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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현실이 뒤바뀐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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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젤
작품등록일 :
2019.10.14 23:18
최근연재일 :
2019.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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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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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소설이 되어버린 현실

DUMMY

미라벨은 오늘 밤도 혼자였다.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신의 삶이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잊은 지도 오래였다. 작위라고는 허상에 불과한 돈 없는 후작의 아내가 되어, 하나 밖에 없는 하녀와 비좁은 집에 부대끼며 산 게 전부였다.


하지만 돈도 지위도 없는 불쌍한 여인에게는 하녀 역시 존경심 없이 대하는 법. 결국 혼자 남은 미라벨이 택한 것은 소설을 읽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었다.


책이나 자수 같은 취미 활동에도 정을 붙일 수 없을 정도의 재산에, 미라벨은 등장인물을 속속들이 외울 정도로 하나의 책만 읽었다. 골목의 신비로운 상인이 다루는 아름다운 마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는 기묘한 마법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 책을 꺼내든 미라벨은 자신의 작고 낡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비루한 후작의 부인이 된 한 여자가 있었어요.’


미라벨은 가만히 책을 내려다보았다.


‘그 여인의 이름은 미라벨. 겨우 스물 세 살의 그녀는, 뷰몽트 후작의 부인이 되었지만, 즐거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삶이었어요.’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적힌 책. 평소 읽던 ‘아르카나 마법사’가 아니었다.


책에는 미라벨의 불행한 과거가 쓰여 있었다. 미라벨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쓴 것처럼.


‘불쌍하게도 미라벨은 후작과 함께보다도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답니다. 아름답고 찬란했던 분홍빛이 돌던 금발 머리는 이제 지푸라기처럼 변했고, 고운 손도 거칠게 변했어요.’


미라벨은 찬찬히 이야기를 읽었다.


‘미라벨은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의자에 앉아, 같은 책을 읽었어요. 불행하게도 동화처럼 생쥐가 말을 걸거나 찻잔이 춤을 추는 일은 없었지요.’


언젠가는 마법에 걸린 동화 속 세상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바라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은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미라벨에게 그런 마법 같은 순간, 아니 ‘마법사’가 찾아왔어요.’


미라벨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이 알고 있던 낡은 집이 아니라 기묘한 분위기의 작은······가게였다.


진열대 안에는 특이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고,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는 울긋불긋한 천에 덮여 있었으며 작은 테이블 위에는 부드러운 천이 깔려 있었다.


“대체, 여기는······.”

“쉬잇, 로지 부인이 깰 수 있으니까 조용히 해.”

“로지 부인? 그럼 당신은, 카드의 마법사 아르디아?”

“역시 날 잘 알고 있네.”


화려한 색으로 이루어진 가벼운 옷차림의 남자가 미라벨에게 인사를 했다. 미라벨은 아르디아와 그의 품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번갈아보았다.


“이건, 꿈······이겠지?”

“아니, 이건 꿈이 아니야. 너는 줄곧 너를 지켜보던 책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고.”

“나를 지켜보고 있던 책?”

“그래. 그 책에는 네 이야기가 담겨 있지?”


마법사 아르디아가 책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얼굴의 미라벨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두 세계는 지금 바뀌어 있어. 그리고 네가 원하기 전까지 다시 두 세계가 바뀌지도 않을 거야.”

“그럼, 뷰몽트 후작은? 하녀 세실리아는?”

“모두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로 바뀌었지. 그렇지만 불행히도 그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미라벨이라는 여인이 등장하는 줄도 몰라.”


미라벨은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긋지긋한 남편 뷰몽트 후작에게서 벗어났지만, 이제는 새로운 세계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렇지만 어딜 가나 푸대접을 받던 미라벨보다는 소설 속의 미라벨이 더 좋지 않을까?


“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계속 여기 살래.”

“좋아.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뭐지? 그 조건이란 건?”


뒤늦게 나온 조건의 이야기에 미라벨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나의 제자가 되어서 이곳에서 나 대신 사람들의 운명을 점 쳐주면 좋겠는데.”

“운명을 점쳐주라고? 나는 점 같은 건 배운 적이 없는데?”

“나의 제자가 되면 할 수 있지. 어때, 싫어? 싫으면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이 세계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나 역시 노력을 해야 하니까.”


그러나 미라벨은 그 멍청한 후작에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좋아. 나는 후작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럼, 계약이 성립 된 거네. 앞으로 성심성의껏 네게 마법을 가르쳐줄게. 장차 너는 큰 일을 하게 될 인재니까 말이야.”


그렇게 미라벨은 소설 속 마법사의 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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