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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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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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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 – 동해 바닷가

DUMMY

"새롭게 출시될 SSAF 타입의 슈퍼에 슈퍼를 붙여서 더욱 강력해졌다는 것을 강조했지요!"


"크흠, 진행자님. 두 번째 S의 약자는 Super가 아니라 Strengthen의 약자입니다."


"그런가? 크흠흠, 죄송합니다. 솔직히 SAF라고 하지 누가 풀네임 그대로 씁니까? 하하하하!

어쨌든 다시 소개해 드립니다, 초강력 인공 프레임, 줄여서 SSAF 기종을 말이죠!"


진행자가 신종 골격을 공개하자, 모여있는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SSAF-1과 기존의 SAF-15와 비교했을 때, 153% 강력해졌으며, 72% 향상된 속도와 호환성을 통해 자연스러운 성능을 보여줍니다.

물론 기존 고객들을 위해 SAF 기종도 계속 출시될 테니 안심하시죠. 가격은 잠시 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숫자 끝에 소수점을 갖다 붙이는 병신 같은 불법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래요. 하하하하!"


중앙 무대에서 웃음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홀로 박람회 주변을 둘러보았다. SSAF 기종 말고도 다른 볼거리도 많았다.


그리고 애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앞에서 설명하고 있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방화벽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녀석들도 있지.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그만큼 문제점도 많은 편이야.

예를 들어 2개와 6개를 장착한 두 사람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6개를 장착한 사람은 확실히 보안이 2개와 비교했을 때 더 뛰어난 걸 볼 수 있지.

하지만 이를 뚫을 정도로 뛰어난 해커가 이 보안을 모두 해제하면..."


방화벽 2개를 장착한 사람은 하나가 뚫리자마자 해킹 경고가 노출되었지만, 6개를 장착한 사람은 모두 뚫릴 때까지 경고가 노출되지 않았다.


"보면 알겠지만 그만큼 해킹에 둔해지게 돼. 그리고 모두 뚫리고 알아차렸을 땐, 이미 늦은 뒤겠지. 더군다나 이만한 보안을 뚫었으니까 조종할 수 있는 항목도 많아지고."


선생님이 손을 휘젓자, 그 사람도 똑같이 손을 들어 올린다. 마음대로 조종까지 가능하고, 마침내 과부하를 일으켰을 때 머리가 펑 하고 터진다.


"2차 방화벽까지 뚫린 사람에게 과부하를 일으켜 터뜨리는 건 불가능하지. 그만한 전력을 소모하지 않으니까.

애초에 저런 과부하가 벌어지는 이유도 지나친 방화벽 때문에 발생하는 거니까. 그렇다면 너에게 묻도록 하마, 영훈.

어째서 그때 가만히 있었던 거지?"


모두의 시선이 날 향한다. 검게 그을린 형체들과 피로 뒤덮인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날 쳐다본다.


"네, 네?"


"넌 그때 명진이의 잠금장치를 풀 수 있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 왜 그랬던 거냐? 저번에 욕했던 거에 대한 분풀이냐?"


"저, 저는... 그게..."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덥석 잡는다. 흠칫 놀라며 뒤돌아보자 새까맣게 탄 얼굴을 한 명진이가 날 붙잡았다.


"그래... 어째서 날 그대로 둔 거야... 내 얼굴... 이렇게까지 안 돼도 됐었잖아..."


"그, 그게... 나는..."


"살려내! 살려낼 수 있어?! 못 살려내잖아! 넌 그때 분명히 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대체 왜 그런 거야! 내가 그렇게 싫었어?!"


"미안해...! 그때 너무 갑작스러웠고 정신없어서 그만... 크흡...!"


명진이는 이내 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비겁한 변명이야... 결국 너 때문에 모두가 죽은 거야...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너 때문에.



* * *



"케흡... 크윽... 허억... 허억..."


눈을 떠 보니 매트 위에 누워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옆에서 잭슨이 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잭슨..."


"캠핑이 싫다면 진작 싫다고 말하지 그랬어."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알아, 욘석아. 악몽이라도 꾼 모양이구나. 네 이야기는 들었어. 그런 사건을 직접 겪었는데도 악몽을 안 꾸는 게 이상한 거라고."


이제 여름이나 다름없는 날이 지속하는 와중에, 의외로 이곳은 제법 선선한 편이었다.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바다가 근처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잭슨은 옆에 있는 낚싯대를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날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이제 곧 해도 뜰 텐데 낚시하러 같이 가지 않겠니?"


잭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내게 낚싯대를 쥐여주고는 먼저 움직였고, 나는 조용히 그를 뒤 따라갔다.


그렇게 잭슨과 함께 자리에 앉아 조용히 낚시를 즐겼다. 서로 이야기도 크게 나누지도 않고,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죽하면 영훈도 지루하다면서 나한테 칭얼거리더니, 결국 명상이나 하겠다며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입질이 오길 2시간은 넘게 기다린 거 같다. 내 낚싯대는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잭슨의 양동이에는 잡힌 물고기만 3마리나 있다.


