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제국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19.01.19 10:52
최근연재일 :
2021.10.20 19:5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294,485
추천수 :
6,826
글자수 :
621,570


작성
19.03.26 20:00
조회
2,532
추천
65
글자
13쪽

화약 시현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DUMMY

유덕용은 군사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학생들의 나이야 장가갈 나이가 됐으니 마냥 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 쉰이 훨 넘고 곧 손주도 장가갈 나이가 되는 유덕용 입장에서는 군사학교에서 훈련을 받는 이들이 아이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한님께서 가르쳐주신 제식훈련이나 유격훈련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니 누구에게 터놓고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무슨 마귀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지난 초봄에 마침내 첫 번째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자신의 군사학교가 성가를 드높이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근래 들어서는 아이들이 자신을 보면 그 오른손을 펴 머리에 붙이면서 ‘충’이라고 크게 소리치는 것을 보는 재미마저 사라져 버렸다.

‘이제 확실히 늙은 게야. 뭘 해도 재미가 없어, 애들 괴롭히는 것도 재미가 없고 한님 말대로 이제는 텃밭이나 가꾸며 죽음이나 준비해야 할 때가 된 모양이야.’

처음 군사학교를 만들고 또 학생들을 받아 가르치던 재미는 사라져 버렸다.

몸이 늙은 탓이다.

새로 얻은 첩이 가까이 오는 것도 즐겁지 않고 막내손주도 이제는 졸본에 가 한님의 그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니 손주사랑이라는 것도 언젠가부터 시들해졌다.


학교 안의 연병장이라는 커다란 마당에서 훈련에 열중인 학생들을 보며 이제는 학교장이라는 직책도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저 멀리 정문에서 초병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저놈이 아무리 급해도 뛰지는 말라고 했건만 또 뛰네. 어휴, 말하기도 귀찮다.’

“충, 용무 있습니다.”

“용무고 뭐고. 내가 아무리 급해도 뛰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뛸 때는 전쟁을 할 때뿐이라고 누누이 강조했건만. 대가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다, 실시!”

“실시”

“엎드린 중에 용무에 대해 말하도록.”

“예! 고려에서 스스로 사신이라는 이가 장군님댁에 방문 했다는 연락입니다.

그런데 그들을 데려온 이가 스스로 이광수라고 하면서 장군님께 말씀을 드리면 아실 테니 먼저 자신을 만나달라고 합니다.”

“일어나! 이광수라고 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그 이광수라는 이만 이리로 정중히 모셔오도록. 뛰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충!”


“장군님, 오랜만입니다. 여기 요양에서는 처음으로 뵙는 거 같습니다.”

“어서 오게나. 그나저나 한울루스 제일의 부자가 여기는 웬 일인가?

더구나 사신이 왔으면 졸본으로 모셔가지. 여기는 무슨 일로.”

“휴, 그러게요. 아무래도 고려에서는 여기 한울루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나 봅니다.

듣기로 고려에서는 이곳 요양에 칸이 계시다고 철석같이 믿는 모양입니다.”

“칸께서?

저런 잘못 알고 있으면 자네가 잘 타일러 제대로 알도록 하면 되지 않나. 뭐하러 예까지 데리고 오나, 오긴.”


“그러게 말입니다.

저보다는 장군께서 그들에게 말씀을 해주어야 그들이 믿을 걸로 보이니 이리 장군께 청을 드리는 것입니다.”

“흠, 고려 사신이 우리 칸께서 여기 요양에 계신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아마 여기에 있는 군사학교를 보고 하는 생각이겠지.”

“그거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호, 그렇다면 그리 믿도록 해줘야 하는 게 주인된 도리겠지.

자네는 그 사신들에게 찾아가 칸께서 사냥을 나가 급히 연락을 보냈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 걸릴 거라고 말하고 바로 졸본으로 말을 달리도록 하게.

그리고 칸에게 지금 자네가 겪은 상황과 나와 나눈 대화를 그대로 말씀을 드리게나. 그런 후 자네는 자네의 볼 일을 보면 될 거야. 나머지는 칸께서 알아서 하실 테니.”


