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누 모시와 아페시르 열도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한편 한울루스의 염주에서는 기다리던 배가 오지 않자 한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엔추족 몇 명이 다시 사할린으로 가 한울루스에서 준비했다는 땅에 대해 보고를 해야 하는데 타고 갈 배가 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날이 추워져도 나타나지 않는 배를 보고는 그만 육로로 가기로 하고는 대양2호가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졸본에 보고하기에 이른다.
이 소식을 듣고 졸본에서는 나와 나의 동료들이 모여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걱정이네. 이들이 혹 길을 헤매고 있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한 건 아닌지 말이야.”
“일단 좀 더 기다려 보지요.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한, 우수리는 절대 명령을 어길 이가 아니야.
이는 분명 사할린에 있다는 그 엔추족과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지금은 그렇지만 내년 봄에 당장 군사를 이끌고 그 엔추족들의 근거지에 쳐들어 가야한다고 봐.”
“치기야! 네 심정은 알지만 일이 어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야.
섣부르게 판단하다가는 애꿎은 인명만 상할 수 있단 말이야.”
“오뜨겅! 네 수하가 아니라고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니야?
우수리라고! 너도 알잖아. 우수리가 얼마나 충직하고 사심이 없는지.
아무리 힘이 들어도 명을 어긴 적이 없었단 말이야.”
“나도 알아. 그렇지만 대규모의 군사를 움직이는 건 자칫 그 엔추족과의 의를 상하게 되는 일이란 말이야.
그리고 네 주장대로라면 또 그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결국은 그들 엔추족은 몽골에 저항하던 저 서하국꼴이 날 수 있어.
그래서는 우리가 그 땅을 얻어도 의미가 없단 말이야.
그 먼 곳까지 가서 계속 싸워야 한다면 그래서 얻을 곳도 없는 그곳에서 사람마저 얻지 못하면 도대체 싸워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잖아.
거기에 들어가는 물자가 얼마일지를 생각해 보고난 후에나 군사를 얘기해야 해.
우리는 몽골처럼 약탈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생산한 것으로 싸워야 하는데 말야.
뭐, 엔추인들에게서는 약탈할 것도 없겠지만.”
나 역시 두 사람의 설전을 들으면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두 사람과는 다른 쪽으로의 걱정이었지만.
사할린에 있는 엔추족의 수는 많아야 고작 몇 만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도 수렵인들이니 한곳에 있지는 않을 것이고 사할린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고 생각하면 우수리가 혹 엔추족과 안 좋은 상황에 처했더라도 우수리가 엔추족을 학살하면 했지 우수리 선단이 위험에 처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처음 가보는 바다에서 자칫 배가 침몰했거나 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즉 배가 좌초되었을 경우의 우수리라면 분명 배를 탈출해 뭍에 올랐을 것이고 또 어떻게든 연락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그곳에 있는 엔추족이든 아니면 섬을 횡단해 깃발이 있는 곳으로 오던 말이다.
그렇지만 겨울이 다 가도록 아직도 연락이 없다는 건 자칫 배가 침몰했을 수도 있다는 말인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사할린의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죽었을 것이 분명하다.
침몰이라면 배에 실린 각종 물자를 잃었다는 말이 될 테니 말이다.
거기에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까지 했다면 이미 짐승들의 먹이가 되었을 그들을 찾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이고 그것은 자칫 한울루스에 의한 엔추족의 제노사이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지금의 치기야를 보건데 분명 화풀이 대상을 찾을 것은 불문가지니까.
그리고 나 역시 무리를 책임지는 이로서 선원들 나아가 전체 군의 사기를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고.
제노사이드가 범죄라고 하더라도 저 멀리 있는, 전생에서는 그 자취도 찾기 힘든 엔추족과 가까이 있는 내 동료 및 부하들의 사기와 비교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자칫 내 주도로 제노사이드를 벌일 수도 있겠어.
전생의 나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말이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봄이 되었을 때까지 우수리에 대한 소식은 전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난 늦가을 엔추족을 따라 다시 사할린에 갔던 이가 돌아와 하는 말이 한울루스에서 온 이는 없다는 전갈이다.
물론 그것이 전체 엔추족의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접촉한 엔추족과 우수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모두에게 충분히 인식시킬 수 있었다.
“자, 물론 우리가 만난 이가 엔추족 전부는 아니겠지만 장정들 300이 창칼로 무장을 한다면 웬만한 무리에게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혹 그렇다 해도 모든 이가 죽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대양2호의 좌초에 이 일의 무게를 싣겠다.