"또 자리 바꿔줄까?"


"됐어요, 자리 바꿔도 그대로 던대요."


도중에 자리를 바꿔봤지만 소득은 없었다. 미끼에 마약이라도 넣었나, 똑같은 낚싯대에 똑같은 미끼를 썼을 텐데 내 자리에서만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하핫! 낚시는 조급할 필요 없어. 나도 유독 운이 좋아서 이런 거지, 언제는 8시간 내내 앉아 있었는데 한 마리도 낚질 못하더구나."


잭슨을 따라 동해로 나온 지 벌써 사흘이 지났던가. 이렇게 지루한 작업인 줄 알았으면 따라오지 말 걸 그랬나 싶다.


그래도 잭슨이 직접 공수해온 고기를 구워 먹거나, 그의 모험담을 듣는 건 상당히 재밌었다. 지금 낚시만 지루한 거지, 다른 건 모두 좋은 경험이었다.


"낚시는 재밌지 않니?"


"글쎄요... 저는 그냥 그랬어요."


잭슨과 캠프 자리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떠나기 전 한 마리라도 잡아서 다행이다.


"근데 동해는 처음 가봤었는데 신기하네요. 소문에 따르면 방사능 절인 바다가 가득할 거라고 했는데."


"으핫핫핫! 바다가 그 정도였으면 우리도 이렇게 살아있지 못했을 거다. 지금 잡은 물고기들도 잡지 말고 다 방생해야 할걸?"


물론 잭슨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는 오래전에 핵전쟁으로 난리가 났다는 걸 떠올리며 말한 이야기였다.


그 당시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지금의 네오 서울과는 다른 분위기였다고 하니까. 사실 100년 전과 지금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당연하지.


"어쨌든 고생 많았어. 생선은 내가 굽고 있을 테니까, 넌 텐트에 들어가서 쉬고 있어라."


잭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먼저 텐트로 들어간다. 텐트 내부는 의외로 잘 꾸며져 있었다.


텐트라고 생각하면 집보다 못한 곳이라고 떠올리기 마련인데, 얇은 천막이 비도 잘 막아주니 나름 살만한 공간으로 보였다.


특히 이런 곳까지 나오면 휴대용 넷 장비를 따로 준비해두지 않는 이상, 넷 근처도 들어가기 힘드니까.


영훈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 녀석도 지금 생활을 제법 즐긴 모양이다. 이따금 자기도 캠핑 같은 거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니.


잠시 텐트 안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축내는 사이, 잭슨이 날 부른다.


밖으로 나오자 모닥불 주변에 생선이 꽂혀 있었고, 가운데에는 고슬고슬한 냄비 밥이 완성되어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는 동안, 잭슨은 밥을 떠서 내 앞에 마련해준다.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생선은 뼈를 잘 발라야 맛있어."


잭슨은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으로 생선을 잘게 나눈다. 그리고 생선의 뼈를 다 발라내고 이를 담긴 접시를 내 앞에 둔다.


"맛있게 먹어라."

"잘 먹겠습니다."


불에 직접 구워서 그런지 불향과 어우러진 생선 맛은 기가 막혔다. 유들유들한 빛깔을 내는 생선은 촉촉하게 넘어갔고, 지금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진다.


그렇게 식사를 즐기는 사이, 잭슨은 날 가만히 보고 있었다. 나도 이를 느끼고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잭슨과 눈을 마주쳤다.


"...곧 큰일이 벌어질 게다."


잭슨은 상당히 진지한 목소리를 깔면서 내게 말한다. 나도 그 목소리를 듣고는 잠시 접시를 내려놓고 집중했다.


"갱단끼리 전쟁이 벌어지면 일반 시민들도 그 위험에 시달리게 되겠지. 아무리 기업이 뒤를 봐준다고 해도 요즘 도가 지나칠 정도였고.

그리고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게야. 당장 저번에 들었을 때만 해도 벌써 카츠야쿠 놈들을 습격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에게 제의하려고 이 바다에 초대한 거야. 보스도 이를 염두에 두었고 말이야."


"어떤 걸 말하는 거죠?"


"갱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당분간 나와 함께 여기서 지내는 건 어떻니? 여기가 아니라도 일단 네오 서울에서 한두 달 정도 지내는 거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전쟁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 평소처럼 지내는 거야. 어려운 것도 없고 음식이나 필수품은 내가 챙겨 올 테니까 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잭슨의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과연 그들과 떨어져 지내는 건 괜찮은지, 지금 생활이 크게 문제없는 건지.


'난 되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걸 경험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 네오 서울의 그 지긋지긋한 풍경을 보지 않아도 되잖아.'


"넷에 들어갈 일이 많지 않게 될 텐데 넌 괜찮아?"


'전쟁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언제 갑자기 총 맞아 죽을까 벌벌 떠는 삶을 사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지 않아?

