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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최근연재일 :
2023.01.27 21:35
연재수 :
1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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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6
글자수 :
1,016,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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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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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영훈 – 갱 전쟁 (12)

DUMMY

"보스..."


모두가 그의 표정을 보면서 새삼 걱정스럽다는 듯 기다린다. 지금까지 봐온 보스의 표정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모두 잘했어. 정말... 잘했어... 다들... 후우우..."


우리 보스는 하이텔 보스의 앞에 서고는 조용히 그를 노려본다. 그리고 최대한 숨을 가다듬고, 애써 화를 참으며 말을 잇는다.


"나 기억나나, 이춘식?"


"씨팔, 옛날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나 개명했다고."


춘식은 포박된 상태로 보스와 마주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는 도망치다가 다쳤는지 허리 부근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몇 년 만이지? 너와 이렇게 대면하는 것도 벌써 7년이 넘은 거 같은데."


"8년 하고도 3개월이야."


"흠, 비슷하네."


춘식은 정확하게 말한 보스를 보면서도 여전히 태연하게 말한다.


"솔직히...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더군... 갱을 창설할 때만 해도 우린 친구였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원수지간이 되었는지..."


"흐훗, 난 알겠는데... 가영이라는 헤픈 년 하나 잘못 만나서 그렇게 된..."


춘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보스는 그의 얼굴을 향해 세게 발길질한다. 춘식은 뒤로 넘어지면서도 주위의 갱단원들에게 다시 일으켜 세워진다.


"오호호홐!! 이거 너무 아픈데?!"


"가영이는 내 아내야!! 한 번만 그 입 잘못 놀리면... 날 만난 걸 후회하게 해주지..."


보스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최대한 인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춘식은 입술에 흐르는 피를 핥으면서 보스를 쳐다봤다.


"대체 왜... 왜 가영이를 죽인 거야... 내 아내는... 너와도 친구였잖아... 학창 시절부터... 우린..."


"설마 몰라서 그러는 거야?"


"뭐어...?"


"그런 일은 당연히 벌어지는 거야...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두고선 어떻게 해피 엔딩이 되길 바라는 거지? 상극인 두 남자가 충돌하면, 둘 사이에서 방황하던 한 여자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정신적 고통을 겪다가 결국 병에 걸려 서서히 죽게 되겠지. 난 그저... 난 그저 그 일을 앞당겼을 뿐이라고."


"이 개자식이!!"


보스는 앞으로 나아가 춘식의 얼굴을 세게 후드려 팬다. 넘어진 춘식의 머리카락을 꽉 붙잡고, 이내 바닥에 세게 내리찧는다.


"너는...! 세상에서...! 제일...! 고통스럽게...! 죽어야...! 해...!"


"카윽...! 켁!! 아으아아아악...!!"


여러 번 내리찍고는 피범벅이 된 춘식의 앞모습을 본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내리찍더니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들어 목을 향해 들이댄다.


"이 칼... 어디서 난 건 줄 알고 있나...?"


"쿠훌럭...! 으허허헣... 그거 내가 준 칼이잖아... 아직도 갖고 다녔어...? 나 같았으면 바로 버렸을 텐데..."


"잘 아네, 개자식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계속 간직했던 거다. 봐라, 이게 네 제국의 파멸이다."


보스는 춘식의 고개를 꺾어 옥상 너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곳은 우리가 이미 점령한 구역의 모습이었다.


"보여! 보이냐고!! 그리고 이제 네 놈 구역은 모두 내 것이 됐지! 넌 저 아래 지옥으로 떨어질 테고, 나는 이 하늘 위에서 군림할 거다!"


"뭐 어쩌라고... 너도 나와 똑같아질 거야... 이제 우리 시대는 끝났어..."


"헛소리! 우린 기업의 약속도 받아냈고, 갱 전쟁을 벌이면서 NSPD도 건들지 않기로 했다고. 끝난 건 너희뿐이야! 이제 우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네가 말했었지? 네오 서울에서 기억될 최고의 갱단을 꾸려 나가자고 했잖아! 자, 봐라. 이게 바로 그 갱단의 힘이다. 천리안의 힘이라고! 그곳에 네가 있을 자리는 없어."


보스는 다시 한번 머리를 바닥에 내리치더니, 이내 피를 흘리고 있던 춘식의 허리를 짓밟기 시작한다.


"아윽...! 기업을 믿어...? 하하핰...! 아아아아악!!"


춘식은 비명을 질러댔고, 보스는 계속 꾹꾹 누르다가 마침내 발을 뗀다. 춘식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엎드려 있던 몸을 뒤집으며 지친 듯이 말을 이었다.


"그래애... 네가 이겼어... 이겼다고... 그래서 어쩌란 거야아... 죽은 가영이가 돌아오디...?"


"아니. 하지만 네 놈의 목숨은 끊어줄 수 있지. 죽여달라고 빌어 봐. 안 그러면 계속 이 고통을 느낄 거다."


