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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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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 – 갱 전쟁 (14)

DUMMY

우린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로 보스와 마주하고 있었다. 보스는 우리 앞에 서서 가만히 지켜본 끝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여간... 만약 거기서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 우리도 작전 실행 전에 웬 떡이냐 하고 받았더니, 아이루트가 왠지 너희일 것 같다면서 직접 확인해 망정이었지."


자칫하면 간부 셋을 잃을 뻔했으니 보스도 당연히 화가 날 만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고생 많았다는 듯 우리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그래도 살아남았으니까 됐어. 하지만 다음부턴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마. 가뜩이나 이번 작전으로 손해도 막심한데, 너희까지 잃고 싶진 않단 말이야."


"다음부턴 조심하도록 하지."


주원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우리 복장은 다시 원래 입고 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저 구석 쪽에 기절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전뇌를 무력화한 것 같은데, 대체 왜 한쪽에 몰아넣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 3명은 누구죠?"


"아, 저 녀석들? 우리 갱단에 들어오라고 그렇게 회유했는데, 말을 도저히 듣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기절시켰어.

이 녀석들에게 옷을 입히고, 놈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식을 하면 될 것 같네. 그리고 홍화단 놈들도 속기 쉽겠지."


현준은 낑낑대며 혼자서 3명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었다. 보스는 작전실에 있는 다른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상황은 어떻지?"


"암시장의 여론은 현재 홍화단에 적대적이에요. 그러니 이를 이용하면 암시장의 도움을 받아 역으로 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거기다가 홍화단이 먼저 휴전을 깼으니까, 기업의 지원도 당연히 받지 못할 테고. 그렇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우리가 유리한 셈이지."

"그럼 이제 남은 건 홍화단을 공격하는 것뿐인가요?"


찰리의 물음에 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래. 비록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졌다고는 하나, 이 정도는 계산 내야. 갱단원들에게 소식 다 보냈지?"


"네, 방금 다 받았을 거예요. 비록 그 자리에 없는 갱단원이라고 해도, 보스가 시작하면 바로 들을 수 있을 거예요."


보스는 지금을 위해서 미리 연설문을 짰다고 한다. 홍화단이 결국 휴전을 먼저 깼고, 우린 그에 대응하여 홍화단을 공격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홍화단은 영문도 모른 채 당하는 거지만. 더군다나 무전으로 습격 허가를 간접적으로나마 내렸기 때문에 그 기록을 가진 우리가 훨씬 유리했다.


"좋아, 그러면 암시장에 연락해. 때가 되었다고. 그리고 대기하고 있는 다른 갱단원에게도 모두 명령을 내려."


현준과, 론도, 정욱은 기절한 세 명을 부축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셋을 트럭에 태운 뒤,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뒤에 있는 차에 올라탔고, 차량은 셋을 태운 트럭을 따라갔다. 옆에 함께 탄 채은은 내게 탄창을 나눠줬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트럭이 어느 지점에 멈추자, 다른 차량도 그 근방에 세우기 시작한다.


반대편은 홍화단 구역이었다. 홍화단은 우리가 다가오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크흠, 크흠흠. 목소리는 잘 나오는군."


보스는 확성기를 꺼내 들었고, 포박한 세 명을 무릎 꿇리며 보스 앞에 세워뒀다. 그들은 복면에 가려져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모두 잘 들어라! 어제 오전에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은 건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심지어 그들 중 이번에 갓 들어온 신입들이 대다수였지.

누군가의 아들과 딸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친구이며, 누군가의 애인일 수도 있다.

홍화단은 분명히 우리에게 말했지. 자기들은 약속을 잘 지킨다면서 휴전을 맹세한다고. 그리고 우린 이를 믿고 휴전을 맺었다."


공중에 큰 홀로그램을 띄워 우리와 휴전을 맺었던 당시의 상황을 보여준다. 서로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홍화단 지부장과 주원이 서로 악수하는 모습이 갱단원들에게 나타났다.


"하지만 그들을 믿은 결과를 보아라! 이것이 정녕 믿음의 결과인가? 그들이 먼저 갱단의 신뢰를 깨부수고 우리 구역에 발을 들였지.

그것도 모자라서 우리 가족을 모두 짓밟고 죽였다! 이를 보고도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아닙니다!!"