이광수가 나를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게 아마도 이때가 처음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땀을 흘리며 내게 고려에서부터 여기까지 온 과정과 유덕용과의 대화를 모두 고했는데 좀 더 놔두면 땀으로 옷이 젖을 듯해 바로 내보내야 했을 정도다.

‘사람 참. 호다다드와 거래를 할 때는 눈에서 불이 난다고 하더만, 대가 그리 약해서야.

그나저나 고려가 그리 생각한다면 나 역시 가면을 쓸 필요는 있겠지.’

“밖에 초병은 재무담당관과 오뜨겅 장군을 모셔오도록 해라.”


그렇지 않아도 슬슬 고려와의 접촉을 시도하려고 하던 참이다.

대칸인 오고타이는 본래 역사에서도 작년에 금과의 전쟁을 시작하더만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본래 역사에서 있었을 거로 보이는 툴루이와의 앙금이 조금은 옅어진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내가 소르칵타니에게 은연 중 자중할 것을 말했으니 그 말이 툴루이에게도 전해졌음은 불문가지고 툴루이 역시 이제는 피가 식을 나이니 알아들었을 것이다.

아마 그런 영향으로 금과의 전쟁이 전생의 역사와 같은 시기에 벌어지는 것일 테다.


그리고 역사대로라면 내후년에는 금의 마지막 숨통이 끊어질 것이 분명하다.

즉 나 역시 2년 여의 기간 안에 고려를 몽골에 입조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과학이라는 학문에 누구보다 열심인 최온을 좀 더 교육시킨 후 고려에 사신으로 파견할 예정이었는데 먼저 고려에서 사신이 온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아직도 이곳 한울루스와 나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통의 왕이나 칸들처럼 나 역시 커다란 궁을 짓고 살면서 호의호식을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칸인 내가 졸본이라는 좁은 곳에 있을 리가 없다고 여기고 요양으로 나를 찾으러 간 것이다.

한울루스에서 가장 번화하고 가장 인구가 많은 곳으로 알려진 요양으로 말이다.

아마 그곳에 있는 군사학교도 그런 착오를 일으키는데 한몫을 했을 것이고.


그럼 나 역시 그들이 생각한 대로 행동을 하면 된다.

좀 더 거칠게, 좀 더 잔인하게, 좀 더 오랑캐스럽게 말이다.

문득 오랑캐라는 말에 썩소가 지어진다.

도대체 고려나 조선은 어찌 중국민족 외의 모든 민족을 오랑캐라고 여긴 것일까.

고려나 조선 역시 중국에서 같이 오랑캐 취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사고는 신라가 당을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쓰러뜨리면서 생긴 것일 테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곳 졸본에서 만난 고려인들은 여진, 거란, 몽골인들에게 그리 크게 오랑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고려 건국부터 지금까지 대륙은 5대 10국과 문치의 송을 겪으면서 멀리 있는 대륙의 나라보다 가까이 있는 요나 금을 더욱 중요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서희가 강동6주를 얻어낸 것도 송과의 사대事大를 끊고 요를 사대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얻어낸 것이니 이야 말로 사대라는 국제관계를 이용해 고려의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외교력은 왕이나 재상이나 제대로 된 인물이 있었을 때나 가능한 법이다.

이렇게 진양후같은 이가 조정을 쥐락펴락해서는 바로 강 하나 건너 마을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법이다.


나는 호다다드, 오뜨겅과 함께 이 고려의 사신들을 상대하는 일로 회의를 가진 후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았다.

“오뜨겅, 그 화약의 출납에 대해서는 반드시 처음과 끝을 확인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해.”

“아이고, 한님.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오뜨겅, 내 말을 잔소리로 들으면 안돼. 우리 한울루스 힘은 실제로 고려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해.

다시 말해 우리 한울루스와 고려가 싸우게 되면 우리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야.

왜 요나라나 금나라가 저 대륙의 송은 쳐 밑으로 내려 보내면서 고려와는 결국에 사대관계로 그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 봐.

그리고 저 대륙에서는 선비족이 대륙을 차지하는 등 대륙의 한족이 아닌 이들이 나라를 차지한 적도 있지만 여기 고려는 숱한 침입에도 나라를 빼앗긴 적은 없어.

