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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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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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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 새로운 친구?

DUMMY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골목길. 바깥에서 휘황찬란하게 피어오르는 푸른 빛과 달리 이곳은 검붉고 어두침침하다.


실외기에서는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만 하고, 문들은 무심한 듯 굳게 닫혀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검은 차림의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온다.


"오랜만이야, 양석."


양석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나와 마주 보며 조용히 묻는다.


"이런 곳에 날 부른 이유는 있으리라 믿지만... 별거 아니라면 바로 돌아갈 거야."


"헤르메스 프로젝트라고 들어봤어?"


"흐음, 듣기만 했지. 아직 상용화도 안 된 께름칙한 프로젝트 건드려서 좋을 거 없거든."


그래도 이에 대해 조금 조사는 해온 것 같아 다행이다. 아예 모르는 일이었으면 바로 알려주기도 힘들었는데.


이전에 복사해둔 파일들을 정리하고 넣은 칩을 양석에게 건네줬다. 물론 늘 그렇듯이 내 흔적은 최대한 지워두었다.


"이번에는 또 뭐야."


"그 프로젝트와 관련된 거."


양석은 칩을 목에 넣고는 빠르게 내용을 훑어본다. 한참이 지난 후에도 그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뭔가 성에 안 차?"


"흐으음... 워낙 익숙한 풍경이라 별다른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데."


"저번에 내가 준 바이든 건은 잘만 받더니."


"그때는 언플을 먼저 한 것도 있고 입질이 괜찮았으니까. 그거 하나 터졌다고 바이든 사가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잖냐.

애초에 기업 간의 싸움이니까 가능한 거였지만... 물론 지금 것도 그렇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여기에 적힌 대로 50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게 작은 건 아니지. 하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뭔가 화력이 부족하달까나...

이걸 공개한다고 해서 기업에 대단한 타격을 주는 것도 아니고, 셰어-캣 사건처럼 큰 특종도 아니야. 쉽게 말해 얼마 안 가 금방 잊힐 그런 느낌?"


"그럼 다시 돌려주던가."


내가 칩을 돌려받으려고 손을 내밀자, 양석은 살짝 뒤로 물러나고는 웃으면서 말한다.


"내가 언제 안 받는다고 했나? 그래도 50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는데 이런 건 밝혀내야지, 암. 이것도 나름 특종으로 볼 수 있다고."


대체 저 특종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셰어-캣 사건도 30명 가까이 되는 학생이 죽은 사건인데 이보다 더 많이 죽은 사건은 특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어쩌면 그만큼 당연시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누가 키우는지도 모르는 고아들을 모아 실험 중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해도, 결국 자기 자식도 아니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까.


요즘 뉴스는 자극적이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을 정도다. 당장 갱단끼리 서로 총격전을 벌이고 하루에 수십이 죽어 나가는데 누가 신경 쓰겠는가.


"어쨌든 정보는 잘 받았어. 그럼 너한테도 필요한 걸 주면 되려나?"


양석은 또 다른 칩을 내게 건네주며 말한다. 나는 그 칩을 받아 목에 삽입하고, 정보를 불러들인다.


"이건... 하, 나도 잊고 있었던 건데."


"헤르메스 프로젝트 따위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거라고. 문제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몰라서 함부로 내보낼 수 없는 게 흠이지만."


이전에도 종달새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낸 적이 있었지. 물론 내가 의도를 갖고 찾으려던 정보는 아니었다.


넷에서도 거의 찾을 수도 없는 정보인데, 이 녀석은 용케 이걸 정리해서 보내줬다. 여기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아내는 건 내가 할 일이겠지.


"고마워, 잘 쓸게. 너도 그거 잘 써줘."


"그나저나 의외네. 이런 사건에도 네가 신경을 다 쓰고 말이야. 혹시 뭐 걸리는 게 있나 보지?"


적어도 쌍둥이에게 필요했던 걸 지금 보여줘야만 했다. 만약 이런 정보가 좀 더 일찍 세상에 밝혀졌다면, 다른 프로젝트는 몰라도 그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람은 다 풀려났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겨우 내 비약에 불과하다. 어쩌면 희생자 중 진심으로 쓸모 있게 되어 기뻐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럼 수고해."


양석도 내 인사를 받고 뒤돌아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며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도 다시 내 차로 돌아간다.



* * *



"흐음, 여기 너무 오랜만에 와보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인형들은 제법 이른 시간부터 접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온다.


"언니, 오랜만이네? 여기 온 김에 한 번 들어오지 않을래? 언니가 원하는 사양 다 맞춰져 있을 텐데~♥"


인형은 내 몸을 어루만지며 은근히 유혹한다. 애초에 여길 사용하는 목적보다는 왓슨이 언급해서 찾아온 것 말고는 없는데.


"뭐, 이유가 있겠지. 그래, 어디 한 번 들어가 보자고."


인형은 내 손을 조심스레 잡으며 안으로 안내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자욱한 마약이 섞인 안개와 자홍빛과 어우러진 조명이 나를 반긴다.


