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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진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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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동기진
작품등록일 :
2019.01.19 10:52
최근연재일 :
2021.10.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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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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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테무게

오·탈자 지적을 바랍니다.




DUMMY

속으로야 드디어 만나게 될 테무친, 곧 칭기즈칸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이었지만 겉으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망종이 지났으니 아마도 칭기즈칸은 사경을 헤매고 있을 것이 뻔하다.

역사대로라면 지금쯤 칭기즈칸의 명에 따라 서하를 치느라 정신이 없을 테무게가 예까지 온 것을 보면 확실히 마음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마주하게 된 테무게는 이미 60에 이르는 나이임에도 얼굴이 붉은 게 정력적인 인물로 보였다.

유덕용이 지난번 테무게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런 궁벽한 곳에서 사는 내가 테무게가 누구인지 아는 척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세상일에는 무지한 척 하면서도 또 하늘에서 내려준 땅이라 했으니 그 땅에 대해서는 결기를 가지고 지킬 것이라는 눈빛을 보이며 서로가 인사를 나눈 후 유덕용이라는 이가 통사를 자처하기에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누구인가? 좀 전에 보인 재주는 어떤 방법을 동원한 것인가?

내 그런 신기한 재주가 있는 이가 처음이기는 하지만 누구처럼 텡그리니 하는 말은 믿지 않는다.

어찌 텡그리가 인간의 일에 간섭을 하려 하는가?”

놀라긴 놀랐나 보다.

텡그리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니 또 텡그리가 인간에 간섭을 한다고 따지니 말이다.


“당신은 눈이 어두워 당신의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듯하지만 나는 눈이 밝아 나의 하느님을 믿고 또 그분의 말씀에 하나도 어긋남이 없다.

더구나 당신은 조금 전에 나의 하느님이 내게 주신 능력으로 펼쳐진 이적을 보고서도 믿지 못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내 하느님 앞으로 인도해 나의 하느님이 바로 당신이 말한 텡그리이고 게세르이며 단군인 것을 증명해 주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내가 죽은 후에 그것이 무슨 소용이고 살아있는 이들이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사기란 모든 이들에게 사기의 내용을 알려줘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면 분명 개중 하나는 사기를 알아보는 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나의 마법을 알아보는 이가 이 지구에 이을 턱은 없지만.

아니 모든 이들에게 그리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기가 아니라 그 자체 능력이다.

사기란 그저 몇몇 유력 인사에게 능력을 보이고 그 유력인사가 믿도록 한 후 다른 이들은 그 유력인사를 따르도록 해야 진정한 사기인 것이다.

1차로 유덕용이란 인물이 나를 믿도록 했으니 두 번째는 바로 앞의 이 보르지긴 테무게란 인물이다.

그리고 그에게 주는 믿음은 유덕용에게 줬던 것보다는 좀 더 그럴싸해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이미 한 번 전해들은 내용을 듣고 보게 된다면 인간의 적응력으로 인해 처음에 그것을 본 이보다 느끼는 감동이 적을 테니 말이다.


나는 과거 파미르에서 내려와 푸르샤푸라의 성주에게 처음으로 이적을 보였을 때처럼 몸에 후광을 두르고 또 처음으로 감응소통을 발휘해 테무게의 정신에만 직접 들리도록 한 후 몸에 두른 후광을 좀 더 키워 앞의 두 인물에게 그 후광이 직접 닿도록 하였다.

“테무게야, 테무게야! 나는 네가 연전에 나의 종이라고 주장하는 텝텡게르들을 처단할 때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분명 그들은 나의 이름을 팔아 각자의 이익을 취하는 이들이라 마땅한 벌을 받은 것이라 할 만하지만 여기 있는 이는 분명 나의 종으로 나의 말에 한치도 어긋남이 없거늘 너는 알지를 못하는구나.

정녕 네가 나의 곁으로 와 나를 직접 목도해야만이 믿을 수 있겠느냐?”

좀 더 극적인 것이 필요한 나는 아직 테무게가 말하지 않은 텝텡게르의 일을 감응소통으로 전했는데 과연 그는 과거 테무친이 몽골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앞에 나서서 텝텡게르들을 여럿 죽인 적이 있었다.