그만큼 고려를 무력으로 차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란 말이지.

결국 내가 애초에 세운 계획대로 고려를 문화적으로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는 거야.

그게 우리의 한교고 한글이고 한수고 또 대륙의 유학과 불학을 대체할 과학이라는 학문이야.

그리고 그때까지 우리는 외부의 침략을 받아서는 안 된단 말이야.

그런데 그 침략의 선봉장이 될 화약이 만약 유출된다면 그때는 일찌감치 고려에 머리를 숙이고 고려에 복속되는 게 사람을 상하지 않는 길이야.

끝까지 싸우자고?

그래서 끝에 남는 게 뭔데?

왜 네 무용이라도 후세에 전하고 싶어?

네게 있는 두 명의 부인과 자식들은 어쩌고?

만약 네가 관리하는 그 화약이라는 게 한 톨이라고 유출이 된다면 그 날이 우리 한울루스가 망하기 시작하는 날이 될 거야.

그러니 내 말을 잔소리로 여기지 말고 화약이 밖으로 나갈 때나 또 사용될 때의 그 양을 반드시 기록해 교차검증이 되도록 해야 해.

네가 그 문제에 민감하면 할수록 한울루스의 안전이 담보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알았다, 한. 화약의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게. 그리고 이번 요양에서의 행사도 내가 철저히 관리를 할게.”

“그래, 오뜨겅 고맙다.

네가 우리 한울루스 병사들의 최고 사령관이니 듣는 얘기지, 단지 네가 내 친구라면 그런 말을 하겠냐.”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유덕용이 말한 대로 나는 정말 사냥을 나갔다.

그렇게 들판을 쏘다니며 닷새 동안 사냥으로 시간을 보낸 뒤 요양에 도착한 뒤에도 다시 피곤하다는 이유로 고려의 사신을 사흘 동안 기다리게 한 후에야 그들의 접견을 허락했다.

본래 기다림이라는 건 약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요 더 애타는 이가 지켜야 할 예의인 것이다.

처음 하루나 이틀이면 칸이 올 것이라는 말을 전한 이광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데리고 온 종놈에게 사정을 알아보라고 하였지만 칸이 머무는 근처에 가 말을 물으려다 치도곤을 당하고 쫓겨나기만 했으니 두 고려사신은 석상처럼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두 고려사신이 기다림에 지쳤을 때쯤 나는 둘을 불러들였다.

“그래, 고려에서 사신이 왔다면 그 저구유의 일에 대한 사과를 하기 위함인가?”

“예? 아니 저구유에 대한 일은 이미 우리 고려가 벌인 일이 아니라고 누차 말씀을 드린 일입니다.”

“뭐시라. 고려의 국경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건 너희 두 사신이 파속부로에서 살해당한다 해도 나와는 무관하단 말인 건가?”

“예? 어찌 그것과 같을 수가 있습니까?”

“뭐가 다른가? 너희 둘도 사신이고 저구유도 사신이며 너희 둘은 고려로 가기 직전 우리 땅에서 죽는 것이고 저구유는 너희 나라에서 돌아오다 너희 국경에서 살해된 것인데. 나는 그 차이를 모르겠다.

혹 너희 둘이 그 차이를 알아 나를 설득한다면 내가 대칸에게 이를 알리고 대칸을 설득시키겠다. 말해 보거라.”


당연 두 고려의 사신은 꿀먹은 벙어리 신세다.

잘못 말하면 그야 말로 압록수를 바라보며 목이 달아날 판이니 말이다.

“칸이시여! 혹여 고려에서 그 일에 대해 몽골에 사죄를 하려면 어찌 해야 하겠습니까?”

“먼저 고려의 왕이 몽골 카라코롬에 입조해 몽골의 대칸에게 무릎을 굻고 엎드려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고 사죄의 대가로 금 1만근, 은 1만근, 쌀 1만석, 보리 1만석, 소 1만 마리, 말 1만 마리, 양 1만 마리, 염소 1만 마리 그리고 남자와 여자 각 1만 명를 주어야 그 속죄가 될 것이다.”


