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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5.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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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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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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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 – 가족이 되는 방법 (7)

DUMMY

"영훈이라고 했나?"


"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닥터 타오였다. 닥터 타오는 내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아마 나와 자주 볼일은 없을 거다. 아니, 없어야만 하는 거고. 왜냐하면 나는 아픈 곳 없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거든.

다른 사람 보기 싫어서 마더한테도 항상 밥을 따로 달라고 할 정도고 말이야. 일단 여기 앉아봐라. 그래서 어디가 아픈 거지?"


닥터 타오는 날 딱딱한 의료 침대에 앉히면서 묻는다. 이를 말해줘야 하나 싶어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마지못해 말을 꺼냈다.


"트라우마라고 해야 될까요... 제가 요즘 불면증에 시달려서요..."


"트라우마? 불면증? 흐음, 네 기록을 조사하면서 몇몇 특이사항이 있단 건 알고 있다만. 이를테면 역시 셰어-캣 사건 때문이겠지?"


"네에... 근데 제 기록을 따로 조사했다고요?"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 우리 가족에 새로 들어왔는데 신상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지. 그나저나 정말 힘들었긴 하겠구나.

물론 내가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친한 친구도 잃었을 테고 고생깨나 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에서 틀린 건 딱히 없었으니까.


"흐음... 안타깝게도 나는 처방 말고는 도와줄 방법이 없어. 일단 불면증을 해소해줄 약을 줄 테니까 당분간 이걸 먹도록 해.

물론 부작용도 있기는 하지... 이를테면... 먹는 시기를 여럿 놓치면 지금까지 먹은 만큼의 고통이 밀려올 수도 있다거나."


허, 부작용치고는 너무 큰 거 아닌가. 그렇다고 이에 대해 더 따질 기력도 없었다.


"근데 이런 약이 수요가 그렇게 많나요."


"뭐, 약은 명예제약이 싹 잡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쪽 CEO가 대통령도 해 먹었으니까 어려울 거 없지. 최한철이었나, 5년 전에 죽은 CEO가 다 해 먹은 거잖아.

옛날에는 주사나 여러 우울증약으로 쉽게 치료가 됐었다는데... 지금은 이 약 저 약 다 통제되니까 안정적인 약을 찾기 힘들어진 셈이지."


뭐, 지금 정부는 기업의 CEO가 직접 대통령이 되거나, 비선을 내세워 뒤에서 다스리는 형태라서 저런 일이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도 과거의 선거처럼 우리 같은 시민이 직접 뽑는 게 아닌, 선제후 시스템처럼 기업들의 대표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말도 많았지만, 지금은 워낙 익숙해진 시스템이라 아무도 이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럼 불법으로 유통되는 약의 효능이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잘 아는구나. 하지만 불법이라 한 번 단속 잘못 걸리면 여기 있는 갱단 싹 다 죽을 수도 있어. NSPD가 겉으로 보면 멍청해 보여도 이런 거 잡는 데에는 도가 텄거든.

그래서 암시장에서 살 때도 항상 조심하는 게 좋은 거고. 그나저나 아까 무슨 침대 샀다고 들었는데 그거 중간 유통으로 들여온 거 맞지?"


"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순간 당황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긍정으로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그럼 다행이지. 암시장에서 사는 품목을 배달할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거니까. 어떻게 찾은 건지는 몰라도 정부에서 암시장을 찾아낼 때도 있거든.

거기서 만약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갱단에 보냈다간... 덜미가 잡혀서 그대로 교도소행이 될 수도 있는 거고."


설마 내가 보낸 주소 때문에 문제가 나는 건 아니겠지. 저런 중간 유통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어서 괜히 마음 한편이 거슬린다.


"어쨌든 자기 전에 한 번씩 먹어라.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오늘 먹지 말고 잠들어 봐. 이거 한 번 먹은 후부터는 정말 끊기 힘들거든. 너도 그래서 침대를 따로 산 거지?"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닥터 타오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 편도 아닌데, 그는 나에 대해서 정말 잘 아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였는지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 느낌이었다.


의료실에서 약을 받아 나오고 천천히 복도를 걷는다. 그때, 내가 걷는 방향에서 서로 실랑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값비싼 사이보그화까지 한 녀석이 이렇게 빌빌대면 어쩌자는 거냐."


"꼬우면 직접 드시던가요.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불만은 많아."


보아하니 현준과 찰리가 내 돌침대를 옮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인다. 그리고 옆에는 만수가 낄낄대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준은 갱단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서 얼굴 보기가 여간 쉽지가 않았다. 그의 온몸은 은빛 크롬으로 도색되어 있어, 멀리서 봐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우, 죄송해요. 저도 도울게요."