즉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내가 전한 것이다.


그 말을 한 후 나는 일순간에 후광을 없애고 그만 정신을 잃은 듯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사실 과도한 물질에너지의 소비로 인해 탈진이 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나의 연기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

두 사람 모두 다른 이들처럼 눈물을 흘리고 오체투지를 하였는데 특히 테무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일은 결코 제가 텡그리님을 믿지 않아 그리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어찌 텡그리님을 믿지 않겠습니까? 저는 당신의 종이 하는 말에 따를 것입니다.” 라고 주절거리고 있지 않겠는가.


기왕 정신을 잃은 듯이 연기를 하기로 했으니 얼마간 쉬기로 했다.

더구나 과도한 물질에너지의 소비로 인해 기력을 보충할 필요도 있었다.

유덕용이 나가더니 차돌을 데리고 왔고 차돌은 이미 내가 하느님을 만나면 살이 급격히 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 몸을 보고는

“형님이 다시 하느님을 만나셨나 봅니다. 형님이 갑작스럽게 몸이 이리 된 것은 그분을 만나셨기 때문이니 너무 걱정 마시고 얼마간 기다려 주십시오.”라며,

두 사람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잠이 들었다.


사흘 동안 먹고 자면서 기력을 회복한 후 다시 두 사람을 불러들였다.

“내가 나의 하느님을 만나 그분의 말씀을 들었는데 하시는 말씀이

‘두 달이 지나면 내가 준 수명을 모두 누리지 못하고 그 생을 마감할 이가 있다. 네가 그를 만나보되 그가 나를 믿고 나의 말을 따르면 치료하되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두어라.’라고 하셨는데 그가 누구인가?”


그러자 테무게가 바로 내 앞으로 오체투지를 하더니

“바로 저의 형님이십니다. 텡그리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는군요. 한님께서는 텡그리님의 말씀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한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

“그분께서는 저 멀리 육반산六盤山에 계십니다. 그 육반산은 쉼없이 말을 달려 한 달은 가야 나오는 곳입니다.”

“그나저나 내가 그곳을 간다면 이곳에 온 군사들은 어찌 하려 하오.”

“그들은 본래가 이곳 요양을 중심으로 여진과 거란을 치기 위해 준비한 군사들입니다. 과거 제 밑에 있었던 여기 유덕용에게 당분간 맡기면 됩니다.

아니 한님께서 부리셔서 마을을 지키는데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들 중 1개 천인대는 몽골의 군사고 다른 1개 천인대는 여진이나 거란의 군사들입니다.

그들이 먹을 양식은 본래 여기 유덕용이 대는 것이니 양식 역시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흠, 몽골이 본격적으로 다루가치를 설치하려고 했던 모양이군.

고려의 다루가치는 아직 몇 년 더 있어야 하니 아마도 이곳과 두만강 쪽이겠지.’

그리고 본래라면 이 2개 천인대의 군사와 이성계의 조상인 이안사가 부딪히고 또 몇 년이 흐른 후에는 이안사가 다루가치로 임명이 되었을 것이지만 이미 비틀어진 역사의 행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당장 압록과 두만강에 만들어질 다루가치의 군대가 내 손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


나는 돌아온 호다다드와 치기야, 오뜨겅과 기술자들을 불러 내가 없는 동안의 일에 대해 의논을 했다.

“내가 사람을 치료하러 간다고는 하지만 몽골의 대칸을 치료하는 일입니다.

치료가 잘 끝났다고 해도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요.

아마 추측컨대 올 해 안으로 이곳에 오기는 어렵지 싶어요.

일단 강 건너로 농지를 더욱 확장해주시고 저 위에 설치한 보의 규모를 키워 주세요.

지금 보는 그저 잠시 물을 막을 용도에 불과하니 큰비가 내리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튼튼하게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흑요석을 이용해 유리를 만들어 보기 바랍니다.

더해서 다음에 소칠이가 도착을 하면 압록을 건너가 석회석을 찾아보라고 하세요.

