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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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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 냉동인간 저택의 비밀 (7)

DUMMY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어?"


로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예성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 로웰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인다.


"죽여달라고 했잖아. 소원 성취."


마지막 단답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로웰은 그런 나를 보고 예상했다는 듯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다.


"자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정말 대단한 거야. 오죽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영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겠어?

생명 유지 장치에 들어가 넷에 남아 지박령처럼 살다시피 하는 녀석도 있다고. 그런데 저 녀석은 그런 걸 택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원했어.

그런 사람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건 이기적인 거야. 저들의 의견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할 말을 잃고 다시 앞을 바라본다. 예성은 이미 죽어있다. 이곳에 예성이라는 인물의 남아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 저 원통형 기계의 내부도 텅 빈 상태겠지. 수많은 저장 공간과 연산 기기가 가득하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로 비어 있는 그런 상태.


"가자."


이곳에 더이상 남을 필요는 없다. 예성의 비밀스러운 공간은 예성의 죽음에 의해 가치가 없어지고 말았으니까.


뒤돌아 거대한 문을 지나 앞으로 나아간 순간이었다. 그곳에는 다시는 보기 싫었던 긴 계단이 우릴 맞이하고 있었다.


"이 역겨운 계단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지만 엘리베이터처럼 보이는 것도 없다. 그저 이 작은 비밀을 간직한, 좁은 공간을 벗어날 때가 온 거다.


뭐, 이제는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로웰과 함께 지하에서 천천히 계단을 올라 위로 향했다.


사실 내부를 좀 더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때 정부에서 예성을 프로젝트로 삼았으니, 내부에 정보가 더 많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 아마 나중에 다시 찾아올 생각도 있었다. 그때가 되면 이곳의 비밀을 다시 파헤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아까 바이러스가 발동하면서 내부의 정보를 싸그리 날려버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계단을 다시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까 귀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너 지금 이런 생각하고 있지? 아마 나중에 여길 찾아오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래."


로웰은 계단을 오르는 와중에도 조용히 내 어깨에 얼굴을 슬며시 기댄다. 내가 어깨를 튕겨내며 피하려고 해도 계속 들러붙는다.


"예성의 인공지능이 죽으면서 알아차린 녀석들이 있나 봐. 미사일 두 대가 이곳을 향해 날아올 예정이야."


"뭐어?!"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지금 말하면 어쩌자는 거냐. 좀 더 빠르게 속도를 내서 계단을 오른다.


"그걸 왜 지금 알려주는 거야?"


"나도 방금 알아차린 거니까. 그리고 이대로 미사일에 맞아 둘이 남게 되는 것도 나름 좋을지도?"


녀석의 말이 진담인지, 우스갯소리인지 판별할 시간도 없다. 일단 로웰이 그런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건, 외부와의 연결도 원활해졌다는 의미겠지.


"왓슨, 내 말 들려?"


[참 빨리도 찾네.]


"미안, 나도 방해전파가 사라졌다는 걸 방금 알아차렸거든."


[괜찮아. 그나저나 미사일 두 대가 그 저택을 향할 준비를 마쳤어.]


"알고 있어."


왓슨의 말이 끝나자 눈앞에 미사일의 정보가 띄워진다. 저택은 물론, 이 주변 일대를 통째로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력의 미사일이었다.


두 미사일은 일정한 간격으로 이곳을 향해 날아올 예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달리 벙커버스터 형식이었고.


아마 처음 날아오는 미사일은 이 저택, 그리고 두 번째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이 지하를 날리기 위한 거겠지.


계단에서 빠져나오자 익숙한 집무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을 더 확인할 틈도 없이 빠르게 바깥으로 나왔다.


안드로이드들은 주인이 죽었음에도 청소를 하며 평범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우리가 나가려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안녕히 가십시오, 손님 여러분."


안드로이드는 무표정하게 우릴 떠나보낸다.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로 말이다.


아마 저 미사일들은 여기 있는 안드로이드들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일 것이다. 그 정도면 우리도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미였고.


"젠장... 우리 차 다 폭발했잖아."


잊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에 처음 초대받자마자 차량이 모두 폭파했다는 사실을. 주차장에는 더이상 쓸 수 없는 차량이 까맣게 찢어진 채로 남아있었다.


"이걸 타고 가는 건 어때?"


로웰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하늘에서 AV 한 대가 천천히 내려온다. 내가 그 차를 보며 할 말을 잃자 로웰은 착륙하는 AV를 향해 다가가며 말한다.


"내 차는 이곳에 주차하지 않았었거든. 그래서 네 차가 폭발하는 동안에도 무사했고."