계산대에 서 있는 안내원 안드로이드가 친절하게 맞이한다. 날 부른 인형은 내 손을 꼭 잡으며 옆에 서 있었고, 그사이에 다른 인형이 밖으로 나간다.


"오랜만이에요, 에밀리 탐정님. 거의 2년 가까이 사용 안 하셨네요."


"바빴어."


안내원은 더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옆에 있는 인형이 살짝 거슬려 빤히 쳐다보자, 인형은 앙탈을 부리듯 내 손을 잡으며 말을 잇는다.


"난 언니가 좋은데 같이 있으면 안 돼?"


"응, 안 돼."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인형은 아쉽다는 듯 내 손을 떨쳐내고 밖으로 향한다. 안내원은 그녀를 끝까지 바라보더니 이내 나에게 말한다.


"요즘 인기가 별로 없는 인형이라 그래요. 주변에 워낙 예쁜 인형들이 많아서 말이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성 한 명이 껄껄 웃으면서 다른 인형과 함께 들어온다. 그래도 아까 인형도 충분히 매력적인 거 같은데.


"혹시 여기에 나한테 온 선물... 같은 거 없어?"


"에밀리 씨에게 온 선물이요? 어디 보자... 근데 사무소로 보내지 않고 여기로 배송한 거예요?"


그러게. 정말 선물이 있으면 그냥 내 사무소나 집으로 보내면 되지, 번거롭게 여기로 보낼 필요가 있었나 싶은데.


그냥 왓슨이 기분이나 풀라고 여기로 보낸 거라면 그냥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한 나와 달리 안내원은 웃으면서 말한다.


"그 선물이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밀리 씨가 원하는 게 최근에 들어온 것 같긴 하네요."


"내가 원하는 거? 그건 또 무슨..."


그때, 누군가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안내원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녀에게서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아함이 느껴졌고, 보랏빛의 조명으로 뒤덮인 배경조차 무시할 정도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가 눈에 띈다.


당장 옆에 다른 인형과 걸어가고 있던 남성의 눈길을 끌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렇게 모두의 관심을 끌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누가 봐도 황홀함에 빠질 것만 같은 엷은 미소를 띠며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이게... 내 선물이야?"


[안녕, 에밀리.]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기존에 들렸던 기계적인 톤은 없어졌지만 내가 아는 그 목소리가 분명하다.


"와, 왓슨?! 너 이 몸 대체 어떻게 해먹은... 이건 뭔... 이게..."


당황하여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안내원은 그녀를 보고는 웃으면서 설명해준다.


"이곳에 와서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어디서 주문 제작한 건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냥 방 하나를 대여해서 그곳에 오래 머물렀으니까요. 그리고 손님은 언제 오나 했는데 아무래도 에밀리 씨가 알 것 같더군요."


애초에 이유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겠지. 일단 그런 걸 다 떠나서 왜 이곳에 와서 민폐를 끼치냐고.


[흠, 혹시 별로야?]


"아니... 그럴 리가..."


[다행이네. 그럼 가볼까?]


"어, 어디로..."


왓슨은 내 팔을 꽉 붙잡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한 채로 얼떨결에 따라 들어갔다.


"그래..."



* * *



침대에 누워 어두운 방을 잠시 둘러본다. 자홍빛의 조명이 방의 가장자리만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그리고 오른팔을 위로 들어 올리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오늘 사건이 벌어진 순간까지만 해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말이지.


왓슨이 내 가슴과 팔 사이로 얼굴을 불쑥 내밀어 기댄다. 그리고 그녀는 내 뺨에 조용히 키스하며 말한다.


[흠, 확실히 자연과 사이보그는 차이가 있구나.]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설정한 건데... 그나저나 나와 하는 동안에 이런 거나 분석하고 있던 거냐?"


[이런 몸을 가진 것도 처음이니까 느껴볼 게 많아서 말이지. 그래도 남들이 왜 자연을 선호하는지 알 것 같아.]


왓슨은 검지를 길게 내밀고는 배꼽부터 천천히 위로 스윽 훑는다. 그리고 내 턱에 가까이 대고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 묻었어?"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도 나한테는 꽤 신기한 풍경이라서 말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내 몸과 동기화가 되어있다고 해도 내 얼굴을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왓슨의 본체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빈번하니까.


왓슨은 이내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날 껴안으며 입술을 맞댄다. 나 역시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면서도 말을 이었다.


"으음... 그나저나 네 몸은 뭐냐. SAF?"


[하, 언제는 나보고 뭐라 했으면서 자기도 똑같네.]


"SAF가 아니면 당장 내쫓을지도 모르지. 근데 진짜 어디서 만든 몸이야? 솔직히 진짜 이렇게... 이렇게... 뭐라고 해야 하지... 이런 완벽한 몸매나 미모는 처음 보는데."


[그냥 편하게 이상형이라고 말하지 그래?]


"그으래... 완전 내 이상형이라서 말이지..."