내가 압록수 건너의 땅을 살펴보니 분명 석회석이 있을 만하다고 결론을 내렸으니 분명 있을 겁니다.

석회석 광산을 찾기만 하면 보리 다섯 가마를 준다고 하면 그 일에 매달릴 겁니다.

그리고 치기야, 네바자르, 마두 씨 하고 네바자르 씨 큰아들 미시드는 나랑 얼마간 같이 움직입니다.

네바자르 씨 석탄은 알고 있지요?”

“아, 예 당연히 압니다.”


“내가 가는 도중에 그 석탄하고 철광산을 알려 줄테니 그것을 캐 마을로 가져올 궁리를 해 보세요.

마두 씨는 가셔서 그 광산에서 이곳까지 마차가 다닐 만한 길을 어찌 만들지를 연구하시고요.

계획이 세워지면 호다다드와 치기야는 그 요양의 유덕용이를 찾아가 군사들을 부려 그 길을 닦도록 하고.

군사들은 여진과 거란의 군사들을 쓰도록 해.

몽골의 군사들은 일을 할 줄도 모르지만 그런 일을 시키면 탈영하기가 쉬우니까.”


그 밖에도 나는 많은 일들을 지시했는데 특히 가장 중시한 것은 지난겨울 내가 백두산에 올라 만들어 가지고 온 한글 교본을 모두가 익히도록 한 것이었다.

물론 나의 일행들은 아직 고려말도 서툴러 다른 이들과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극복해야 할 문제다.

내가 쓴 책을 통해 이미 고려인들인 달래나 차돌이 그리고 소복이는 그들 스스로 한이 만든 글이라 하여 한글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한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또 한이 만든 수라 하여 한수라고 불리는 내 기억의 아라비아 수를 사용해 셈을 할 수 있게 된 상태다.


또 여자들에게도 각자의 특성에 맞는 일을 나누어주었는데 아프라이마에게는 아랍과 인도에서 가져온 씨앗을 주며 재배를 부탁했고 비스마에게는 마을에 있는 짐승들의 털을 이용해 천을 만들도록 했으며 아야는 호다다드의 부인인 아디바와 함께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머리단속을 하도록 했다.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마을의 일들을 모두 간섭하려니 내 몸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어쩌랴.

이 모든 게 내가 이렇게 되도록 이들과 상황을 이끌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마을에 왔던 군사들이 모두 요양으로 물러난 것을 확인하고 나는 테무게를 따라 마을을 나서게 되었는데 일단은 요양으로 가기로 했다.

테무게는 그를 호종하는 군사 10이 있었고 나는 나를 호종하기로 한 오뜨겅 외에 치기야나 네바자르 등을 데리고 마을을 나서는데

“한님, 갈 길이 멀고 힘든데 군사도 아니고 웬 사람들을 그리 많이 데리고 가십니까?”

“옷치긴, 이들과는 요양까지만 가면 되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오.

요하를 건너기 전에 모두 떨구고 여기 이 오뜨겅자르갈이라는 이와만 같이 갈 것이오.”

“혹, 그는 몽골인입니까?”

“그렇소. 한때는 몽골의 군인이었지만 이미 나를 따른지 8년이니 더 이상 군인도 아니고 몽골인도 아니요. 그저 졸본의 사람일 뿐이지.”


요양에 도착한 후 본격적으로 육반산으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유덕용에게

“여기에서 동쪽으로 저수지가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저기 보이는 강을 따라 한 20여 리만 가면 저수지가 나오지요.”

“내 잠시 저수지에 들렀다 올 터니 걱정을 마십시오. 같이 온 이들에게 일할 것을 알려주고만 오면 되니 말입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제가 준비할 것은 없습니까?”

“여기 이 사람은 나의 친구로 치기야라고 하는데 지금은 졸본사람이지만 과거에는 여진인이었습니다.

후에 내가 떠난 후 그가 찾아와 여러 일을 위해 군사를 원하면 그에게 군사를 좀 내주시길 바랍니다.”

“한님, 그건 당연합니다. 이곳의 군사는 테무게님의 말에 따라 이제는 한님의 소유이니 한님의 뜻에 따라 쓰시면 됩니다.

