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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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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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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 냉동인간 저택의 비밀 (6)

DUMMY

푸른 조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계단을 비추고 있다. 어찌나 긴지 아무리 내려가도 반복적인 배경만 나와 어지러울 정도다.


거기다가 이 계단은 곡선형이다. 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자, 예성에게 불만을 내뱉었다.


"에스컬레이터 하나 두면 어디가 덧나나."


"지하만큼 숨기기 좋은 곳은 많지 않지. 특히나 바깥세상에 수많은 마천루가 가득한 걸 보면 알잖아."


"아니, 에스컬레이터 이야기했잖아. 곡선형 못 만드는 것도 아니고."


"비밀에 편리함을 추구하면 안 되지."


예성을 한참 뒤따라간 끝에, 마침내 계단에서 벗어났다. 제법 넓고 무거운 문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예성이 옆에 있는 키패드를 조작하자 육중한 문에서 웅웅 소리를 낸다. 거대한 문은 상하로 움직이면서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야. 그래도 지금까지 즐거웠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군."


"죽는다니 그건 무슨..."


예성은 마치 작동 중지된 것처럼 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진다. 거대한 문은 그런 예성에게 관심 없다는 듯 여전히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모두 열렸다. 그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원통형의 기계가 있었고, 수많은 굵고 검은 케이블이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양옆에는 수많은 예성의 사이보그가 포드 안에 들어가 있었다. 포드는 대략 12개 정도 되었고, 그중 안에 있는 건 대략 6명 정도였다.


"그 녀석은 어떻게 됐어?"


"비었네."


로웰은 예성의 목에 케이블을 연결하며 말한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우리가 직접 비밀을 파헤치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는데.


아니, 그건 그렇고 그냥 본인 입으로 말하면 어디가 덧나? 아까 계단부터 그렇고 유독 불편한 모습만 보이는데.


"왔구나."


그리고 원통형 뒤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남성은 사이보그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모습을 보여줬던 예성도 아니었다.


그는 진짜 예성이다.


"네놈이구나. 그러면 이제 내 비싼 안드로이드를 갚을 준비는 됐겠지?"


"그건... 아마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 아주 긴 이야기가 될 텐데 들을 수 있겠어?"


"상관없어. 우리도 할 말이 아주 많거든."


예성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원통형의 기둥을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다.


"일단 이 녀석을 소개해줘야겠군. 이 중앙 컴퓨터가 바로 지금까지 너희가 보아온 예성이야."


"그건 또 뭔..."


"쉽게 말해 지금까지 너희를 맞이한 예성은 바로 이 인공지능이라는 거지. 날 쏙 빼닮은 인공지능 김예성.

하지만 저 문을 열면서 스스로 전원을 종료했어. 저 문을 여는 조작패널이 바로 자기가 개발한 바이러스를 작동시키는 스위치였거든.

나는 녀석과 내기를 했지. 물론 내기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자신의 문제를 맞히면, 그 사람에게 이곳의 진실을 보여주겠노라고.

그렇게 날 몇 년 동안 생명 유지 장치에 가둬놓았어. 그리고 너희가 오기 전까지 아무도 이곳에 도달하지 못했고..."


지금 보니 진짜 예성은 이제 막 깨어난 느낌이었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한 그런 느낌이 다분하다.


거기다가 다른 인간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 어떻게 보면 저런 몸으로 홀로 서 있는 게 신기하게 보일 정도였다.


"냉동인간... 처음에는 획기적인 건 줄만 알았지...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고 하더군. 내 불치병 말인데, 실제 지금 이 순간마저도 치료 불가한 병이야."


냉동인간은 불치병 치료, 혹은 생명 연장을 위해 스스로 냉동으로 보관되어, 언젠가 그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깨어나게 된다.


하지만 예성은 예상과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 모양이다. 기업에서는 예성을 실험용 쥐처럼 사용하여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 다르게 이용당한 것이다.


"그들은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어. 하나는 지금 보이는 것처럼 대상과 완전히 일치하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동기화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또 다른 육체에 정신을 옮기는 것."


"전자는 실패한 거로 알고 있는데."


예성은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실제로 자신의 뇌에 담긴 정보를 그대로 담아 인공지능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기술로 판별되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체와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발생해버렸으니까.


본체 예성이 A라는 선택지를 고르면, 인공지능 예성도 A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될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러 상황을 경험하다 보면 결국 본체와 다른 B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때부터 본체 예성과 인공지능 예성은 구분이 가능해지고, 더이상 같은 존재로 판단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본체와 완벽하게 똑같아질 수 있는 경우는 없었지.