내 말에 두 고려사신은 눈이 점점 커지고 입은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더니,

“조정에 가 칸의 말씀을 전하고 상의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라. 다만 혹여 너희가 내 말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개경 밑에 있다는 그 강도라는 섬으로 도망칠 수도 있으니 나는 너희에게 우리 한울루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그 시범을 보이도록 하겠다.

너희는 이를 보고 너희 왕과 대신들에게 일러 그릇된 판단을 하지 말도록 해라.”


그렇게 나는 고려의 두 대신을 데리고 요양의 동쪽, 내가 철광석과 석탄을 캐라고 하였던 그 광산으로 갔다.

“저기는 우리가 철광석을 캐던 곳이다.

너무 한쪽에서만 캐다 보니 광산의 한쪽만 깊게 파여 자칫 산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산을 무너뜨릴 수단이 있어 걱정은 없으니 너희 둘은 오늘 그 구경을 하고 가 고려 조정에 이를 상세히 전하도록 하라.”

그리고 나의 지시에 의해 깃발이 휘날리고 좀 기다리자 천지가 번복될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동네 뒷산 정도 크기의 산이 와르르 무너지는데 고려의 두 사신은 마른하늘에 번개가 친 줄로 알다가 산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 것을 보고는 내가 사죄의 대가라며 읊던 속죄물 목록을 들었을 때와 같은 표정이 되었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대몽항쟁 총평]

우리는 학교에서 고려 무신정권의 대몽 항쟁에 대해 배우고 그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고려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신정권은 자신들 정권의 생명을 연장하기 급급했고 몽골이 쳐들어오면 항복하기 바빴다.

그런데도 몽골은 9차례씩이나 고려를 침공하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무신정권의 잘못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몽골이 쳐들어오면 고려정부는 일단 저자세로 항복한 후 몽골군이 물러나면 항복할 당시 약속했던 것들을 어기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다. 그 약속 파기가 다시 몽골의 침입을 부르는 악순환이 된 것이다.

(마치 북과 미국의 관계와 비슷했던 것이다. 고개를 숙여 발길질을 피한 후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드는 행동을 하는 것은 옛 고려 조정이나 지금의 북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다 고려가 몽골에 크게 얻어터지듯 북도 그런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몽골이 고려를 침공한 것은 오고타이 칸 때와 몽케 칸 때인데 오고타이가 3차 침입을 해(이 당시 2차 침입에서 살리타이의 전사로 오고타이는 무지 화가 났었다.) 경주의 황룡사까지 불태웠을 때 고려는 몽골에 항복하고 처음에는 고려의 고종이 몽골에 입조하기로 하고 몽골군을 물리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음해에 고종이 입조가 어렵다며 고종의 동생을 입조시킨다고 하고는 동생이 아니라 왕족(신안공 왕전) 중의 하나를 골라 왕의 아우라고 속여 입조를 시킨다.

또 1241년에는 다른 왕족(영녕공 왕준)을 왕자라고 속여 입조를 시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오래 갈 수는 없다.

오고타이 사후 몽케가 대칸이 되어 다시 고려와 몽골은 다투고 몽골의 5차 침입(1253.7~1254.1) 후 왕자인 안경공安慶公 왕창王淐이 몽골에 입조하게 된다.

몽케는 안경공이 고려 왕자로 전에 입조했던 영녕공의 동생이라 해 안경공을 후히 대접하는데 그만 민칭閔偁이라는 자가 영녕공이 고려 왕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고변하게 된다.

이러니 몽케가 빡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일 외에도 전쟁 후 고려가 두 나라의 합의를 파기한 예는 부지기수다. (참고로 민칭은 결국 흑산도로 귀양을 갔다 몽골 장수 야속달也速達의 강권으로 귀양에서 풀린 후 결국 몽골로 갔다.)

 

무신정권이 몽골에 대항했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전쟁에서 몽골에 저항한 것은 지방의 군사와 민중들이었지 고려 조정의 중앙군이 몽골에 저항한 예는 드물다.

무신정권은 왕을 데리고 강화도로 피난가기 바빴을 뿐이다.

