕질 않았지.

오로지 직접 행동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았어. 최한철 대통령처럼. 그러니 사람들의 신앙심은 점점 사라지고, 더군다나 요즘처럼 가상 세계니, 뭐니 하는 게 넘쳐나니 그쪽으로 신경이 가는 거지."


"차라리 게임이 나아. 가상 세계가 뭐야, 가상 세계가. 옛날 게임들 보면 예술적인 모습을 보이기라도 했지.

요즘 젊은이들은 가상 세계에 푹 빠져서 현실과 구분도 못 한다지? 심지어 수십 년을 생명 뭐시기 장치 달고 가상 세계에서만 사는 놈도 있다더라."


"게임이랑 가상 세계랑 다른 거 없지 않나요?"


"옛날 고전 게임들 보면 그냥 모니터를 통해 주인공과 스토리에 이입하는 게 전부였지. 그냥 고개만 돌려도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그런데 요즘은 아예 그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서 그 가상 세계 안에서만 놀게 되잖아. 무슨 관처럼 생긴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삶이 끔찍하다고."


갑자기 내용이 가상 세계로 넘어가 버렸다. 정작 내가 알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럼 길공교는..."


"내가 듣기로는 요즘 세상에 최적화된 종교라던데. 길공님이라는 사이버의 신이 바깥의 마천루를 무너뜨리고, 전자 세상을 현실로 끌어들인다나 뭐라나."


"그러니 인기가 많은 거지. 교리나 경전도 보니까 요즘 시대에 맞게 잘 짜였던데. 그러니 사람들이 못 믿고 배기겠어?"


단순히 사이비라고 불리는 이유는 일단 정식 종교가 아닌 거고, 만약 시대가 지나 모두가 믿을 정도가 되면 진짜 종교로서의 위엄을 떨칠 수도 있는 거려나.


솔직히 지금까지 종교라는 게 여럿 있었지만, 길공교처럼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종교는 없었다. 당장 옛 종교도 잊히고 있었으니까.


정 씨 할아버지는 옆에서 파이프 담배를 꺼내 불을 피우고 있었다. 뽁뽁 거리며 불을 지피는 사이, 병태 할아버지가 이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해. 만약 러시아가 소련으로 바뀌지 않았더라면. 만약 미제국의 루스벨트가 암살당하지 않고, 윌리엄 펠리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만약 핵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 2차대전이 1947년에 끝나지 않았더라면.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정적이 흐른다. 정 씨 할아버지는 담배 연기를 내뿜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옘병을 한다."


"허허, 이상 늙은이의 상상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된다. 정 씨 할아버지도 마지못해 옆에서 박수를 함께 친다.


"영훈! 이제 들어와. 보스가 찾아."


저 멀리서 현준이 날 불렀다. 이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두 할아버지는 떠나려는 날 보며 말한다.


"그럼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거 같네. 오늘 같이 이야기해서 좋았어."


"그래, 늙은이들의 괴팍한 이야기 옆에서 들어주기 힘들었지? 이제 가도 좋아."


할아버지들은 제법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날 떠나보낸다. 그래도 저런 이야기를 직접 들어서 재밌는 편이었다.


'저런 이야기가 뭐가 재밌냐? 넷 좀만 뒤지면 다 나오는 것들인데.'


"그래도 저걸 입으로 직접 듣는 것과 보는 건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나저나 길공교라..."


'길공교 한자 아냐?'


"몰라."


'길 길, 공 공, 가르칠 교, 길공교(吉功敎).'


"겁나 쉽네."


'애초에 요즘 사람들은 한자 잘 안 보잖아. 그러니까 종교 이름도 쉽게 만든 거겠지.'


영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래도 넷에서 온갖 정보를 들여다보는 녀석이라, 나보다 아는 게 훨씬 많은 편이다.


그래도 나라고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건물로 들어가는 사이, 영훈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우리도 이렇게 같은 몸에 있을 필요 없어질 거 같아."


'무슨 뜻이야?'


"나도 나름 논문 같은 거 찾아봤는데, 자아분리된 인격 하나를 다른 몸으로 옮긴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


'그럼 내 정신을... 다른 몸으로 이식시킨다고?'


"그래. 그럼 이제 이 몸에서 이런 식으로 공존하면서 살아갈 필요 없어. 너도 그게 좋지 않아? 괜히 내 시점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힘들잖아."


영훈이 들으면 제법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는 쉽게 말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내게 조용히 말을 꺼냈다.


'모르겠어... 네가 가는 건 어때?'


"나? 아마 안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이 몸은 이미 내 건데, 내가 왜 다른 몸에 굳이 이식되어야 하는 거야?"


'네 거라고...'


영훈은 허탈한 듯한 어조로 읊고는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아무래도 녀석은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하면서 정이 든 모양인가.


그래도 안드로이드라든지, 다른 몸에 들어가는 게 지금 삶보다 훨씬 나을 텐데.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천천히 생각하라면서 말해놓고 현준과 함께 방에 따라 들어갔다.


"아, 영훈. 왔구나. 네 숙소도 정해졌으니 슬슬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내일부터 좀 바빠질 테니 미리 쉬어두라고.

아마 당분간은 이곳에서 간단한 짬처리 하면서 지내게 될 거야. 그리고 듣기로는 자경단 보스가 길공교 쪽 사람을 안다고 하더라.

길공교와 이야기가 끝나면 그쪽과 붙어서 지내는 게 좋겠지. 여기보다 더 나을지도 몰라. 여기는 너무 홀아비 냄새가 심하거든."


보스는 복도를 지나가는 자경단원 한 명을 보며 조용히 말한다. 아무래도 보스는 여기 사람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길공교라면 사이비 말하는 거죠?"


"그래, 그쪽에서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나름대로 지원도 받을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지원을 받으면 우리도 다시 예전처럼 일어설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그날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몸들 잘 사리면서 지내자고. 괜한 짓 벌이지 말고, 일주일 정도는 이곳에서 잘 지내보자."


보스의 말이 끝나자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한다. 나도 그들을 따라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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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우인 – 순도 90% (2) 23.01.20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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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에밀리 – 나만의 복수극 23.01.18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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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도미닉 – 동족상잔 (1) 23.01.16 16 1 13쪽
17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5) 23.01.15 11 0 12쪽
170 네빌 – 프레토리아 (2) 23.01.14 16 0 14쪽
169 네빌 – 프레토리아 (1) 23.01.13 12 0 12쪽
16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4) 23.01.12 13 0 12쪽
167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7) 23.01.11 13 0 12쪽
166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6) 23.01.10 20 1 14쪽
165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5) 23.01.09 17 0 12쪽
164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4) 23.01.06 17 0 12쪽
163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3) 23.01.05 18 0 12쪽
162 에밀리 – 비밀과 비밀 사이에서 23.01.04 20 0 14쪽
161 도미닉 – 부활 23.01.03 17 0 12쪽
160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2) 23.01.02 22 0 13쪽
159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1) 22.12.30 20 1 12쪽
15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3) 22.12.29 17 0 12쪽
157 다큐멘터리 – 아프리카 보복 전쟁 2086년 03월 10일 22.12.29 2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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