저 역시 여전히 테무게님의 막하에 있지만 한님의 종과 다름이 없으니 언제라도 불러 일을 시키시면 정성껏 돕겠습니다.”


그렇게 유덕용에게 치기야를 소개하고 작은 강을 따라 잠시 말을 달리니 저수지가 나타났는데 그 저수지는 21C의 그것과는 달리 규모가 작고 크게 볼만한 풍경도 없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저수지인 것은 분명했다.

나는 일행을 데리고 저수지를 돌아 건너편으로 갔는데 그곳은 후에 역사에서 무순이라 불리는 광산지역에 비하면 볼품이 없을 정도로 작기는 했지만 분명 석탄이나 철광산 그리고 동광산이 있는 지역이다.

“네바자르 씨, 이 주위에 둔덕처럼 볼룩 튀어나온 곳을 삽으로 몇 자 정도만 파보십시오.”

모두가 달라붙어 가져온 삽으로 땅을 파고 있는 중 마침내 미시드가

“아버지, 이거 철광석인데요, 한번 보세요.”한다.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어 살피고 미시드가 팠던 곳을 좀 더 넓게 펼치니 그곳의 땅은 모두 검붉은 색의 철광석으로 된 산이었다.

“네바다르 씨, 다른 곳도 한번 파 보세요. 저기로 좀 떨어져서요.”

결국 잠시 삽질을 하는 것으로 네바자르 씨는 철광산과 석탄광산을 찾았는데 그만 어안이 벙벙한지

“아니 한님, 한님의 하느님은 광산의 위치도 알려주십니까?”

“그냥 알려주실 리가요. 기도를 열심히 해야지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것인지 놀랍다는 것인지 모두는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추천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텝텡게르]

몽골에서의 일종의 무당.

몽골이 통일되기 전 부족국가 시대에 텝텡게르는 몽골의 각 부족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했다고 한다.

테무친이 몽골을 통일하고 나서 몽골이 가진 미신적인 요소나 비합리적인 부분을 혁파하고자 했지만 이 텝텡게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무래도 텝텡게르들은 그 시대의 기득권이었을 테니 당연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칭기즈칸이 된 테무친 입장에서 아직 취약한 권력기반을 가진 채 기득권인 텝텡게르를 친다는 것은 자칫 권력기반을 흔들 수 있는 문제여서 아주 곤란한 처지였다고 한다.

그때 그 일을 자처하고 나서 한 이가 바로 테무친의 동생인 테무게라고 한다.

그렇게 기득권인 텝텡게르들이 치워진 후 테무친은 많은 개혁을 단행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약탈혼을 금지한 것과 몽골문자를 만든 것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부인인 보르테가 납치되고 남의 자식을 가지게 된 것이 마음에 걸렸을 수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테무게 옷치긴Temüge Otchigin(1168~1246)]

칭기즈칸, 곧 테무친에게는 동생(당연히 남동생)이 셋이 있다. 카사르, 카치온, 테무게가 그들이다.

형제가 많으면 대게는 나이가 비슷한 형제끼리는 싸움도 잦고 사이도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마찬가지로 테무친은 바로 밑의 동생인 카사르와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리고 그 밑의 동생인 카치온은 테무친이 몽골을 통일하기 전에 죽고 만다.

 

큰형은 보통 막내를 이뻐하게 마련인데 두 동생이 그러니 테무친의 막내 사랑은 더욱 컸을 것이다.

더구나 막내동생인 테무게는 형이 몽골 통일이라는 대업을 성공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긴 텝텡게르를 치는데 앞장서 테무친을 흡족하게 하기도 했으니 그 사랑이 더 했을 것은 분명하다.

 

유목인인 몽골족은 농경민족과는 달리 대가족을 유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자식들이 크면 차례로 독립을 시키는데 마지막에 남는 자식인 막내에게 집안에서 가장 중요한 재산인 화로를 주는 풍습이 있었다.

보통 테무게를 테무게 옷치긴이라고 하는데 옷치긴이라는 말에는 화로라는 말이 들어 있고 옷치긴의 뜻은 ‘불씨를 간수하는 도구’라는 의미라고 한다.