본체보다 발전한 상태거나, 혹은 더욱 불완전한 상태인 경우가 많았어. 그게 인공지능의 한계인 거야. "


"그렇다면 너에게 첫 번째 실험을 강행한 이유가..."


"인공지능 예성에게 내 정신을 옮기는 것. 그러면 같은 존재가 될 테니까. 하지만 불가능했어.

인공지능 예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끊임없이 나와 다른 선택지를 골랐고, 그런 상태에서 내 정신을 합칠 수 없었어."


"그럼 그 인공지능의 본체가 바로 저거란 거야?"


원통형의 기둥, 그리고 저 안에 있는 컴퓨터가 예성의 인공지능이 담긴 거겠지. 물론 지금은 텅 빈 깡통이나 다름없겠지만.


"그래, 더군다나 저 인공지능은 빌어먹을 문제랍시고 살인을 즐겼어. 한 번 묻자. 만약 나를 그대로 복사한 인공지능이 살인을 즐긴다면, 나 역시 살인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란 건가?"


"어음, 그럴지도."


로웰은 말을 툭 내뱉고는 이내 잘못 말했다는 듯이 입을 가린다. 예성은 그 말을 듣더니 피식 웃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걸 자제하기에 인간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던가? 그 인공지능은 날 생명 유지 장치에 가뒀고, 이후의 행적을 모두 볼 수 있게 했어.

백 명이 넘는 희생자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그만하기를 빌었다. 제발 아무나 이 살인을 멈춰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는 거의 울먹이기 직전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그저 눈으로만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죄를 가진 채로.


결국 인공지능 예성은 살인에 미친 인공지능에 불과했던 건가.


"...어쨌든 처음 프로젝트에 쓴 돈이 아까웠는지 저렇게 방치만 해두고 두 번째로 넘어갔지. 그래서 의사들이 선택한 게 뭔 줄 아나?

문제가 있는 내 내장들을 모두 교체한다는 거야. 온몸이 썩어들어가서 사실상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야 했지."


물론 지금 냉동인간을 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 녀석의 말대로 장기를 교체하면 그만이니까.


다만 그 가격은 어마무시하다.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 전용으로 만들어지는 장기와 달리, 인간 본연 그대로 호환할 수 있는 장기는 만들기 까다롭다.


그래서 자연회귀론자들 대다수는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사이보그화하지 않고, 장기만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고.


"두 번째는... 도저히 못 하겠더군... 물론 첫 번째의 실패를 경험한 것도 있었지만... 두 번째는 아니었어..."


"그렇다고 네가 돈이 없던 것도 아닐 텐데. 심지어 지금 몸도 보면 결국 교체한 것 같고."


"내 의지로 한 건 아니었어... 정부는 그저 날 실험쥐로 여겼다고. 내 의지는 그 어디에도 없었지...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었어."


아마 예성 혼자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금처럼 생명공학이 발달한 계기가 눈앞에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많은 기업과 정부의 손이 들어간 거겠지.


"내 내장의 대다수가 지금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기관들이야. 내 것은 단 하나도 없고, 심지어 지금 이 뇌마저도 기존의 뇌의 정보를 그대로 옮긴 거다.

웃기게도 전자화하지 않는 이상, 뇌의 정보를 그대로 옮기려면 기존 인간과 완전히 일치하게 바꾸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나는... 정말 내가 맞는가...? 전자화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분할 수 있나?"


"빌어먹을 테세우스의 배."


옆에서 로웰이 중얼거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나도 지금처럼 부분 사이보그화를 진행하기 전에 고민했던 문제기도 하니까.


하지만 난 결국 지금의 나도 과거의 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생명공학이 발달한 현재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다.


그렇게 예성의 말이 다 끝난 것으로 보인 순간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할 말을 나지막하게 꺼냈다.


"...종달새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으로 사용되었다더군."


"뭐?"


종달새 프로젝트는 처음 들어본다. 나도 한때 NSPD의 권한을 이용하여 정부의 기밀문서를 마구잡이로 파헤친 적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마 지금 어디에선가도 영생을 꿈꾸는 자들이 있을 거야... 기업이나 정부, 어쩌면 그 이상의 것일 수도 있지.

너희도 알겠지만 전자화나 사이보그화로 영생은 무리가 있다. 뇌의 용량을 자체적으로 비워야 하고, 그 기관들마저 결국 한계가 있으니까."


그의 말은 틀리지 않는다. 실제로 사이보그화한 사람들은 교체한 부위를 몇 년 주기로 교체하고, NSPD에서는 5년 주기에 필수적으로 교체하니까.