조선시대 선조의 막장도 이보다는 나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삼별초라는 것도 처음의 목적은 변질되어 몽골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고려 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씨 무신정권이 대몽항쟁에 적극적이었다면 이런 평가를 하지 않겠지만 그들은 대몽항쟁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물론 어린 학생들에게야 그렇게 가르칠 수야 없겠지만 어른들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나.)

 

애초 오고타이 때 몽골과 자웅을 겨뤄 그 차이를 알고 그저 고개 숙이고 있었다면(좀 비겁하더라도) 적어도 고려의 백성들이 숱하게 죽는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또 우리의 문화유산이 더 이상 파괴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도 아니고 몽골을 속이고 합의를 파기하면서도 끝없이 대몽 항쟁을 했다면 그 의기라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그러나 그들은 의기도 없었고 몽골에 제대로 된 항복도 하지 않아 고려의 백성들만 죽어났던 것이다.

 

이 시기 숱하게 빼앗기고 불타 없어지면서 기껏 건진 것이 팔만대장경을 만든 일이 전부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의 기록문화유산들의 소실은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에 보존하고 있던 고려 역사에 대한 기록이 모두 소실됐고 분명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통일신라에 대한 많은 기록과 고구려, 백제, 발해에 대한 기록이 소실된 것 역시 몽골의 침입으로 인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역사를 중국과 일본의 기록에서 찾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고려에 고구려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커다란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고려의 대몽항쟁인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제대로 된 항쟁도 없었고 제대로 된 항복도 없이 그저 어정쩡하게 시간이 해결할 것으로 판단한 잘못으로 고려의 민초들이 겪었을 고통과 천년을 간직한 채 유지되던 문화유산의 파괴를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54 쥬크
    작성일
    19.03.26 20:57
    No. 1

    답답 먼화약 버터플라이 머이런거 설명해야되나?
    등자 화약 쇠뇌 다좋아 한데 구멍가게가 신상품 발명해서 난리났네
    한데 대기업에서 복사본 만드네 ㅋㅋ
    물량은 기술을 압도 한다니까 랜제스터 제2법칙 필요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독고구패2
    작성일
    19.03.26 23:07
    No. 2

    군사학교가 성가를 오타인거 같아요 성과가 맞는말인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1 동기진
    작성일
    19.03.27 02:24
    No. 3

    성가는 한자로 聲價라 씁니다.
    명성이나 평판이 알려지는 것을 말합니다.
    관용적으로 '성가를 드높이다'라는 식으로 쓰입니다.
    성과는 成果로 이루어낸 결과라는 뜻이고
    '성과를 올리다'라는 식으로 쓰입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9 발주나
    작성일
    19.03.27 00:04
    No. 4

    쥬크 // 왜 흥분하는지 이상하네
    물량이 기술을 압도하긴 뭘 압도하나
    열병기든 1개 대대면 냉병기로 무장한 1개 연대 우습게 쌈싸먹을텐데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64 고독한솔져
    작성일
    19.03.27 03:35
    No. 5

    화약무기가 등장하자마자 무적이었던것은 아닙니다

    초창기엔 불량률도 높았고 사거리와 명중률이 좋지 않았습니다

    또 화승총은 방아쇠가 아닌 심지에 불을 붙여서 쏘는 방식이라 불편했고

    비가 오면 먹통이 되는 문제도 있었기에 엄연히 약점도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임진왜란 전까지만 해도 조선은 일본에 퍼진 조총의 존재를 알았지만

    들여와서 시범사격을 해본뒤 사거리,명중률이 활보다 떨어지는 무기라고

    판단해서 양산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짜 문제는 활은 나무방패로도 막을수 있지만 조총은 나무방패 정도는 아작낸다는것)


    총기가 본격적으로 전장에 활약하기 시작한것은 중세가 끝나가는 시기

    유럽에선 장창병+총병 조합의 스페인의 테루시오 전술이 유행하면서이고

    아시아에선 일본에서 서양상인을 통해 들어와서 전국시대와 임진왜란때 퍼졌습니다


    당장 고려에 화약이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큰 위협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시대가 아직 제대로 된 대포와 총기를 제작할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이 시기엔 청동이 아닌 주철로 만든 대포는 대포가 깨지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석탄을 사용하는 코크스 용광로가 등장해서 강철 대포가 등장하길 기다려야 하죠