"그래... 고맙네..."


로웰을 따라 AV에 올라탔다. 그리고 왓슨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사일이 발사됐어. 이제 곧 그곳으로 날아갈 거야.]


"나도 아니까 계속 주시하고 있어. 로웰, 출발하자!"


로웰이 운전대를 잡자 AV는 하늘을 향해 천천히 이륙한다. 그리고 저택의 정원에서 벗어나 하늘을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


"왓슨, 지금 미사일은 어디에..."


내 말을 끊기도 전에 이미 미사일 한 대가 저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꽈아아앙──!!


그리고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 충격파가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폭발 범위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라 다행이었지, 조금만 늦었어도 저 폭발에 휘말려 추락했을 것이다.


이윽고 두 번째 미사일도 저택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고 검은 구름 사이를 통과해 내부를 그대로 터뜨려 버린다.


한때 화려했던 그 저택은 이전의 형체를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폭발에 휘말려 검은 구름으로 가득 찬 것만이 그 주위를 도사리고 있었다.



* * *



『최근 구 경기도 지역에서

비공식적인 미사일 훈련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시민 단체가 밝히길

그곳에 안드로이드의 잔해가 남아있었으며,

또한 실제 사람이 살고 있던 흔적을 고발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의 잔해와 사람이 살고 있던

일부 흔적이 남은 것으로 보아,

미등록된 집이 남아있던 것이라며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해외 여론은 이러한 군사 활동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고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신나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주변에서 크게 들려온다. 그러나 아무도 TV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어차피 저런 일도 여기 있는 시민들에게 있어서 별거 아닌 이야기니까. 물론 그 당사자라면 할 말이 많겠지만, 나 역시 조용히 있을 뿐이다.


나흘 동안 그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지금 다시 떠올려도 믿기지 않는다. 언제 갑자기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다.


그나마 로웰과 함께 있었던 것 덕분에 이 정도로 그친 거겠지만. 로웰은 날 내려보내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면서 빠르게 헤어졌었다.


생각해보니 결국 내 차와 존슨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마침내 도미닉이 도착했다. 솔직히 오늘 올 거라는 기대를 안 했는데, 역시 그날 연락하길 잘한 것 같다.


"어, 왔네. 여기야, 여기!"


최근 벌어진 일이 워낙 스펙타클해서 같이 이야기를 할 친구가 필요했다. 그런 친구 중에서는 도미닉이 가장 안성맞춤이었고.


이윽고 점원이 다가와 안줏거리와 맥주가 담긴 구두 모양의 큰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이 특별한 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잔이다.


그리고 앞에 앉아있는 도미닉에게도 잔을 밀어 보였다. 그는 이런 잔을 처음 봤는지 이리저리 살피고는 나와 함께 건배한다.


"마셔라, 마셔!"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를 그대로 목 안에 들이붓는다. 사실 이틀 전에 겨우 살아나고 당분간 맥주에 손도 못 댔으니까.


"크흐으으으으... 난 이런 곳이 너무 좋단 말이지~"


도미닉의 불편한 표정을 보고 괜히 한 소리 내뱉었다. 실제로 그는 이런 펍 스타일의 주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나한테 맞춰줬으면 좋겠어. 나 혼자 술잔을 비운 걸 확인한 도미닉은 내게 조용히 묻는다.


"오늘은 내가 계산하면 되는 건가?"


"그렇지. 아, 그리고 저번에 하다 만 이야기 잊지 말고 해줬으면 좋겠어."


"무슨 이야기?"


"모텔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이야기는 나한테 제법 중요하단 말이지. 아무리 3개월 전의 일이라고 해도 어쨌든 내게 관심을 준 사건이기도 하고.


"흠, 별거 없었는데. 우리 동료들과 모텔에 가서 모티스 갱단을 처리했지. 그것까진 쉬웠는데 사이보그 닌자가 4층에 숨어있었어.

난 그때 3층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사이에 닌자 녀석은 4층과 1층의 동료들을 모두 처리했더군."


새로운 정보를 알아낸 건 좋지만, 고작 그런 걸 원한 게 아니다. 뭔가 더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 한 번 더 물어봤다.


"그 외에 특별한 건 없었어?"


"...없었어."


거짓말. 저 녀석은 애써 잘 숨겼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도미닉은 거짓말에 제법 약한 편이다. 저렇게 표정으로 다 드러날 정도니까.


물론 녀석은 이에 대해 잘 모르니까 가볍게 넘어가는 게 좋겠지. 도미닉도 이 묘한 기류를 알아차렸는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최근에 셰어-캣 사건 알지? 그때 나 현장에 있었는데 죽을뻔했었어. 철수가 내 머리에 박힌 총알을 빼줬어."