매번 교체해준다면 요즘 노령화가 지속하는 사회에 영생을 꿈꿀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교체 시기를 놓쳐 완전히 불구가 되는 인간도 허다하고, 사이보그화 자체에도 위험성이 큰 편이라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위험한 사이보그화를 대신하는 새로운 영생 방법이 있다니. 잠시 이런 생각에 잠긴 순간, 예성은 조용히 읊었다.


"날 죽여줘."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그의 얼굴을 마주 본다. 예성은 이미 결심했다는 듯한 눈빛으로 우릴 마주 보고 있었다.


"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죽였어. 설령 내가 직접 행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 그 행동을 한 건 나인 셈이야.

만약 나란 존재가 없었더라면... 만약 냉동보관을 선택하지 않고 그대로 죽었더라면... 그 사람들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이대로 살아갈 수는 없어, 이대로는...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떠나기 전, 내게 뭐라고 한 줄 알아? 인간답게 살라고 했어.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을 봐. 인간다운 게 어디 있지?"


예성은 자신의 죄를 우리에게 고하고는 털썩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흐느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아마 예성의 어머니도 처음에는 그가 살아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였으니 유언으로 인간답게 살라고 남긴 게 아니었을까.


"그럼 죽지 말고 살아야지. 인간답게 살아가라고 했다며."


"넌 내가 인간처럼 보여? 어쩌면 난 이미 옛날에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냉동인간도 핑계고, 당시의 정보만을 그대로 뇌에 담아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했을 수도 있어."


"내 눈에 넌 예성 그대로로 보여. 아마 어머니도 다를 바 없었겠지. 그 어린 나이에 살고 싶어서 냉동보관을 택한 거잖아.

그런데 지금 이렇게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까지 보내온 삶을 허송세월하는 게 맞는 거냐고."


"나, 나는..."


예성은 내 말을 듣고는 살짝 고민하는 눈치를 보인다. 어쩌면 그 역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이대로 죽고 싶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타앙!


총성이 이 작은 방에 울려 퍼진다. 예성은 머리 윗부분이 뚫린 채로 천천히 몸을 앞으로 넘어뜨린다.


그리고 붉은 피가 주르륵 쏟아져 나온다. 푸른 조명만이 비추고 있는 이 방 안에, 붉은 피는 바닥을 향해 점점 번져 나간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권총이 앞을 향해 겨냥한 채로 있었고, 총구에서는 하얀 연기가 위를 향해 조용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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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영훈 – 핵가족 (1) 22.11.24 5 0 12쪽
130 영훈 – 형제애 (4) 22.11.23 8 0 13쪽
129 영훈 – 형제애 (3) 22.11.22 8 0 13쪽
128 에밀리 – 불행의 끝 22.11.21 8 0 13쪽
127 에밀리 – 불행의 연속 (3) 22.11.18 10 0 12쪽
126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2) 22.11.17 9 0 12쪽
125 도미닉 – 서아를 찾아서 (1) 22.11.16 13 0 13쪽
124 영훈 – 형제애 (2) 22.11.15 14 0 12쪽
123 영훈 – 형제애 (1) 22.11.14 9 0 13쪽
122 도미닉 – 부활 22.11.11 11 0 14쪽
121 에밀리 – 불행의 연속 (2) 22.11.10 13 0 12쪽
120 에밀리 – 불행의 연속 (1) 22.11.09 11 0 13쪽
119 영훈 – 붕괴 (4) 22.11.08 11 1 12쪽
118 영훈 – 붕괴 (3) 22.11.07 11 0 12쪽
117 영훈 – 붕괴 (2) 22.11.04 12 1 12쪽
116 영훈 – 붕괴 (1) 22.11.03 14 1 12쪽
115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2) 22.11.02 13 1 12쪽
114 에밀리 – 범죄와의 전쟁 (1) 22.11.01 14 1 12쪽
113 영훈 – 갱 전쟁 (14) 22.10.31 14 0 13쪽
112 영훈 – 갱 전쟁 (13) 22.10.28 15 0 12쪽
111 에밀리 –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가 (1) 22.10.27 16 0 14쪽
110 다큐멘터리 – 아프리카 보복 전쟁 208■년 0■월 ■■일 22.10.27 17 0 8쪽
109 도미닉 – 은퇴 22.10.26 18 0 12쪽
108 영훈 – 갱 전쟁 (12) 22.10.25 13 0 13쪽
107 영훈 – 갱 전쟁 (11) 22.10.2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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