    (근데 청동포와 조총 정도만 해도 만들어낼수 있다면

    이 시대엔 유용하게 써먹을수 있긴 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8 강아지똥떡
    작성일
    20.06.25 22:12
    No. 6

    제식훈련하며고통스러워하는걸보고 좋다니.. 설마..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이런써글
    작성일
    23.07.10 17:49
    No. 7

    김춘추 개잡쌍려리 한여름음식물쓰레기국물 같은 쉬밸럼의 새퀴 만년썩은 돼지똥 같은새뀌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려제국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동기진 작가님께서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19 21.10.20 847 0 -
공지 2부 알림 +8 19.05.18 2,030 0 -
공지 지도 추가합니다. +1 19.05.12 2,412 0 -
공지 그림, 삽화 19.05.10 1,549 0 -
공지 알림 +3 19.05.08 1,084 0 -
102 죽음Ⅱ - 1부 완결 +20 19.05.19 2,883 60 17쪽
101 죽음Ⅰ +6 19.05.19 1,706 36 14쪽
100 흥국사에서 +10 19.05.18 1,598 44 15쪽
99 알면서도 +3 19.05.17 1,574 40 14쪽
98 세계관과 자유 +4 19.05.16 1,637 51 14쪽
97 아아! 때가 아닌가 보구나! +2 19.05.15 1,602 52 14쪽
96 최항의 제안 +1 19.05.14 1,661 45 13쪽
95 출병 19.05.13 1,553 49 14쪽
94 정동성征東省 +2 19.05.11 1,664 47 12쪽
93 박작 +2 19.05.10 1,680 52 14쪽
92 전쟁준비 Ⅱ +1 19.05.09 1,653 53 13쪽
91 전쟁준비 Ⅰ +5 19.05.08 1,749 50 14쪽
90 입조 +4 19.05.07 1,699 51 13쪽
89 도량형 +2 19.05.06 1,738 57 13쪽
88 바투의 선물 +2 19.05.04 1,802 54 13쪽
87 2차 순례 +7 19.05.03 1,783 53 13쪽
86 성姓을 가지다 +1 19.05.02 1,881 54 13쪽
85 호패 +4 19.05.01 1,727 50 13쪽
84 각자의 생각 +3 19.04.30 1,726 55 13쪽
83 무위로 돌아간 암살 작전 +4 19.04.29 1,789 57 13쪽
82 정보조직 +3 19.04.26 1,776 51 13쪽
81 제안 +4 19.04.25 1,770 55 13쪽
80 모의 +4 19.04.24 1,773 62 14쪽
79 복귀 19.04.23 1,849 49 13쪽
78 접촉 II +3 19.04.22 1,870 65 15쪽
77 아이누 모시와 아페시르 열도 +1 19.04.20 1,957 60 14쪽
76 좌초 +1 19.04.19 1,888 61 13쪽
75 이안사 +5 19.04.18 1,997 56 14쪽
74 항로 개척 +3 19.04.17 2,037 62 13쪽
73 탐험 +8 19.04.16 2,057 69 14쪽
72 소문 +1 19.04.15 2,103 65 14쪽
71 새졸본 +5 19.04.13 2,101 62 13쪽
70 카라코롬 +2 19.04.12 2,139 66 13쪽
69 계획 +6 19.04.11 2,180 76 13쪽
68 하카타 상인 19.04.10 2,154 68 13쪽
67 류큐 +4 19.04.09 2,226 67 14쪽
66 탐라를 가다 19.04.08 2,228 67 13쪽
65 탐라 진출 19.04.06 2,332 75 13쪽
64 과학과 기술의 발전 +4 19.04.05 2,383 75 13쪽
63 1차 순례 +2 19.04.03 2,406 73 13쪽
62 목화와 경제가 +1 19.04.02 2,381 74 13쪽