그것은 우수리를 비롯한 우리의 병사들이 그 사할린의 어디에선가 고립되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추운 그곳에서 우수리 일행이 살아 있으리라는 장담 역시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혹시라도 시체가 남아 있다면 그 시체를, 시체도 없이 그저 옷가지 정도가 남아 있다면 그것이라도 이곳 졸본으로 가지고 와 가족들의 품에 안겨줘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우리 남은 이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인 것이다.
다만 이 일로 인해 다시 추가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올해는 철저히 준비를 하면서 그들이 돌아오리라는 마지막 희망을 품어 보자.
그리고 내년봄 날이 풀리면 사할린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하기로 하자.
그 준비를 위해 모든 배들을 내년 봄에 박작에 집결시키고 모든 병사들이 사할린의 추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가죽 옷을 준비하도록 한다.
수색에 동원되는 인원은 보병 2개 천인대와 기마병 5개 백인대로 하고 이를 운반할 배에 대해서는 치기야가 책임을 지고 맡도록 한다.
병사들의 준비는 오뜨겅이 하고 두 사람의 지원에 대해서는 호다다드가 맡는다.
내년의 일에 한울루스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테니 새졸본에도 연락해 가능한 많은 식량의 지원을 부탁하고 또 새섬에서도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식량을 박작시나 염주로 집결시키도록 하라.”
그렇게 한 해 동안 사할린 수색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한울루스내 도로건설이나 마을 개척을 하던 몇몇 곳은 하던 일이 중단이 되어 사할린 수색으로 빠질 병사들로 인한 치안 공백을 메우는 곳으로 보내질 것이며 엔추족에게는 염소 열 마리를 주고 부탁해 그들의 각 마을에 있는 지도를 모아 사할린 전체에 대한 지도를 엉성하게라도 만들었다.
또한 다시 엔추족과 접촉해 사정을 얘기하고 우리가 접촉한 부족과 다른 부족에게 수색에 도움을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그를 위해 그들에게 좋은 칼 백 자루를 건넸는데 이것이 자칫 나의 병사를 해하는데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화물과 인원이 배로 혹은 육로로 일단 염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염주에는 최소 500의 인원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급하게라도 배가 짐을 부릴 수 있는 부두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염주를 사할린 수색의 1차 전진기지로 삼은 것이다.
그렇게 사할린 탐험을 위한 준비로 바쁜 한울루스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우수리는 마침내 대양2호의 수리를 부선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졸본1호에 최소한의 인원만을 싣고 북해도의 일주를 시작한 것이다.
이때가 고려 고종 33년이고 한울루스 20년이며 서기로는 1246년 봄이다.
우수리는 일단 졸본호를 그 갈대호에서 동쪽 방향으로 움직이며 섬 전체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얼마간 동으로 움직이던 졸본호는 어느 순간 북으로 움직였는데 같이 배에 탄 아이누 모시의 카무이마시(=곰고기를 굽는)라는 이름의 청년이 하는 말이 ‘시레톡’이라며 그 뜻이 튀어나온 땅이란다.
아마도 반도인 모양이었다.
그 반도를 돌아 내려가니 우수리가 머물던 섬과는 다른 섬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청년의 말에 의하면 그 섬의 이름이 ‘쿤네시리’라고 한다는데 그 뜻은 ‘검은 섬’이라는 뜻이란다.
‘휴, 이거 내가 이쪽 방면으로 오면서 검은 색하고 무슨 인연이 있는지 사할린도 검은 섬이라는 뜻이라더니 여기 이 섬도 또 검은 섬이라네. 그래 이왕 검은 색과 인연을 맺었으니 한번 둘러보고나 가자.’
“선장 저 쿤네시리라는 섬이나 한번 둘러보고 가자고. 대신 섬에 접근은 하지 말고 망원경으로 멀리서 구경만 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괜히 접근했다 졸본호까지 좌초가 되면 큰일이니 호기심은 당분간 참도록 해야지.’
섬은 아주 길쭉한 모양이었는데 그 크기는 슌텐 왕국이 있는 섬 정도의 크기거나 그보다 조금 큰 정도였다.
우수리가 망원경으로 쿤네시리를 둘러보니 섬에는 곰도 있고 또 늑대도 있는 것이 사람 역시 살만한 섬으로 보였다.
그러다 산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보게 되었다.
청년에게 물으니 화산이란다.
‘허, 이 섬이 화산섬이면 굳이 불섬에까지 가서 유황을 얻을 필요가 없지 않나.
