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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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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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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 은퇴

DUMMY

"진심이야...?"


철헌은 내 발언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다. 물론 그들에게 이전부터 언급은 해왔지만, 막상 그날이 오니 예상하지 못한 눈빛을 보인다.


"그래, 일하면서 많이 느꼈어. 최근에 총을 쏘는데도 놈들을 못 맞추는 일도 있었잖아."


"너 아직 30대도 안 들어섰거든? 늙긴 뭘 늙어..."

"맞아, 거기다가 우리 중에 네가 명중률은 제일 높거든?"

"몇 퍼였지?"

"최소 80%야. 기관총이나 제압 사격 가한 거만 빼도 90%는 거뜬하고."


"27살이면 늙을 대로 늙은 거지, 뭐."


철헌의 말에 이어 플로운과 종수도 그의 편을 들며 말을 잇는다. 물론 나는 그들의 말을 무시한 채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진짜로 떠날 거야? 아직 갱 전쟁도 안 끝났고, 내가 저번에 분명 은퇴 이야기는 미루고, 좀만 더 같이하자고 했을 텐데..."


"미루고 미뤄서 오늘까지 온 거잖아. 너희는 몰랐겠지만... 난 지금까지 용병 일 하면서 많이 지쳤어... 뭔가 놓치며 살아온 느낌이라고."


내 말을 들은 팀원들은 서로를 힐끗 바라본다. 그리고 내 의지를 알아차렸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그래, 솔직히 우리 중에 고생한 건 도미닉 아니었냐. 남들 다 쉴 때 혼자서도 의뢰 맡은 적 한둘 아니었고."

"하긴... 심지어 자기 일도 아니었는데 같이 도운 적도 한둘이 아니었어. 그래서 가끔 내 일을 도미닉에게 떠넘긴 적도 종종 있었고."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나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회식한 다음 날에 의뢰도 못 받고 쉬는데, 혼자서 의뢰 다 처리한 적도 있었잖아?"


팀원들은 그땐 그랬지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낸다. 근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정말 난 일 중독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떠나는 것도 미안해. 원래 더 일찍 이야기를 나누고 해야 했는데..."


"아냐, 너도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해. 고생 많았다, 도미닉."

"크흡... 도미닉이 진짜 떠나다니... 이제 우리 쉴 때 어떻게 하지...?"

"넌 그것 때문에 우는 거냐?!"


그래도 분위기가 엄청 나쁘거나 그러진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내가 떠난다는 걸 죽어라 막았으면,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이고 떠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슬슬 끝맺으려는 가운데, 철헌만이 뚱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를 위로해주고 싶어도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 애써 말을 꺼내 본다.


"계약 페널티는 전부 지불할게. 원래 떠나는 것도 이렇게 막 하면 안 되는 거로 알고 있어서."


"아니, 그런 건 필요 없어... 그냥 있을 때 좀 더 잘해줄걸... 하는 마음으로 그냥... 그냥...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 피우고 갈래?"


"미안, 담배는 끊었어."


철헌은 애써 서운한 표정을 숨기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지 계속 목소리를 떨기 시작한다. 베러스는 철헌의 등을 툭툭 두드린다.


"에잇, 우리도 갱 전쟁이나 의뢰로 워낙 바쁘니까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떠나는 녀석 언제까지 붙잡을 생각이야?"


베러스가 말하자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이제 문고리를 돌리며 문을 열자, 바깥 풍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제 떠날 일만 남았다. 비록 은퇴라는 핑계로 PMC를 떠나게 되었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해준다 이건가.


"어이, 도미닉!"

"응?"


철헌은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친다.


"너 고생 많았고, 너 우쒸... 괜히 딴 PMC 이직하려고 그런 거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그래. 그럼 혹시 언젠가 다시 돌아올 생각도 있냐!"

"가능하다면."


"좋아, 혹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우린 널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까!"


"존나 급한 의뢰 중에도?"


종수는 철헌이 소리치는 와중에 우스갯소리로 묻는다. 다른 팀원들도 그 말을 듣고 웃자, 철헌은 이를 악물며 다시 소리친다.