61 길에서 +6 19.04.01 2,440 80 14쪽
60 변화의 바람 +3 19.03.30 2,697 74 14쪽
59 대륙을 논하다 +2 19.03.29 2,533 79 13쪽
58 여몽화약麗蒙和約 +3 19.03.28 2,611 73 14쪽
57 외무사外務司 +2 19.03.27 2,539 75 16쪽
» 화약 시현 +7 19.03.26 2,533 65 13쪽
55 접촉 +1 19.03.25 2,417 62 14쪽
54 이광수 +3 19.03.23 2,468 60 13쪽
53 유혹 +2 19.03.22 2,583 63 13쪽
52 대화 +2 19.03.21 2,526 74 15쪽
51 졸본의 일상Ⅰ 19.03.20 2,594 68 15쪽
50 소금 +1 19.03.19 2,634 73 16쪽
49 이장용 19.03.18 2,634 67 13쪽
48 주고 받다 +5 19.03.16 2,666 76 12쪽
47 테무친 죽다 +6 19.03.15 2,884 64 13쪽
46 군권 +1 19.03.14 2,698 72 13쪽
45 살리고 죽이다 +3 19.03.13 2,644 70 14쪽
44 동하점령 +1 19.03.12 2,737 66 13쪽
43 과학 +1 19.03.11 2,776 66 12쪽
42 화약 +4 19.03.09 2,856 68 14쪽
41 문제는 식량 +1 19.03.08 2,871 65 13쪽
40 나의 처지 +2 19.03.07 2,953 63 13쪽
39 밍캇 19.03.06 2,830 75 13쪽
38 졸본으로 19.03.05 2,938 77 13쪽
37 소르칵타니 +4 19.03.04 2,935 69 13쪽
36 쿠릴타이 +2 19.03.02 2,989 70 13쪽
35 한울루스 +2 19.03.01 2,996 71 13쪽
34 테무친 19.02.28 2,988 72 13쪽
33 이야기를 퍼뜨리다 +2 19.02.27 2,913 76 13쪽
32 텝텡게르 +1 19.02.26 2,875 71 13쪽
31 사기詐欺의 이유 +6 19.02.25 2,982 74 13쪽
30 기도를 하고 의례를 만들다 +7 19.02.23 3,070 78 14쪽
29 테무게 +2 19.02.22 3,072 74 13쪽
28 유덕용 +3 19.02.21 3,082 73 19쪽
27 졸본 +2 19.02.20 3,174 75 17쪽
26 터를 잡다 +2 19.02.19 3,191 71 16쪽
25 고향 19.02.18 3,155 71 15쪽
24 대만 +2 19.02.16 3,086 68 13쪽
23 사탕 19.02.15 2,991 68 13쪽
22 여정 +5 19.02.14 3,041 65 14쪽
21 선물 +3 19.02.13 3,088 73 14쪽
20 바스라를 떠나다 19.02.12 3,084 75 13쪽
19 탈출 +1 19.02.11 3,145 73 14쪽
18 중독 +2 19.02.09 3,155 64 13쪽
17 바부 +4 19.02.08 3,193 60 13쪽
16 고려 마을 +2 19.02.07 3,317 82 13쪽
15 바스라로 옮기다 +4 19.02.06 3,305 67 13쪽
14 아랍으로 가다 19.02.05 3,410 73 13쪽
13 신화를 만들다 +1 19.02.04 3,587 74 12쪽
12 베다 +2 19.02.02 3,758 74 13쪽
11 대고구려 +8 19.02.01 4,075 71 13쪽
10 사명을 가지다 +3 19.01.31 4,032 76 13쪽
9 번민 +3 19.01.30 4,318 71 12쪽
8 이적을 보이다 +2 19.01.29 4,538 78 12쪽
7 고려고약 +5 19.01.28 4,912 85 12쪽
6 영靈을 단련하다 +1 19.01.26 5,221 80 13쪽
5 파미르 탈출 +2 19.01.25 5,952 82 13쪽
4 몸을 차지하다 +1 19.01.24 6,965 93 13쪽
3 다른 차원의 지구 +2 19.01.23 7,931 86 13쪽
2 역사의 변곡점 +5 19.01.22 9,543 95 7쪽
1 프롤로그-전면 수정 +6 19.01.21 12,037 10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