염주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 섬이 더 가까울 테니 말이야.‘
그렇게 섬의 끝에 닿아 섬을 돌아 아래쪽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다시 그 위에 또 다른 섬이 보이는 게 아닌가. 물론 맨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망원경을 통해 본 것이다.
“아니 섬이 또 있구나. 저 섬은 이름이 무엇인가?”
카무이마시는 우수리가 하는 말에 놀라 어찌 섬이 또 있다는 것을 아는지 궁금해 했지만 군사기밀인 망원경을 외인에게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카무이마시의 말에 따르면 자신도 멀리 있는 섬은 가보지 못했지만 섬의 이름은 ’이토롭‘이라고 하고 쿤네시리와 마찬가지로 산에서 불을 뿜는 섬이라고 한다.
이토롭이 무슨 뜻인지 물으니 한참을 설명하더니 부족한지 바다에 떠다니는 것을 가리키는데 그것은 해파리였다.
’허 화산섬이라 바닷물이 따듯해서 그런가. 이 북쪽에 해파리가 다 있구나. 그래서 섬의 이름이 해파리인가 보구나.‘
“또 다른 섬이 있는가?”
“저도 말만 들었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른들 얘기로는 저 쿤네시리부터 이토롭 방향으로 섬들이 줄지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배는 작아서 가기 힘들지만 이렇게 큰 배라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나도 가보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해보자꾸나.
너는 혹시 나를 따라서 내가 사는 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물론 그곳에 갔다가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기는 할 것이다만.”
“기회만 주신다면 꼭 아이누 모시를 벗어나 다른 곳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가 떠날 때 반드시 나를 찾아오도록 해라.
내가 너를 데리고 가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려주도록 하마.
그리고 여기 카무이마시가 말한 죽 늘어선 섬들을 아페시르 열도라고 부르기로 한다.
아페가 불이고 시르가 섬이니 이는 여기 쿤네시르부터 이어지는 섬들이 화산섬임을 뜻하는 말이다.
지도를 맡은 학생은 열도의 이름을 적고 선을 따라서 많은 섬들이 있다는 것을 병기하도록 해라.”
우수리가 보기에 이곳의 섬들은 아주 요상한 지역이다.
지난겨울 우수리가 머물던 갈대호 근처로는 유빙이 떠내려오는 일이 있었는데 반도를 건너자마자 이제 섬들에는 화산이 있고 저 따듯한 새섬 주위에나 있던 해파리가 나타나기도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졸본호는 그렇게 쿤네시르를 일주해 다시 아이누 모시에 붙어 섬을 따라 가는데 이제 배의 가는 방향은 서쪽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항해를 하니 커다란 만에 접어들었는데 만이 너무 커 항구를 건설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얼마간 쉬다가 다시 졸본호를 끌고 내려가는데 망원경으로 주위를 살피던 선장이 부르는 게 아닌가.
“장군님, 저 곳을 보십시오. 또 다른 섬이 나타났습니다.
이만한 거리에서 망원경으로 보는데도 한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섬입니다.
혹시 장군님께서 말씀하시던 그 일본이 아닐까요?”
“모르지. 저쪽에서 우리배를 보지는 못하겠지?”
“당연합니다. 저 거리는 훈련받은 몽골군인들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거리라고 봐야 합니다.
망원경으로도 겨우 보이는 정도인데요.”
“일단 카무이마시가 데랴다 준다는 곳으로 가자고.
이 정도로 이곳과 저 섬이 가깝다면 분명 교류가 있었을 것이야.
비록 이들이 문자가 없다고는 해도 그 교류를 기억하는 이는 있을 것이야.
아니 지금도 교류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알겠습니다.”
’후, 칸께서는 아직 일본과 접촉할 때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상황이 이러니 혹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일본의 그 막부라는 곳에서 고려로 사신이라도 파견해 준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얼마간 더 서쪽으로 가니 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밋밋한 지형이 나타났는데 카무이마시가 이끄는 대로 가니 그곳은 또 항구로 하기에 적당한 지형이었다.
즉 만에서 땅이 바다로 쭉 뻗은 작은 반도의 땅인데 그 반도의 끈은 마치 남자의 성기 끝부분처럼 두툼하게 퍼져 바다로부터 그 안쪽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무이마시는 그곳을 우스케시(=하코다테)라고 한다는데 혹 그 뜻이 남자의 성기인가 하고 물으니 웃으며 그렇지는 않고 그저 만의 끝이라는 뜻이란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지형의 명칭을 생각했던 우수리는 그만 머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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