솔직히 여기까지 오면서 갑자기 습격을 받거나 그런 거 경험해본 적 있어? 당장 네오 서울에선 길 가다가 갑자기 총 맞아 죽을 수도 있잖아.

심지어 안전하다고 믿었던 학교에서조차 그런 일을 당했고 말이야. 지금으로선 안전을 도모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사실 안전한 게 최고다. 진짜 갱 전쟁이 벌어진다면 서로의 영토를 두고 치고받을 텐데, 내가 그런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한편으로는 나도 이런 전쟁에 참여하는 걸 갈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머뭇거리며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자, 잭슨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기다려준다.


"저는... 글쎄요... 잭슨과 둘이서만 빠져나오는 건 좀..."


"선택은 너에게 전적으로 맡기마. 우린 그저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네가 안전하게 있길 바라서야."


잭슨의 기대와 달리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는 긍정보다 부정에 가까운 느낌이었으리라.


잭슨은 이런 나를 보고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뭐, 젊을 때라 그럴 수 있지. 나도 왕년에는 네오 서울에서 떵떵거리고 살았다고."


물론 잭슨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한때 슈트 같은 걸 입고 전장에 참여하거나, 남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였다.


정작 지금 그의 몸을 보면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진 않는데. 더군다나 잭슨도 자연이라 사이보그보다 약한 건 당연했다.


"못 믿는 눈치구나. 뭐, 사실 나는 한 갱단에 속해있지 않았었거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고, 인맥을 쌓는데 급급했던 시절도 있었지.

지금은 다 허황되게 느껴져서 지금처럼 천리안에 속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너도 알다시피 그곳에 오래 있지 않고, 지금처럼 밖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더 많잖냐."


하긴, 당장 만수도 이런 자유분방한 잭슨의 행보를 썩 좋게 보지 않았다. 차라리 그렇게 돌아다닐 시간에 조금이라도 갱단을 위해 노력하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지.


"미안해요, 잭슨. 아무래도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괜찮아. 아까도 말했지만 네 선택을 존중해준다니까.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 밥이랑가 다 식겠다. 어서 먹자. 오늘 하루 푹 쉬고, 내일 돌아가자꾸나."


잭슨은 내 등을 토닥여주고는 다시 식사하기 시작한다. 나도 그를 따라 조용히 밥 접시를 들고 한 입 먹는다.


잭슨과 보스가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홍화단을 족칠 기회를 놓칠 순 없다.


갱 전쟁이 벌어진다면 주변의 갱단을 처리할 것이고, 결국 근방에 있는 홍화단까지 공격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난 네 몸 잘 간수해서 살아있었으면 좋겠는데.'


"내 몸이니까 신경 끄시지."


'내 몸이기도 하거든? 갑자기 총 맞아 죽기는 싫은데.'


영훈은 빈정 상한다는 듯 말하고는 이내 조용히 있었다. 그래도 이 녀석도 내 뜻을 존중해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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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영훈 – 핵가족 (2) NEW 20시간 전 4 0 13쪽
131 영훈 – 핵가족 (1) 22.11.24 5 0 12쪽
130 영훈 – 형제애 (4) 22.11.23 8 0 13쪽
129 영훈 – 형제애 (3) 22.11.22 8 0 13쪽
128 에밀리 – 불행의 끝 22.11.21 8 0 13쪽
127 에밀리 – 불행의 연속 (3) 22.11.18 9 0 12쪽
126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2) 22.11.17 9 0 12쪽
125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1) 22.11.16 13 0 13쪽
124 영훈 – 형제애 (2) 22.11.15 14 0 12쪽
123 영훈 – 형제애 (1) 22.11.14 9 0 13쪽
122 도미닉 – 부활 22.11.11 11 0 14쪽
121 에밀리 – 불행의 연속 (2) 22.11.10 13 0 12쪽
120 에밀리 – 불행의 연속 (1) 22.11.09 11 0 13쪽
119 영훈 – 붕괴 (4) 22.11.08 11 1 12쪽
118 영훈 – 붕괴 (3) 22.11.07 11 0 12쪽
117 영훈 – 붕괴 (2) 22.11.04 12 1 12쪽
116 영훈 – 붕괴 (1) 22.11.03 14 1 12쪽
115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2) 22.11.02 13 1 12쪽
114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1) 22.11.01 14 1 12쪽
113 영훈 – 갱 전쟁 (14) 22.10.31 14 0 13쪽
112 영훈 – 갱 전쟁 (13) 22.10.28 15 0 12쪽
11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1) 22.10.27 16 0 14쪽
110 다큐멘터리 – 아프리카 보복 전쟁 208■년 0■월 ■■일 22.10.27 17 0 8쪽
109 도미닉 – 은퇴 22.10.26 18 0 12쪽
108 영훈 – 갱 전쟁 (12) 22.10.25 13 0 13쪽
107 영훈 – 갱 전쟁 (11) 22.10.2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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