보스는 다시 한번 허리를 꽉 밟는다. 이젠 그의 허리가 납작해지다 못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케헤헿... 역시 넌 옛날과 달라진 게 어써... 그러니까 가영이도 네가 아니라 날 만난 거지..."


"그 입 닥쳐! 그 뱀 혓바닥 처넣으라고!"


"아직도 내가 가영이를 찾아간 줄 아라...? 그녀가 날 찾아온 거라고... 날 찾아와서는 널 구해달라고... 자기를 구해달라고... 크하하하하하...!"


"그 입 닥치라고 했지! 으아아아아아!!"


보스는 단검을 춘식의 척추를 향해 그대로 찍어 누른다. 그리고 쭉 그으면서 칼을 뽑아냈다.


"꺼헉...! 억..."


이에 그치지 않고 춘식의 머리를 잡아 목에 칼을 움푹 꽂아 버린다. 그대로 꾹 누른 채로 계속 힘을 가한다.


"흐우욱... 흐우욱... 죽어... 죽으라고..."


"보스..."


아이루트가 조용히 보스에게 다가가자, 보스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뒤돌아 우릴 쳐다본다. 그때, 나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표정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분노만이 가득해 보였다. 복수를 마쳤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우릴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보스, 끝났어요. 그 녀석 이미 죽었다고요."


보스는 그 말을 듣고는 조용히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목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 온몸이 축 늘어진 몸뚱이.


춘식은 그렇게 죽어 버렸다. 보스도 마침내 단검을 쥐고 있던 손을 떼자, 어찌나 힘을 준 건지 손에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후우우... 후우우... 이런... 이런 추태를 보여줘서 미안하군... 다들..."


"괜찮아요. 그 새끼는 그렇게 죽어도 쌌잖아요."


론도가 거들자 아이루트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우리 모두 보스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봤고, 이후에 다가오는 두려움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래... 그래... 그 말이 맞아..."


보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춘식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마지막을 더이상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우리에게 조용히 명령을 내렸다.


"저 밖에 던져버려. 나머지는 누구든 알아서 하겠지. 이제 관심을 두고 싶지도 않군..."


그렇게 보스는 먼저 자리를 떠난다. 막상 우리만 남았을 때, 아무도 나서지 않자 내가 천천히 춘식에게 다가갔다.


주원도 이를 보고는 내 뒤를 따라온다. 그리고 다른 갱단원들에게 모두 수고했다며 먼저 떠나보냈다.


"내가 머리를 잡을게. 넌 거기 다리 잡아."


주원의 말을 듣고 다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두 발을 붙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축 늘어진 시체는 생각 이상으로 무거웠다. 그래도 꽉 잡고 주원의 신호에 맞춰, 옥상 저 멀리 던질 때 손을 뗐다.


춘식의 몸은 저 아래를 향해 추락한다. 그리고 건물 앞에 있던 담에 부딪혀, 우둑 꺾이는 소리와 함께, 담에 걸린 채로 축 늘어졌다.


"수고했다. 이제 돌아가자."


주원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나도 주원을 따라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 조용히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려본다.


지금까지 봐왔던 보스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항상 내게 따뜻하게 대해줬던 보스가, 그 누구보다도 분노에 휩싸인 표정으로 춘식을 죽였다.


'이게 갱인 거지. 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럼 나도 나쁜 사람이냐."


'넌 네가 죽인 사람의 수를 세봤어?'


영훈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물론 죽은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하진 않았지만, 처음 살인을 저질렀을 때와 달리 죽은 사람의 얼굴이 서서히 잊히는 것만 같았다.



* * *



"보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휴전 중이잖아. 지금 복구하는 거에 신경 쓸 게 산더미인데 굳이 더 나갈 필요가 있어? 이제 갱 전쟁도 거의 막바지인데 굳이 더 나갈 필요는 없다고."


갱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이텔의 보스인 춘식이 죽은 후, 하이텔 구역을 모두 점령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안건은 홍화단을 이대로 가만히 둘 것인가. 홍화단도 여전히 아래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었고, 의외로 홍화단과 싸우자는 갱단원은 생각보다 많았다.


"안래구가 우리 손에 들어오는 순간이라고요, 보스. 어차피 안래구에서만 활동하면 되는 거고, 우리가 마약에 손을 대는 것도 아니잖아요."


"홍화단이 마약을 취급하던가?"


"네! 아무리 우리가 마약을 막는다고 해도, 저놈들이 계속 유통하면 끝이 없을 거예요."


우리는 마약을 취급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런 인식으로 시민들에게도 의적이라는 호응을 얻으려는 건데, 우리 구역에서 마약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아서 좋을 건 없었다.


하지만 홍화단에서 계속 마약을 취급한다면, 결국 그 마약이 우리 구역까지 들어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로 휴전을 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수결은 어떤가요. 그나마 인도적인 거 같은데."


