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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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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 – 붕괴 (1)

DUMMY

"흠, 아직도 문제 있어?"


"양안구의 네트워크 전체가 먹통인 모양이야. 통신사에서는 일시적인 오류라고 하는데... 이래서야 바깥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저희 통신도 먹통이에요."


오늘 낮부터 통신사 오류 때문인지, 양안구에서의 넷 연결이 일제히 안 된다. 영일과 레인이 온종일 붙어서 복구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막힌 모양이다.


"하이텔 서버 괜히 합쳐서 문제 난 거 아니야? 흠, 이래서야 오늘 파티 여는 거 모르는 갱단원들이 많겠는걸?"


"글쎄요, 전용 서버라서 이것도 막히지 않아야 하는데..."


하이텔의 전용 서버도 우리와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다. 아직은 테스트 세팅으로 맞췄지만, 조만간 하이텔처럼 갱단원들만 적용되는 서버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이렇게 서버가 다 먹통이라니. 주원은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자리를 뜨며 말한다.


"번거롭겠지만 부하들에게 오늘 본부에서 파티 연다고 직접 알려줘야 할 거 같네. 아래층에 있는 녀석들에게 전하고 올 테니까 그것들 빨리 끝내."


"네에."


영일은 제법 자신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정말 복구가 어려운 모양이다.


일단 나도 그곳에서 빠져나와 건물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전에는 작고 초라한 건물에서 좁은 복도를 돌아다녔는데, 지금은 넓은 복도와 높은 빌딩을 돌아다닌다.


이사한 본부 건물은 우리 갱단이 일구어낸 보상인 셈이다. 기나긴 갱 전쟁 끝에, 안래구의 최정상까지 도달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오늘 밤에는 그 기념으로 파티를 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더는 식당에서 누구보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명한 요리사도 몇몇 초대했다고 하던데. 오늘 음식은 나름대로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쓸데없이 취하지나 마라.'


"왜, 나 술 마셔도 괜찮아... 아마도?"


'그런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야. 그냥 취하지 마. 정 마시고 싶어도 많이 마시지 말고.'


흠, 술을 마시면 이 녀석에게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건가. 그렇다면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겠지.


"알았어."


아무리 녀석의 모습을 볼 수 없다지만,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또 다른 영훈 덕분에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러니 나도 영훈의 말을 함부로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아예 도움도 안 되는 녀석이었다면 이미 무시했겠지만.



* * *



밤이 되자 파티가 시작된다. 부하들을 통해 파티 일정을 전달했고, 참여하고 싶은 인원은 어느 정도 모인 듯싶었다.


다행히 무리 없이 전달은 잘 된 모양이다. 다만 여전히 서버가 복구되지 않았고, 직접 일정을 전달하는 바람에 많이 찾아오진 않은 것 같다.


주원은 일하고 있던 영일과 레인을 강제로 데려와 파티에 참석시켰다. 보스의 명령이기도 했고, 서버 복구가 안 됐다고 해도 다음에 고치면 된다면서 말이다.


"연락도 안 되고... 이거야, 원..."


"무슨 일 있어요, 보스?"


보스는 약간 아쉽다는 눈치를 보이며 중얼거렸고, 이를 듣고 보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보스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갱단이 워낙 커졌잖아. 그래서 정계 사람들 몇 명 부르기도 했거든. 근데 하필 서버가 맛이 가서 오는 건지 안 오는 건지 알 수가 없네."


"정계요?"


"의외겠지만 갱단도 정치를 알아두는 게 좋거든. 뭐, 국회의원이 우리에게 의뢰를 맡기는 때도 있고.

보답으로 구역 처리를 도와주거나, 돈을 두둑이 주거나, 우릴 보호해주거나 방법이야 많지. 그런데 이렇게 좋은 파티에 못 오다니..."


듣기로는 오늘 파티에 안래구청장과 몇몇 구의원이 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온 모양이다. 굳이 파티가 아니어도 만날 수 있는 날은 많겠지만.


현준은 음식들을 나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파티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조명이 그의 몸을 번쩍번쩍 광을 낸다.


닥터 타오는 술 좀 작작 마시라며 정욱을 타이르고 있었고, 정욱은 그의 조언에 관심 없다는 듯 병째로 마시기 시작한다.


"후우우... 이번 파티로 돈이 깨나 나가겠는데..."


만수는 내 옆을 지나치면서 중얼거리며 말한다. 그러면서도 웨이터가 서빙하는 술잔을 들어 올리며 한 모금 쭉 마신다.


론도와 채은도 갱단원들 한가운데에 서서 춤을 추며 즐기고 있었고, 마더는 잠시 쉬고 싶다며 바에 앉아 술을 마신다.


