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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카이샤르'님의 감상글_2011.09.04

가명 : 동방존자

작품명 : 이소파한

저는 골베에 새로운 작품이 들어오면, 두근거리면서 항상 체크합니다. 어떤 보석같은 작품이 있을까 싶어서요.

최근, 골베에 진입한 [이소파한]이 바로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읽으면서 솔직히 말해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님의 실력은 둘째치고, 엑스트라인게 뻔해보이는 인물이 마치 안어울리는 옷을 입은양 주인공 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게 참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그냥 읽었습니다. 199화의 연재의 저력이 뭘까 싶기도 하고, 초반으로만 진면목을 알아보는건 어불성설인것 같아서요.

그런데... 이게 참 읽으면 읽을 수록 끈적끈적하게 중독성이 생기기 시작하네요! 마치 의천도룡기 초반부를 보는듯하다고나 할까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김용의 필력처럼 문장 몇 마디로 인물을 살아숨쉬는 듯한 생생함을 '이소파한'은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인물들이 '너른 토지'와 같이 풍부합니다.

요즘 시대를 자기 PR의 시대라고 하죠. 30초 내에 자신을 각인 시키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되는 시대... 이런 시대에, 무협은, 즉 뛰어나다는 작품은, 자극적이고 고착된 설정에 지지 않기 위해, 일필휘지의 기세로 순간 독자들의 마음을 녹여, 흠뻑 빠져들게 만듭니다.

30초의 미학! 스토리던, 문장력이던, 개그던, 설정이던, 순간 그 어떤 빼어난 매력으로 사람의 혼을 빼놓죠. 이것은 비단 무협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화 컨텐츠의 대세인 것 같습니다.

스타1 보다 스타2 플레이 시간이 짧아지듯... 원작 소설 보다는 영화의 짧고 대신 풍부한 자극의 시간을 즐기듯... 굵고 강렬해 지는 흐름에 무협도 조응하여 흐르고 있다고 봅니다.

제 기준으로 그런 무협은 '신무협'입니다. 반면, 역시 제 기준으로 '이소파한'은 종류가 구무협이죠.

'규칙'이 다르면 경기가 달라집니다. 똑같은 배구공을 가지고 배구,족구, 발야구가 나뉘듯, '규칙'이 다른 '이소파한'을 즐기려면 '규칙'을 아셔야 합니다.

그 '규칙'을 아주 간단히 한문장으로 써보겠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계속 읽는다.'

오직 이겁니다. 더하고, 덜할 것도 없습니다. '이소파한'은 초반에 승부보지 않습니다. 아니, 아예 그걸 포기하고 시작합니다.

혹시 쇠라라는 화가를 아십니까?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오후>라는 대표작이 있는 후기 인상파의 대표화가 중 하나였던 그는, [점묘법]이라는 특이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말그대로 점을 찍어서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다른 인상파 화가의 쭉쭉 그리는 화풍에 비하면 정말 수수하고, 보잘 것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유장한 물결같이 작가의 시간과 작품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그 점들이 쌓이면... 바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 걸작이 탄생하죠.

그게 [이소파한]입니다. 수많은 인간의 군상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인연을 가지고 세심하고 정교하게 한땀 한땀 무협의 세계에 점묘됩니다.

단순히 점이 찍히듯, 그저 그런 인물의 나열과 사건의 나열이었으면, 제가 이렇게 감상문을 쓰고 있지 않았을 겁니다.

저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읽고, 또 읽다보니, 어느덧 눈앞의 선명한 실체감이라기 보다 마치 저 멀리 보이는 산과 들에 둘러쌓인듯한 입체감이 저를 작품에 빠져들게 하게 만들더군요.

인물 이름 하나가 스쳐 지나갈때마다, 그 인물과 연결된 누군가의 인생과 사건 또한 스쳐가고,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인터넷처럼 [이소파한]의 세계에서 서로 얽히고 얽힌 인연은 구르고 굴러서 마치 진짜 현실의 누군가를 생각하듯이 작품의 인물을 무게감 있게 바라보게 합니다.

인생은 각자가 주인공 입니다. 하지만, 보통 무협은 그 점을 표현하기 부족하죠.  주인공 위주의 실체감을 부여하기에도 요즘 시장의 출판 간격과 권수가 빠듯하니까요.

그래서, '유아독존'격인 그 인물에 집중해서 대리만족형 무협과 판타지가 장르시장에 더 깊숙히 뿌리박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작품도 충분히 좋다고 보지만, 저는, 무협에서, 그토록 무수히 말해지는 '의(義)' 와 '협(俠)' 은 결국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인생에 공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뭘 했다' 사건 목록같거나, '나에게 무엇을 준다'같은 자기 위주의 판단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을 관통하는 정신과 그것을 이룬 환경에 대한 성찰, 즉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

[이소파한]은 인물에 대한 정교하고 세심한 묘사가 겹겹히 점묘처럼 겹처서, 잠정적 주인공인 목검영을 비롯 자신이 주인공 이라고 생각하거나 가장 공감하는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 대척점의 인물을 순수한 악으로써 배척하기 힘듭니다.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간단한 예로 할아버지때문에 죽다 살아났지만 그 할아버지는 친구 아비를 죽였고, 또 그 할아버지를 돕는 사람은 또 친구 아비의 친구이고... 이러니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따질수도 없고, 그렇게 얽힌 강호의 은원(恩怨)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끼게 되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작품을 우리는 좋은 작품이라 말하죠. 인생을 배우게 되니까요.

재미도있고, 배울것도 많다면, 어찌 추천하지 않겠습니까? 홍익인간 [弘益人間]의 도리를 이렇게 나마 실천하고자 하니, 독자 제현 여러분들도 한번 일독해 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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