즉 이는 집안의 막내인 테무게가 형제들의 아버지인 예수게이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의미이다.

이 말의 의미는 예수게이의 터전은 막내의 것이고 다른 형제는 먼 곳으로 터전을 옮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능력이 될 때의 얘기다.

어디나 언제나 그렇지만 능력이 안 되는 집안은 아버지의 유산 가지고 싸움이 난다.

 

따라서 테무게가 물려받은 땅은 오논 강의 동편으로 카막몽골족의 근원지다.

테무친이 몽골을 통일한 후 오논 강가에서 칭기즈칸의 위에 오르면서 당연히 그 동생들도 혜택을 보았다.

세 동생은 케룰렌 동쪽 지역의 땅을 받았는데 막내인 테무게가 받은 지역이 후룬부이르(현 후룬호 일대) 지역으로 케룰렌 지역의 동쪽에서 암바 힝간(대흥안령 산맥)까지의 땅과 투멘(만호장)의 지위였다.(간단히 현재의 몽골 밖에 있는 후룬호부터 다싱안령 산맥까지라고 보면 된다.

테무게는 형으로부터 받은 땅에 만족하지 않고 그 영역을 넓혔는데 형이 정복활동을 하는 지역으로 갈 수는 없으니 당연 동쪽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한돌이 1216년 고향을 떠나게 되는 계기인 거란인의 횡포나 당시 거란인들이 고려의 강역을 침범해 고려가 몽골과 협동으로 거란을 친 배경의 그 몽골 군사들이 바로 이 테무게의 군사들인 것이다.

 

테무게는 야심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테무친의 아들 오고타이가 죽은 후에는 칸에 오르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기까지 했는데 약간의 차이로 오고타이의 아들 구유크가 이미 대칸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반역은 실패하여 그의 측근들이 구유크에 의해 모두 제거되고 그 역시 생을 달리하게 된다.(자살인지 타살인지 역사에 나오지 않는다. 나이로는 죽을 때도 되기는 했다.)

 

테무게가 테무친으로부터 받은 지역은-암바 힝간을 넘어서까지- 그 후대에도 테무게 자손들의 영역으로 남았다.(테무친이 정해준 땅이니 후손이 건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테무게가 차지한 지역의 풍요로움에 있었다.

테무친의 아들들이 받은 지역은 환경이 열악했지만(스텝 기후로 유목민 입장에서는 좋은 땅이라 할 수 있기는 했다.) 테무게가 차지한 영역은 중국에서 동북대평원이라 부르는 지역이었고 그 평원을 가로지르는 강은 물이 마를 염려를 할 필요가 없는 큰 강이 있는 곳이다.

아직 땅이 개간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았다.

(몽골인 입장에서 동북대평원은 양을 키우기 좋은 땅은 아니다. 산도 많고 숲이 많아 양을 잃어버리기 십상일 테니.)

금의 멸망으로 흩어진 거란과 여진의 백성들도 많았으며 그들이 가꾼 농지에서는 끊임없이 식량이 나왔다.

 

테무게가 비록 대칸 구유크에게 반역을 저질렀지만 테무게 사후 곧 구유크도 죽고 몽골 대칸의 지위는 오고타이 가문이 아니라 툴루이 가문으로 넘어갔다.

더구나 대칸이 된 몽케는 오고타이 가문의 씨를 말리다시피 했으니 오고타이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에 대해 원망이 있었을 테무게의 후손들은 툴루이 가문의 대칸들에게 충성을 바쳤을 것은 자명하고 이로 인해 몽골의 황실과 옷치긴 울루스(=테무게 울루스)의 후손들과의 사이 역시 좋았다.

옷치긴 울루스의 2대 칸인 타카차르 역시 몽케의 명에 따라 고려를 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쿠빌라이가 원을 세우고 나서 생겼다.

쿠빌라이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원 황실(쿠빌라이 울루스)의 머리 위에 풍요롭고 강력한 옷치긴 울루스가 있다는 것이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더구나 쿠빌라이는 기존의 울루스에 만족하고 싶지도 않았다.