반면에 영일과 레인은 정작 이런 파티가 즐겁지 않았는지, 구석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마 맛이 간 서버 때문에 아직 불안한 게 남아있겠지.


"파티는 즐기고 있나?"


주원이 내 뒤에서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에게 웃어 보이며 그렇다고 답하자, 주원은 미소를 짓고는 보스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본다.


"보스도 파티를 즐겼으면 좋겠네. 요즘 들어 워낙 정신이 없어 보여서 말이지."


"그래도 많이 좋아 보이던데요."


"글쎄, 그게 복수를 이뤄서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


주원은 내심 걱정스럽다는 듯 보스를 바라보며 말한다. 나 역시 주원을 쳐다봤고, 주원은 내게 조용히 말한다.


"아마 저번 춘식을 죽였을 때, 솔직히 겁 많이 났을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의 잔혹한 행동을 눈앞에서 보니, 마치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제삼자가 보면 당연하겠지. 대체 뭔데 그렇게까지 사람을 죽인 걸까. 하지만 난 이안이 왜 그런지 잘 알고 있어.

이안은 보기와 다르게 낭만적인 사람이거든. 난 이안을 오래전부터 알아 왔지만, 가영과 결혼하기 전부터도 알고 지낸 사이라서 말이지.

그때 이안이 엄청 무식하게 프러포즈했었지. 물론 나도 도왔지만, 정작 가영이가 싫어하자 왜 이렇게 준비했냐며 내게 화내기도 했었고."


주원은 옛 추억을 떠올리고는 웃으며 말한다. 나 역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 다시 제대로 프러포즈했고, 결국 둘은 함께 하게 되었어. 내가 주례를 맡기도 했었고.

물론 갱단을 이끄느라 결혼식도 조촐했지만, 둘은 정말 보기 좋았지. 이안은 가영이를 정말 사랑했었어.

하지만 춘식이 가영을 죽였고, 둘 사이는 완전히 갈라지게 됐지. 나도 그 광경을 직접 봤는데 마음이 착잡하더군.

춘식의 말대로 정말 외도를 저지른 건지, 아니면 일부러 거짓말을 한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안은 그를 죽이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어.

춘식이 준 단검 기억하지? 그것도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 춘식이 이안에게 선물해준 단검이었거든.

그런 단검을 끝까지 품속에 간지하고 있던 거야. 아마 너도 직접 보지 않아서 이해는 못 할 거야.

하지만 보스는 이유가 어떻든 간에 가영을 죽인 춘식을 진심으로 증오했고, 그를 죽이기 위해 어쩌면 오늘날까지 살아있던 걸 수도 있겠네."


"네... 하지만 세 사람은 친했다면서요. 근데 다른 한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서로를 증오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솔직한 내 감상을 말하자면... 왠지 춘식이 반대로 이안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둘이 있을 때 보면 우정 그 이상으로 보일 때도 종종 있었거든.

정확히 말하면 춘식이 이안을 보는 눈빛이 달랐지. 다만 이안은 그런 춘식을 전혀 몰랐던 게 문제지만."


엥, 그런 건가. 그럼 사실상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싸운 게 아니라, 두 남녀가 한 남자를 두고 싸운 건가?


"쓸데없는 말 너무 많았지? 즐거운 파티에 괜한 감상 떠올린 거 같아서 미안하네."


"아뇨, 덕분에 보스를 알아가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주원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른 동료를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나는 손에 쥔 잔을 한 모금 마시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렇게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채은은 술에 약간 취한 듯 내게 흥얼거리며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꽉 붙들며 말한다.


"푸흐으으... 오늘 어때, 죽이지?"


"네, 즐겁네요. 채은은 어때요?"


"나야 늘 그렇듯이 즐겁지~ 너도 마셔. 얼릉!"


채은은 내게 잔을 건네며 재촉했고, 하는 수 없이 한 모금 삼켰다. 그리고 채은에게 자랑스럽게 빈 잔을 보여줬지만, 그녀는 관심 없다는 듯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 나 저 요리사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넷 방송에서 자주 보이는 스트리머일걸요."


"아아, 맞아, 맞아. 안녕하세여~"


요리사도 자신을 알아보는 채은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다만 워낙 바빠서인지 요리사는 금방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짠 하며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들린다. 천리안 갱단의 간부는 말할 것도 없고, 아래 부하들도 잔뜩 모여서 술판을 벌인다.


연이은 승리, 쾌거, 그리고 모든 구역 탈환까지. 안래구의 북부는 사실상 우리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꺄하하하하핫!! 이안 씨도 차암!!"