갱단원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홍화단 구역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갱단원들은 서로 불안한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


"놈들은 우릴 이간질하려고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죽였지. 하지만 어떻게 되었지? 놈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나?

아니!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더욱 똘똘 뭉치고, 더욱 강해져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모습을 놈들에게 보여줄 차례다!

그리고 놈들이 원하는 대로 휴전은 끝났다! 이것이 바로 놈들이 원하는 결말이었고, 우리는 그 결말을 향해 나아갈 거다! 놈들은 이제 우릴 기만한 대가를 치를 때다!"


보스는 권총을 꺼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갱단원의 머리를 겨냥한다. 세 명은 복면에 가려져 영문도 모른 채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타앙! 타앙! 타앙!


세 번의 총성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세 명의 갱단원은 총성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이걸로 만족하는가!"


"아닙니다!!"


"이대로 끝내도 좋은가!"


"아닙니다!!"


"우리가 누구인가!"


"천리안!"


"그럼 저 빌어먹을 홍화단을 쳐부수도록 하자!"


보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호버사이클들이 하늘을 메꾸며 날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트럭들이 매서운 속도로 홍화단 구역을 향해 달려간다.


홍화단 쪽도 우리 행동을 보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버사이클에 탄 갱단원들을 홍화단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확실히 이번 연설을 통해 이안이 괜히 보스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연설을 들으면서 솔직히 나도 그 카리스마에 매혹될 정도였으니까.


'고작 저걸로 매혹된다고?'


"넌 저걸 보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 저 연설 하나로 지금까지 회의적이었던 갱단원들까지 싹 끌어모은 거잖아."


'흠, 글쎄. 저게 정말 충성해서인지, 아니면 단순히 명령에 따를 뿐인지는 모르지.'


영훈은 방금 연설을 듣고도 시큰둥한 태도를 보인다. 뭐, 이 녀석이 뭐라고 생각해도 딱히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니까.



* * *



이번 공세는 그 어떤 때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 마치 지금 전투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정된 것처럼, 홍화단의 구역을 하나씩 하나씩 점령해나갔다.


물론 이는 영일과 레인이 작전 개시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미리 돌렸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특히 하이텔의 서버까지 얻고 나서, 이런 것까지 빠르게 가능했다고 한다.


우리 갱단은 질과 양적으로 이미 우세였다. 하이텔 구역까지 모두 차지했고, 홍화단은 아직 그들이 원했던 암시장까지 세력을 넓히지도 못했으니까.


특히 홍화단이 스스로 휴전을 먼저 파기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결국 홍화단은 그 어떠한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


반면에 우리는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게 되면서, 여러 지지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진실을 모르면 우리가 당연히 정의의 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우린 아군을 학살하면서 여론을 조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이 현장이다.


'하, 나라면 절대 그런 명령은 내리지 않을 거야. 오히려 포용할 줄 알아야지. 그들이 스스로 들어오게끔.

이래봤자 갱단은 똘똘 뭉치지 못해. 물론 간부 쪽 사람들은 서로 붙어 다니고,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으니 나름 뭉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과연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듣자 하니 당장 저번의 사건을 의심하는 녀석들도 몇몇 있다더라.

물론 지금은 갱 전쟁 막바지라 쉬쉬한다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세력이 커졌어. 조만간 큰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보스는 그래도 가능할 거 같은데."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고.'


"그럼 대체 최선이 뭐였는데?"


'지금 이렇게 해봤자 좋은 거 없어. 갱단에 스스로 동화할 수 있게끔 시간을 줬어야 한다니까?'


"네가 직접 해보고 나서 말을 해라."


'해봤으니까 하는 소리 아니겠냐.'


영훈은 이야기하기 귀찮다는 듯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보나 마나 자기가 불리해지니까 내빼는 거겠지.


하여간 꼭 본인이 스스로 안 해본 사람이 저렇게 훈수를 두기 마련이다. 타인에게 참견과 간섭만 일삼고, 정작 저 훈수를 하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암시장 세력도 우리와 합류해서 홍화단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전부터 암시장은 홍화단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었다.