"에이씨,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죽더라도 무덤 속에서 깨어나서 도와주러 간다. 알겠냐?!"


철헌이 저렇게 감정적으로 보인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나는 그 물음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철헌도 내 모습을 보고는 이내 뒤돌며 말한다.


"자, 이제 우린 가자. 베러스 말대로 우리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그래. 고생 많았어. 다음에 또 보자고, 도미닉."


그렇게 팀원들은 나와 인사를 나누며, 하나둘씩 뒤돌아 떠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도 다시 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


쿵!


문이 닫히자, 고요한 여름의 배경만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제법 오래 일했는데 떠나는 건 어찌나 쉬운 건지.


그래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면 다행이려나. 차에 타고 운전대를 잡으며, 조용히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은퇴.png

운전 중에 문득 서아가 준 로켓을 꺼내 들었다. 안에 있는 사진은 서아의 사진이었다.


제법 최근에 찍은 모습 같은데 언제 찍은 거지.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사진은 내 사진이었다.


이렇게 보니 대충 언제 찍었는지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마 한 달 전쯤에 내 구형 폰으로 사진을 여기저기 찍고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 잠깐 찍혔던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인화해서 넣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긴, 서아라면 못 할 게 없긴 하지.



* * *



집에 돌아가기 전, 잠시 차를 세워놓고 근처 가게로 향했다. 서아가 오늘도 요리한다고 사 오라는 품목이 몇 개 있었는데.


PMC에 다닐 때만 해도 항상 밖에서 간단하게 사 먹거나, 끼니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최근에도 팀원들과 그렇게 먹기도 했고.


그런데 언제부턴가 밖에서 끼니를 때우는 게 생각보다 맛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서아가 차려준 것보다 맛없는 느낌이 들었다.


『Like a sunshine~ On the...』


타이밍도 참 좋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그녀는 왠지 날 감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벨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받았다. 정작 받고 나서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응, 무슨 일로 전화했어?"

'잘 끝냈나 해서.'


"응, 다행히 별일 없었어."

'바빠?'


"아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야. 네가 준 목록 다 사 갖고 들어가려고."

'알았어, 빨리 와.'


그리고 끊기는 통화. 오늘 PMC에서 나온다고 미리 언질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연락한 걸 보면 어지간히 궁금했나 보다.


일단 목록에 있는 물품을 모두 사고, 다시 가게에서 나와 차로 향한다. 그리고 천천히 차 뒷좌석에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골목 쪽에서 실랑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들고 골목 쪽을 잠시 살펴봤다.


"꺄아아아악!! 여기, 여기 좀 도와주... 웁!!"


아무리 봐도 심상치 않은데. 주변에 나 말고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 없지, 일단 리볼버를 챙기고 골목 쪽으로 향해본다. 서아에겐 바로 가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저런 꼴을 봐놓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조용히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두 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 겁탈하려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들을 향해 리볼버를 조준한 채로 다가가 말했다.


"당장 거기 손 떼."


"뭐야, 넌 누구..."


타앙─!


남자 한 명의 머리가 터지면서 뒤로 넘어진다. 그리고 다른 남자도 날 향해 뒤늦게 조준하려고 했지만, 이미 내가 먼저 놈을 조준하고 있었다.


타앙─!


"크아으악!!"


남자는 어깨 쪽을 맞고, 찢겨나간 팔이 붕 떠오르면서 그대로 넘어진다. 피를 뚝뚝 흘리며 어깨를 꽉 쥔 채로 조용히 나를 올려다본다.


녀석의 무장을 빠르게 확인하고는 기관단총을 발로 치워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어느 소속인지 살폈다.


"홍화단? 여긴 네 구역도 아니잖아."


물론 홍화단이 세력을 넓힌다고는 들었지만, 안래구면 모를까 메가톤 놈들이 자리 잡은 양안구에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녀석들이 아니다.


녀석은 점점 힘을 잃고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쓰러진다. 일단 두 명은 처치했으니까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


"이봐,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로 포박당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려던 순간.