"왜? 하하핫,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


마더는 바에 앉아 보스와 덕담을 나누었다. 마더는 유독 많이 취해 보였는데, 그녀는 지금까지 갱단원들의 걱정을 누구보다도 많이 했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전쟁이 끝난 지금, 긴장이라도 풀려는 건지 술을 많이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그녀를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이씨, 아직도 TV 보는 거야? 검은 노이즈 계속 봐서 뭐 달라지는 게 있다고."


찰리는 리모컨으로 TV를 꺼버리며 말한다. 영일은 찰리를 불만스럽다는 듯 쳐다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TV 꺼, 인마. 지금 중요한 게 뭔 줄 모르는 거냐?"


"흐음, 아무것도 안 되니까 그렇지."


영일은 TV가 꺼져서 아쉽다고 말하고는 찰리에게 붙들려 자리에서 일어난다. 혼자 남은 레인도 마지못해 영일의 뒤를 따라간다.


부하들도 본부에 찾아와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진석과 케인도 있었고, 이윽고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날 향해 가볍게 경례한다.


높다란 건물에서 술을 마셔서 그런지 묘하게 땅이 흔들리는 느낌도 든다. 고작 몇 잔 안 마신 거 같은데.


'그거 제법 많이 마신 거야, 등신아. 도수 센 술이었잖아.'


"그런가."


영훈의 경고를 들으며 조용히 창문을 바라본다. 저 멀리 다가오고 있던 방송 헬기는 천천히 하강하면서 모습을 감춘다.


이전에도 종종 봐왔던 기체였다.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취해서 그런지, 그때 본 비행기와 같은 기체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창문으로 다가가 바깥을 잠시 살핀 순간.

붕괴 1.png

붉은빛을 뽐내는 소형 비행기가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른다. 양옆에 달린 기관포가 이곳을 향해 조준한다.


"이런 씹..."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원이 내게 몸을 날리며 날 밀쳐냈다. 그리고 솟아오른 전투기는 우리 방을 향해 사격을 가한다.


꽝! 꽝! 꽈직! 꽝!!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건물 파편이 이리저리 튀었고, 주원은 날 꽉 끌어안은 채로 앞으로 기어갔다.


"움직여! 빨리!!"


그리고 몸을 일으켜 몸 위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앞으로 달려갔다. 살아남은 갱단원들은 전투기를 향해 사격한다.


그러나 전투기는 흠집도 나지 않은 채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갱단원들의 공격이 우습다는 듯, 다시 기관포를 발사하며 주변을 쓸어버린다.


"뒤로 도망쳐! 빨리!!"


코너를 돌아 뒷문 쪽을 향해 달려갔다. 요리사는 서빙을 하는 도중에 사격을 맞아 몸이 반 토막이 났고, 진석도 벽에 날아가며 그대로 쓰러진다.


"제가 사격할 테니까 지금 도망치라고욧!"


찰리는 저격총을 들어 전투기를 향해 사격했다. 그는 조종석의 유리를 노렸으나, 흠집만 날 뿐 꿰뚫지 못한다.


이윽고 전투기도 찰리를 향해 사격을 가한다. 그 순간 찰리의 허리 반쪽이 순식간에 날아가더니, 포탄을 연달아 맞자 몸이 완전히 분해되어 육편이 이리저리 튀었다.


"찰리! 이런 제기랄!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어서!!"

"아흑! 아하아악!!"

"주원 님! 영훈 님! 이쪽으로 어서 들어오십쇼!"

"꺄아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총성과 비명이 맞물리는 가운데, 우린 출구로 빠져나와 겨우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차단되었다. 시끄러웠던 소리는 어느 정도 줄었지만, 아직도 내 귀에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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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우인 – 순도 90% (3) 23.01.23 23 0 13쪽
176 우인 – 순도 90% (2) 23.01.20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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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에밀리 – 나만의 복수극 23.01.18 18 0 13쪽
173 도미닉 – 동족상잔 (2) 23.01.17 18 1 14쪽
172 도미닉 – 동족상잔 (1) 23.01.16 18 1 13쪽
17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5) 23.01.15 13 0 12쪽
170 네빌 – 프레토리아 (2) 23.01.14 19 0 14쪽
169 네빌 – 프레토리아 (1) 23.01.13 14 0 12쪽
16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4) 23.01.12 15 0 12쪽
167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7) 23.01.11 15 0 12쪽
166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6) 23.01.10 22 1 14쪽
165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5) 23.01.09 19 0 12쪽
164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4) 23.01.06 19 0 12쪽
163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3) 23.01.05 22 0 12쪽
162 에밀리 – 비밀과 비밀 사이에서 23.01.04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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