몽골 전통의 울루스가 아니라 중국인들처럼 황실에서 지방에까지 그 권력이 미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일환으로 행중서성行中書省(중앙 직속 관할의 행정구역, 일종의 직할시)이라는 이름의 관청을 설치해 중앙집권화를 꾀하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이에 저항하는 이가 등장한다.

옷치긴 울루스의 4대 칸인 나얀이 바로 그다.

물론 실패(1288)했으니 반역인 것이다.

그렇다고 쿠빌라이가 옷치긴 울루스를 폐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일은 결코 쿠릴타이에서 통과될 리가 없는 것이다. (쿠빌라이 때까지는 쿠릴타이가 제 기능을 발휘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심양왕이라는 것이다.

독립적인 울루스가 아니라 원의 대도에서 통제가 가능한 왕(칸)이 필요했던 몽골의 이해로 인해 만들어진 직위가 바로 심양왕인 것이다. (이건 작가의 생각이다.)

원 황실에서는 심양왕을 통해 옷치긴 울루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심양왕에게 상당한 권력이 주어진 것은 당연했다.

물론 대도에서 통제를 받는 권력이었지만 말이다.

 

몽골이 고려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물론 몽골과 고려의 민족적인 관계도 한몫을 했겠지만 원황실에서 옷치긴 울루스를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물론 인정은 받지 못한다.)

조선의 창업 왕인 이성계의 선조들이 바로 이 옷치긴 왕가에 봉사했던 장군(천호장)이었다.

 