갑자기 여자가 고개를 들며 얼굴을 보인다. 그러나 그 얼굴은 전혀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나와 눈을 마주 본다.


"히, 히, 히."


"이건 또 무슨..."


타앙! 타앙!


"커헉...!"


갑작스러운 총성과 함께 그 충격으로 몸이 순식간에 엎어진다. 몸을 일으켜 세워보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쉽게 일어날 수가 없다.


"내가 말했잖아, 저런 함정만 파도 놈은 달려든다니까."


젠장, 도움을 요청하는 여자가 아니라 저쪽의 함정이었던 건가. 아직 손에 쥐고 있는 리볼버를 들어, 여자를 향해 있는 힘껏 조준한다.


"이런, 미친! 네들 빨리 와서 이거 풀..."


타앙─!


여자는 말을 끝맺기도 전에 머리가 터져 그대로 주저앉았다. 벽에는 머리 파편이 튀어 붉은 피로 칠해졌고, 그녀의 목 위는 텅 빈 채로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손을 옮겨 다가오는 놈들을 향해 겨냥한 순간이었다. 갱단원들은 이미 날 향해 총을 조준하고 있었다.


타앙!


"크흐윽...!"


총알이 내 팔을 꿰뚫었고, 그만 리볼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팔을 꽉 붙잡은 상태로 쓰러진다.


"검은 귀신은 개뿔! 그냥 평범한 인간이잖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천천히 내 아래를 살핀다. 내 발목 부분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달려 있었다.


"이 새끼 때문에 우리 두목이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다들 날뛰고 있는 갱 전쟁에 우린 아무것도 못 하고 말이야!"


일단 근처 쓰레기통으로라도 이동해야 할 텐데. 고통을 딛고 일어나 빠르게 움직이려던 찰나.


"허억...!"


뒤에서 다시 발길질을 가하며 날 넘어뜨린다. 최대한 발목의 고통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허리의 통증까지 가해져 점점 힘을 잃는다.


"얘 맞아? 우리가 괜한 놈 상대한 거 아니지?"

"맞아, 검은 슈트 입고 다니고. 또 저 자동차 타고 다닌다는 정보도 입수했잖아."


내 등을 꽉 짓밟다가 이내 떨어진 리볼버를 향해 손을 움직이려던 걸 봤는지, 내 팔로 발을 옮겨 다시 꽉 밟는다.


"아으아악...! 크흐윽... 네 놈들은 누구냐..."


"곧 죽을 놈이 누군지 알아서 뭐 하게?"


남자는 히죽이면서 발을 놓지 않는다.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 발버둥을 쳐보려고 했지만, 뒤에 따라오던 녀석이 금방 내 다리와 팔을 포박한다.


"됐어, 이제 이놈은 아무것도 못 할 거야."


"두목이 엄청 좋아하겠는데? 아무도 못 잡은 검은 귀신을 잡았으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내 몸을 돌려 슈트를 벗긴다. 그리고 안에 숨겨둔 탄창 같은 것을 빼내며,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한다.


"좋은 거 갖고 있네."


남자는 내 소지품을 살펴보는 사이, 로켓을 챙기며 말한다. 그걸 보고 놈의 다리를 꽉 붙들어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내놔... 당장... 내놔아...!"


"아이씨, 너 똑바로 포박 안 해?

"미안. 약간 느슨해졌었나 봐."

"이 새끼 진짜 질기긴 하네. 야, 얘 좀 빨리 쏴."

"알았어."


철커덕 소리와 함께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기며 내 머리를 향해 조준한다. 빌어먹을, 이대로 죽을 수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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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도미닉 – 종달새 23.01.26 17 0 14쪽
179 도미닉 – 부활? 23.01.25 19 1 13쪽
178 우인 – 순도 90% (4) 23.01.24 19 0 13쪽
177 우인 – 순도 90% (3) 23.01.23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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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4) 23.01.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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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6) 23.01.10 2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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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에밀리 – 비밀과 비밀 사이에서 23.01.04 2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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