"아냐, 됐어. 이건 나 혼자 해야 편해. 근데 넌 사이보그도 안 한 놈이 뭐 이렇게 무거운 걸 요청한 거야? 나 엿먹일 생각인 거냐?"


"네? 그런 건 아니고..."


현준은 구시렁대면서 내가 돕지 못하게 막더니, 결국 스스로 돌침대를 설치해준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침대 부품들을 들고 빠져나간다.


"하핫, 현준이가 저래 보여도 속은 착하니까 너무 맘 상하지 마."


찰리는 떠나는 현준을 보고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먼저 식사하러 자리를 뜨고, 지금 이 복도에 남은 건 나 혼자뿐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돌침대를 한 번 만져본다. 그 옆에는 푹신푹신한 매트도 있었지만, 이를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침대의 머리판에는 넷에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이 있었고, 잘 때 연결하면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아마 현준이 돌침대를 설치하면서 암호화 처리도 해놓았을 테고.


'암호화 처리한 건 직접 봤어?'


"나야 모르지. 어쨌든 이제 좀 괜찮겠지."


돌침대를 마지막으로 감상하고, 나 역시 식당으로 향했다. 새벽부터 암시장에 갔다 온 몸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식당에는 찰리, 잭슨, 현준과 만수가 먼저 앉아 식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먼저 먹고 떠났거나 아직 들어오지 않은 거겠지.


"이번에 잡은 물고기가 제법 크다고 들었어."

"아아, 그렇지. 새끼들은 방생하고 월척 하나 잡았다고. 영훈! 옆에 와서 같이 내 이야기 들어볼래?"


잭슨이 만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마더에게 음식을 받고 잭슨의 옆자리에 앉았다.


"너도 나중에 나와 함께 동해에 한 번 들르지 않으련?"


"동해는 가기 힘들지 않나요."


"길 따라 마음 따라 떠나면 어딘들 못 가리."


만수는 잭슨의 말을 듣고는 진저리난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그래도 잭슨은 갱단 내에서 제법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정작 갱단에 큰 도움도 안 되는 게 뭐..."


"요즘 사정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잖아."


"글쎄... 최근에 지출이 너무 많아졌어. 특히 보스는 무슨 생각인지 15억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니까."


아마 예전에 10억을 준 이야기겠지. 그 외에도 이것저것 쓰다 보니 5억이 더 들어간 모양이다.


"마더도 우리와 함께 식사하지 그래."


"뭐, 지금 사람도 없는 거 같으니까 잠깐 쉬어볼까?"


마더는 잭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청국장이 들은 뚝배기를 들고 다가온다. 잭슨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묻는다.


"혹시 낚시한 적 있어?"


"아뇨."


"낚시가 얼마나 재밌는데. 입질한 물고기를 잡아당기는 그 짜릿한 쾌감이란... 아마 곧 다시 동해로 떠날 생각인데 너도 같이 가는 거 어때?"


"그 존나 지루한 게 뭐가 재밌다고..."


"내가 나갔다 오는 사이에 제법 벌어오기도 하잖아."


"고작 몇만 원으로 갱단을 살리기에는 턱도 없지. 그나마 네가 다른 갱단원들에 비해 돈 나가는 게 없어서 다행인 줄 알아.

만약 돈도 못 벌고 먹기만 하는 놈이 지출까지 많았으면, 보스와 이야기해서 진즉에 내쫓고도 남았을 테니까."


"하하하! 농담도 참."


만수는 제법 진심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잭슨은 그 이야기를 듣고도 웃으면서 태연하게 넘겼다.


"그런데 요즘 갱단 움직임이 심상치 않던데 괜찮은 거 맞아?"


"웬일로 네가 갱단에 관심을 두냐?"


잭슨은 만수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잇는다.


"당장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너희 이야기가 종종 들리니까. 특히 요즘 들어서 그런 걸 보면... 좀 위험하다고 느껴지는데."


"안 그래도 최근 다른 갱단을 칠 준비를 하는 것 같더라. 그리고 은행을 터는 건 덤이고."


"흠, 네 말대로 내가 갱단에 관심을 두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난 너희를 잃고 싶지 않아. 그뿐이야."


잭슨은 진심 어린 조언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닥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잭슨도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웃으면서 말을 돌린다.


"나야 뭐, 길 따라 다니는 늙은 나그네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오늘 음식 잘 먹었어, 마더."


마더는 가볍게 웃어 보였고, 잭슨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빈 식판을 옮긴다. 그리고 찰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에서 떠난다.