보스는 그런 암시장 세력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립을 약속하면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물론 그래봤자 암시장을 사용할 큰 갱단도 우리밖에 없으니까 그런 파격적인 제안을 걸은 거겠지. 암시장 세력도 홍화단 아래에 있는 것보다 낫다면서 보스의 제안을 승낙했다.


홍화단에 가하는 공세가 점점 거세지자, 갱단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덕분에 홍화단 구역을 흡수하는 것도 점점 수월해졌다.


전쟁이 무르익어갈 무렵, 홍화단의 안래구 지부장이 자결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홍화단 본부에서도 마침내 항복을 선언하며, 안래구의 모든 구역을 우리에게 넘겼다.


보스는 이곳에 남은 홍화단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식으로 흡수하지 않고 내보냈다. 물론 본부로 직접 걸어가게 했지만, 그래도 살아 돌아가는 게 어디인가.


"흐핫핫핫핫! 저기 안래구의 북부 지역이 전부 우리 땅이란 거지?"


론도는 안래구를 바라보며 크게 웃는다. 마더는 그런 그를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어휴, 그렇게 좋을까. 놀지만 말고 어서 짐이나 옮기라고!"


홍화단이 안래구를 떠나고, 우린 본부에 있던 짐을 모조리 트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곳은 너무 북쪽에 자리 잡은 곳이라 안래구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찰리는 내 돌침대를 낑낑대며 힘들게 옮기고 있었다. 현준은 이를 보더니 찰리가 붙잡고 있던 돌침대 부품을 번쩍 들어 올린다.


그는 이번에 소프트웨어와 일부 부품을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이걸 자랑이라도 하려는 건지, 유독 무거운 짐은 자기가 도맡곤 했다.


정작 갱단원 모두가 무겁거나 힘든 일은 죄다 현준에게 맡겨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지.


"그건 진짜 조심해서 넣어. 안에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맛이 바뀔 거라고."


"걱정하지 마, 마더. 우리도 맛있는 사이보그 식단을 원한다고."


아이루트와 주원은 식당에 있던 변환기를 트럭에 조심스럽게 올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필요 없는 물건은 다 버려. 이사할 땐 그냥 버릴 건 버리는 게 좋아. 중요한 개인 물품에는 포스트잇을 붙이건 뭘 해서 따로 보관하라고."


버리는 쓰레기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쓰레기만 모은 트럭은 벌써 꽉 차려고 하는데도, 아직도 쌓이는 중이었으니까.


영일과 레인은 옮긴 것도 없는데 벌써 죽을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항상 누워서 해킹이나 커뮤질만 하다가 몸 쓰는 일을 하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여기 마지막 짐이에요. 이제 출발하면 될 거 같네요."


"이제 이거 다 내려놓으면 푹 쉴 수 있는 거죠?"


"거기 가서 세팅까지 다 마쳐야지. 무슨 짐만 내려놓으면 로봇처럼 다 자동으로 이동하는 줄 알아?"


"예에?! 으으으... 게임처럼 물건 확확 움직일 순 없나...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말이죠."


영일과 레인은 더이상 움직일 수 없다면서 먼저 트럭에 들어가 최대한 몸을 눕힌다. 그리고 찰리도 은근슬쩍 그들 사이에 끼어 같이 눕는다.


나는 트럭의 뒷좌석에 앉았고, 주원과 보스도 트럭으로 들어온다. 주원이 운전하기 시작하자, 본부였던 건물은 점점 멀어진다.


"이제 이 좁은 본부도 안녕이군. 저기 안래구의 높은 빌딩 보이지? 저 부근의 땅이 전부 우리 거라고."


보스는 멀리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곳이 다음 본부로 쓰일 건물이었다.


"내 약속하지, 이제 창창한 미래만이 남았다는걸. 이제 우리 구역은 네오 서울에서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곳이 될 거야."


보스는 웃으면서 자신의 이상을 말했다. 운전하고 있던 주원은 그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홍화단이 갖고 있던 구역까지 모조리 흡수하고, 안래구의 갱 전쟁은 비로소 막을 내리게 되었다.

갱전쟁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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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5) 23.01.15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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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네빌 – 프레토리아 (1) 23.01.13 14 0 12쪽
16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4) 23.01.12 15 0 12쪽
167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7) 23.01.11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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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5) 23.01.09 19 0 12쪽
164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4) 23.01.06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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