"아, 닥터 킴 말하는 거지? 그 녀석 실력은 확실하지."


도미닉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작은 총알을 보여주며 말한다. 생각 이상으로 깨끗한 총알을 보며 맥주를 한 잔 더 들이켠다.


"흐음, 참 굉장한 일이 벌어졌네. 사실 그때 있었던 닌자 녀석을 NSPD에서도 쫓고 있거든. 나 역시 그 의뢰를 맡는 중이고."


엄밀히 따지면 나 혼자 조사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굳이 녀석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너도 꽤 많은 일을 치른 거로 아는데."


"아, 그랬지. 최근 들어 유독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이참에 저택에서 벌어진 일을 말할까 하고 입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최근에도 NSPD 쪽 하나 사망했다며."


녀석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입을 굳게 다물게 된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아, NSPD에서도 공원 폭발 사건 때문에 힘들었고... 나도 그것 때문에 좀 힘들었지..."


그 말을 듣고 다시 카이트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그러나 도미닉의 마지막 발언이 내 심장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어린 친구였을 텐데 고생이 많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도미닉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그는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표정을 보아하니 도미닉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자세하게 모르고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입 밖으로 꺼낸 거겠지. 하지만...


이제 이곳에 더이상 남아있기 싫다. 애써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말했다.


"후우우, 우울한 분위기 인제 그만 내자. 나 먼저 갈게. 오늘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그래, 다음에 또 만나자고."


술집에서 천천히 나오면서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점점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거닌다.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아까 도미닉이 말했던 걸 조용히 중얼거려 본다.


"어린 친구라고 했지..."


그 당시 있었던 신문 및 뉴스를 빠르게 훑어본다. 혹시라도 카이트의 모습이 나오거나, 신상이 언급된 경우가 있으면 도미닉이 그 소식을 접한 걸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NSPD에서도 이 일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그 수많은 뉴스 사이에서도 카이트의 신상이 나온 경우는 없었다.


"카이트에 대해 이야기한 적 단 한 번도 없는데 말이지, 개자식아..."


작가의말

어느덧 3장 정도의 스토리가 끝났습니다.

몇 화까지 진행할지 아직 정하지는 않았으나 최소 7장 정도의 분량까지는 진행해볼 예정입니다.

1장이 대략 25화 정도니... 앞으로 100화는 더 진행해야겠네요.

물론 이건 추정치일 뿐 실제로는 더 일찍, 혹은 더 늦게 완결을 맺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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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영훈 – 핵가족 (2) NEW 21시간 전 4 0 13쪽
131 영훈 – 핵가족 (1) 22.11.24 5 0 12쪽
130 영훈 – 형제애 (4) 22.11.23 8 0 13쪽
129 영훈 – 형제애 (3) 22.11.22 8 0 13쪽
128 에밀리 – 불행의 끝 22.11.21 8 0 13쪽
127 에밀리 – 불행의 연속 (3) 22.11.18 10 0 12쪽
126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2) 22.11.17 9 0 12쪽
125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1) 22.11.16 13 0 13쪽
124 영훈 – 형제애 (2) 22.11.15 14 0 12쪽
123 영훈 – 형제애 (1) 22.11.14 9 0 13쪽
122 도미닉 – 부활 22.11.11 11 0 14쪽
121 에밀리 – 불행의 연속 (2) 22.11.10 13 0 12쪽
120 에밀리 – 불행의 연속 (1) 22.11.09 11 0 13쪽
119 영훈 – 붕괴 (4) 22.11.08 11 1 12쪽
118 영훈 – 붕괴 (3) 22.11.07 11 0 12쪽
117 영훈 – 붕괴 (2) 22.11.04 12 1 12쪽
116 영훈 – 붕괴 (1) 22.11.03 14 1 12쪽
115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2) 22.11.02 13 1 12쪽
114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1) 22.11.01 14 1 12쪽
113 영훈 – 갱 전쟁 (14) 22.10.31 14 0 13쪽
112 영훈 – 갱 전쟁 (13) 22.10.28 15 0 12쪽
11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1) 22.10.27 16 0 14쪽
110 다큐멘터리 – 아프리카 보복 전쟁 208■년 0■월 ■■일 22.10.27 17 0 8쪽
109 도미닉 – 은퇴 22.10.26 18 0 12쪽
108 영훈 – 갱 전쟁 (12) 22.10.25 13 0 13쪽
107 영훈 – 갱 전쟁 (11) 22.10.2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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