"근데 아까 잭슨이 한 이야기가 틀린 건 아니야. 요즘 들어 우리답지 않게 꼬리가 길다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


"넌 보스를 못 믿는 거야?"


현준은 사이보그용 젤을 먹으면서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저 젤은 비빔밥 맛이었다.


"아니, 당연히 보스를 믿지. 우리 같은 가족은 똘똘 뭉칠수록 강해지니까. 하지만... 에이, 나도 늙은 건가. 보스도 고생이 많을 텐데."


만수는 고개를 저으며 보스를 믿고 있다는 눈빛을 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 있던 현준은 남은 젤을 힐끗 보더니 이내 내게 건네며 묻는다.


"먹어볼래?"


"아뇨, 사이보그 식단 먹고 토할 뻔한 적 있었거든요."


"한심하긴."


현준도 남은 젤을 입에 쑤셔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식당에 남은 사람은 마더와 나뿐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다 보니 나도 어느새 다 먹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던 찰나, 마더가 날 걱정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더 먹지 그러니, 얘야."


"아니에요. 이미 배부르게 잘 먹었어요."


"그래, 더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식판을 반납하고 조용히 바깥으로 나섰다. 저 복도에서 아이루트와 론도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오, 밥 먹으러 온 거야? 같이 먹자."

"방금 식당에서 나온 거 못 봤냐, 등신아. 먹고 나온 거겠지."


론도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아이루트에게 핀잔을 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네, 방금 먹고 나오는 길이에요."


"아쉽네. 새벽에 일 좀 힘들었다던데. 원래 정욱이 좀 다혈질에 다루기 힘든 면도 있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하니까."


'그 다혈질이 개판이라 문제인 거지.'


아이루트의 말을 들은 영훈은 내게 조용히 말한다. 아무래도 정욱은 영훈에게 단단히 찍힌 모양이다.


뭐, 사실 나도 정욱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잔혹한 면모를 보여준 것 빼고는 돈도 많이 벌고, 일 처리도 확실하게 하는 편이었으니 크게 불만은 없었다.


"그럼 푹 쉬고 와."


아이루트와 론도와 헤어지고, 조용히 복도를 거닐어본다. 확실히 간부만 다니는 이 건물은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한 편이었다.


흠, 식곤증인가. 밥을 먹은 뒤라 그런지 슬슬 피곤해진다.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가 돌침대에 누워본다.


딱딱한 침대라서 잠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번보다 잠은 오래 잘 수 있겠지. 자기 전에 케이블을 연결하면서 영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영훈, 넷에 연결하는 건 어때?"


그러나 영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넷에 연결되고 바로 들어간 모양이다.


어차피 더 이야기할 것도 없겠지. 오늘 암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잠시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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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영훈 – 길공교 (2) NEW 3시간 전 3 0 13쪽
142 영훈 – 길공교 (1) 22.12.08 11 2 12쪽
141 에밀리 – 사립탐정의 역습 (2) 22.12.07 13 1 13쪽
140 에밀리 – 사립탐정의 역습 (1) 22.12.06 14 0 13쪽
139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3) 22.12.05 8 0 12쪽
138 영훈 – 배신자 (3) 22.12.02 12 0 13쪽
137 영훈 – 배신자 (2) 22.12.01 17 0 13쪽
136 영훈 – 배신자 (1) 22.11.30 12 0 12쪽
135 에밀리 – 꿈에 갇힌 사람들 22.11.29 9 1 13쪽
134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2) 22.11.28 9 0 12쪽
133 청문회 – 2081. 08. 10 22.11.28 10 0 8쪽
132 영훈 – 핵가족 (2) 22.11.25 11 0 13쪽
131 영훈 – 핵가족 (1) 22.11.24 10 0 12쪽
130 영훈 – 형제애 (4) 22.11.23 11 0 13쪽
129 영훈 – 형제애 (3) 22.11.22 11 0 13쪽
128 에밀리 – 불행의 끝 22.11.21 10 0 13쪽
127 에밀리 – 불행의 연속 (3) 22.11.18 12 0 12쪽
126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2) 22.11.17 10 0 12쪽
125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1) 22.11.16 15 0 13쪽
124 영훈 – 형제애 (2) 22.11.15 16 0 12쪽
123 영훈 – 형제애 (1) 22.11.14 11 0 13쪽
122 도미닉 – 부활 22.11.11 12 0 14쪽
121 에밀리 – 불행의 연속 (2) 22.11.10 14 0 12쪽
120 에밀리 – 불행의 연속 (1) 22.11.09 12 0 13쪽
119 영훈 – 붕괴 (4) 22.11.08 12 1 12쪽
118 영훈 – 붕괴 (3) 22.11.07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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