"다수결로 하면 너무 불리하잖아. 당장 영훈 저 자식은 홍화단을 치는 데 동의할걸?"


예전에도 날 못 믿어서 홍화단 협상 때도 데려가지 않으려다가, 결국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간 게 아니었나.


그런데 저렇게 말해버리면 내가 홍화단에서 참은 이유가 아무것도 아니게 된 셈이 된다. 이렇게 공개적인 석상에서 무안을 주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홍화단 습격에 반대할 거야?'


물론 그건 아니지. 내 대답을 들은 영훈은 혼자서 낄낄대며 웃는다.


갱 전쟁이 끝나면 더이상 전투를 벌이지 않기로 기업과도 약속했다. 그래서 우리도 맘 놓고 실컷 전투를 벌인 거였고.


즉, 지금이 홍화단을 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그들과 약속한 휴전도 쉽게 깰 수는 없다.


"놈들이 우릴 먼저 공격하면 어떨까요?"


끝나지 않는 안건에 모두가 지쳐갈 때쯤, 보스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가운데, 보스는 재차 물었다.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 홍화단이 천리안을 먼저 공격하게 유도하는 거예요."


"놈들이 어떻게 우릴 공격하게 할 건데? 그놈들에게 뇌물 따위는 안 통할걸?"


정욱이 말도 안 된다면서 내 말에 트집을 잡는다. 주원은 그에게 은근히 눈치를 주면서 다시 내가 발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굳이 홍화단이 직접 공격하게 할 필요는 없죠. 만약 홍화단이 우릴 공격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휴전을 깬 건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되는 셈이죠."


"그 소문은 어떻게 퍼뜨릴 건데?"


"저야 모르죠.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건 갱단 전문 아닌가요?"


나는 그저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리고 분위기가 제법 유리하게 흘러가자,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찰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뭐, 변장이라도 하라 이건가?"


"나쁘지 않네... 찌라시를 퍼뜨리는 건 영일과 레인이 맡고, 변장은 정욱 네 전문이잖아. 이 기회에 홍화단인 척해도 좋을 것 같은데.

홍화단인 척하고 우리 구역을 습격해. 이제 막 갱단에 들어온 카츠야쿠나 하이텔 놈들을 처리하는 게 편할 거야.

우리는 갱단원이 습격당했다고 포장하면 되는 거고, 회의적인 갱단원들은 홍화단을 적으로 돌리겠지. 마침내 여론이 돌아오는 순간, 그놈들을 친다."


주원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 바로 다음 단계를 제시했다.


"의상은 어디서 구하고?"


"그건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지."


주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정욱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표정을 구기고는 먼저 자리를 뜬다.


"어디 가?"

"의상 구하라며!"


보스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정욱이 먼저 떠났다. 하지만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보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웃으며 말한다.


"좋은 의견이었다, 영훈. 정말 잘했어."


보스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엷은 미소를 띤다. 물론 나도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막상 옥상에서의 일이 떠올라 그 미소를 오래 지을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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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도미닉 – 결정의 순간 23.01.27 8 0 12쪽
180 도미닉 – 종달새 23.01.26 9 0 14쪽
179 도미닉 – 부활? 23.01.25 15 1 13쪽
178 우인 – 순도 90% (4) 23.01.24 16 0 13쪽
177 우인 – 순도 90% (3) 23.01.23 18 0 13쪽
176 우인 – 순도 90% (2) 23.01.20 15 0 13쪽
175 우인 – 순도 90% (1) 23.01.19 19 0 12쪽
174 에밀리 – 나만의 복수극 23.01.18 14 0 13쪽
173 도미닉 – 동족상잔 (2) 23.01.17 15 1 14쪽
172 도미닉 – 동족상잔 (1) 23.01.16 15 1 13쪽
17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5) 23.01.15 10 0 12쪽
170 네빌 – 프레토리아 (2) 23.01.14 15 0 14쪽
169 네빌 – 프레토리아 (1) 23.01.13 11 0 12쪽
16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4) 23.01.12 12 0 12쪽
167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7) 23.01.11 12 0 12쪽
166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6) 23.01.10 19 1 14쪽
165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5) 23.01.09 16 0 12쪽
164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4) 23.01.06 16 0 12쪽
163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3) 23.01.05 17 0 12쪽
162 에밀리 – 비밀과 비밀 사이에서 23.01.04 19 0 14쪽
161 도미닉 – 부활 23.01.03 16 0 12쪽
160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2) 23.01.02 21 0 13쪽
159 우인 – 네오 서울에서 살아남기 (1) 22.12.30 19 1 12쪽
158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3) 22.12.29 16 0 12쪽
157 다큐멘터리 – 아프리카 보복 전쟁 2086년 03월 10일 22.12.29 21 0 17쪽
156 우인 – 상경 (5) 22.12.28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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