※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를 설명하자면 울루스란 작가 생각에 한국어의 우리 혹은 울타리의 어원이 아닐까 하는 말로 크기와는 상관없이 하나로 뭉친 집단이나 그 집단이 다스리는 땅을 일컫는다. 비유를 한다면 미국의 주State 정도 아니 그보다 더 독립적인 개념일 것이다.(각 울루스가 정복전쟁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 테무게 울루스를 옷치긴 울루스라고 하는데 몽골에는 많은 옷치긴이 있지만 그저 옷키긴이라고 하면 이 테무게 옷치긴을 이르고 당연 옷치긴 울루스라고 하면 테무게 울루스을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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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성姓을 가지다 +1 19.05.02 1,881 54 13쪽
85 호패 +4 19.05.01 1,727 50 13쪽
84 각자의 생각 +3 19.04.30 1,726 55 13쪽
83 무위로 돌아간 암살 작전 +4 19.04.29 1,787 57 13쪽
82 정보조직 +3 19.04.26 1,776 51 13쪽
81 제안 +4 19.04.25 1,769 55 13쪽
80 모의 +4 19.04.24 1,770 62 14쪽
79 복귀 19.04.23 1,847 49 13쪽
78 접촉 II +3 19.04.22 1,869 65 15쪽
77 아이누 모시와 아페시르 열도 +1 19.04.20 1,957 60 14쪽
76 좌초 +1 19.04.19 1,888 61 13쪽
75 이안사 +5 19.04.18 1,996 56 14쪽
74 항로 개척 +3 19.04.17 2,034 62 13쪽
73 탐험 +8 19.04.16 2,056 69 14쪽
72 소문 +1 19.04.15 2,101 65 14쪽
71 새졸본 +5 19.04.13 2,100 62 13쪽
70 카라코롬 +2 19.04.12 2,138 66 13쪽
69 계획 +6 19.04.11 2,179 76 13쪽
68 하카타 상인 19.04.10 2,154 68 13쪽
67 류큐 +4 19.04.09 2,223 67 14쪽
66 탐라를 가다 19.04.08 2,226 67 13쪽
65 탐라 진출 19.04.06 2,331 75 13쪽
64 과학과 기술의 발전 +4 19.04.05 2,381 75 13쪽
63 1차 순례 +2 19.04.03 2,406 73 13쪽
62 목화와 경제가 +1 19.04.02 2,379 74 13쪽
61 길에서 +6 19.04.01 2,439 80 14쪽
60 변화의 바람 +3 19.03.30 2,695 74 14쪽
59 대륙을 논하다 +2 19.03.29 2,530 79 13쪽
58 여몽화약麗蒙和約 +3 19.03.28 2,611 73 14쪽
57 외무사外務司 +2 19.03.27 2,536 75 16쪽
56 화약 시현 +7 19.03.26 2,530 65 13쪽
55 접촉 +1 19.03.25 2,415 62 14쪽
54 이광수 +3 19.03.23 2,467 60 13쪽
53 유혹 +2 19.03.22 2,578 63 13쪽
52 대화 +2 19.03.21 2,525 74 15쪽
51 졸본의 일상Ⅰ 19.03.20 2,592 68 15쪽
50 소금 +1 19.03.19 2,631 73 16쪽
49 이장용 19.03.18 2,633 67 13쪽
48 주고 받다 +5 19.03.16 2,666 76 12쪽
47 테무친 죽다 +6 19.03.15 2,884 64 13쪽
46 군권 +1 19.03.14 2,693 72 13쪽
45 살리고 죽이다 +3 19.03.13 2,642 70 14쪽
44 동하점령 +1 19.03.12 2,734 66 13쪽
43 과학 +1 19.03.11 2,774 66 12쪽
42 화약 +4 19.03.09 2,855 68 14쪽
41 문제는 식량 +1 19.03.08 2,869 65 13쪽
40 나의 처지 +2 19.03.07 2,952 63 13쪽
39 밍캇 19.03.06 2,830 75 13쪽
38 졸본으로 19.03.05 2,938 77 13쪽
37 소르칵타니 +4 19.03.04 2,934 69 13쪽
36 쿠릴타이 +2 19.03.02 2,988 70 13쪽
35 한울루스 +2 19.03.01 2,996 71 13쪽
34 테무친 19.02.28 2,988 72 13쪽
33 이야기를 퍼뜨리다 +2 19.02.27 2,910 76 13쪽
32 텝텡게르 +1 19.02.26 2,874 71 13쪽
31 사기詐欺의 이유 +6 19.02.25 2,980 74 13쪽
30 기도를 하고 의례를 만들다 +7 19.02.23 3,070 78 14쪽
» 테무게 +2 19.02.22 3,069 74 13쪽
28 유덕용 +3 19.02.21 3,081 73 19쪽
27 졸본 +2 19.02.20 3,174 75 17쪽
26 터를 잡다 +2 19.02.19 3,190 71 16쪽
25 고향 19.02.18 3,154 71 15쪽
24 대만 +2 19.02.16 3,084 68 13쪽
23 사탕 19.02.15 2,990 68 13쪽
22 여정 +5 19.02.14 3,040 65 14쪽
21 선물 +3 19.02.13 3,087 73 14쪽
20 바스라를 떠나다 19.02.12 3,083 75 13쪽
19 탈출 +1 19.02.11 3,144 73 14쪽
18 중독 +2 19.02.09 3,153 64 13쪽
17 바부 +4 19.02.08 3,192 60 13쪽
16 고려 마을 +2 19.02.07 3,312 82 13쪽
15 바스라로 옮기다 +4 19.02.06 3,304 67 13쪽
14 아랍으로 가다 19.02.05 3,408 73 13쪽
13 신화를 만들다 +1 19.02.04 3,586 74 12쪽
12 베다 +2 19.02.02 3,757 74 13쪽
11 대고구려 +8 19.02.01 4,075 71 13쪽
10 사명을 가지다 +3 19.01.31 4,020 76 13쪽
9 번민 +3 19.01.30 4,316 71 12쪽
8 이적을 보이다 +2 19.01.29 4,537 78 12쪽
7 고려고약 +5 19.01.28 4,911 85 12쪽
6 영靈을 단련하다 +1 19.01.26 5,220 80 13쪽
5 파미르 탈출 +2 19.01.25 5,948 82 13쪽
4 몸을 차지하다 +1 19.01.24 6,960 93 13쪽
3 다른 차원의 지구 +2 19.01.23 7,925 86 13쪽
2 역사의 변곡점 +5 19.01.22 9,538 95 7쪽
1 프롤로그-전면 수정 +6 19.01.21 12,028 10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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