[너와 함께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생각해? 그동안 쌓인 데이터로 네 취향 정도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이 녀석에게 참 많은 걸 기대고 있었구나. 그러니 왓슨도 나에 대해 알만큼 다 아는 거고.


"돈은 어디서 났고?"


[네 돈 좀 썼지.]


"무, 뭐?! 네 돈도 아니고 왜 내 돈을 써?!"


[이상한 지구본이나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는 괴상한 물품 따위 보는 것보다 나은 거 같은데. 그리고 안드로이드 보험 들여놓은 거 기억나?]


"그런 것도 들었나."


[응, 들었어. 존슨이 죽고 얻은 보험비로 충당해서 지금 몸을 만든 거야.]


나와 상의도 없이 그런 일을 벌여서 분명 화가 나야 할 터인데 정작 화가 나질 않는다. 어쩌면 왓슨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에휴, 그래. 솔직히 지금까지 돈 날아간 것도 몰랐으니까... 아무튼 슬슬 일어나자. 여기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하나씩 주워 입는다. 왓슨도 날 따라 옷을 입고는 조용히 기다린다.


마침내 방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곳은 확실히 방음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되어있단 말이지.


이윽고 안내원과 마주쳤고, 그는 우리가 나오는 걸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만족스러우셨나요? 물론 저희 서비스는 아니지만, 표정이 처음 방문하셨을 때와 비교하면 행복도가 89% 증가하셨네요."


"닥쳐."


그렇게 출입구를 열어젖힌 순간이었다. 밖에서 뭔가 싸우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리도 성인이나 다를 바 없다고! 14살에 온갖 비싼 지식들 꾸역꾸역 넣었는데 그것도 없는 어른들보다 더 나은 게 당연한 거 아냐?"


성인도 아닌 녀석 3명이 앞을 서성이면서 싸우고 있다. 경호원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지만, 녀석들은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씨발 내가 너보다 아는 게 많다고. 지금 서강전자에 입사 신청서 내도 누구나 다 날 데려가려고 안달이 날걸?"


"아씨, 좀 닥쳐라."


"아그가가가가가각...!"


그렇게 잘난 척을 하던 녀석은 내 해킹 한 번으로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이를 본 친구들은 놀라면서 도망치기 바빴고, 한 명만 바닥에 쓰러진 채로 방치됐다.


"고마워, 언니..."


아까 날 이끌던 인형이 꾸벅 인사한다. 경호원은 쓰러진 녀석을 부축하며 저 멀리 걸어가 쓰레기장에 버린다.


"됐어, 언제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되면 서비스나 잘해달라고. 가자, 왓슨."


직접 경험하는 것과 칩으로 때우는 지식은 비례하진 않거든. 칩으로 온갖 유명한 전술이나 전투 지식을 넣어도, 수십 년 직접 전투에 참여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단순 칩으로 경험과 성숙함을 모두 안겨주지 못한다. 물론 애들이 이런 걸 얼마나 잘 아는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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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영훈 – 핵가족 (2) NEW 20시간 전 4 0 13쪽
131 영훈 – 핵가족 (1) 22.11.24 5 0 12쪽
130 영훈 – 형제애 (4) 22.11.23 8 0 13쪽
129 영훈 – 형제애 (3) 22.11.22 8 0 13쪽
128 에밀리 – 불행의 끝 22.11.21 8 0 13쪽
127 에밀리 – 불행의 연속 (3) 22.11.18 10 0 12쪽
126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2) 22.11.17 9 0 12쪽
125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1) 22.11.16 13 0 13쪽
124 영훈 – 형제애 (2) 22.11.15 14 0 12쪽
123 영훈 – 형제애 (1) 22.11.14 9 0 13쪽
122 도미닉 – 부활 22.11.11 11 0 14쪽
121 에밀리 – 불행의 연속 (2) 22.11.10 13 0 12쪽
120 에밀리 – 불행의 연속 (1) 22.11.09 11 0 13쪽
119 영훈 – 붕괴 (4) 22.11.08 11 1 12쪽
118 영훈 – 붕괴 (3) 22.11.07 11 0 12쪽
117 영훈 – 붕괴 (2) 22.11.04 12 1 12쪽
116 영훈 – 붕괴 (1) 22.11.03 14 1 12쪽
115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2) 22.11.02 13 1 12쪽
114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1) 22.11.01 14 1 12쪽
113 영훈 – 갱 전쟁 (14) 22.10.31 14 0 13쪽
112 영훈 – 갱 전쟁 (13) 22.10.28 15 0 12쪽
11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1) 22.10.27 16 0 14쪽
110 다큐멘터리 – 아프리카 보복 전쟁 208■년 0■월 ■■일 22.10.27 17 0 8쪽
109 도미닉 – 은퇴 22.10.26 18 0 12쪽
108 영훈 – 갱 전쟁 (12) 22.10.25 13 0 13쪽
107 영훈 – 갱 전쟁 (11) 22.10.2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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